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에로스 영화(벽속의 비사 같은)를 거쳐서 와카마츠 코지는 어디까지나 '영화'의 관점에서 전공투도 적군파도 팔레스타인 해방전선도

가져와서 당시의 시대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다. 물론 영화의 퀄리티가 좋은 지는 다른 문제지만 창작자의 태도로서는

존경받아야 할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실록 연합적군>은 아예 적군파의 가지가지랄을 다 공개해버리니 자기반성도 투철하고)

아다치 마사오는 한국에 그나마 좀 알려진 영화 유폐자 테러리스트만 봐도, 이스라엘 공항에서 총질해서 무고한 사람 떼죽여놓고

'우리가 죽인 사람이 오리온자리가 되어 빛날 걸 생각하니 얼마나 기쁜가요!' 이 가지가지랄 하던 오카모토 고죠의 무의식을

영화로 찍었다. (이건 이번에 트는 약칭 연쇄살인마 랑 같은 전략이다)

이 가지가지랄이 '우리의 결의를 다진것은 아름다움 이었으리라' 라고 포장될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고

와카마츠 코지도 팔레스타인 갔었지만, 아다치 마사오는 무장해방전선에 대놓고 참여해서 체포되기 까지 했는데

아무리 목적이 숭고해도 개판인 수단을 택하고 그걸 자기 영화의 소재로 쓰는 사람을 예술가로 추앙해야 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영화는 또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다만 나는 아다치 마사오를 보면서 풍경론이니 미학론보다, 창작자의 윤리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아다치 마사오가 직접 총질한 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것도 존중받을 의견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