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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김병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짤막한 글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8.150) 2024.05.27 16:35:02
조회 238 추천 2 댓글 0
														
오랜만에 김주혁 생각나서 최고작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다시 보고 예전에 병규가 올린 글도 읽었음. 김혜리나 다른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교훈극의 측면에서만 본 게 좀 아쉬웠는데 병규가 그 부분을 건드리면서 다른 견해 제시하는 게 재밌다. 그리고 글이 참 아름답다. 너희도 읽어봐.

올해의 한국영화는, 홍상수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다. 본 것과 보지 않은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눈으로 마주한 것과 머리로 상상한 것의 활동이 요란스럽게 요동치며 골목길의 재회장면으로 향한다. 그 장소에서 내가 뇌로 인식하던 당신과 지금 여기에 현현하는 당신이 격렬히 부딪힌다. 그 다인 1역의 몽타주.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닫힌 문의 이미지로 수렴되던 영화는 문틈 사이를 지나쳐오는 여인의 걸음을 포착한다. "아픈 사람이 사흘 굶으면 죽는다"라고 말하는 이 영화는 다리를 저는 영수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그가 무언가 먹는 장면을 배제해둔다. 술자리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하지만 담배를 제외하면 그가 음식을 입에 대는 순간은 화면에 부재한다. 세 차례의 암전(이것을 사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을 지나쳐 비로소 도달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박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저 입의 운동이 감동적이라면 이런 까닭이려나. 물론 영화의 결말을 두고 '내가 당신을 모르기에, 당신은 당신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관계의 도덕으로 삶을 추동한다.' 라는 식으로 사랑에 대한 교훈을 설파하는 건 쉽다. 다만 내게 영수의 여정은 연옥을 떠도는 징벌과 피로의 여정처럼 느껴지고 영화의 결말은 연옥에서의 떠돎을 중단하고 죽음에 다가간 상태처럼 보인다. 수박을 먹는 영수의 입과 기적처럼 화해한 연인의 상태는 더없이 안온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자리에서 영화의 카메라는 연인을 향해 줌으로 다가가 출구를 지워버린다. 영수는 사랑하는 당신이 누구인지조차 몰라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당신에 대한 온전한 무지가 역설적으로 사랑을 가능케 했다면, 이 순간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자 사랑이 성립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이곳은 천국인가, 그렇다면 천국에 도달하기 위해서 죽음이라는 경로를 거쳐왔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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