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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나이트 에니그마틱 나이트 #1

ㄱㅂㅈ(125.178) 2021.01.30 01:26:24
조회 1718 추천 19 댓글 15
														

교토 리퍼블릭. 어퍼 가이온 시티. 아라크니드가 장난처럼 잡아당긴 화투 타롯의 도안은, 거꾸로 된 드래곤. 1


우울한 흐린 날씨에 지배된 황혼적 시간. 「오십보백보」...... 「선」...... 어두운 교토 산맥에 큰 한자 코토와자가 떠올라, 녹색과 분홍색의 두꺼운 빔이 상공의 먹구름을 꿰뚫는다. 전자기판처럼 규칙적으로 조성된 가이온 골목에 네온과 라이트의 혈액이 순환한다. 2


중요 문화재 교토성 위에 화려한 파이어워크가 피었다. 관광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세월의 무게를 느끼며 마음을 빼앗긴다. "아름다워" 라고 리키샤에 앉은 여행자가 중얼거리며, 오이란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른다.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완수한 교토 리퍼블릭은 재원 대부분을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3


...네온 장식을 두른 시체같은 도시다. 라고, 교실 창문에서 너무나도 낯선 풍경을 향해 흘낏 쳐다보며 나부나가 레이지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는 시체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먹어치우고 있다, 라고. 그리고 또 하나의 어두운 망상에 채워진 고딕 하이쿠를 노트에 쓴다. 4


여기는 어퍼 가이온에 위치한 진학교, 시노노메 하이스쿨. 수학, 디베이트, 수묵화, 제왕학, 역사... 관광청과 기업의 임원이 될 촉망받는 그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고품질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길었던 하루도 드디어 끝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5


"에에, 즉 이렇게 되어서, 당대 최강의 워로드였던 다케다 신겐이 세키바하라에서 싸우게 되었으며..." 염불인듯한 역사교사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린다. 학생들은 모두 등을 꼿꼿이 세우고 교사 방향을 보고 있지만, 그들의 눈가는 사이버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으며,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모른다. 6


그러나 가장 안쪽의 어두운 자리에 앉아있는 나부나가 레이지만은 무엇을 하고있는지 일목요연하다. 수업은 듣지 않고 투덜투덜 중얼거리면서 책상의 노트에 명조체로 하이쿠를 써내려가고 있다. 전근대의 밤의 어둠에서 태어난것 같은, 어둡고 공격적인 하이쿠를. 7


"에- 또 다케다 신겐이 죽은 것입니다만, 그 아래에서 싸운 하타모토 4명의 이름을 꼽아봅시다. 포인트 배점 배점해서 32점!! 에- 순번적으로 이것은 나부나가=상... 나부나가=상?" 교사가 묻는데도 레이지는 반응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모두 말없이 정면을 보고 있다. 다음 학생이 대답하여 8점 획득했다. 8


그 사이에도 클래스의 80%가 참여하는 IRC방은 레이지에 대한 냉소가 익명으로 이어지고있다. /// 저녀석, 1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이었는데... /// 진학은 커녕 졸업도 위험 /// 인과응보 /// 배점 기회도 놓치는건... /// 관련되지 마라. 채널에 들어오면 kick이다. 9


하찮은 세계라고, 레이지는 마음 속으로 토해버리고 먹을 갈았다. 아직 세컨드 센텐스가 떠오르지 않는다. 붓이 노트 위를 방황하며, 문자가 아닌 뭔가... 의미없는 랜덤한, 거미줄 같은 패턴을 그려간다. 그리고, 사슬로 연결된 한 개의 눈, 한 개의 눈, 한 개의 눈... 10


"제안이지만, 트러플 돼지라는 말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해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학생이 발언했다. 어느새 수업은 끝나고 클래스 회의가 시작되고있다. 레이지는 물론 듣지 않는다. "소메요=상, 누군가 실제로 그런 심한 욕을 했습니까?" 라고 묻는 학급 교사. 11


"아니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분명 상처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지해야 합니다." 소메요는 거침없이 말했다. 소메요의 집안은 학년 내에서도 특히 경제력이 높고, 게다가 그녀는 마이코 치어리더부다. "소메요상굉장해!" "정의적!" "카와이이!" "찬성!" 모두가 당연한 듯 찬성. 12


이 무슨 정치적 아트모스피어인가! 하지만 이것도 어퍼 가이온에서는 차반 인시던트다. 클래스 회의는 미래를 위한 연습이다. 조직 안에서 어떻게 시작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여기서 주입받는 것이다. 레이지도 1년 전까지 참여했었다. 아버지가 과로사한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13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걸까. 하고 레이지는 생각했다. 노트 가득 펼쳐진 그물, 무수히 떠있는 감시의 눈... 그 안에 그림자인듯한 작은 인간형체를 하나 그렸을 때, 레이지는 자신의 무의식의 영감과 예리한 감성에 공포를 느꼈다. 이것은 살벌도시 가이온의 메타포라고, 그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14


"그렇다면 이 사슬에 묶인 무수한 눈들은, 연옥에서 달궈져야만 하는 어리석은...!" 고양된 레이지는, 입가의 미소를 손바닥으로 숨기며 무심코 일어선다. 클래스 회의의 중간인것도 잊어버렸다. 학생들이 무표정하게 그를 보았다. 도중에 큰 소리를 낸 것이다. 레이지는 헛기침을 하며 앉았다. (((...너희들이다))) 15


레이지는 말없이 먹을 간다. 학생들 역시 말없이 정면으로 돌아서서 클래스 회의가 재개됐다. IRC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그것 또한 레이지는 괘씸하게 느껴졌다. 허리에 매단 카타나로 그 바보들 전원을 카이샤쿠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에게 그런 힘은 없다. 16


허리의 카타나는 레이지의 망상의 산물이 아니다. 무사도를 강조하는 어퍼 가이온 시노노메 하이스쿨의 학생들은 모두 남녀 교복 위로 칼을 차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미테이션 카타나지만 그들은 그 모습으로 어퍼 가이온의 미관을 향상시키고, 관광객을 즐겁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17


선인듯한 종소리가 학교에 울려퍼진다. 해방의 시간이다. 하교가 시작된다. 레이지는 혐세감 넘치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집에서 스시 파티입니다." "클럽 활동에 갑니다." ...동급생들의 가식적인 웃음을 배경으로 레이지는 교내 하이쿠 공모전의 결과가 붙어있는 복도로 향했다. 18


(((우수상은...))) 야심찬 레이지의 눈은 물론 상단에 붙은 작품으로 향한다. 「교토 성 위로/학이 날아간다」 ...붓다 쉿! 구토가 날 정도로 진부하고 저능한 작품이 그 자리에 군림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미식축구부 녀석일 것이다. 뇌물이나 뭔가를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 레이지는 분개했다. 19


(((뭔가 잘못됐어. 내 작품은 어디에!))) 나부나가 레이지는 모든 작품들을 눈으로 훑어본다. 선외의 가장 구석... 어두운 그림자가 떨어지는 위치에 그의 작품이 눈길을 피하듯 부착되어 있었다. 「오층탑의/바이오 버드나무 아래에/여성 유레이고스」 ...포엣! 오묘한 아름다움마저 감도는 침울하고 환상적인 하이쿠여! 20


"왜 제 작품이 선외입니까?" 레이지는 근처에 있던 하이쿠 담당 교사에게 다가간다. 레이지의 작품은 물론 거칠지만, 적어도 그 우수 작품보다는 뛰어난 것이다. 대답이 곤란해진 담당 교사. "이봐 이봐, 보기 흉한 짓은 그만둬라, 프릭." 뒤에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 미식축구부의 이다다! 21


"내 우수 작품에 질투감이라도 드나?" 이다는 혈색 좋은 피부로 교과서적인 미소를 지었다. 자외선 알레르기가 있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피부가 거칠어지는 레이지는 *조크를 보는 것만으로 열등감을 느껴 감정적으로 변한다. 그는 머리 하나는 차이나는 이다 앞에 서서, 매도했다. "그 저능한 작품은 네가 만들었냐?!" 22


"저능하다고?" 여유넘치는 이다의 미소가 약간 비틀렸다. "아아, 하이쿠조차 아니잖아!" 레이지는 침을 튀길 정도로 험악한 얼굴로 서있었다. "애초에 센텐스가 2개밖에... 아밧...!" 돌연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하는 레이지. 이다의 칼 손잡이가 튀어나와 그의 명치를 때린 것이다. 23


"네 하이쿠는 너무 음침해서, 신물이 난다고." 이다는 고통에 일그러진 레이지의 얼굴 옆에 침을 뱉었다. "네 하이쿠는 교토에선 영원히 평가받지 못할거다, 프릭. 우리 집안은 하이쿠 협회에도 연줄이 있으니까... 아하하하하하하!" 24


얼굴이 새빨개져 숨이 막히며 한바탕 눈물을 흘린 레이지는 일어섰다. 이다의 모습은 이제 없다. 불합리에 찬 이미테이션 사회. 증오, 반항심, 살의, 열등감... 노트에 그려진 그 그림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무칙칙한 하이쿠가, 그의 마음 속에서 또 하나 엮이며 떠올랐다. 25


(((역시 내 작품을 이해할수 있는 사람은, 이 학교엔 없는건가...))) 레이지는 하이쿠 작품들을 역겨운 듯 노려보면서 복도를 뒤로했다. 원래 그가 제출한 하이쿠 10작품중 9작품은 벽에 붙어있지도 않다. 그 하이쿠는 너무 어둡고 사악했기 때문에 묵살된 것이다. 26


(((세계는 미쳤다))) 레이지는 머리를 숙이고 양 손을 갈퀴처럼 만들어 살의의 화신같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문에 향했다. (((내가 보고있는 세상은 거짓말이다))) 그의 머리속에서만 존재하는 끈적거리는 암흑의 오라를 주변에 두르며 (((모두가 거짓말))). "앗! 레, 레이지=상!" 27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지는 흐린 눈으로 그쪽을 돌아본다. 파란색과 흰색 LAN케이블 위그, 사이버 글래스, 가스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이버 고스가 있었다. "레이지=상... 나와" 스읍 파아 하고 가스마스크의 덮개가 울리며 "LAN직결해줘! 피, PING뿐이라도... 좋으니까!" 28


또 이 사이코패스 여자인가, 하고 레이지는 혀를 찼다. 옆 클래스의 요모기다. 그녀의 집안은 페케로파 컬트라는 신흥 테크노 컬트 교단원이며, 카스트적으로는 레이지와 같은 프릭으로 분류되어있다. "안돼, 오지마." 레이지는 차갑게 단언. 사이코패스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면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29


"하, 하이쿠, 좋았어!" 요모기가 기댔다. "어디가?" 레이지는 초조한 듯 돌아봤다. "어두운 게... 앗! 레이지=상, 유, 유레이고스라던가, 좋아하는거야? 나, 나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테크노 유닛이라던가, DJ라던가, 밴드라던가...! IRC로 이야기하지 않을래!?" 30


"붓다 쉿...!" 분노로 창자가 뒤틀릴뻔한 레이지는 머신건을 든 교문경비원들 사이를 달려 손님대기중인 리키샤 중 하나에 뛰어들었다. 요모기가 무슨 페케롯파인듯한 슬랭을 외치며 달려오지만, 가스마스크를 쓴 탓에 장거리를 달릴 수는 없다. 바로 뒤로 사라졌다. 31


"하앗-! 하앗-! 하앗-! 하앗-!" 레이지는 식은땀을 흘리며, 리키샤 좌석에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다양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하나는 분명 분노였다. "어두운 게 좋다고? 유레이고스 좋아하냐고?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말하고싶은 것은 무엇 하나도!" 32


"좋아하는 테크노 유닛이라고? 좋아하는 밴드라고? 바보같기는! LAN직결을 원하는 거짓말이다!" 위가 납처럼 무겁다. 레이지는 땀투성이 머리를 굳어진 손으로 당기며 허벅지로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았다. "나는 아무도 존경하지 않아! 나는 누구의 흉내도 내지않아! 나는 이 세상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싶은 것 뿐이야!" 33


레이지는 심하게 초췌해져, 5층 맨션 앞까지 도착했다. 가이온에서는 미관 보호의 관점에서, 5층탑보다 높은 일반건축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테이터스」「실제 저렴함」「나무의 온기」... 상업적인 서브리미널 하이쿠 노보리가 맨션 앞에서 흔들리고있다. 레이지는 그것들을 걷어차 쓰러트리고 집으로 향했다. 34


술병과 참치 머리 등이 뒤엉켜 심한 악취를 풍기는 집 문 앞에서 레이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알코올 냄새가 풍긴다. 어딘가 먼 곳에서 총소리와 사이렌이 울리고 레이지의 마음에 암시인듯한 불안감을 안겨준다. (((또, 그 스컴 자식이 온건가......?))) 35


(「나이트 에니그마틱 나이트」 #1 끝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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