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희 박물관을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박물관은 다른 두 나라, 그리고 본국으로부터 증여받은 전쟁유적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세계전쟁'에서 우리 동맹은 위대한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전후 우리 제국에 대항한 본래의 아메리카 합중국, 중국 대륙은 모두 본국의 직속 관할 영토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을 포함한 세 식민국의 열등한 신민들은 폭동, 노동 직무유기 등으로 본국의 지시를 거스르는 악행을 일삼았습니다.

이러한 태만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던 위대한 천황폐하께서는 전쟁이 끝난 후 1년 뒤인 재위 21년, 두 동맹국과 함께 세계 정상 과학국을 설치해 식민국 신민들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약 '코르퍼지스트'를 발명해냈고, 그로부터 2년 뒤 삼국의 모든 식민지 신민들은 '코르퍼지스트'를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약을 복용하면 몸과 정신이 완전히 분리되어, 현실에서는 아무런 저항없이 본국의 지시에 따른 노동을 이행하면서 머리 속으로는 완전히 다른 세계 속에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치 몽유병과 비슷한 효과를 내죠. 다들 아시다시피, 이들이 공유하는 세계를 '약 세계'라고 부릅니다.

'약 세계' 속의 신민들은 자신들의 국가가 세계 전쟁에서 승리했고, 자본을 중시하는 아메리카 합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현실은 그렇지 않죠. 여기 계신 여러분들 중 재미삼아 '약 세계'를 짧은 시간 동안 체험해본 분들도 분명 계실겁니다. 물론 장시간의 체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약을 복용하고 '킥'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대략 30분이 경과하면, 그 세계에 동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그들이 공유하는 세계는 꽤나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메리카 합중국은 그렇다치고, 한반도 남쪽에 세워진 조선 민족의 국가, 중국 대륙의 한족 국가가 경제 발전으로 선진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상 가장 열등하기 짝이 없는 민족이 세운 두 국가가 선진국가가 되다니, 정말 비논리적인 세계죠?


이런, 서론이 너무 길어졌군요!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경성제국대학 역사박물관 유적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따라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