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성인 페스티벌' 개최 논란과 관련 "여성 권리, 남성 권리를 논하면서 아무 곳에서나 공연하는 건 절대 반대"라면서 "시민들 목소리가 뭔지 따져보는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공연장에서 열릴 경우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이고 동의할 수 없다"며 "지자체장, 리더가 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준 시장은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시민의 찬성·반대 의견 대립이 극렬하다면, 공론장을 만들어 시민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성인영화(AV)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은 당초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한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원시, 여성단체 등은 행사 예정지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는 점 등을 들어 행사 개최를 강력하게 저지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성인 페스티벌 금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에게 민감한 주제를 어디까지 건드려도 되는지 실험을 해본 셈"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이재준 시장은 "정말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직업 정치인이다. 이슈몰이만 하고 '나 몰라라'하는 무책임한 정치"라고 맹비판했다.
- '성인 페스티벌' 개최가 무산되자, 주최 측은 6월에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시에서 처음 열리기로 했을 때 강하게 반대했는데,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처음 성인 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고 했던 민간 단체 공연장은 초등학교와 20m 거리에 있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50m 안에서는 유해업소 운영이 불가하다. 문제는 현행법에 일회성 공연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일단 지자체장으로서 강력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사를 개최하면 행정대집행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내보면서 대처했고, 결국 행사가 취소됐다.
이후 (행사 개최지가) 파주시로 넘어갔다가 또 서울시로 넘어갔다가 하면서 취소된 줄 알았는데 6월에 다시 공연한다고 하더라. 정치권이 나서면서 그렇게 됐다. 저는 교육 환경 보호를 위해 개최를 반대했는데, 이게 젠더 문제로 넘어간 것이다. 정치권에서 왜 여성은 되고 남성은 안 되냐는 단순 논리로 받아들였다. 이 문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 공론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도박, 카지노 관련 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카지노를 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지만, 아무 곳에서나 하는 것은 막고 있지 않나. 그게 시사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가 일반 불특정 다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니, 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특정한 곳에서 행사하라고 국가가 명령한 것이다. 이 문제도 그런 내용으로 법안을 만들면 된다.
여성 권리, 남성 권리를 논하면서 아무 곳에서나 공연하는 건 절대 반대다. 대신 그걸 잘 공론화해서 특별히 허가된 곳에서 공연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대도시인 런던, 동경, 뉴욕, 암스테르담 등은 성인을 위한 특별히 허가된 공간이 있다. 그런 곳을 제외하고, 특히 학교 앞 등에서 무분별하게 공연하는 건 공론화를 통해서 정리해야 한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 공연장에서 열릴 경우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무책임한 발언이고 동의할 수 없다. '법에 없으니까 알아서 해라?' 시민들 목소리가 뭔지 따져보는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그냥 무책임하게 '나는 관여 안 하겠다' 그러면 지자체장, 리더가 될 의지가 없는 거다. 민간의 공간도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서 정의해야 한다. 여성 대상, 남성 대상 공연을 떠나 시민의 찬성·반대 의견 대립이 극렬하다면, 공론장을 만들어 시민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다."
-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방자치단체의 성인 페스티벌 금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AV(일본 성인물) 행사 개최가 남성 권리 존중이냐"고 비판했는데.
"(개혁신당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 특히 젊은 남성을 대변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의제를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천하람 당선자도 전체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직업 정치인이다. 정치적으로, 젠더 문제로 갈라치기 하고 논란과 이슈를 키우면서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젠더 갈등으로 비화시켜 진정성 있는 토론과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천 당선자가 지난 28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약간 발을 뺐더라. '정치인에게 민감한 주제를 어디까지 건드려도 되는지 실험을 해본 셈'이라고. 일단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다는 표현 자체가 직업 정치인으로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정말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직업 정치인이다. 지역 사회를 양분되게 갈라놓고 실험해 본 셈이라고 하다니, 이슈몰이만 하고 '나 몰라라'하는 무책임한 정치다."
- 최근 22대 총선 수원시 국회의원 당선자 5명에게 '청소년보호법 개정 건의서'를 전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나?
"성인 페스티벌 개최를 저지하면서 기존 법령의 빈틈을 느꼈다. 건의서에는 법률상 '청소년 유해환경'과 '청소년 유해업소'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소년 유해환경에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는 일체의 물건·행위·장소·공간'을 포함할 것, 청소년 유해업소 여부를 판단할 때 전시·공연 등 일회성 행사도 '업소'로 볼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또한, 시의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다음 달 시행을 목표로 조례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학교 주변에서 유사한 행사를 시도하는 경우 시 차원에서 사전 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올곧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은 대체 불가의 가치이다. 어떠한 타협도 논란도 불필요하다. 수원시와 당선인들이 힘을 모아 제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 개정을 이뤄내겠다."
(중략)
- 수원시 5급 이상 여성 공직자 비율이 시장 취임 당시 20%에서 지금 34%로 늘었다. 비서실장, 공보관, 홍보기획관, 정책기획과장 등 주요 직책도 여성 공무원을 발탁했다. 이른바 '유리 천장'을 깬 것인데, 적극적으로 공직문화를 바꾸게 된 이유는?
"과장급 이상은 여전히 남성 비율이 더 많은데, 팀장급 이하는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남성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유지하면 여성은 늘 소외될 수밖에 없다. 우수한 여성 인력의 등용을 확대하는 것은 시정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고, 양성평등 조직 문화의 실현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일 잘하는 여성 공무원이 많을 텐데, 고위직 남성 공무원 눈에는 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고위직 혹은 주요 부서장에 여성 공무원을 임명했다. 여성의 눈으로 수원시를 끌고 갈 우수한 여성 인력을 발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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