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 가면 정말 쌔고 쌘게 신사와 사찰입니다.

교토를 떠나서도 정말 수많은 사찰들이 일본 전역에 깔려 있습니다. 이는 동북아시아에서도 꽤나 특이한 모습입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사찰을 관광할 때, 조금이나마 알고 있으면 더 풍부하게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을 위주로 팁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1. 일본 불교 세력과 불교 종파

2. 신앙 대상

3. 사원 체계

의 순으로 서술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1 위주로 서술하며, 1의 절반 쯤 서술할 것입니다.

1. 일본 불교 세력과 불교 종파

(1) 생활 불교

태국만큼은 아니지만 불교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뺴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한국의 경우, 고려시대의 수많은 폐단으로 인하여 국가 차원에서 불교 세력을 의도적으로 조절했던 점과, 한국전쟁으로 싸그리 초기화된 점이 불교 문화가 대중에 퍼지지 못했습니다만.

일본의 경우 오늘날 약 18만 명의 스님과 8000만명의 불자, 7만 5000개의 사찰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 정도로 불자가 많은건 불교 세력이 강한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단카세이도(단가제도, 檀家制度)'라는 것입니다.

단가 제도란 무엇인가, 말하자면 백성들을 인근 사찰에 귀속시켜 버리는 제도입니다.

임진왜란 이후, 17세기 초가 되면 일본은 유럽의 잦은 통상시도에 시달렸으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흔히 배우듯 '선교사'들은 이런 서구 열강들의 침투에 있어서 첨병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 사유로 에도 막부는 기독교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주민들을 강제로 사찰에 소속시키고 사찰로부터 사상검증을 받도록 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사찰들은 행정적 업무를 맡아 하는 대신에, 장례와 제사를 독점할 권한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단가제도 입니다.

일본, 특히 과거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에 사찰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사실상의 동사무소 역할을 사찰들이 맡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교토에는 사찰이 많고, 그 사찰에 가족묘지의 형태로 공동묘지가 엄청나게 많은 것입니다.

기요미즈데라와 마루야마 공원 인근의 엄청난 공동묘지들이 바로 이런 형태로 이루어진 묘지들입니다.

(2) 불교 종파

일본 불교 종파들은 시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시대 : 나라 불교

헤이안 시대 : 헤이안 불교

가마쿠라 시대 : 신불교

로 크게 정리되는데, 이 안에서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수많은 종파로 갈라지게 됩니다.

새로운 종파가 유입될때마다 일본 사회는 크나큰 격동을 겪었으며, 몇몇 종파들은 아예 헤이안 시대와 전국시대에는 정치적, 군사적인 집단으로까지 성장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 헤이안 시대 기록에도 '땡중놈들이 뭐만하면 교토로 내려와 난리를 피운다'던지, 전국시대에는 오다 노부나가를 비롯한 장수들이 요새화된 사찰들을 쳐서 불태워버리거나, 아니면 절을 요새로 삼던지(ex 혼노지)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메이지 시대에 오면 다시는 못 깝치도록 불교를 탄압하여 종파를 크게 제한하여 13종 56파로 제한하게 됩니다.

(가) 나라 불교

보통 난토로쿠쇼(남도육종, 南都六宗)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일본 초창기에 넘어온 여섯 종파를 이야기하나 당시에는 종파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학풍'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아스카 시대 ~ 나라 시대의 대표적인 불교 세력이며 후지와라 남가가 후원한 대표적인 나라 시대의 귀족세력입니다.

일본 황가가 이들을 피해서 교토로 천도하면서 헤이안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정도로 정치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었습니다.

고후쿠지의 경우, 후지와라 가문이 직접 세운 사찰로 한때 카스가 대사도 고후쿠지의 소유였으며, 저 정도의 규모가 원래 고후쿠지의 '경내'였습니다. 즉, 절 내부 였다는 뜻.

실질적인 영지는 당시 야마토국 전체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실상 남쪽의 군주라고도 불리기까지 한 사찰입니다.

헤이안 시대에는 히에이잔 엔랴쿠지와 함께 남도북령으로 불릴 정도로 강대했었는데, 당시 나라 불교의 힘을 보여줍니다.

남도 육종은 화엄종, 법상종, 구사종, 성실종, 율종, 삼론종 여섯 가지의 종파가 있었는데

오늘날 살아 남아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건 화엄종, 법상종, 율종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도다이지가 화엄종, 고후쿠지와 야쿠시지가 법상종, 도쇼다이지와 사이다이지가 율종이며,

나머지 3개 종파는 고후쿠지와 간고지 내부에서 함께 논해졌습니다.

이들은 긴 세월동안 주요 정치세력으로부터 경계받고, 근대에 들어서서 신토와 불교를 분리하는 신불분리령으로 오체분시되어 오늘날에는 가장 작은 세력이 되었습니다.

(나) 헤이안 불교

헤이안 시대, 견당사가 폐지되고 당나라에서 수학하던 이들이 귀국하면서 '밀교'가 건너오게 됩니다.

한국사검정능력시험하면 달달 외우게 되는 혜초가 이 밀교승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원효 같은 고승들이 불교 대중화를 외쳤었기에 크게 힘을 못 펼쳤었읍니다만 일본에서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사이초와 구카이라는 승려가 당시 마지막으로 파견된 견당사를 따라 중국에 가서 천태종과 진언종을 수입해옵니다. 사이초는 천태종을 배워왔으며, 구카이는 진언종을 수입했는데 헤이안쿄 천도 이후 조정과 귀족들은 나라 불교의 세력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 새로운 두 종파를 밀어주었고, 나라 불교는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마침 당대 도래했던, '곧 세상이 끝난다'라는 말법 사상이 펼쳐지면서 황가와 귀족들은 서로 사찰들을 후원하여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고자 하였으며, 이에 헤이안 불교 세력은 어마무시하게 성장하고 아예 독자적인 장원을 가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나라 불교는 자체적으로 무장하여 이 시대에는 불교 세력들끼리 곳곳에서 전쟁을 펼칩니다.

-진언종

구카이가 수입한 밀교의 한 종파입니다.

밀교는 부처의 비밀스러운 법에 직접적으로 다가가자는 종파이며, 동밀(東密)이라고도 합니다.

이들은 인간도 불심을 가지고 수행하다보면 언젠가 윤회에서 벗어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었으며, 특히 밀교의 경우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성불할 수 있다는 즉신성불을 주장합니다.

이들은 주문(=진언)과 각종 의식을 통하여 부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기에 주술적인 힘이 강하였으며, 이런 탓에 급속도로 확장되게 됩니다.

진언종은 기존의 일본 민간 신앙과 결합하였습니다. 더군다나 구카이가 가져온 각종 불상과 화려한 법구는 귀족들의 취향을 자극하였고, 정치적인 이유를 통하여 황가와 귀족들이 많이 믿는 종교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교토 내 사찰의 상당수는 이 진언종 사찰이며, 관광지의 상당수도 이 진언종입니다.

천태종이 나라 불교와 대립한 것과는 다르게 진언종은 기존의 불교세력과 큰 분쟁은 없었고 녹아들어 교토에 무리없이 안착하였습니다.

그 결과 헤이안쿄 최초의 사찰인 도지를 하사받았으며, 오사카 남부 고야산을 받아 고야산 일대에는 엄청난 수의 사찰이 있어 성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 수준입니다.

아직도 일본 불교는 진언종의 영향이 강하며,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는 궁 내에 진언종 밀교 의식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그 복잡성과 정치와 밀접한 정치적 영향으로 인해 엘리트주의적인 성격을 띄었으며 민간에 광범위하게 퍼지지는 못했습니다.

구카이는 덴노로부터 홍법대사라는 시호를 받게 되며, 그의 제자들은 구카이를 부처의 화신으로 믿게 됩니다. 그로 인해 진언종 사찰에는 구카이를 모신 대사당이 있으며, 대사(大師)라는 단어가 곧 구카이를 가리키는 말이 되는 수준입니다.

대표적인 사찰로 도지, 고야산 콘고부지, 스이신인, 다이고지, 닌나지, 센뉴지, 카쥬지, 치샤쿠인, 사쿠라이시 하세데라, 사이다이지(진언율종계로 나라불교 일파기도 합니다.)가 있습니다.

- 천태종

한국에서는 대각국사 의천이 들여온 종교입니다만, 일본의 천태종은 그것과 다릅니다.

천태종 자체가 원래도 여러 방향성을 열어놓아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참선을 강조하여 선종의 성격으로 진화하지만 일본은 밀교로 발전합니다.

밀교가 성행하자 천태종을 배워온 사이초가 후배인 구카이에게 들어가 밀교 법식을 배웠는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사이초의 제자인 엔닌과 엔친이 중국에서 새로운 밀교를 받아 들여오게 됩니다.

이 천태종의 밀교를 대승밀교(줄여서 대밀 臺密)이라고 합니다.

천태종은 들어온 이래로 엄청난 분쟁을 벌여오게 됩니다.

당시는 일본에서 승려가 되려면 나라의 도다이지를 포함하여 국가에서 정한 규슈, 간토의 3곳에서 계율을 받는 수계 의식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천태종은 자신들만이 참된 불교라고 말하고 다녔고, 이에 격분한 나라 불교는 헤이안 불교 승려들이 아스카국에 출입하는 것을 막아버립니다.

이에 천태종 승려들은 나라의 도다이지 계단에서의 수계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소속된 사찰에 새로이 계단을 세우는데 이것이 바로 히에이잔 엔랴쿠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갈등이 심화되었고 나라 불교와 엔랴쿠지 승려들은 수천명 단위로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는데, 그 세력이 너무 커서 조정도 함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 세력이 너무 컸던 탓에 당시 막대한 권력을 누렸던 시라카와 법황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3가지(3大不如意)라 하여 카모가와의 홍수, 쌍륙의 주사위, 그리고 히에이잔의 승병들을 꼽았습니다. 이들은 내부에서도 종파가 갈려 미이데라처럼 엔랴쿠지에서 분리를 시도한 이들도 있는데, 이들 역시도 서로간의 격쟁에 휘말렸습니다.

이들의 힘은 전국시대에 이르러 오다 노부나가가 반항하는 불교 세력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엔랴쿠지를 불태워버릴 때까지 계속됩니다.

대표적인 사찰로 엔랴쿠지, 미이데라, 쇼렌인, 만슈인, 비샤몬도, 산젠인이 있습니다.

- 슈겐도

수험도는 일본의 밀교와 일본의 전통적인 산악신앙이 결합한 종교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아스카 시대에 엔노 오즈누라는 수행자가 일본의 산악신과 부처가 합쳐진 '권현'을 만나 만들었다고 전해지나, 역사적으로는 헤이안 시대에 생겨났다고 봅니다.

(창작물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슈겐도에서는 일본에 불교가 유입되기 전에 이미 부처가 신의 형태로 일본에 존재하였으며, 불교가 전래되지 드디어 부처로서의 참된 모습을 드러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들은 삼라만상에 생명 혹은 신령이 깃든다고 믿었습니다. 즉, 8세기 즈음에 나타난 신토와 불교를 합치는 신불습합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종교입니다.

그래서 슈겐도는 독특한 의상과 법구를 지니고 산에서 '고행'을 합니다. 이들은 독자적인 종파로 뭉쳐지지 못하다가 여러 종파의 영향을 받아 갈라지게 되었고, 2차 대전 이후에 이르러서야 독립된 종단을 이루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찰로 쇼고인, 다이고지, 가네미네 신사, 기치조지가 있고 기요미즈데라도 원래는 슈겐도로부터 창시된 사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