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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세상이 망해도 공부는 하는 법이니까

기다리아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8 07: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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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사태 이후로 10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정부가 특이 재난 대응팀을 구성하고 괴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6.7% 감소했습니다. 이른바 ‘괴이 특별법’과 대응 시스템의 결과물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강 대통령은 17일 “특이 재난 대응 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국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도록 지속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특이 재난 대응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난달 1조의 예산을 괴이 대응에 추가 투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대응 능력이 사실상 없는데 돈만 퍼붓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대통령실과 특이 재난 대응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나오고 있다며 일축-

삑-

저저. 개소리하고 앉았네. 다 우리가 해결하고 있는데… 아, 죄송해요. 오늘 면접 보러 오신 분이죠? 이리 와서 앉으세요. 누추한 사무실이긴 한데, 뭐, 여기서 일할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그나저나, 전화로 목소리 들을 땐 긴가민가했는데, 이제 보니 젊은 사람이네? 몇 살이에요? 이야, 어린 친구가 이런 일은 왜 찾아온 거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으니까, 위험 사항 확인서는 작성해야 해요. 자 여기.

…응? 시험 같은 거 없냐고? 어음… 학생. 이 일, 전에 해 본 적 없어요? 아니지. 없겠지, 당연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면접이라 하긴 했는데, 뭐 시험 보고 그런 건 없어요. 사람들이 이게 헌터 X 헌터 같은 건 줄 아는데. 그렇게 여유 부릴 정도로 지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거든. 그래, 돈 많이 주는 건 맞는데, 그것도 장소 봐 가며 해야지… 앗. 그렇다고 무조건 죽는다는 게 아니고! 입방정이 참…


… 그래, 내가 이 일 하겠다는 사람 두 팔 들고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젊은 사람이라니까 경고는 해 줄게. 일급 많이 주는데 지원율이 낮은 건 이유가 있어요. 정말 급전 필요한 사람 아니라면 하지 말라는 거야. 원양어선 알지? 그런 거야. 아니, 정말 끌려간다는 게 아니라, 말이 그렇다고. 자신 없으면 안 해도 돼. 들어온 문 열고 돌아가도 돼요.

… 정말 할 생각이야? 야, 이 친구 담력 있네! 그럼, 마다 안 하지. 자, 여기.

거기 사인하면 마저 얘기해줄게. …. 그치. 거기랑 거기. 좋아. 자 그럼. 확인은 받았고, 일급은 알바몬에 올라온 대로, 모집 공고 봤죠? 좋아. 좋아. 이름 멋있네!

그러면, 설명 시작할게. 이 일이 보통 그렇지만, 비밀 유지는 꼭 지켜줘야 하고 만약 어기면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혼자 지불해야 할 거야.

촤락-

그러니까… 네가 일할 곳은… ‘스터디 카페’야. 그래, 무슨 표정인지 알아. 거기가 뭐가 위험하다고? 알지, 근데 일단 끝까지 듣고 생각해 봐. 네 업무는 ‘꿈돌 스터디 카페’의 새벽반 관리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총 6시간을 담당하게 될 텐데, 무슨 상황이 닥치더라고 6시까지만 버티면 되니까 잘 기억해 둬. 그동안 지켜야 할 사항은 이래.

먼저, 자정에 딱 맞춰 올 필요는 없어. 전 시간대 근무자가 사장이라 뒷정리는 자기가 할 테니 꼭 12시 50분 전에만 와 달라고, 그거면 상관없다고 하셨거든.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야. 네가 간식을 뜯어 먹든, 화장실을 가든, 공부를 하든, 상관없어. 지킬 것만 지키면.

출근하고 주로 있을 장소는 카운터인데, 일반적인 스터디 카페 카운터랑 다르게 모텔 카운터처럼 방 하나로 분리돼서 좁은 창틈으로 손님을 받게 되어있을 거야. 특이하지? 카운터 겸 관리실로 쓴다나 봐. 안에 화장실도 연결되어 있고.

가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스터디 카페가 아냐. 벽지도 낡고 냄새도 퀴퀴한 게 이질감이 있어. 그런데도 이용자가 많다더라고? 거기서 공부하면 무조건 성적이 오른다나 뭐라나. 뭐… 소문뿐인 얘기는 아닐 거야. 괴이랑 연관되면 가끔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니까. 학생도 알바할 때 가만히 있지 말고 공부할 거라도 가져가서 해봐. 혹시 알아?

아무튼, 우리야 본업이 스터디 카페 경영도 아니고 거기 장사가 잘되고 말고는 신경 쓸 필요 없지. 어디…

촤락-

오전 12시 30분이 되면 카페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문 닫을 시간이니 퇴실해달라고 말하면 돼. 아마 사장님이 도와주시겠지만, 못 오는 날에는 네가 직접 해야 할 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1시 전엔 끝내도록 해.

만약 1시가 넘어갔는데 이용자가 남아있다면, 그 사람은 관리실로 데려와서 6시까지 머물다 나가라고 지시해 줘. 1시가 지나서 외부 출입이 안 된다고 하면 대충 알아듣는다네. 그 사람들도 그거 알고 거기서 공부하는 거라고.

납득하지 못하고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사장님한테 전화해. 이용자 분한테 몇 가지 얘기하고 전화 바꿔서 너한테 영상 보여주라고 할 텐데,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6/21일 CCTV 영상 복사해 뒀거든. 요즘 사람들 괴이가 뭔지 다 아니까 보여주면 잠잠해진대.

이용자가 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잘 달래 줘. 모르고 갔으니, 이해는 되지만 그거 그대로 두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청소, 환기, 문단속 같은 뒷정리들은 사장님이 미리 다 할 테니까 업무 도중에 나갈 일은 자주 없을 거야. 단, 뒤에서 다시 설명할 건데 39번 자리 불 끄는 건 반드시 해야 하고, 에어컨 온도 조절할 때 리모컨이 가끔 먹통이거든? 그건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수동으로 해야 해. 강조하는데,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

히야, 아직 일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걱정하는 표정이네. 너무 심각해지지 마. 정해진 대로만 하면 이렇게 쉬운 일이 없다니까? 용돈도 두둑하게 벌고.

1시부터 본격적인 업무 시작이야. 낮 시간대 이용자들은 카운터로 자리 예약 받을 일이 거의 없지만, 새벽반은 그렇지 않아. 키오스크가 없던 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거들떠보지도 않더라고. 애초에 지성이 있는 존재들도 아니고.

새벽에 오는 이용자들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야. 귀신? 영혼? 애초에 그런 거랑 느낌이 달라. 인간에게서 나온 존재가 아닌, 인간을 흉내 내는 무언가에 불과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그거랑 대화하려고 시도하지 마. 자신들이 학습한 행동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치면 정말 역겨운 짓거리를 하거든. 굳이 알려고 하진 말고, 심란해지니까.

자, 이제부터 집중해. 시간별로 찾아오는 새벽반 이용자 리스트니까.

1시 10분. 우리는 ‘여드름’이라고 부르는데, 1시까지 관리실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가 이 새끼 때문이야. 이 새끼 대응법은 간단해. 1시부터 카운터 실에서 숨죽이고 조용히 있다가 CCTV로 개인실에 들어간 게 포착되면 그때부터는 소리를 내도 상관없어. 들어가기 전까지는 개미 밟는 소리도 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것만 지키면 무사히 지나갈 거야.

우리 사무실이 막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이 자식이 1시 10분에 들어오는 걸 보고 매뉴얼을 1시 10분 기준으로 작성했어. 근데, 시발 우리 직원이 분명 10분 전에 관리실에 들어간 걸 확인했는데 다음 날 피부가…. 아. 그…렇게 되고 나선 죽어있는 거 아니겠어?

그 원인 찾느라 역겨운 광경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데, 알고 보니 그 미친놈이 1시부터 입구 근처에서 카운터를 훔쳐보고 있었더라고? 그렇게 10분 정도 있다가 들어오는데, 아니, 그전에 살았던 인간을 학습하고 행동하는 거잖아? 대체 원래 있던 놈은 왜 그 짓거리를 한 건데? 그것 때문에 아까운 인력 하나만 잃었다니까.

…흠흠. 너무 흥분했네. 마저 얘기할게.

두 번째 이용자는 1시 50분. ‘안경녀’라고 부르고 실제로 안경을 썼어. 얘는 카운터에 말을 걸어서 4시간 예약을 부탁할 거야. 당황하지 말고 ‘예약되었으니 27번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면 돼. 그러면 조용히 자기 자리로 들어가니까.

그리고 정말 쓸데없는 소린데, 그 애를 계속 보면 ‘이 정도면 꽤 반반한데?’란 생각이 들 수도 있거든? 아니,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이게 전임자들이 공통으로 겪은 현상이라서 그래.

다들, 심지어 여성 전임자조차도 얘한테 이유 없는 호감이나 매력을 느꼈다고. 고작 그런 느낌 때문에 말이나 걸어볼까 하다가 아까운 목숨 버리지 말고, 잠깐 참은 후에 CCTV를 돌려서 얼굴을 다시 봐봐. 그랬던 마음이 쏙 들어갈 거야.

분명 영상으로 보면 조금 못생겼다 정도인데, 어쩐지 일했던 사람들은 ‘볼수록 끌리는 아이’라고 기억하더라고? ‘답답한 상황에 갇혀 있어서인지 동질감을 느꼈다.’ 같은 개소리까지 하는 놈도 있었고.

암튼, 두 번째 녀석 특징은 그 정도가 다야. 학생은 젊어서 혈기 왕성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경고 준 거야. 절대 쓸데없는 말 걸지 마.

그다음은 2시 30분. 통칭 ‘에어컨’. 40대 정도의 지저분한 수염을 가진 아저씨인데, 아마도 공무원을 준비하던 사람 같아. 3시간 예약을 할 텐데, 아까처럼 ‘예약되었으니 14번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면 돼. 뭐라고 궁시렁댈 텐데 절대 반응하지 말고.

참고로 여자는 20, 40번 대고 남자는 10, 30번 대 자리야.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그게 가끔 26번으로 예약해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땐 무시하지 말고 ‘남자는 10, 30번 대 자리만 쓰게 되어있습니다’라고 말해주면 돼.

보통은 그걸로 끝나지만, 아주 가끔 그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있어. ‘왜 나를 무시하냐.’, ‘이용자가 원하는데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소릴 할 거야. 그냥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뿐이니까 감정 가지지 마.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창문 근처에 미리 설치된 전화기가 있어. 실제로 연결되는 건 아니고 112를 누르면 경찰에 연락하는 것처럼 보이게 세팅한 게 다야. 그걸 들고 ‘자꾸 그러시면 경찰에 연락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112를 누르면 돌아갈 거야.

…가 그전까지 매뉴얼이었고, 한 가지 더 추가할게. 실제로 경찰과 대화하는 척을 해줘야 해. 계속 112에 전화하는 척만 했다가 어느 순간 안 돌아가고 가만히 그걸 지켜보더라고? 그때는 근무자가 기지를 발휘해서 경찰과 대화하는 것처럼 연기해 넘어갔지만, 그 이후로 그것들의 행동이 항상 일관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지.

만약을 위해 수화기의 112 번호를 누르면 미리 녹음된 음성이 출력되게 설정해 놨어. 그걸로 넘어간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그건 네 재량에 맡겨야 할 거 같다.

…그래. 그런 경우도 있어. 네가 그런 상황에 걸릴 확률은 극악이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애초에 그런 점 때문에 이 일이 고액의 일급을 받는 거야.

하아. 또 분위기가 어두워졌네. 일 얘기를 하면 피해 갈 수가 없다니까. 마저 얘기하기 전에, 분위기 환기도 시킬 겸 하나 물어볼게. 학생은 어쩌다가 이 일을 하려고 한 거야? 너한테는 적은 돈이 아닐 텐데, 어린 나이에 빚이라도 졌어?

….뭐? 나 참. 별 희한한 이유도 다 들어보네. 그래, 여기 일하는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쪽이 더 드물겠지. 난 중개만 하면 되니 뭐라 하진 않으마.

아무튼 ‘에어컨’ 얘기를 마저 해야지. …다 끝난 거 아니었냐고? 이 새끼가 또 빌런이거든. 들어가고 30분 정도 지나면 갑자기 카운터로 와서 방이 너무 덥거나 춥다고 에어컨 온도 좀 바꿔 달라고 할 거야. 그게 이놈을 ‘에어컨’이라고 부르는 이유야. 은근히 자주 있는 일이라 귀찮단 말이지.

그때 나가서 온도 바꾸지 말고, 리모컨으로 원격 조정해. 가끔 리모컨이 먹통인 경우는 아까 말했듯이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최대한 발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10번 대 방으로 가서 에어컨 온도만 바꾸고 와. 조심해라. 그 방에 ‘여드름’도 있어서 소리에 엄청 예민하니까, 혹시나 그걸 자극하면 해결법이 없다, 그건.

그다음은 3시쯤 오는 ‘청소부’야. 별건 아니고, 진짜 청소부니까 그냥 가만히 두면 돼.

그 사람은 이 스터디 카페에서 유일하게 20년 넘게 일 한 사람인데, 어째선지 그것들이 안 건드리더라고. 신기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괴이인지도 모르길래 그냥 모르는 상태로 뒀지.

왜 안 알려줬냐고? 그걸 알려주면 소문이 퍼질 거고, 그 순간 계약 위반이야. 미쳤다고 그 많은 위약금을 감당하게? … 젊으니까 아직 돈의 무서움을 잘 모르겠지.

아무튼 청소부는 그냥 둬. 가끔 인사하면 고개만 끄덕이고 대답은 하지 마. 여드름 그 새끼가 청소부한테는 싸가지가 있는데, 너한테는 없으니까.

지금까진 정해진 시간대에 오는 놈들 얘기였고, 정해지지 않은 시간대에 가끔 나오는 놈들 얘기해줄게.

‘잠수충’. 39번 자리의 주인이야. 한 번도 관측한 적은 없는데, 아주 가끔 39번 자리의 불이 켜져 있을 때가 있어. 확인되는 즉시 신속하게 자리로 가서 불을 끄고, ‘자리를 비울 때는 소등해주세요.’라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와.

그래야 하는 이유는 별거 아니야. 자리에 불이 켜졌을 때만 전력 소모가 시간당 4,000kWh가 넘게 나오는데 4인 가구 한 달 전력 소모량의 10배 수준이거든. 이게 진정한 공포지.

놓치면 전기료가 미친 듯이 깨지니까 보이는 즉시 소등하도록. 일정 수준을 넘기면 우리가 물어줘야 하니까 절대 빼먹지 마.

‘기부천사’. 가끔 카운터에 ‘힘내세요.’라고 쓰인 쪽지와 초콜릿 같은 간식이 올라가 있는데, 열어보지 말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 멋모르고 입에 넣는 순간 위장이 녹아내려서 운 좋으면 아침까지 고통에 바들바들 떨다가 응급실 실려 가는 거고, 아니면 우리가 처리할 거야.

멍청하게 먹었으면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참아봐. 전자는 보험처리가 되지만 후자는 시체처리 비용이 많이 들거든.

매정하다고? 학생, 이거 땅 파서 하는 장사 아니야.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정부는 특이 재난 대응팀이라는 걸 만들어서 효과가 있다 어떻다 하는데, 그거 다 우리가 하청받고 일하는 거 알아? 받는 예산은 중간에 빼먹는지 계약금은 쥐똥만 하고, 내려오는 지침이라는 건 죄다 실효성 없는 것들이고, 그걸로 애들 굴리면서 최대한 계속하려면 이런 거 하나하나 챙기는 수밖에 없어.

나도 이 일 한 지가 10년인데, 이젠 그냥 화재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예측도 안 되고 없앨 수도 없으니 피해만 줄여야지. 경제적 피해도 당연히 포함이고.

… 내가 어린놈을 상대로 무슨 하소연이람. 정 불만이면 앞으로 매뉴얼이나 잘 지키고 얘기해라.

오전 3시를 기점으로 신경 쓸 게 줄어드는데, 그렇다고 너무 풀어지지 마. 그것들 아주 자리에만 박혀 있는 게 아니거든. 가끔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괜히 밖에 있다가 마주치면 죽으니까 6시까지 조용히 안에만 머물러 있어. 공부나 좀 하고.

아, 여드름 이 새끼 나올 때는 소리 내지 말고 카운터 창문으로 안 보이게 숨어있어. 어차피 CCTV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가끔, 안경녀랑 에어컨 싸울 때가 있는데 조금 경계해야 해. 둘만 싸우는 거면 상관없는데, 카운터 쪽으로 와서 얘기하려고 하거든? 계속 말하지만 ‘흉내’야. 절대 대답하지 말고, 이때도 책상 밑에 숨어서 없는 척해 그냥. 나도 모르게 반응할 수도 있으니까, 얼굴도 마주치지 말고.

그것들 말투도 행동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 충분히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어. 겉모습에 절대 속지 마. 갈등을 연출하는 것도 결국 인간으로부터 학습한 행동일 뿐이야. 실제론 둘이 싸우면서도 자신들이 뭘 하는 건지조차 모를 걸?

정 의심이 된다면 들키지 말고 자세히 대화를 들어봐. 마치 벽에 가린 것처럼 뭉개진 말투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쉽게 눈치챌 수 있으니까.

그게 녀석들의 본질이다. 인간의 그림자 같은 존재들. 소름 끼치는 건 그것들이 모사하는 인물 중 그 누구도 현재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이야. 다들 어디로 갔을 것 같아?


아무도 몰라. 말 그대로 친인척도, 지인도, 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어. 세상에서 도려낸 것처럼.

그것들이 흉내 내고 있는 인물들은 원본이 있어야 정상인데, 정작 원본 같은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상하지 않아?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자, 괴이 아르바이트에 온 걸 환영한다. 마지막 기회를 줄게.
이 일, 정말 할 생각이야?
자신 없으면 안 해도 되고, 들어온 문 열고 돌아가도 돼.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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