[녹음 파일]

[시작]

“저기요! 제 말 들려요?”

“여기는 시험감독관 김수빈입니다. 말씀하세요.”

“‘행서보육원에서 혼자 살아남아서 좋아?’라는 종이가 벽에 붙어 있는데 이딴 걸 왜 붙여놓은 거죠? 장난해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럴 리가 없다니? 봐요!”

“안예진 씨. 종이에는 ‘관찰력 테스트용입니다. 보면 무전기로 보고하세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뭔 소리야? 글자 못 읽어? 이 문장이 그딴 문장으로 보여?”

“진정하세요.”

“진정? 당신들이 이딴 걸 붙여놓고 진정? 내가 거기서 죽었어야 했다는 거야?”

“안예진 씨. 시험 중단합니다. 나오세요.”

“말하지 않아도 나갈 거야! 그리고 당신들 싹 다 고소할 거야! 각오하고 있어!”

…

“안예진 씨. 허공에 손을 흔들지 마시고, 나오세요.”

“잠긴 문이 있는데 어떻게 나가라는 거야!”

“호수공원을 나가는 길에 문은 없습니다. 나오세요. 안예진 씨.”

“지랄하지 마! 문이 있는데 뭔 소리야! 내가 고소한다니까 지금 이렇게 닫아놓고 협박하나 본데 잘 들어! 좋은 말로 할 때….”

…

“안예진 씨? 대답하세요. 안예진 씨?”

“이 문. 행서보육원의 정문…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지금 행서보육원의 문이 보인다고요?”

“어…안돼…안돼! 안 돼! 저리 가! 너희들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안예진 씨?”

“아니야! 내 잘못 아니야! 너희를 버린 게 아니야! 선생님! 그때 제가 선생님을 죽게 내버려 둔 게 아니에요! 잠깐만! 안 돼!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비상 상황 발생. 시험 중지. 이상현장조사전문가 지원 요청.”

“아아아아아아아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