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자료&번역] 한국적 민주주의의 사상적 논리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31 11:54:08
조회 615 추천 9 댓글 2
														
viewimage.php?no=24b0d769e1d32ca73deb87fa11d02831de04ca5aee4f7f339edb1d2bd847782b0c0e1022c9d8d994b100c5c1b692f8e6228389fd2309983b319862e5d81edff123751f301060c0ef8053466d036ece

...이와 같은 일련의 논의들이 갖는 반자유주의적 경향은 70년대 초 유신정권의 등장과 함께 전환을 맞게 된다. 한국적 특수성이나 대외적 실존을 강조하는 전반적인 문제의식의 틀은 동일한 것이었지만, 그 논의의 결론이 유신체제의 불가피성으로 모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60년대의 그것과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이들이 서구민주주의에 대해 동방민주주의를 그 대당으로 두고, 인민에 의한 정치라는 참여의 논리가 가진 서구민주주의의 제도론적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적 민주주의의 전통으로서 위민(爲民)과 민본(民本)의 정치윤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보편 규정을 해체시켜 상대화함으로써 일군의 비판적 학자들로부터 특수주의 혹은 상대주의의 오류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진덕규는 서구적 민주주의의 한국적 부적합성과 한국적 변용을 주장하고 있던 비관론자들이 “민주주의의 본질적 이념”이 갖는 “논리적 보편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이를 서방민주주의 대 동방민주주의라는 방식으로 상대화하고 있다고 이를 매우 위험하게 인식하고 비판하고 있었다(진덕규,1974:7, 1976:262-3).

(중략)

이와 같은 일련의 비판은 한편에서 당시 지성계 특히 정치학계의 균열을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방향에 대한 ‘특수주의 대 보편주의’ 혹은 ‘국수적 민족주의 대 보편적 자유민주주의’ 입장 간의 대립이라는 구도로 정리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구도에 근거했을 때, 한국적 주체성 위에서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논했던 정치학자들을 친(親)정권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힌 특수주의의 오류를 보여준 사례라고 정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은 한국적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던 일련의 정치론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당시 논의가 정권의 통치담론이자 이데올로기이기도 했다는 그 권력적 성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적 주체성을 강조하던 당시 논의 안에 자유주의 정치철학이나 실증주의적 정치과정론은 다루지 않거나 고려하지 않았던 정치학적 문제의식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안에는 자유주의 정치론의 엘리트주의적 경향과 비교했을 때 갖는 상대적인 ‘정치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실천적 정치 주체’의 구성과 그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었다. 당시 한국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이들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교리의 ‘실천자’로서 한민족이라는 주체를 지속적으로 호명하고 있었다. 보편 정치이념으로서 민주주의는 그 “실천주체”인 “한민족”의 관점에서 창조적으로 해석되고 ‘실천’될 때 만들어지는 “주체적 창조물”이라는 것이 바로 그 대표적 논리였다.

"한국민주주의는 한민족이 주체가 되어 발전시키려는 민주주의의 창조적 한 형식이다. 여기서 인류사상 보편적 정치이념이었던 민주주의와 그것의 실천주체인 오늘의 한민족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바람직한 관계가 내재한다고 본다. 첫째, 한민족은 민주주의를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민족사의 새로운 활력을 민주주의에서 얻게 되고......"(김운태, 1973:97)

"한국 민주주의에서 제기되는 문화사적 상관관계에서는 그러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들이 반드시 상기되고 검토되어져야만 하겠다. 그 첫째는 문화는 반드시 그 주체에 의한 창조를 거칠 때 비로소 생명력이 있다는 문화의 본질과 창조력에 대한 문제요......"(최창규, 1974:32)

이는 특정 이념이 그것의 당위적 보편성이나 제도적 물리력만으로 정치적인 것이 될 수 없고, 반드시 그 이념의 직접적 실천자로서 행위 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신념론 혹은 가치론으로 주체와 접합될 때 정치력을 갖는 정치이념이 될 수 있다는 사고를 보여준 것이었다. 또한 이 호명의 도구가 되는 이념을 민족사의 과업과 같은 초월적이고 숭고한 어떤 것으로 미학화함으로써 자유주의 정치학의 세속주의적이고 중립주의적인 몰가치론이 갖는 정치적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일찍이 사상계의 지면을 통해 현대민주주의론의 결함 중 하나를 “행동의 정신적 윤리적 동력”을 결여하고 있음에서 찾았던 김재준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현대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결함은 민주주의가 종교에서 떠나 세속주의와 영합하므로 말미암아 민주주의 즉 인본주의가 되어 어떤 궁극적인 표준을 않고 상대적인 이해관계로 타락한 까닭에 행동의 정신적 윤리적 동력을 잃어 권태에 사로잡힌다는 사실이다"(김재준, 1953:36)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유주의 정치학은 주체보다는 제도를 그리고 가치판단보다는 가치중립적 사실주의 혹은 다원주의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한국적 주체성론의 정치적 실천 주체에 대한 문제의식과 거리가 있었다. 한국적 주체성을 주창한 이들의 관점에서 특정 이념은 제도적 보편론으로 그치지 않고, 실재 존재자들의 정서적 촉발을 담보한 실천론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한다. 여기서 이 실천을 촉발하는 동기는 개인의 세속적 이해라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목표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 목표는 어떤 방식으로든 ‘민족적 과업’과 같은 숭고성의 미학적 논리를 내재한 ‘공동체적 대의’의 관념과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초월적 관념에 개별자의 실천을 묶어낼 수 있는 ‘정치주체의 구성’에 대한 필요성의 문제의식이 소위 한국적 민주주의론의 논리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유정, 《박정희 정권의 한국적 주체성론과 한국 정치학계의 자기 균열― ‘자유주의 대 반자유주의’의 문제설정을 중심으로》에서 발췌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4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9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10841 자료& 박정희 전집_평설.pdf [9] 서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13 602 15
10840 생각의 어떻게 초월을 사유할 것인가? [2] 챱챱(125.184) 21.08.13 349 10
10838 일반 민주주의가 서구 사상이 아닌건 맞지 [2] 힐데군스트_폰_미텐멜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12 163 3
10837 일반 귤 예쁘게 까는 법.jpg [1] ㅇㅇ(118.235) 21.08.12 155 2
10835 생각의 민주주의는 서구 사상이 아님 [5] ㅇㅇ(14.6) 21.08.12 269 0
10834 일반 어지러운 세상앞에 너무 무기력합니다 ㅇㅇ(39.7) 21.08.12 148 4
10833 일반 노르웨이모양 귤껍질 [3] 명량공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12 176 0
10832 일반 파시즘을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면 뭐임 [4] ㅇㅇ(182.211) 21.08.12 207 0
10831 일반 여기 유입 질문 받냐 [3] ㅇㅇ(175.114) 21.08.12 129 0
10829 질답 유능한 한사람이 나라를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극우? 계열인가요? ㅇㅇ(210.57) 21.08.11 129 1
10828 일반 페루는 어떻게 됨? 명량공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11 110 0
10827 자료& 만화) NeuN 36화 [3] 공화국(116.44) 21.08.11 188 2
10826 생각의 조선의 라스트 사무라이 ㅇㅇ(118.235) 21.08.11 155 2
10825 질답 사상가-대표작 이미지랑 서적 질문 ㅇㅇ(114.199) 21.08.11 91 0
10824 자료& 미국 쪽 애들 파시즘 프로파간다 시트콤 번역해봄 [8] ㅇㅇ(112.161) 21.08.11 911 19
10823 질답 로자갤에서 왔는데여 [4] (58.225) 21.08.11 281 0
10821 생각의 파시즘 독트린 감상문. [1] 챱챱(125.184) 21.08.11 575 16
10820 일반 디시콘 구함. [2] 명량공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10 116 0
10819 질답 파딱 바꼈음? [1] ㅇㅇ(112.214) 21.08.10 96 0
10818 휴지통 유대인이 그린 짤 jpg [3] ㅇㅇ(39.7) 21.08.10 252 4
10815 일반 NeuN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2] 공화국(116.44) 21.08.10 271 9
10813 질답 이 짤 말이야 [3]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9 243 0
10802 질답 루마니아 미하이 1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함? [2] ㅇㅇ(175.223) 21.08.08 108 0
10801 자료& 만화) NeuN 35화 공화국(116.44) 21.08.08 213 1
10800 질답 근데 왜 다들 트위터를 시작한거임? [4]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8 241 0
10799 자료& 만화) NeuN 34화 [2] 공화국(116.44) 21.08.08 256 1
10798 생각의 보리수갤쪽에서 여기 관음하는새끼도 있네 [2] ㅇㅇ(175.223) 21.08.08 226 2
10795 자료& 어느 경제학자의 죽음 [1]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8 400 8
10793 질답 파시즘 혁명가에게 금욕은 필수인가? [6]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7 349 1
10792 생각의 반기술운동이 종교의 힘으로 움직인다면 ㅇㅇ(218.235) 21.08.07 111 0
10791 일반 반공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현대문명 (10점) [2]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7 139 0
10789 일반 근데 웃긴게 [5] 노동당이없다면신한국도없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7 165 0
10786 질답 이스라엘이 무기실험장으로 샌드니거를 쓴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함? [1] 노동당이없다면신한국도없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7 121 1
10785 생각의 형태학이란 무어신가? [2] 챱챱(125.184) 21.08.07 439 18
10783 생각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카진스키식 반기술주의 문제점 [7] ㅇㅇ(211.248) 21.08.07 328 5
10782 생각의 뇌피셜 뇌절 좀 더 해보는 레후 [49] 챱챱(125.184) 21.08.06 439 7
10781 질답 그 간첩4명 징역몇년살거 같음? [2] 국민군단연합(125.177) 21.08.06 161 2
10779 질답 이런 세계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여 [6] 노동당이없다면신한국도없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6 248 0
10778 컨텐츠 왜 그들은 독일을 증오하는가? [2] 라팔안다무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6 397 9
10744 생각의 아마 그레이트 리셋 이후론 사회 변동이 더 예측불가능해 질 것 챱챱(125.184) 21.08.05 206 3
10741 일반 국가사회주의는 결국 국가자본주의 아닌가요? [7] ㅇㅇ(121.177) 21.08.05 359 4
10739 일반 빌보드의 미래 노동당이없다면신한국도없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5 76 0
10738 일반 이 드라마 뭔가요? [4] ㅇㅇ(182.211) 21.08.04 153 0
10736 생각의 지금 국정원에서 빨갱이들 뒤지게 맞고있을듯 [2] ㅇㅇ(110.11) 21.08.04 255 2
10731 질답 파시즘이 독재 주장하는 사상임? ㅇㅇ(175.195) 21.08.04 103 0
10730 생각의 에른스트 윙거 센세의 노동자를 다 읽은 레후 챱챱(125.184) 21.08.04 271 10
10729 컨텐츠 . [1] BaDMout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4 227 9
10723 일반 SI SI SI SI SI SI SI SI SI SI SI SI SI ㅇㅇ(223.62) 21.08.03 127 6
10716 일반 무솔리니 시절 이탈리아의 복지 [4] 니키타안드로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8.03 668 14
10715 일반 반기술주의라는 게 [2] ㅇㅇ(175.195) 21.08.03 16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