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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태웅, <88/18>

누붕이(222.234) 2024.04.28 01:35:28
조회 630 추천 1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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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 다큐 <88/18>KBS가 가진 서울올림픽 관련 아카이브와, 서울올림픽에 관여했던 인물들의 현재 인터뷰를 병렬배치해 전개하는 작품이다. 연출자 이태웅은 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의 시작을 서울올림픽 개막식이나, 혹은 1981년의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당시 IOC 위원장이었던 사마란치가 1988년 올림픽의 개최지로 쎄울을 외치던 순간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88년 서울올림픽의 첫 시작점으로 이태웅의 시선이 가닿은 곳은 1988112일에 진행된 5공화국 비리 청문회였다. 이태웅은 올림픽이라는 주제가 아니라 이 주제를 발생시킨 맥락들. 그리고 이 주제가 발생시킨 파장과 영향에 더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88 서울올림픽이라는 주제를 발생시킨 맥락과 그것이 남긴 영향을 쫓아가기 위해선 당연히 군사정부 체제로 들어가야 한다. 이태웅은 허화평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한다. 물론 허화평이라는 인물은 공히 5공화국의 핵심실세로 인정할 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태웅은 조금 더 확실하게 자신의 관점을 밀고 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축구에서 마치 빌드업을 하듯. 허화평이라는 인물이 적어도 이 올림픽을 둘러싼 정부의 관점에 있어 믿을만한증언자임을 세팅한다. 따라서 이 다큐멘터리가 시작하자마자 소환된 화면은 5공화국 비리척결 청문회 당시, 허화평에게 자신이 5공의 핵심적 인물이었으며 실세였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라고 묻는 청문위원의 모습이다. 이 장면이 지나간 다음, 2018년 현재의 허화평이 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한 이유가 정치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였음을 인정하는 인터뷰를 이어붙임으로서 <88/18>의 시작부터 이렇게 선언해버린 셈이다.

결국, 서울올림픽은 관제행사였다


강력한 선언이후, 이태웅은 혜은이의 뮤직비디오(<뛰뛰빵빵>)를 보여준 뒤 곧바로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을 부른 정수라의 인터뷰를 경유해 한국 최초의 독립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을 연출한 김동원의 인터뷰를 이어붙인다. 김동원은 상계동에서 이 노래(<아 대한민국>)를 들었을 때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을 이야기한다. 앞서 설명했듯, 이태웅은 88 서울올림픽 그 자체가 아니라 88 서울올림픽이 파생시킨 영향에 더 관심이 있다. 이태웅은 88 서울올림픽이라는 마법의 주문이 어떻게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서울의 미관상 보기 싫은 철거한다는 미명하에 파괴해버렸는지를 냉정하게. 그것도 KBS의 아카이브를 통해 보여준다. 아카이브를 통해 창작자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는 이 방식 때문에 아카이브에 등장하는 자료화면 속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한 실제 자연인 간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캐릭터가 구청 공무원에게 하소연하는 드라마 클립을 삽입했는데 이때 공무원에게 하소연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훗날 정계에 진출하는 장군의 손녀 김을동이다. 마찬가지로 젊은이의 축제사회를 보며 바덴바덴을 언급하는 하이틴 스타 송승환과 드라마 속에서 학생운동권을 연기하는 송승환을 연이어 보여주는 편집은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회정화미명에 동원되어 정권에 협력했던 KBS의 아카이브를 통해 KBS의 과거를 직접 보여주는 이태웅의 방식은 섬뜩하면서도 절묘하다.


그런데, <88/18>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 때문에 한국이라는 국가가 모던의 시간으로. 본의는 아니었더라도. 마치 떠밀리듯 발을 들여놨다 하더라도 어쨌든 모던의 시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태웅은 여기서 백남준을 꺼내든다. <88/18>이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지는 시점은 바로 이 지점부터다. 동시에 이 지점부터 <88/18>은 자신들이 이 작품에서 정말로 내놓고 싶었던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88/18>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의 인터뷰 중. 30여 년 전에 미래를 예측한 백남준의 인터뷰는 가장 충격적이다.


미디어란 네 명이 보나 네 가구가 보나 400만 명이 보나 4억 명이 보나 가격은 마찬가지야. 그 경제성이 무시무시하지 않겠어? 그것이 이제 옵티컬 파이버(광섬유)나 이런 케이블로 말야. 미디어 혁명의 진지는 테레비가 낙하산적인 상의하달로 시작됐는데 미디어 혁명이 케이블화하려면 이것이 전화의 연장이 되는 평면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되어야 하거든. 컴퓨터도 마찬가지고


즉 백남준은 미디어가 유통되는 방식의 요체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백남준은 조금 더 경제적인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미디어는 수없이 복제가 가능하고, 동시에 아주 낮은 값에 유통(경제성이 무시무시)시킬 수 있다. 초기의 미디어는 텔레비전같은. 즉 전파와 텔레비전 안에서 방영될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본과 설비를 가진 인물들이 주도해 만든 미디어들이 불특정다수의 인원에게 살포되듯이 전달되었지만. 이제 수많은 케이블 들을 통해 불특정다수의 인원들이 모두가 평면적인하나의 데이터로 동작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지금, 백남준의 이야기는 거의 모두 현실이 되었다. 이태웅은 백남준의 이야기를 빌어 미디어(정보)의 유통이 세상을 조금 민주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과 합치되어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열망이 추동 되었음을 보여준다.


<88/18>의 마지막은 미래의 한국사회(2008326)를 상상해 만든 코미디 콩트(이주일이 출연한다)의 한 장면과 이 콩트에 출연한 민해경이 <서기 2000>을 부르는 장면이다. 코미디 콩트 속에서 연기자들은 화성 애들에게 뺏긴 금메달을 되찾아 와야한다는 대사를 하고 이주일은 은하계 올림픽이 지구에서열린다고 능청을 떤다. 민해경의 <서기 2000>이 백그라운드에 깔리는 동안, 전 숭전대 총장 이한빈이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여러분들이 어른이 되는 2019년이나 2020년에는 남북이 통일되고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희망차게 역설하는 장면이 연결된다. 민해경의 노래 <서기 2000>의 가사는 이렇다.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대. 우리는 로케트 타고. 멀리 저 별들 사이로 날으리. 그 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그대가 부르는 노래 소리 온 세상을 수놓으리


2000년을 넘어 2020 원더키디도 지나 2024년 4월. 우리가 꿈꾸던 세상은 정말 왔을까. 민해경의 <서기 2000>은 대책 없는 낭만주의로 가득한 노래다. 그런데, <88/18>은 5655초 동안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결국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기 위한 투쟁으로, 그리고 그 투쟁을 견뎌낸 이들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이때 민해경의 <서기 2000>은 차라리 절절한 희망을 향한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태웅은 아카이브의 편집만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쥐고 흔드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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