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자료&번역] 남한 문단의 거두 조연현의 반근대주의 담론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25 08:04:42
조회 164 추천 5 댓글 1
														

조연현이 해방기 이래 반좌익 문학론의 선봉에 서며 내세웠던 문학비평론의 핵심은 “논리에 대해서는 생리를, 개념에 대해서는 현실을, 합리에 대해서는 생명을, 상대성에 대해서는 절대성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마르크시즘이라는 거대한 체계와 대항해 나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알다시피, 이러한 문학비평론은 서구적 근대의 위기론에 근거한 비합리주의, 근대초극론, 아시아주의(동양론)와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신체제기에 쓴 조연현의 비평론은 오카쿠라 텐신의 《동양의 이상》 에 대한 소개와 서구 근대의 위기를 피력한 니체의 비합리주의 철학 등에 근거하고 있다. 니체에 대한 조연현의 경도는 특히 주목될 필요가 있다. 《국민문학》과《동양지광》에 두 편의 니체론을 쓰면서 조연현은 니체의 ‘반이성, 반근대, 디오니소스, 생의지, 전투’의 개념을 강조하며 자신의 비합리주의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현실에서 니체의 반근대주의와 투쟁의 강조는 일본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명으로 귀결했지만, 사상으로서의 니체에 대한 경도는 해방 이후 조연현의 실제 비평과 문학사 서술 및 ‘창조적 비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어 있다. 문학론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조연현이 보여준 문단에서의 권력 의지도 니체의 ‘권력의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잡지 동양지광사가 현상공모한 지상 결전 학생웅변대회에서 3등으로 입선한 작품인 《아세아부흥론서설》 에서 청년 조연현은 슈펭글러의 서양의 몰락에 대한 언설, 오카쿠라 텐신의 동양의 이상 등을 거론하면서 서구적 근대를 대체하는 동양문화를 제시한다. 그는 “‘현대적’이라는 말과 ‘서양적’이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거의 같은 뜻으로 쓰여지고 있는 사실”을 비판하고, 아시아에서 권위를 자랑해 왔던 “서양적인 모든 것은 동양적인, 아세아적인 모든 것에 그 권위를 물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성=서구성’이라는 등식을 비판하며 ‘현대성=동양성(전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이 시기 조연현의 근본 인식이었다.

(중략)

조연현 문학사가 순수문학을 특권화하며 분단시대 문학적 지배이데올로기로 전화시키는 장치라는 비판은 타당해 보이지만, 그의 문학사 체계 구성이 식민지 시절의 원형적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논증되진 못했던 듯하다. 앞서 살폈듯이, 해방기에 강력한 좌파 문단에 대항하기 위해 조연현은 유물사관을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비평을 수행했다. 이때 그가 활용한 중요한 담론적 자원은 총력전 시대 식민지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던 비합리주의와 근대초극의 논의틀이었다. 《합리주의의 초극》과 《근대에서 현대로》 는 식민지와 해방기에 연속되고 있는 조연현의 세계 인식과 담론의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비평문들이다.

《합리주의의 초극》에서 조연현은 기계론적 진화론․이성 만능주의․유물론적 사고를 합리주의의 세 가지 양상으로 제시한다. 근대는 곧 합리주의의 승리였으며 이 합리주의의 근대가 현대의 문턱에서 그것이 낳은 모순과 불안과 절망 때문에 초극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합리주의적 기획의 이름으로 산출되는 비합리적 결과들은 인간의 이성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결국 합리주의적 세계상 전체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게 된다. 조연현은 식민지 시기 ‘근대초극론(동양론)’의 틀을 해방 직후까지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

이어지는 《근대에서 현대로》 에서 그는 “근대의 완성이라는 과제는 근대의 초극으로서 성취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제시하며, “근대적 인간성의 절망과 위기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정신의 실존적 가능성을 밝히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러한 문학적 가능성을 ‘단순한 이성이나 합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김동리의 실존적 소설세계에서 찾고 있다. 조연현에게 김동리의 문학은 좌파의 헤게모니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비평 이론의 거점이자, ‘근대에서 현대로’ 진입하는 한국현대문학사의 출발이었다.

정종현,《근대초극’에서 ‘순수문학’으로 : 조연현 문학의 형성과 전개》에서 발췌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9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10708 생각의 시어도어 카진스키<<<패고 싶게 생김 [4] 시어도어 카진스키(223.62) 21.08.03 279 3
10704 일반 파시스트들은 공산주의와 현실사회주의에 대해 [2] ㅇㅇ(175.195) 21.08.03 164 0
10702 일반 우하하하하하하하 [1] ㅇㅇ(112.187) 21.08.03 127 1
10687 생각의 남 좋아하지 마셈 [1] 랄뚜기(211.36) 21.08.03 93 1
10686 생각의 아테네 민주주의가 매우 악질인 이유 [3] ㅇㅇㅇㅇ(175.206) 21.08.02 190 4
10685 생각의 교과서에서 그리스 로마 민주주의 교육을 금지시켜야 한다 [3] ㅇㅇㅇㅇ(223.39) 21.08.02 171 2
10684 생각의 왜 페미니스트들은 항상 [8] ㅇㅇ(112.156) 21.08.02 309 0
10680 질답 갤럼들은 북한 어떻게생각하냐? [4] ㅇㅇ(223.38) 21.08.02 231 0
10679 질답 챱챱게이야 [7] 힐데군스트_폰_미텐멜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2 167 1
10678 질답 김대중 선생님도 국가사회주의자인가요? [2] ㅇㅇ(223.38) 21.08.02 195 0
10677 질답 여기 애들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어떻게 바라봄? [2] ㅇㅇ(106.101) 21.08.02 185 4
10671 생각의 사회주의가 늘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43] F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1 556 4
10670 자료& 김동리의 민족혁명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1 328 6
10669 일반 근데 국가 사회주의는 좀 괜찮은 것 같긴 해. [1] 한민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1 210 2
10637 질답 모 드라마에서 혁명자금 혁명자금 거리는데 [1] ㅇㅇ(110.11) 21.07.31 165 0
10635 휴지통 근첩=보리수 힐데군스트_폰_미텐멜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1 128 1
10633 생각의 더위먹고 쓰는 잡생각들 [9] ㅇㅇ(39.7) 21.07.31 215 0
10632 휴지통 누땅콩 이 몸 등장 [3]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1 176 0
10626 휴지통 밑글 댓 뭐냐 ㅆㅂ [2] 힐데군스트_폰_미텐멜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1 164 0
10624 일반 파시즘이 인터넷 밖으로 조금이라도 퍼진다면 [6] ㅇㅇ(193.37) 21.07.31 271 3
10623 컨텐츠 TV드라마 속의 이범석 장군 [2]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1 189 1
10622 자료& 총통의 마지막 대담 영어 원문 어디서 찾음? [1] ㅇㅇ(39.7) 21.07.31 75 0
10619 일반 빨갱이가 한마리일 때는 공산주의를 미화하고 [9] 라팔안다무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1 510 19
10618 자료& "가속주의 500배" [3] 챱챱(125.184) 21.07.30 230 2
10617 질답 그럼 궁금한거2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0 119 0
10616 일반 여기는 조지오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함?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30 155 0
10615 일반 한국은 평균지능이 계속 상승할 듯 [1] ㅇㅇ(1.176) 21.07.30 138 0
10614 생각의 근데 왜 다들 트위터로 가는거냐 [4] ㅇㅇ(110.70) 21.07.30 254 0
10613 생각의 로자갤을 보면 한국에서 빨갱이들이 변혁을 주도할거란 생각이 전혀 안 든다 [5] ㅇㅇ(223.39) 21.07.30 535 15
10612 생각의 페미니즘에 대한 테제 대강 [9] zb(211.196) 21.07.30 536 14
10611 일반 유나바머에 관한 국내 기고문 ㅇㅇ(39.115) 21.07.29 101 1
10609 자료& 유나바머의 사상과 반기술 운동을 분석한 논문 F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9 372 6
10608 질답 안티페미들은 왜 카진스키의 저서를 안 읽지? [7] ㅇㅇ(118.235) 21.07.29 409 3
10607 일반 인물소개: Último Reducto F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9 96 1
10605 일반 무솔리니 생일 오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9 69 0
10603 생각의 에른스트 윙거가 바라보는 원시사회. [4] 챱챱(125.184) 21.07.28 363 9
10602 질답 국민 생디칼리슴을 군국주의 운동이라 할 수 있을라나? kasch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8 151 1
10600 일반 내가 pgr21에 올린 글인데. [11] F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7 402 2
10599 일반 노빠꾸 깃발 쇼핑몰.jpg ㅇㅇ(223.33) 21.07.27 194 5
10598 일반 한국의 자칭 보수우익, 진보좌익들은 한숨밖에 안 나온다 [1] KO Rea(175.112) 21.07.27 212 2
10597 연재물 콜린슨상님보리스모그아일라도실레일리기네스맥주더블린 콜린슨상님만세(193.56) 21.07.27 82 0
10591 일반 대리만족과 유전공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ㅇㅇ(223.38) 21.07.26 102 0
10589 일반 허허 현실정치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5 231 3
10585 생각의 뭐 한국은 파시즘하려면 핵없찐 상태부터 극복해야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25 115 2
10584 생각의 갠적으로는 특갤애들 말이 맞다고 봄 [10] ㅇㅇ(112.156) 21.07.25 337 0
10583 질답 마오-소렐-상황주의-파시스트인데 입갤 ㄱㄴ? [1] ㅇㅇ(223.62) 21.07.25 189 3
10581 질답 이스라엘 이르군하고 레히 여기도 파시스트단체였음? [2] ㅇㅇ(223.62) 21.07.24 193 0
10576 일반 독일군의 텔로그레이카(Телогрейка)노획착용례 [3] 도길군(222.106) 21.07.23 515 2
10575 생각의 디시 뿅뿅이들 탐방중인데 이런 아해들도 있네 [4] ㅇㅇ(39.7) 21.07.23 474 8
10574 일반 카진스키 저장소 날라갔냐? [2] ㅇㅇ(112.214) 21.07.22 17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