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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그녀가 뭘 잘못했을까요?

프랑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3 01:44:21
조회 1041 추천 16 댓글 4
														

4월의 마지막 밤을 맞아 인노첸시오 어르신과 한바탕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번 달에 80세가 되셨지만, 어르신은 지치는 법을 몰랐다.


나이도 잊고 끝도 없이 마셔대는 바람에 나는 자칫 정신을 놓을 뻔했다.


도중에 실수로 유리컵을 깨트려 여종업원이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동안


그녀의 숨이 막힐 듯 매서운 눈초리를 견뎌야 했다.


조금만 더 마셨으면 나는 필경 술자리의 기억조차 잃었으리라.





우편함 밑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발길질로 쫓아내고,


꽂혀 있는 우편을 챙겨 집으로 들어왔다.


반가운 옛 제자에게서 온 편지다.


이 스승을 기억하고 편지를 보냈구나.


나는 의자에 편히 앉아 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낸 뒤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존경하는 이노센트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애정했던 제자 에르제베트입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저의 애인 바토리 양의 일 때문입니다.


1년 전, 종형제의 집에서 산파 일을 하는 바토리와 마주쳤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는 바토리를 열렬히 사랑하며 결혼을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바토리에게 이상한 일들이 생겨서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시작은 한 달 전, 마을에서 저녁 장을 보는 바토리에게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두피를 뜯어 버렸습니다.


바토리가 집에 왔을 때, 그 몰골을 보고 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생각해 보세요.


바토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신께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일주일 전에는 산파 일을 위해 크레머 씨의 댁에 간 바토리를 크레머 씨와 그의 일꾼들이


바늘로 찔러대서 온몸에 구멍이 나버렸습니다.


바토리가 또 한 번 피 칠갑을 하고 집에 왔을 때, 저는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를 조용히 껴안았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잠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뜨니 그녀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온 마을을 뛰어다니며 그녀의 행방에 대해 조사했지만


사람들은 제게 욕을 하고 돌을 던지며 쫓아냈습니다.


선생님,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뭘 잘못했을까요?


대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요?


울며 잠에 들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물에 젖은 채로 두 팔을 축 늘어뜨린 그녀를 안아주며


이곳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갈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가든 그녀에게 또 이런 일이 생길 듯했습니다.


그녀를 안으며 울고 있을 때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은 곧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그 친절하신 신사분께서는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지금 프랑스의 ‘알비‘라는 지역으로 가는 중입니다.


또 신사분께서는 아주 감사하게도, 도움을 줄 만한 분이 있으면 저희를 대신해서


찾아가 도움을 청하겠다고 하시기에 선생님의 존함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분이 선생님 댁에 방문하신다면 부디 친절하게 맞아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쿵 쿵 쿵




편지를 다 읽어가던 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는데,



이상하다.



창문 밖이 유난히도 밝다.



아.



고양이는 울고 있고



광기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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