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새로 돌아온 할리우드 정성글러다.
요번에 AV 배우 페스티벌 때문에 이런저런 논란이 발생한 거로 아는데, 아무래도 사회가 급격한 발전을 겪으면서도 그만큼 사회적 윤리관이 뒤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윤리관이라 하니 불현듯 한 영화가 떠올랐다. 1939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뭇 남성들을 홀려버린 비비안 리가 선택한 차기작으로, 한 군인과 발레리나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명작 <애수>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사례는 좀 극단적인 사례라 볼 수 있겠지만, 한 번 이 영화를 보면서 윤리적인 부분에 대해 건전하게 토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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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애수>
• 원제: "Waterloo Bridge"
• 감독: 머빈 르로이
• 출연: 비비안 리, 로버트 테일러
• 개봉: 1940년 5월 17일
<줄거리>
2차 대전이 개시되고, 암울한 런던 거리. 고위 장교 로이 크로닌(로버트 테일러)은 차량을 타고 부대로 복귀 중이다. 그는 워털루 다리에 다다랐을 무렵 차량을 운전하는 부관에게 혼자 걷고 싶다 말하고, 작은 장식을 꺼내며 옛 사랑을 떠올린다.
1차 대전 시기, 로이 크로닌은 풋풋한 대위였다. 그때도 그는 전선 복귀를 앞두고 생기발랄한 얼굴로 워털루 다리 위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때 공습경보가 울리고 거리의 사람들은 허겁지겁 방공호로 대피한다. 그때 근처를 지나가던 발레리나들을 만난 로이 크로닌은 한 발레리나 마이러(비비안 리)를 돕게 된다. 같이 방공호로 피신한 두 사람은 묘한 끌림을 느낀다.
공습이 끝난 뒤 마이러는 도와줘서 고맙다며 자신의 행운의 상징인 작은 장식을 로이 크로닌에게 준다. 그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발레리나들이 공연하는 공연장에 온다.
마이러는 로이 크로닌이 방문하자 깜짝 놀란다. 멀리 떨어져있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 두 사람. 로이 크로닌은 연애 편지를 마이러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마이러가 속한 발레단장(마리아 오우스펜스카야)은 마이러의 연애 편지를 빼앗고 그녀가 외출하지 못하게 한다. 마이러는 망연자실하지만, 그녀의 친구 키티가 두 사람을 연결해줘 몰래 만나게 된다.
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즐겁게 얘기도 나누고, 올드 랭 사인에 맞춰 춤을 추다가 입맞춤을 하기도 하며 사랑을 속삭인다. 하지만 로이 크로닌은 전선으로 가야 하는 몸. 두 사람의 불 같은 사랑은 금방 꺼지는 듯 싶었지만...
놀랍게도 로이 크로닌의 전선 복귀가 이틀 미뤄진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이러에게 청혼을 한다. 마이러는 깜짝 놀라지만 이미 결정한 걸 놓치지 않는 로이 크로닌은 부대 지휘관과 친척에게 연락하고 일사천리로 결혼 허가를 받아 온다.
이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일만 남았지만, 그 시대의 법률상 야간에는 결혼할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헤어질 운명에 처한다.
로이 크로닌은 마이러에게 전선으로 가는 날 기차역에서 만나고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공연 일정도 잡혀있던데다 상황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마이러가 로이 크로닌과 만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공연을 펑크낸 바람에 발레단장에게 찍힌 마이러. 그녀를 옹호하던 키티와 함께 잘리고 무직 백수가 된다.
두 사람은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계속 굶게 된 마이러는 심신이 지쳐가고, 로이 크로닌의 어머니와 만나기 위해 간 레스토랑에서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슬픔에 잠긴 마이러는 자포자기하며 로이 크로닌의 어머니(즉 시어머니)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친구 키티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매춘을 하기 시작한 상황. 마이러는 모든 걸 잃고 키티와 같이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렇게 기차역에서 또 귀환 장병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려던 마이러. 그녀의 눈에 뜻밖의 인물이 보인다. 죽은 줄 알았던 로이 크로닌이 살아 있었던 것.
마이러는 기쁨과 절망,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맞이한다. 옛 정혼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로이 크로닌은 그녀를 데리고 고귀한 부인처럼 꾸며주고 맛있는 식사도 대접한다.
마이러는 로이 크로닌을 보자마자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하더라도 순결을 잃은 몸. 친구 키티에게 조언을 구하고 로이 크로닌에게 솔직히 말해볼까 고민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한다.
로이 크로닌은 아무것도 모르고 마이러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분주하다. 귀족 가문 태생인 그는 저택에 마이러를 초대한다.
마이러는 아무도 자신의 과거를 알지 못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가족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그녀의 양심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아무리 귀한 대접을 받아도 그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던 것이었다.
결국 마이러는 시어머니에게만 작별을 고하고 로이 크로닌 몰래 도망친다. 정처없이 워털루 다리로 오게 된 그녀는 북받치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달려오는 트럭에 몸을 던진다.
로이 크로닌은 뒤늦게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녀의 죽음을 전해듣게 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는 백발의 중년 장교가 되어 그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뷰>
이 영화는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서정성으로 아직까지 영화 팬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특히나 비비안 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이 영화 속 역할을 가장 좋아했다는데, 그녀가 죽을 때까지 정신병을 앓았고 그 영향으로 많은 남자와 불륜을 하고 다녔다는 걸 보면 참으로 씁쓸한 뒷이야기다.
영화가 개봉하던 1940년은 서양권에서조차 여성에게 정숙함, 순결을 강조한 때였다. 영화 속 마이러는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하나, 정혼자를 저버리고 순결을 포기한 자신의 행위를 ‘죽음’으로서 대속한다. 비록 그런 행동이 로이 크로닌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음에도, 그녀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아무리 먹고 살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지만, 그러한 행동이 자신을 파멸시킬 정도로 큰 죄였나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한다.
사실 나도 마이러의 행동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매우 강하다고 여긴다. 물론 마이러 같은 여자가 실제로 내게 그것을 고백했다면 몹시 당황스럽고 슬프겠지만, 적어도 둘이 대화를 할 시간은 가져보지 않을까.(사실 비비안 리 정도의 외모라면 그냥 용서할 거 같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급격한 물질적 발달의 이면 속에 윤리적 딜레마의 강화를 겪고 있다. 노인 세대가 생각하는 윤리와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윤리는 분명 다를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미 머나먼 과거의 한 페이지 정도에 남아버렸지만, 개인과 관련된 윤리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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