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윤 의원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윤 의원은 개회사에서 “총선에서 대참패 했는데도 공동묘지의 평화 같은 분위기”라며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하면서 공산당 본부를 폭파하라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도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창조적인 파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4·10총선에서 참패한 직후부터 이날까지 네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그때마다 윤 의원은 “위기인 줄 모르는 게 당의 위기”(4월 18일)라거나 “이익집단이 된 당의 DNA를 바꿔야 한다”(4월 28일)며 당의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도 “‘총선 약체 정부’가 냉정한 자기인식을 못 했다”(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라거나 “종북좌파척결 구호를 내걸면서 중도가 떨어져 나갔다”(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고 꼬집었다. 특히 윤 교수는 “초거대 야당의 폭주로 윤석열 정부의 잔여 임기는 유사 내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의원이 참패의 수습대책을 논의하면서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윤이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며 “‘수도권 혁신대표론’을 통해 자신을 어필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같은 시각 나경원 당선인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나 당선인이 지난해 만든 사단법인 ‘인구기후내일’이 주최한 행사다. 이 행사엔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유상범·배준영·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나 당선인은 인사말에서 “저출산과 연금개혁에 대해서 다루겠다고 말하니 다른 분들은 여기엔 별 관심이 없고, 몇 분이나 오시는지에 집중하더라”며 “그럼에도 저출산·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선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초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3·8전당대회 직전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자진사퇴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김기현 전 대표를 밀려는 용산과 친윤의 압박으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나 당선인이 사퇴하면서 동정론이 생기지 않았나”며 “저출산 어젠다를 띄우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 기억을 떠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론이 불거진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이 등판하기 전에 최대한 세를 규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 한 한 전 위원장이 아직 공개 행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측면도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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