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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번역] 춘원 이광수 - 《원효대사》서문모바일에서 작성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0 15:34:27
조회 379 추천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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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는 우리 민족이 낳은 세계적 위인 중에도 머리로 가는 한 사람이다. 그는 처음으로 '화엄경소'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소'를 지어서 인류 문화에 불교와 더불어 멸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긴 학자일뿐 아니라, 그가 몸으로 보인 무애행(無碍行)은 우리나라의 불교도에게 산 모범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위인이라 하여서 그로 내 소설의 제목을 삼은 것은 아니다. 위인으로서의 그는 소설보다도 전기나 다른 글로 더 잘 설명도 하고 찬양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효대사를 내 소설의 주인공으로 택한 까닭은 그가 내 마음을 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장처 속에서도 나를 발견하고 그의 단처 속에서도 나를 발견한다. 이것으로 보아서 그는 가장 우리 민족적 특징을 구비한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원효대사를 생각할 때에는 키가 후리후리하고 눈이 어글어글하고 옷고름을 느슨히 매고 갓을 앞으로 수굿하게 쓰고 휘청휘청,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이것은 신라의 화랑의 모습이요, 최근까지도 우리 선인들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무척 그립다. 그것은 모든 욕심과 남을 해하려는 마음을 떠난 속이 하늘과 같이 넓은 모습이다. 막힘이 없고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다. 원효대사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이러한 성격인 데다가 화엄경으로 더욱 그것을 닦아서 빛낸 것이었다. 나는 솜씨가 부족하나마 이러한 원효대사를 그려 보려 하였다.

중국 사람이 쓴 '원효전'에 나타난 것을 보면 '生而穎異. 學 不徒師. 元跡無恒. 化人不定. 住意隨機. 都無定檢'이라 하고, 심지어는 '或數處現形. 六方吾滅'이라 하여 그의 신통 자재 함을 찬탄하였다. 그는 글 잘하고, 말 잘하고, 칼 잘 쓰고, 기운 좋고 날래고, 거문고 잘 타고, 노래 잘하고, 잘 놀고 이 모양으로 화랑에도 으뜸 화랑이었다. 그가 삼십 세 안팎에 벌써 화엄학자로 당나라에 이름이 날렸다. 그가 태종무열왕의 따님 요석공주와 관계하여서 설총을 낳아 놓고는 파계승으로 자처하여 거사로 차리고 뒤웅박을 두들기면서 거랑방이가 되어 '나무아미타불'을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아니 간 데가 없기 때문에 '嘗持此. 千村萬落. 且歌且舞. 使 桑樞瓮 獲之輩. 皆識佛陀之號. 咸作南無之程. 曉之化大矣哉' 라고 씌어 있다.

물론 원효의 진면목이 이러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국민으로는 애국자요, 승려로는 높은 보살이다. 중생을 건진다는 보살의 대원은 나는 때, 죽는 때에도 잊거나 잃는 것이 아니어니, 하물며 어느 때에랴. 보살의 하는 일은 모두 자비행이다. 중생을 위한 행이다. 혹은 국왕이 되고 혹은 거지가 되고 혹은 지옥에 나고 혹은 짐승으로 태이더라도 모두 중생을 건지자는 원에서다. 그러므로 원효대사의 진면목은 그의 보살원과 보살행에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에 그릴 수 있는 것은 그의 겉에 나타내인 행이다. 만일 독자가 이 소설을 읽고 원효대사의 내심의 대원과 대자비심에 접촉한다 하면, 그것은 내 붓의 힘이 아니요, 오직 독자 자신의 마음의 힘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원효를 그릴 때에 그의 환경인 신라를 그렸다. 왜 그런고 하면 신라라는 나라가 곧 원효이기 때문이다. 크게 말하면 한 개인이 곧 인류 전체이지마는 적어도 그 나라를 떠나서는 한 개인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효는 사람이어니와 신라 나라 사람이었고, 중이어니와 신라 나라 중이었다. 신라의 역사에서 완전히 떼어내인 원효란 공상에 불과하다. 원효뿐이 아니라 이 이야기에 나오는 요석공주도 대안법사도 다 신라 사람이다. 그들은 신라의 신앙과 신라의 문화 속에서 나고 자란 것이다. 여기 민족의 공동 운명성이 있는 것이다.

나는 원효와 불가분의 것으로 당시의 신라 문화를 그려 보려 하였다. 그 고신도(古神道)와 거기서 나온 화랑과 역사에 남아 있는 기록으로, 또는 우리 말에 풍겨있는 뜻으로 당시의 사상과 풍속을 상상하려 하였다. 특별히 나는 '말은 역사다'하는 것을 믿음으로 우리 말에서 문헌에 부족한 것을 찾 아서 보충하려 하였다. 그중에는 나의 억측도, 견강 부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중에 버릴 수 없는 진리가 있음을 믿어서 장담한다. 나는 독자가 이것을 웃어 버리지 말고 연구의 대상을 삼아서 우리의 역사의 성격을 천명하기를 바란다.

원효가 난 것이 진평왕 삼십 구년이어서 지금으로부터 약 일천 삼백 년 전이어니와 이때는 신라가 전성시대로 향하는 시대여서 큰 인물이 많이 쏟아졌다. 정치가로는 김춘수, 김유신 같은 이가 나고 큰 중으로는 자장, 원광, 안홍 등 저 수당(隋唐)에까지 이름이 높아서 그곳 제왕의 숭앙을 받던 사람들도 이 무렵에 있었고 원효, 의상 등 거인과 귀산, 비 목, 관창, 거진, 원술 같은 화랑에도 꽃이 되는 사람들도 다 이 무렵에 났다. 한 나라가 잘 되려면 먼저 좋은 사람들이 나거니와, 좋은 사람이 나게 하는 인연이 되는 것이 정신운 동이다. 신라로 말하면, 이차돈의 피가 인연이 된 법흥왕의 불교숭상과 진흥왕의 화랑 장려가 인물이 쏟아져 나오는 정 신적 원천을 지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제 몸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알아서 제가 먹고 입을 것을 버는 것으로 생활의 목표를 삼는 동안 문화가 생길 리가 없고 큰 인물이 날 수가 없는 것이다. 제 목숨보다도 높고 소중한 것을 보고 따라서 제 목숨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생각을 버릴 때에 비로소 애국자도 종교가도 학자도 나는 것이다. 불교는 우리의 몸과 몸에 속한 모든 쾌락과 영광이 다 허수아비요, 꿈인 것을 가르치고, 오직 중생을 사랑하고 어여삐 여겨 그들을 돕고 편안하게 하고 건지는 것만이 가치 있는 생활이라고 본다.

충효를 기초 원리로 삼는 우리 민족 고유의 풍류교(風流敎)가 이 불교 정신을 받아서 내용이 충실하여지고 광활하여진 것이 화랑도의 정신이요, 인생 철학이었다. 이러한 정신에서 신라 전성시책을 일으킨 인물들이 배출하였으니, 원효대사도 그러한 사람 중에 하나였다. 내가 이 소설에서 애써 고신도와, 국선, 화랑의 생활을 그린 것이 이 때문이다.

나는 원효를 그림으로 불교에 있어서는 한 중생이 불도를 받아서 대승 보살행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보이는 동시에 신라 사람을 보이고, 동시에 우리 민족의 근본 정신과 그들의 생활 이상과 태도를 보이려 하였다. 이러한 것은 다 내게는 감당치 못할 과중한 과제다. 그런 줄 알면서도 한번 하여본 것은 내 눈에 어렴풋이 띈 우리 민족의 모습이 아니 그려 보고서는 못 배기도록 그리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민족을 무척 그립게 아름답게 본다. 그의 아무렇게나 차린 허술한 속에는 왕의 자리에 오를 고귀한 것이 품어있다고 본다. 그의 재주나 마음씨나 또 그의 말이나 다 심상치 아니한 것이어서 장차 엄청나게 큰 소리를 치고 큰 빛을 발할 약속을 가진 것으로 믿는다. 그는 과거 수천 년 에 고통도 수모도 당하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저를 잃음이 없이 민족의 단일성을 지켜 내려왔다. 그러할뿐더러 그는 그의 고난과 역사 중에서 중국, 인도, 유럽, 아메리카 등 거의 모든 문화를 흡수하여서 제 것을 만들었다. 그는 한 수행자였다. 그는 아직 설산 고행 중에 있는 석가세존이요, 광야의 금식기도 중에 있는 그리스도다. 그러므로 그의 외양은 초라하고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장차 환하게 빛을 발하여 세계를 비추고 큰소리를 울려서 중생을 가르칠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비록 간데마다 수모를 당하더라도 오늘날에는 가장 높은 영광이 그를 위하여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거랑방이 행세로 뒤웅박을 두들기고 돌아다니는 원효대사는 우리 민족의 한 심벌이다. 그가 일찍, '서까래 백개를 고를 적에는 내가 빠졌으나 용마름보 한 개를 구할 때에는 오직 내가 뽑혔노라'한 말이 또한 우리 민족의 사명을 가리킨 것이라고 본다.
- 춘원,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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