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 쓸 데 없는 소리
그와 문답을 나누다보면 국민의힘에 대한 애증(愛憎)이 느껴진다. 수차례 “우리 당”이라고 표현하다가도 이내 “바뀌는 게 없다”며 답답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 의원들에게 마르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쓴 ‘공공선(公共善) 자본주의’ 보고서를 나눠줬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좌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하던데요.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래요.”
-‘루비오 보고서’가 급진적 내용은 아닌데요.
“전혀 급진적인 내용이 아니지.”
-‘김종인, 대화’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다룬 책 ‘피크재팬’도 추천했던데, 이 책 역시 당내 의원들에게 나눠주지 않았습니까. 반응이 있던가요.
“모르겠어요. 읽어나 봤는지. 조금이라도 사고를 변화시키려고 (책과 보고서를) 나눠주는 건데, 줘도 안 읽고 처박아 버리면 (변화했는지 안했는지) 모르는 거지.”
그는 ‘김종인, 대화’에서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을 인용한다.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가 그저 시장경제에만 몰두했다면 (사회주의에)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리주의를 명확히 드러낸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보수정당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측과는 불화를 겪을 소지가 크다.
-‘김종인, 대화’에서 순수한 모형의 자본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순수한 모형의 자본주의는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아요.”
-그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있지도 않은 순수한 자본주의의 모형에 다다르려는 건가요.
“자본주의의 본뜻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에요. 자본주의는 스스로 상황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체제를) 수정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예요.”
-국민의힘에는 시장경제만 주구장창 외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시장의 원리는 경쟁 아니요? 경쟁의 원리에 따르면 가장 능력 있는 사람만 생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국가에는 능력 있는 사람 뿐 아니라 노약자도 있고 병든 사람도 있고 장애인도 있잖아요. 무조건 맹목적인 경쟁만 갖고는 사회가 폭발해버릴 수밖에 없어요.”
-비대위원장 취임 후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었는데, 지금은 잊힌 것 같은데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아서 매년 국민의 생활이 향상됐어요. 생계가 나아지니 항상 여당이 집권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니에요? IMF 사태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했어요.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양극의 간극이 더 벌어졌어요. 양극화를 그대로 용납하면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갈 수가 없어요.”
-민생경제가 어려우면 야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데, 많은 국민은 ‘국민의힘이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총선에서 야당이 수도권에서 이렇게까지 참패를 한 적이 없어요. 국민의힘은 근본적으로 위기에 봉착해있다고. 시대변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과거에 국민의힘은 기득권층과 돈 많은 사람만 옹호하는 얘기만 한 것 아니에요? 거기서 탈피하고 약자를 새로운 (지지) 기반으로 두자는 취지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한 거예요.”
그는 ‘김종인, 대화’에서 “보수니 진보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을 즐기는 정치인이 있다면 아무런 실속이 없는 사람이라고 봐도 틀림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는 이른바 ‘개혁보수’를 주창하는 그룹이 중요한 세력으로 있지 않습니까.
“무슨 개혁보수가 어디 있고 안보보수가 어디 있고…. 다 쓸 데 없는 소리라고. (탁자를 치며) 실질적인 행동을 무엇을 할 것인지를 두고 얘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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