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되려고 하는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영웅이다.

2기 임기 종료를 앞둔 시진핑. 중국 외부에서는 이미 3연임을 확실시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중국에서 수령님은 2연임이 제한이다. 시진핑은 이 연임 제한을 개헌으로 제거하고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바보 병신이라서 이런 독재 시도에 저항하지 않는 것일까? 

중국에서 공산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이건 마치 우리나라 전후 세대들이 박정희에 열광하는 것과 같다. 혹시 90년대 중국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시절의 중국은 GDP가 대한민국의 110%에 불과했는데 엄청난 고도 성장을 이룩하며 경제력 2위 국가로 성장했고 그 결과가 바로 공산당에 대한 열렬한 지지인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에 대한 지지가 곧 시진핑에 대한 지지인 것은 아니므로, 시진핑은 장기 독재를 위해서는 공산당과 국민들의 지지가 매우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과거 이른바 호랑이 사냥과 같은 정책으로 지지도와 권력 기반이 튼튼한 시진핑이지만, 3연임은 그로서도 위험한 시도인 것이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즉 시진핑은 장기집권을 위해서,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예컨데 그중 하나로써 공동부유.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 이재명 지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동 부유라는 말만 들어도 그 목적과 효과를 짐작케 한다. 사교육 격차 축소, 혹은 공산당에 대한 지지와 애국심이 강한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사회주의적 기강 강화도 또한 같다. 시진핑은 현재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오늘 하려고 하는 얘기는 그중에서 헝다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헝다가 무너지면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그러면 시진핑에게 타격이 되므로 일어날 리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서 다른 상상을 해보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이, 시진핑은 장기 집권을 위해서 영웅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영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을 필요로 한다. 헝다가 무너지고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때, 악은 무엇이고 영웅은 누구인가? 

첫번째 가정으로, 헝다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서 중국 정부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헝다를 구해냈다고 해 보자. 이때 악은 무엇이고 영웅은 누구인가? 이때 악은 사실 강력한 완화책을 편 중국 정부, 혹은 부동산이 과열된 중국 경제상황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리고 영웅은 당연히 중국 정부인데, 안타깝게도 이 영웅은 헝다를 구해내서 쉬자인과 같은 가진 자들을 지켜줬을 뿐 인민을 위해서 직접적으로 한 일은 없다. 다만 간접적으로 중국 경제를 지켜서 인민들이 이득을 봤을 뿐이다. 예를 들어 만약 삼성전자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우리나라 정부가 삼성전자에 내 세금으로 공적 자금을 지원해서 삼성전자가 살아났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한가? 

두번째 가정으로 헝다가 무너지고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난 후 중국 정부가 이런 수많은 피해자들을 직접 구해줬다고 해 보자. 이때 악은 무엇인가? 이때 악은 헝다 그 자체이다. 탐욕에 찌들어 사업을 무한 확장하고, 빚을 내서 위험한 사업에 몰두하다가 파산해버려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힌 악의 축이 된다. 혹시 IMF가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의 결과라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기억하는가? 혹은 카카오가 소상공인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 경우에 헝다는 돈밖에 모르는 회사,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 중국식 사회주의가 극복해야 할 적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이 악마에게 피해를 입은 소액 채권자, 아파트 수분양자, 피고용자, 이런 사람들을 직접 구제해 준다면 어떨까? 채권자에게는 액면 금액을 지급해주고, 아파트 수분양자에게는 국가가 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해주며, 피고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나 사업부 매각을 주선해준다면?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시진핑은 그야말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닐까? 당신이 만약 헝다에 돈을 빌려준 사람이라고 해 보자. 중국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헝다를 살려내고 쉬자인과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는 것이 고마운가, 아니면 쉬자인은 엄중한 처벌을 받고 공산당이 당신에게 직접 현금을 보상해주는 것이 고마운가?

나는 저 상상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헝다를 회생시킬 거였다면, 진작 움직였어야 했다.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중국 정부가, 헝다 주가가 폭락하고 채권이 폭락하고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기 전에 개입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부채 축소를 얘기하고, 특별 대우는 없다고 말하고, 헝다에 달러 채권 이자를 제때 납입하라고 말한다. 아니, 돈이 없는데 어떻게 납입을 하라는 말인가? 못 하는걸 알면서도 채권 이행을 촉구하는 것은 헝다그룹이 공산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모양새를 만드는 것 외에 대체 어떤 효과가 있나?

헝다그룹은 해체될 것이다. 쉬자인은 많은 돈을 잃게 될 것이고, 그 돈은 중국 정부를 거쳐 중국 인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