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명제를 세개 던지자면
1. 기축통화는 누가 지정하는걸까? 그냥 외환보유고에 제일 많이 들어가는 통화나, 거래량이 제일 많은 화폐가 기축통화인가?
2. 도대체 뭘 보고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화폐를 다른 국가들이 비축하는건가? 미국이야 당연히 그렇다 쳐도, 일본은 무슨 믿음이 가서?
3. 심화 질문으로 과거 도표 보면 옛날 서독 마르크도 기축통화 취급 받았는데 당시 냉전의 최전선이였던 서독의 통화가 왜 기축통화 취급 받았던걸까? 프랑스나 영국 이런애들 냅두고?
이 세가지 명제를 풀면서 정리하자면
기축통화국이라는건 국제 결제시장에서 누구 돈을 받을것인가의 문제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돈 = 어음, 국가 = 회사 같은 말이라는거지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를 보유한 국가들은 자국화폐 사용을 강요할수있었거든 그래서 식민지를 계속 늘려왔던
거다. 어느정도 국가의 경제규모나 지불능력을 감안해서 이걸 따르던가 화폐 암시장을 통해 이중 가격으로 몰래 뒷구멍으로 다른 화폐를 결제할것인가는 그 돈을 받고 거래하는 당사자들의 판단에 맡겼지
양차대전 이전까지 국가의 지불능력과 신용도는 해당국의 금보유량과 국내의 재화 생산 규모, 장래의 경제력과 안정된 정치체제등을 보고 판단 했는데 지금처럼 OECD니 무디스 같은 국제신용평가사가 없었으니까 가령 대영제국으로 불렸던 영국처럼 해상 무역 헤게모니를 장악한 국가의 화폐가 높은 평가를 받아서 기본적으로 금보유량에 연동되었던게 이런 이유였지
하지만 2차세계대전 중에 체결된 브레턴 우즈 체제 이후 금의 지위는 미국의 달러가 가져가게 되는데 왜 그렇게 되었냐면
원래 브레튼우즈 체제 이전에는 각국의 환율은 변동환율제로 거의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거든 그래서, 자기네 나라가 수출이 좀 안되면 서로 관세 매기고 환율을 낮춰서 무역, 환율전쟁을 벌였고 이런 무역장벽이랑 금본위제가 결국 세계 대공황을 심각하게 만든 원인이 된거지
이야기 진행에 앞서서 금본위제가 폐지 된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남은 금을 다 합쳐도 늘어나는 무역거래금액을 충당하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였음
특히 뱅크런 같은거 터지면 금본위제 상태에서는 가령 모든 금 보유자가 일시에 은행으로부터 금 상환을 요구할 경우가 발생했을 때 은행에서 금 보유고가 발행한 보관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환 요구에 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반대로 달러본위제 같은 경우는 미국이 영국의 지위를 넘겨받은 이후 해상무역로의 안전을 보증하면서 달러의 신용도가 다른 화폐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게 되었고 달러가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된거지
어차피 미국이 망할 정도면 세계 경제가 망할정도가 되는거고 미국 이외 다른 국가화폐로 대체할 가능성을 상정하는게 무의미할만큼 막장이라는 계산을 한거야
대공황 말미쯤에 터진 2차 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독일의 파시즘을 몰락시키고 얻은 패권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보유한 금과 달러를 연동시키면서, 전세계 주요국가들의 환율을 정해버린거다. 그게 브레튼우즈 체제의 출범이다.
한마디로 미국 달러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은 건데 당연한게 2차 대전으로 이룩한 전세계 최강국이라는 지위 속에 안정자산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당연히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해외에 달러를 공급해주어야 했기 때문에,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달러는 비싸지고,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다.
이제 미국인들은 기존에는 비싸게 느껴졌던 유럽산 수입품들도 강한 달러 가치 를 이용해 비교적 싸게 즐길 수 있게 된것인데 좋은것만 있는건 아니였던거지 경제학은 등가교환이 따른다고 어떤 댓가를 얻으려면 그에 비슷한 댓가를 지불해야했지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제조업 수출로 성장하던 미국 경제는 공업력이 강한 서독과 일본의 제조업에 밀리게 된다. 흔히 말하는 러스트벨트의 몰락이 이렇게 시작된거고 이후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차츰 금융업 위주의 국가로 재편된거지 그러니 단순히 신자유주의 때문 많은 아님
이제 일본 엔화의 지위를 설명하자면
IMF 설립이후에는 IMF 인출권 개념이 등장하고 달러 표시 금액으로 출자한 각국의 투자액수에 따라 긴급위기시에는 IMF 로부터 달러표시 금액을 지원받을수잇는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는데 이걸 기술적으로 종이금 이라고하기도 한다.
즉 이 인출권이 높을수록 해당국가 화폐의 대외신용도를 높이 쳐주고 준기축총화로서 결제시장에 사용된거지 그게 달러를 제외한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들이다.
일본 엔화의 경우 경제활동에 필요한 통화량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화폐가 아닌 금은 그만큼 그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니 주기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각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게 되었거든 그러다가 결국은 한계가 되니 미국이 금으로 더이상 못바꿔준다는 닉슨쇼크 선언으로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는데
이 때 당시 냉전이기도 했었고 소련에 대항하는 초강대국으로 세계 최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엔화가 준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은 소련이랑 경쟁하면서 군비경쟁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러한 통화량 증가를 줄이려고 고금리 정책을 사용했거든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환율이고 공업제조국인 일본이랑 서독이 수출을 엄청나게 하면서 그 둘은 경제력이 세계 2위 수준까지 올라오게 된거다. 이때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엔화랑 서독 마르크화가 준기축통화 지위를 가지게 된거지
이제 결론을 정리하자면 달러 외 다른 나라들의 몇몇 화폐가 준기축통화라고 불리는 이유는 준기축통화에 해당하는 화폐들은 달러와 무제한적으로 교환이 가능한 가치를 갖기에 기축통화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거지 유로화, 스위스프랑, 엔, 영국 파운드가 여기에 포함되어있고 아직까지 화폐의 가치에 신뢰가 있기에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거다.
반면 한국 원화는 안에서는 쓰이지만 밖에서는 달러와 무제한으로 교환이 불가능 하고 국제 경제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중이 안습이기 때문에 준기축통화국에도 분류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요약
길면 마지막 두문단만 읽어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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