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은 오랫동안 꿈이 있었다.

바로 케로베로스 사가의 부흥. '인랑 실사화.'

이는 마치 테리 길리엄의 돈키호테처럼 김지운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찍을 수 없었으며

이는 점점 오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인랑 실사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영화를 찍었으며

자신의 영화력을 높여갔다.

특히 밀정을 보면 인랑의 플롯 구조와 인물의 감정선까지 똑 닮았다.

밀정의 성공으로 김지운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됐다. 지금이야 인랑을 찍기에 적기이다!"

그리하여 김지운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인랑을 실사화하는데 착수한다.

하지만 오기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실패로 다가오는 법.

그렇다!

김지운은 영화를 즐기는 법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그의 운명을 다하기 위해서 억지로 찍은 것이다!

살다보니 생겨난 민족적 애긍심.

언론에 의해 과대포장된 액션에 대한 부담감.

이런 것들이 인랑을 망치게 되었고 이윽고 결말까지 엉망으로 만들어진 것.

눈을 떠보니 영화는 완성되었고 정신을 차리니 졸작인 것을 깨닫게 된다.

아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가!!!

김지운은 나락의 길을 걷는다.

터벅터벅 걷는다!

나는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

난 단지 영화를 사랑했을 뿐인데!!!

김지운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으로 영화를 찍었을 때를 떠올린다.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자.

나와 함께했던

나와 함께 '조용한 집', '반칙왕'을 찍었던

송강호와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렇게 전화를 건 김지운

그렇게 송강호에게 눈물겨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아, 의리의 남자 송강호.

자신의 인생작 반칙왕을 찍어줬던 그의 힘든 상황에 눈물을 머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찍게 된 '거미집'

그는 이제 영화에 대한 사랑과 함께

그간 받았던 부담감

평론가들에게 들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

흥행에 대한 압박감

검열에 대한 스트레스

드디어 자신을 괴롭혔던 인랑의 결말을 

결말을!!!!

그 영화의 결말을!!!

자신의 응어리를!!!

걸작을 만들어야한다는 그!!! 

모든 것을 뽐내리라!!!

일어나라 김지운!!!

영화를 찍어라 김지운!!!

너는 영화감독이다!!!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인생을 찍는 사람이다!!!

넘어지면 어떠하리! 다시 일어서면 된다!!!

거미집 흥행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