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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챌린저스.txt(스포)앱에서 작성

수색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4 23: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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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매혹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데에 도가 튼 구아다니노 감독이 이번엔 그 감각을 스포츠와 융합시킨 결정체를 들고 나왔다. 치정의 긴장감이 기저에 깔린다는 점에서 <아이 엠 러브>가 곧바로 떠오르는데,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는 이유인 '예측 불허의 각본없는 드라마'가 이 긴장감에 조응함으로서 얻어낸 결과물이 상당히 탁월하다.

영화는 전성기 커브가 꺾인 스타 선수 '아트'와 변변찮은 커리어에 머물고 있는 선수 '패트릭'의 결승전으로 곧바로 시작한다. 단지 자신감 회복을 위한 제물과 숙박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각자의 극적이지 않은 동기에서 출발하지만, '타시'가 두 남자와 삼각 치정을 이루고 있음을 밝히며 이야기가 다층화된다.

얼핏 플래시백으로 보이는 '13년 전'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도 영화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특정 시점을 지시하는 문구가 한 차례 제시되고 나면, 이후에 디제시스 상의 결승전과 샷 단위로 타임라인이 교차되기에 아트와 패트릭의 헤어스타일과 수염 여부에 집중해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번 다른 종류의 서브텍스트가 추가된 채 결승전의 시점으로 회귀하므로 감상이 풍부해진다.

테니스 선수인 세 사람의 군살없이 매끈하고 쭉 뻗은 근육질의 신체를 영화는 대놓고 탐욕스럽게 전시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전시가 전혀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경기 장면의 경우 갖은 수련을 통해 장착한 루틴이 발현되는 것이기에 일견 숭고한 측면이 있고, 정사 장면의 경우 인물의 본능에서 추동된 동작이 나열되기 때문에 일련의 전시가 성적 대상화라기 보다 각 인물이 해당 샷의 주인이 된 것만 같은 감상을 주는 것이다. 추가로 경기 전날 밤 타시와 패트릭의 곁에 휘몰아치는 폭풍과 붉은 빛의 강렬한 조명이 외도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식의 기법도 사용되었다. 기만적인 시각적 장치임을 눈치채더라도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인물상이 납득된다.

클라이맥스에서 카메라가 곧 테니스공과 일체화되어 그 현란한 궤적을 따라가는 몽타주, 투명한 바닥의 아래에서 앙각으로 두 선수를 담은 투 샷, 혹은 타시를 둘러싼 두 남자 사이의 실제 거리를 무시한 삼각 구도 등 일련의 표현 양식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화려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각도를 넘어서 상상력까지 동원한 각도에서까지 양상을 담아낸 덕분에 격동하는 욕망의 정서를 표층에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신체 활동 자체의 활력은 말할 것도 없고, 비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이 로우 앵글의 카메라에 떨어지거나 테마 음악과 슬로우를 시시때때로 거는 등 감각을 최대한 증강시키는 솜씨도 훌륭하다.

나아가 형식적인 태도로 업무를 이행하던 심판이 선글라스를 벗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클로드업의 인서트는, 그 용법이 천진난만해서 귀여운 동시에 주역들의 신체 활동을 전시하는 샷에서 한발짝 물러나 환기시키는 역할을 겸한다. 횡이동하는 테니스공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관객들의 샷 변주도 인상깊다. 감정의 동요로 인해 홀로 고개를 끄떡않는 타시의 모습이 움직이는 관객들과 대비되는가 하면, 결정적인 랠리에 이르러서는 마찬가지로 공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2시간 가량의 서사를 통해 빌드업한, 뒤틀린 소유욕, 컴플렉스, 정치적 계산 따위가 패트릭의 핸드 사인으로 무화되고, 타시의 꼭두각시를 자처하던 아트가 주체적인 무행동을 통해 자아를 표출하고, 스포츠의 본질로 돌아가 명경기를 만들어낸 두 사람, 그리고 승패와 관계없이 열광하는 타시의 리액션까지.

<챌린저스>는 도덕적 지탄을 받을지언정 죽음을 타자화시키고 생을 예찬하는 구아다니노 감독의 지속적인 테마가, 관능이 스포츠의 순수성으로 승화되는 미학으로 표현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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