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출생주의는 삶에 중대한 해악의 요소가 있고, 출산은 그런 삶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므로 비도덕적이라는 사상이다. 오래전부터 반출생주의 갤러리의 글들을 읽으며 쌓아온 생각들을 한 글에 정리해보았다. 

1.반출생주의에서는 "쾌락은 선이고 고통은 악이다"를 전제한다. 이때 쾌락은 유쾌하고 즐거운 것이나 그런 상태를 의미하며 고통은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이나 아픔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요소들과 윤리적 판단에 있어서 모든 것을 쾌락과 고통의 두 가지 잣대로만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다소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쾌락은 행복이나 만족과의 완전한 동의어가 아니고, 고통은 불행의 완전한 동의어가 아니다. 또 사람마다 삶의 가치판단기준이나 목적은 다르며 고통과 쾌락에 대한 견해 역시 미세하게 다르다. 또한, 이런 '쾌선고악'의 잣대는 자칫 극단주의적인 주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누군가는 "살해 과정에서의 고통이 완전히 없고, 그로 인한 후행적인 어떤 영향이나 증거도 남지 않는다면 자고 있는 사람을 죽여도 된다"라고 얘기하였다. -물론 살인을 하는데 고통이 완전히 없으며 어떤 후행적인 영향이나 증거도 남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극단주의적인 '쾌선고악'의 논리는 사람들로부터 보편적 공감을 받기도 힘들고 타당하지도 않다. 쾌락이 좋고 고통이 나쁜 것은 맞지만 그것을 고려하는 데에 지나치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흔히 반출생주의는 친죽음주의와 혼동되곤 한다. "아이를 낳지   말자"는 것이 "죽음은 좋다"라는 주장과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반출생주의에서는 삶의 해로움을 부각하고 죽음에 수반되는 고통에 대해 반대할 뿐이지 비존재상태를 존재상태보다 낫다고 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친죽음주의와 연관된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도 많은 반출생주의자들은 안락사 기준 완화에 찬성한다. 죽음에 따르는 고통을 지양할 뿐이지 '죽음'이라는 상태 자체는 지향한다는 것이다. 

2. 동의되지 않고 합의되지 않은 모든 것은 나쁜가?

 그렇지 않다. 분명히 어떤 강요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동의와 합의를 구한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다. 반출생주의자들은 출산의 대상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그 결과(삶)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예측할 수 없다면(또는 삶은 항상 부정적이라고 주장하는 반출생주의자들도 있다.)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출산하지 않는 것이 더 옳다고 주장한다. 

3. 출산이 정말로 강요일까? 강요란 무엇인가?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드는 의문이 있다. "출산을 '강요'라고 할 수가 있는가?"이다. 강요의 사전적 정의는 '억지로 또는 강제로 요구함'이다. 신생아가 어미의 뱃속에서 나오게 되고 탯줄이 분리되는 시점을 출산 후, 그 전의 시점을 출산 전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때 '출산은 강요이다.'라고 주장하고 된다면 그 강요의 대상자는 바로 출산 전의 태아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태아에게 강요를 할 수가 있는가? 강요라는 것은  충분히 성장하고 의사와 주체성이 있는 인간에게만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아를 어떻게 그러한 완전한 인간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있단 말인가. 만약 돌맹이를 내리쳐 두 조각으로 만든다면, 그건 돌맹이에게 두 조각으로 나뉘는 상황을 강요한 것일까? 그것을 강요라고 정의한다고 해도, 그 강요가 과연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출산의 시점을 신생아가 어미에게서 분리되는 시점이 아닌,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란이 되는 시점이라고 해보자.  그 경우에도 위의 문제는 발생한다. 그렇다면 더욱 더 혼란스러워진다. 아무런 강요도 없었으며, 관련된 실제의 사람도 없었고, 그저 일종의 생명 현상이기 때문이다. 

4.반출생주의의 개념을 왜곡하고 악용하는 사람들

반출생주의는 그 특유의 염세주의적이고 허무주의적 감수성으로 인하여, 페미니즘지지자들이나 '흔히 사회적으로 실패한 인생을 산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맹렬히 지지받으며 그들의 주장의 기반과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하였다. 도덕적이고 숭고한 의도에서의 반출생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이 남성과 연애하거나 결혼할 현실적 능력 또는 역량이 되지 않는 부정적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비자발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하지않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윤리적 선택에 의해 출산하지 않았다면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자신의 불행한 삶에 대해서 주체적인 극복 의식을 가지려하기보다는 남탓하려는 심리로 부모에 대해 "좆모","좆미","좆비"등의 비하적 용어를 사용하여 칭하고, 도덕적 우월감까지 획득한다. 물론 이것은 그 사람들의 문제이지 반출생주의의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악용될 소지가 그 특성상 높은 사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5.거시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반출생주의는 목표(낳지 않음으로써 삶이라는 해악을 겪는 것의 방지) 달성에 유의미할까?

자신의 성욕과 재생산 본능을 억제하면서까지 미래의 타자의 고통을 생각하여 금욕을 하는 자들(반출생주의자들)이 모두 죽어 자연도태되고, 성욕과 재생산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만이 살아남고 또 다시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생존하여 번성한다면, 자식의 안위나 장래 따위는 숙고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지구 상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만이 살아남는 것은 반출생주의의 취지에 들어맞을까? 그 반대가 아닐까? 

6.쾌락과 고통을 수치화하고 정량화하여 계산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신경과학과 뇌과학의 영역인데, 우리는 직관에 따른 몇 가지의 단순한 추측(예를 들자면,  주먹에 맞는 1명의 고통은 주먹에 맞는 100명의 고통의 총량보다 적다. 주먹에 맞는 1명의 고통은 칼에 찔리는 1명의 고통보다 적다. 등)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좀 더 사안이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들의 수가 늘어날 수록 이런 계산은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쾌락과 고통을 수치화하고 정량화하여 계산할 수 있다는 듯이 하는 벤담 식의 공리주의 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7. 비도덕적인 사람이 반출생주의에 대해 지지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인가?

만약 반출생주의가 선행이라면, 비도덕적인 사람의 선행 역시 선행은 선행이므로 좋은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으로 결점이 없는 사람은 존재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맥락상 4문단과 밀접히 연결되며, 이에 대한 설명은 4문단으로 갈음하겠다. 

8.부모 역시 피해자이다. 

우리는 부모를 악마화해서는 아니 된다. 반출생주의가 옳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반면교사 삼고 그저 묵묵히 반출생을 해야할 뿐이다. 그들이 삶에 해로움과 악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9.출생(출산)이라는 단어의 모호성

출생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태아가 모체로부터 분리되는 시점을 출생이라고 해야 하는가? 정자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는 시점을 출생이라고 해야하는가? 아니면 그러한 상황으로 이끄는,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를 출생이라고 정의해야 한단 말인가?피임기구를 사용하더라도 임신될 미약한 확률은 있다. 그렇다면 피임기구를 사용한 성관계는 출생과 동급의 나쁜 행위일까? 

10. 반출생주의가 옳다면, 낙태는 삶의 예방적 조치로서 옳은 행위인가?

10-1. 만약 낙태가 옳다면 그것은 태아의 개월수와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10-2. 만약 낙태가 특정 경우에서는 옳고 특정 경우에서는 옳지 않다면 , 그 특정경우는 어떤 경우가 되는가?

10-3.만약 낙태가 모든 경우에서 옳지 않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11. 자기결정권측면 으로서의 출생

인권 개념과 자유주의 사상의 도입으로 인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유로이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여성이 자기 자신의 태아를 잉태하여 임신하고 출산할 신체적 자기 결정권 측면에서 출생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12. 타인에게 반출생주의를 강요할 수 있을까? 

반출생주의를 개인의 윤리 규범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반출생을 강요해도 되는가? 독일의 어떤 환경보호운동가들은 자신의 이념을 설파하기 위해 미술관의 그림에 토마토통조림을 붓는 범죄를 자행하고, 도로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불법적 행위를 벌였다. 우리도 그들과 똑같이 해야 하는 것인가? 

13. 반출생주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될시 겪게 될 사회적 파장과 지대한 영향

만약 반출생주의 사상이 팽배해지게 된다면 출생아의 수는 극단적으로 감소하여 사회의 생산가능인구 수 역시 감소한다. 노동을 하고 세금을 낼 건강한 청년들이 없다면 그 사회속에서 부양받아야할 노인들은 더욱 더 고통스러운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

14. 특이점주의는 맹목적인 믿음에 불과하다. (이 갤에 특이점주의자들 많은 것 같아 얘기한다.)

여태까지 일반적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던 것이 맞다. 더 많은 식량과 상품과 건강상태의 개선,안전을 보장하였고 사회적 부의 총량 자체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특이점이라는 것이 무슨 완전한 유토피아로 데려다 줄것이라는 것은 과한 믿음에 불과하며 과학기술을 특정 세력이 독점하고 과학 기술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착취할 가능성도 높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상품 제조에 있어서는 혁신이었지만, 노동자들은 그런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할뿐이지 않았던가, 이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