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여자들>에 이어 고전 할리우드 영화 소개 두 번째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다.
사실 요즘에 언론인, 기자 하면 이미지가 너무나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쓰레기 같은 기사가 나올 때면 사람들은 "옛날 기자들은 목숨 걸고 독재정권 비리 밝히고 그랬는데 너넨 편하게 앉아서 연예인 인스타나 긁어오고 이게 뭐냐?"라고 묻는다.
공교롭게도 이런 인식은 1940년 미국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는 언론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는 영화이다.
<내용>
같은 언론사에서 일하는 힐디(로잘린드 러셀)와 월터(캐리 그랜트)는 원래 부부였으나, 기자로서 일에만 몰두하는 월터를 싫어하게 된 힐디는 그와 이혼한다.
힐디는 어느새 새로운 약혼자가 생겨 월터를 방문한다. 월터는 아무것도 모르고 힐디에게 재결합하자고 말하지만 힐디는 거부한다. 월터는 질투심이라도 난 건지 힐디를 붙잡아두기 위해 핑계를 대고 그녀의 새로운 약혼남 볼드윈(랄프 벨라미)을 만난다.
볼드윈, 힐디, 월터 세 사람이 식사를 하는 자리. 월터는 어떻게든 힐디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게 만들 요량으로 꾀를 쓴다. 볼드윈이 보험설계사라는 걸 알게 된 월터는 거액의 보험에 가입해주는 조건으로 힐디에게 어떤 사건의 취재를 맡긴다.
그 사건의 정체는 정신이상자였던 얼 윌리엄스가 경찰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사건이었다. 얼은 가만히 놔두면 바로 사형당할 운명이었다.
힐디는 얼을 인터뷰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가지만, 다른 기자들은 얼이 사형당하는 순간 기사를 쓰기 위해 연방 교도소에 모여있을 뿐이다. 그들에겐 어떤 정의감도 없다.
힐디는 얼을 인터뷰하면서 그가 정말로 정신 이상자라 처형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정치적 이익을 얻고 싶은 도시의 시장은 사형을 빨리 집행할 생각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얼에 대한 정신 감정이 이뤄지는 때, 얼이 무장 탈옥하고 교도소엔 비상이 걸린다. 앉아서 느긋하게 포커를 치고 있던 기자들은 다급히 특종을 쓰러 나간다.
힐디는 방에 홀로 남아 언론사에 소식을 전하는 중, 얼이 권총을 들이밀며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 않고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들에게 지친 얼은 반쯤 풀린 눈으로 힐디를 위협한다.
힐디는 순간 얼에게 동정심이 들었는지 그를 도와주기로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동시에 시장과 경찰, 얼을 잡고 싶은 기자들은 더욱 극성맞게 압박해오는데....
<리뷰>
이 영화는 아직까지 고전적인 스크류볼 코미디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빠른 템포로 쏟아내는 대사들, 한치의 오류 없이 합이 맞게 연결되는 각본 등 지금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이다.
1940년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있었다. 지구의 서반구는 나치가, 동반구는 일본이 점차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런 때에 "정치적 이득만으로 사람 생명을 계산하는 표독한 정치인, 그에게 대항하는 참된 언론인" 구도가 나온 게 우연일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세계는 실시간으로 언론이 탄압되는 것도 모자라 사람 생명이 우습게 죽어나가던 광기의 시대였다. 오직 미국만이 고고히 사태를 관망하며 자유를 누릴 뿐이었다.
1940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비판하는 기자와 지금 현실 속 기자들은 모두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에 언론에 故 이선균 배우와 관련된 수사 정보를 넘긴 혐의로 경찰 간부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이선균이 실제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무고한 사람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가 재판받기 전에 사망했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은 극성맞게 한 배우의 사생활과 수사 자료를 파내어 대중에게 공개했다. 그것도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그렇게 돌아온 건 영화계의 별 하나가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영화 속 연방 교도소에서 사람이 사형당하기만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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