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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효원산 산장 숙박 가이드

스냅86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16 2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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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안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행정안정부 소속 초자연대책국에서 안내드립니다. 귀하는 지금 효원산 산책로 입구에 계십니다. 2014년 8월 12일 모 등산단체가 ‘등산의 자유를 보장하라’ 며 본 기관에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기관은 효원산의 봉쇄를 해제하고 등산객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소송의 대법원 판결문에 수록된 것처럼 귀하가 이 산에서 겪게 될 모든 종류의 불미스러운 상황은 오로지 귀하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현재 효원산에서 벌어지는 이상현상을 해명하기 위한 연구용역 예산은 무려 8년 동안 국회를 표류 중이며, 단기간 내에 승인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즐거운 등산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경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귀하가 이 경고문을 보고 계신다는 것은 쑥이나 도토리 따위의 채집물, 혹은 다람쥐 등의 귀여운 동물에 혹해 저희가 정비한 등산로를 벗어나셨다는 의미입니다. 또, 귀하가 저희가 제작한 길이 50분 분량의 안전교육 동영상을 틀어만 두고 딴짓을 하셨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효원산에 오르기 전 그 영상을 꼭 관람하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강남의 모 등산단체가 저희에게 소송을 제기하며 주장했던 것처럼, 오늘날 효원산은 산책로 내부에서만 등산한다면 크게 위험한 지역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 걸음이라도 등산로를 벗어났다면, 그때부터는 위험성이 비약적으로 뛰어오릅니다.


어떻게든 귀하가 살아돌아시기를 바라겠습니다만, 가망이 높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먼저 뒤를 돌아 등산로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십시오.


귀하가 운이 정말로 좋다면, 등산로를 두르고 있는 금줄이 보일 것입니다. 바로 그쪽으로 향해 일행에게 복귀하시고, 절대 두 번 다시는 산책로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그날 저녁에는 로또를 사셔도 됩니다. 정말로 그 정도로 확률이 낮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귀하의 앞과 뒤는 빽빽한 나무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며, 산책로에서 고작 한 발짝을 내딛었는데도 금줄과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 귀하가 설령 이른 아침에 등산을 했더라도 해가 저물며 어둑어둑해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묘사한 것과 귀하의 상황이 들어맞는다면, 그곳에서 머물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시고, 그나마 수풀이 덜 울창하게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십시오. 그 길의 끝에 저희가 임시적으로 마련해둔 산장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귀하는 오늘 그 버려진 산장에서 밤을 보내시고 내일 하산하셔야 합니다.


저희 기관이 시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입장료를 받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그곳은 과거 저희 요원들이 효원산을 탐색하기 위해 마련한 임시 기지였으며, 지금은 텅 비어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밤이 되기 전에 그 산장으로 들어가십시오. 그곳은 예전에는 퍽 안전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숲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이니, 그곳으로 들어가서 오늘밤을 보내십시오.


일단 산장으로 들어가신 후 밤을 보내면서 창문으로 숲을 한 번 바라보십시오. 숲 사이로 빼곡히 들어선 그 붉은 빛들이 전부 무언가가 내뿜는 안광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신다면, 저희가 말한 것들이 전부 이해될 것입니다.


그들은 산장을 침입하지 못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만, 오늘날 그 산장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또아리를 틀었다는 증거가 보이고 있습니다. 한때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던 효월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인 이춘득(가명) 이 저희가 버려둔 이 산장을 아지트 삼아 활동하다 경찰에 사살된 이후, 산장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춘득이었던 것은 아직도 그 안에 있습니다만, 이제는 사람일 때와 다르게 저희가 산장에 해두었던 특수처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산장에 갇혀 나오지 못하던 그는 귀하를 보면 매우 기뻐할 것이며, 이는 귀하의 안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아무쪼록 동이 터 숲속의 안광들이 사라질 때까지 산장에서 버틴 다음 하산하십시오. 그것은 산장에서만 나온다면 귀하를 어찌하지 못하며, 하산하는 길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저희 기관은 매년 극소수의 피해자만을 발생시키는 효원산보다 훨씬 시급한 문제들을 여럿 당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차피 산장에서 나오지 못하는 존재를 상대로 한 연구 및 조사는 시행되지도 않았고, 시행될 예정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요원이 자청해서 그곳에서 숙박한 후 생환해 돌아와 증언한 바에 따라 아래의 수칙들을 작성해보았습니다. 해당 지침들은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확보된 것이 아니며, 이 수칙들을 따른다고 해도 귀하의 무사 생환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산장에는 별도의 지침서가 마련되어있지 않으며, 따라서 후술하는 수칙들은 지금 숙지해주셔야 합니다. 혹 귀하가 이 수칙들을 들고 산장으로 가신 후 이춘득에게 발각될 가능성을 고려해 일부러 비석에 새겨두었으니 참고 바랍니다.




1.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피곤하시더라도 산장 내부에서 잠드시면 안 됩니다. 또, 어딘가에 숨어 그날 밤을 보내려고 시도해서도 안 됩니다. 이춘득은 한때 귀하와 같은 사람이었으며, 귀하가 생각할 만한 것들은 그도 전부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그는 오랜 세월 산장에 갇혀 지내느라 산장의 내부에는 매우 명석하며, 귀하가 그와의 숨바꼭질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사람이 숨을 만한 곳은 기본적으로 다 찾아보는 것 같으니 침대 밑이나 벽장 같은 곳에 숨고는 안심하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2.

그것들과 이춘득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숨길 수 없는 붉은 안광입니다. 그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귀하를 마주하면 눈빛을 반짝이며 노려볼 것이며, 억지로 눈을 감아 욕망을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번뜩인다면 피하십시오.


그러나 붉은 빛이 없다고 해서 방심하시는 마십시오. 대부분의 괴이들은 선글라스가 떡하니 있어도 그걸 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만, 이춘득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3.

산장 내부에는 무기가 될 만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산장을 버리면서 위험물을 남겨두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춘득이 오랜 세월 그곳에서 살아가며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만한 물건들을 전부 폐기한 것 같습니다.


그곳에 손도끼 같은 물건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며, 귀하는 기껏해야 등산용 지팡이를 든 채 도축업자들이나 사용하는 큰 칼을 든 이춘득을 상대해야 합니다.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차라리 지팡이를 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도주하십시오.


주방에 있는 햇빛으로 말린 소금은 그가 아직 건드리지 못했을 테지만, 가급적 죽을 것 같은 순간에나 사용하십시오. 그 소금으로 귀하 주변에 원을 그리면 일시적으로는 그를 막아낼 수 있지만, 기억하십시오. 그는 귀하가 생각할 만한 것이라면 자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잠시 뒤 그는 산장 뒤편 약수터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올 것이고, 귀하의 소금 원을 녹여버릴 것입니다. 소금은 어디까지나 퇴로가 없을 때 생로를 열어내는 식으로 사용하십시오.


귀하가 맞서야 하는 것은 살인의 경험이 매우 풍부하면서도 괴이의 힘까지 겸비한 존재입니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4.

도망칠 때 언제나 함정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춘득은 생전 유튜브를 통해 덫이나 올무 등을 설치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으며,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아마추어입니다. 밝을 때 천천히 살펴보면 그가 만든 어설픈 함정들은 아마 귀하를 절대 속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두운 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장 내부에서 칼을 든 살인마에게 쫒기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아무리 어설픈 함정이라도 귀하의 경계가 그것보다 더 어설프다면 걸리고 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춘득이 귀하를 쫒아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올무에 걸려 넘어지거나 올가미에 걸려 매달리는 일이 벌어지면 생환할 확률은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만약 수중에 햇빛으로 말린 소금이 있다면 한 움큼 뿌리는 것으로 그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수중에 아무것도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없다면, 붙잡힌 채로 이춘득을 바라보십시오. 그가 입은 셔츠의 왼쪽 가슴 부분이 아직도 찢어져있고 살이 움푹 패여있다면 주먹으로라도 그 부분을 한 번 두들겨보십시오.


저희 요원이 지속적인 총격으로 만들어낸 상처입니다. 그 상처를 주먹으로 때린다고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저희도 회의적입니다만, 해도 죽고 하지 않아도 죽는 상황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5.

이춘득에게 쫒기는 도중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 혹은 문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저 안전한 곳을 찾아 계속 움직였더니 지하실로 와버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그가 지능적으로 귀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저희는 그 산장을 지을 때 지하실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생전 이춘득이 비밀스럽게 증축한 공간으로 보이며, 경찰은 지하실 내부에서 루미놀 반응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피해자들이 학대되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습니다.


저희 요원은 그곳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그곳에 무엇이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가 왜 그 특별할 것도 없는 공간으로 귀하를 유인하려고 하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하실의 출입구는 단 하나라는 것입니다.


귀하가 어떠한 경로로든 그곳에 들어가셨다면, 아마 나오는 문 근처에는 그가 도사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탈출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6.

경계를 오가면서 양쪽 모두를 농락하는 것은 동이 트기 직전에는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저희 기관이 인터넷 여론으로는 허구한 날 봉쇄밖에 할 줄 모르는 무능한 집단으로 낙인찍혔지만, 그 봉쇄 하나만큼은 정말로 잘 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산장에 시행된 그 봉쇄조치는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아직 유효해서, 바깥에 있는 괴이는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안에 있는 괴이 또한 바깥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인간인 귀하는 안과 바깥을 줄타기하며 두 쪽의 괴이 모두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을 때에나 이 방법을 사용하십시오. 최근에는 먹이의 부족 때문에 서로 갈등을 빚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이춘득은 인간이었던 시절 그것들과 매우 우호적이었습니다. 덕분에 경찰은 설마 인간이 괴이에게 비호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그의 아지트가 효원산에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배제했습니다.


후에야 피해자 유인 및 살해는 이춘득이, 시체 처리는 그것들이 담합해서 진행했다는 진상이 밝혀졌으며 이는 경찰과 대책국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협력해 안과 밖으로 귀하를 포위하면 더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산장 내부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십시오.




7.

아무리 산장 내부에서 경험 많고 노련한 살인마를 상대하는 것이 버겁다고 해도, 절대로 산장을 나가 숲에서 밤을 버티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 요원조차 그럴 용기는 없어서 얌전히 산장 내부에서 이춘득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사람이 괴이보다 위험하다는 말은 가끔은 저희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귀하가 숲에서 밤을 버티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아예 없습니다. 하나, 또는 여럿 정도는 어떻게든 따돌릴 수 있겠지만, 그것들은 단수가 아닙니다. 소수도 아닙니다. 압도적인 다수입니다.


귀하가 숲에서 밤을 보낸다면 그날 밤은 매우 길 것입니다.

평범한 인간인 귀하가 이춘득과 술래잡기를 하는 것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그러면 살 가능성이라도 있습니다.




8.

이춘득이 사살된 이후로 효원산에서 실종된 등산객 중 생환해 돌아오신 생존자가 단 한 명, 우리 요원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1과 2는 크게 다르지 않아도, 0과 1은 차이가 큽니다. 적어도 생환이 가능하기는 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귀하가 두 번째 생존자가 되고 싶으시다면 산장으로 향하십시오. 해가 완전히 지면 효원산은 그것들의 영역이 됩니다.


하지만 어차피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스마트폰을 꺼내 마지막으로 세상과 가족들에게 남기는 말을 녹음하고 수칙이 적힌 비석 옆에 놓아주십시오.


효원산은 오랜 세월 대한민국 산악인들의 비원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한국, 아니 동아시아에서 제일 아름다운 비경과 풍광, 지형을 가지고 있어 봉쇄가 아직 해제되지 않았을 때에조차 등산을 하다 실종되는 분들이 빈번했을 정도입니다.


소문에 따르면 유명 산악인인 임복동 대장은 효원산의 정상에 서서 ‘목숨과도 맞바꿀 경치다’ 라는 탄사를 남겼다고 합니다. 해가 아직 떠 있을 때 고지대로 가 바위 위에 앉아, 노을지는 효원산의 경광을 관람하십시오. 적어도 귀하의 미련을 조금은 덜어드릴 겁니다.


대책국은 국민 여러분이 사고나 실수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위험한 곳을 찾아 발을 들이시는 분들의 목숨까지 보장하는 것은 저희의 능력 밖입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생환해서 돌아오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휴재가 하루(이틀?)만에 풀린 건 아니고, 옛날에 썼는데 재미가 애매해서 폐기할까 고민하던 거 올려봄

결국 쓰다 지우고 불암산 아가동산으로 노선을 틀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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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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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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