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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꼬마마법사 레미 17 3rd ~COME ON!~ 3모바일에서 작성

꼬마마법사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7 18:50:32
조회 130 추천 5 댓글 3
														

제3장


엄마는 못 당해


새삼스럽지만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나도 마침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어. 나는 좋든 싫든 대학 입시라는 끝판왕에게 도전해 나가야만 해.


뭐, 그 앞에는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겠지만. 응,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봤을 때도 틀림없을 거야. 탄탄대로인 고교 생활이란 건 그게 뭐야 맛있는 거야? 같은 느낌이지.


학교라든가 가족이라든가 친구라든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면 끊길 틈이 없을 만큼 에피소드나 사건이 수북해지지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나한테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 하지만 당연히 무관계라는 것도 아냐.


내가 그 얘기를 알게 된 건 봄방학에 들어갔을 때쯤.


확실히 치어리딩 동호회가 학교의 허가를 받아서 한시름 놓은 모모코가 4월의 케이크를 생각하고 있던 무렵이었어. 여전히 모모코가 만드는 디저트는 맛있어. 엄~청 공들인 디저트는 아니지만 모모코다운 아이디어가 넘쳐나. 진짜 매달 어떻게 이렇게 생각을 해 내나 싶어.


……가 아니라 일단은 아빠가 얻어온 정보에서 시작됐어.


"도레미도 알 거야. 하세베네 엄마. 재혼하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아"


나는 3월의 디저트를 가족과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모모코한테 만들어 달라고 했어. 아, 물론 돈은 지불했지.


그땐 아직 폿프랑 엄마가 다소 껄끄러웠으니까. 이건 정말 모모코의 디저트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뭐~~!?"


나뿐만 아니라 엄마도 놀라셨어.


하세베는 미소라제일초등학교 때부터 쭉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하세베 타케시를 말해.


하세베네는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엄마가 아빠와 고생해서 연 "아키호"라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엄마는 매우 예쁘시고 기모노가 잘 어울리는 착한 분이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어머니의 날에 하세베가 엄마 얼굴을 그렸는데 이게 "헤노헤노모헤지(へのへのもへじ)"라 세키 선생님한테 혼났었지. 당시의 하세베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할까, 가게 손님에게 살갑게 대하는 엄마가 싫었던 걸 거야. 낮 동안의 엄마는 좋지만 저녁에 화장하고 가게로 나가는 엄마는 싫다면서 가게에는 드나들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가 마법으로 하세베네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지. 아빠와 차린 가게를 열심히 지키고 긍지를 갖고 일하시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가 얼마나 하세베를 사랑하고 계신지를 알았을 거야.


그 후로는 가끔씩 가게에서 저녁을 먹기도 하고 바쁠 땐 도와드리기도 하나 봐.


다 우리 아빠가 알려준 정보지만.


우리 아빠나 아이코네 아빠 등 우리를 통해 알게 된 동급생의 아빠들은 지금도 "아키호"의 단골이야. 참고로 "아키호"는 하세베네 엄마 이름에서 따왔다나 봐. 이것도 아빠가 알려준 정보.


"도레미, 하세베한테서 못 들었어?"


아빠가 그러셔서 난 고개를 가로젓고


"별로 가족 얘길 안 해서 잘 몰라. 반도 다르고"


폿프는 4등분 한 디저트 중 가장 큰 조각을 다 먹더니 목욕하러 가 버려서 거실에는 나랑 아빠, 엄마 이렇게 셋이 남아 있었어. 케이크를 먹고 있는 동안에는 푸근한 분위기가 흘렀는데 다 먹으니까 다시 평소처럼 돼 버렸어. 후우우~. 뭐, 아빠는 그런 얘길 꺼내니까 안 되는 거지만 역시 신경 쓰이지.


"그러게. 나도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게 된 뒤로는 못 봤어"


엄마는 기억을 더듬는 듯한 표정이셨어.


같은 정(町) 안에 산다고 해도 엄마들이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적지. 초등학교 때는 학교 행사도 많아서 대체로 엄마나 아빠가 참여했으니까 내가 친하게 지내던 반 친구 엄마랑은 얼굴은 알거나 그 이상으로 교류는 있던 모양이지만.


근데 지금은 엄마들도 업무나 집안 일이나 동네 일이 있으셔서 가끔 오다가다 얘기를 하는 정도래.


하즈키처럼 학교가 달라도 내가 친하게 지내면 이야기도 꽤 통하겠지만 하세베는 남자애니까. 접점이 적다고 할까. 고등학생이 되면 남자애들은 용건이 있을 때 아니면 그다지 안 말하잖아. 취미나 동아리로 얘기가 통한다면 모를까 가족 얘기 같은 건 들어본 적 없어.


역시 여자애들 엄마끼리 더 통하는 얘기가 있는 것 같아. 아빠 쪽이 하세베네 엄마를 볼 기회가 더 많을 거야, 분명.


모모코의 맛있는 디저트는 순식간에 다 먹고 소소한 가족 회식처럼 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얘기로 흘러 버렸어.


"근데 여보, 너무 딴 데서 떠들고 다니진 마. 하세베도 도레미랑 똑같은 수험생이고 한창 복잡할 나이야. 하세베네 엄마도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까"


"그렇지. 재미삼아 얘깃거리로 해서 미안하군"


엄마가 주의하시니까 아빠는 끄덕이셨어. 맞아. 남의 일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주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해. 소문뿐이라도 말야. 아빠도 바로 알아차리셔서 더 이상 아무한테도 안 말하시겠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궁금한 이야기야.


"봄방학 전에도 하세베는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냥 소문일 거야. 근데 아빠들은 나이도 어지간하면서 의외로 가십 좋아하는구나?"


"아니, 가게에서 만나는 단골은 업무 관계자도 아니고 동년배에 교류도 오래됐으니까. 술자리라면 그런 시답지도 않은 얘기로 시끌벅적해지는 거지"


아빠들한테 업무에 관계없이 술을 마시거나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은 마음이 편해지나 봐.  야마다가 아르바이트 하는 "버드"나 하세베네 엄마의 "아키호"에서는 아빠는 완전한 단골손님이 되었어.


"응? 그렇다는 건 아빠, 하세베네 엄마 가게에서 얘기한 거야?"


아빠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으며


"아냐 아냐. 아무래도 그건 안 했지. 근데 미인에 착한 여사장님 없나? 하고 묻는 건 인사 대신 하는 거랑 같은 거야. 매번 슬며시 부정당하지만"


나랑 엄마는 어이없어서 서로 마주봤어. 하세베네 엄마도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아마 아빠들보다도 한 수 위인 걸 거야.


하세베랑 초등학교 이래로 친하게 지내는 야다는 때때로 학교에서도 얘기하는 모습은 보여. 근데 역시 둘 다 이상한 낌새는 없었지.


아빠한테는 그런 식으로 말했지만 역시 궁금하긴 해. 하세베네 엄마가 재혼한다는 것도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얘기도 아니잖아. 하세베네 엄마는 지금도 예쁘시니까.


만약…… 만약의 얘기야. 예를 들어 우리 아빠가 무슨 사고로 돌아가셔서 엄마한테 하세베네 엄마처럼 재혼 얘기가 거론된다면 나랑 폿프는 어떻게 나올까?


틀림없이 극구 반대할 거야. 나랑 폿프의 아빠는 하루카제 케이스케가 아니면 절대로 안 되는 게 당연해. 다른 남성이 와서


"오늘부터 나를 아빠라고 하렴"


그런 소릴 듣는다면…… 우, 웃기지마! 그건 거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어? 만약의 이야기인데 눈물이 날 거 같아. 더 이상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자. 현실이랑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니까.


나는 MAHO당에서는 그 얘길 안 꺼냈어. 아빠와 엄마라는 존재가 없는 하나한테는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일 거 같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재혼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일이고. 잡담으로 하기에는 점잖지 못한 얘기라고 생각한 거야.


나도 폿프와 엄마의 냉전이 어떻게든 해결되고 나 자신의 진로도 보고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됐는지 그 얘기를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나고 이토코랑 친구들이랑 공부할 때였어.


이토코는 하마다 이토코를 말해. 지난달부터 친척인 츠카사라는 분 댁에서 정식으로 같이 지내게 됐어.


츠카사라는 분은 이토코의 삼촌인데 아줌마 같아. 까놓고 말해서 요즘 말로 게이야. 밤에는 그쪽 계통 가게에서 마담을 하고 계신대.


이토코네 삼촌은 단독주택에 혼자 살고 계셔서 거기에 이토코가 같이 살게 된 거야. 형제가 많아서 남동생이랑 여동생을 돌보거나 가사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입시 공부가 생각처럼 안 되던 이토코가 고육지책으로 부모님을 설득해서 삼촌 댁에 신세지게 됐다는 거지.


처음엔 이토코네 삼촌한테 이토코도 나도 놀랐지만 오빠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해서 엄청 듬직했어.


가게가 쉴 때는 가사를 한꺼번에 하는 모양이고 우리가 가면 공부도 가르쳐 줘.


그날도 평소처럼 시마쿠라 카오리, 쿠도 무츠미, 이다 카나에랑 공부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쩌다 보니 하세베네 엄마 얘기를 한 거야. 무츠미가 하세베의 소꿉친구였던 게 떠올라서 그런 거지만.


"나도 요전에 들었어"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한 건 정보통인 카오리였어. 옆에 있던 무츠미는 처음 듣는 얘기인지 놀란 듯한 모습이었어.


이토코는 집이 부동산업 쪽이고 카나에네 집은 스테이크 하우스를 경영하니까 역시 다양한 정보가 들어오는 걸까. 둘 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알고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일까 무츠미와는 대조적으로 이토코가 차분하게 말했어.


"지난주에 그런 얘기를 언뜻 아빠가 하셨는데 아무도 안 믿었어"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무츠미도 하세베한테서 못 들었지?"


카나에도 바로 동의하고 무츠미한테 물었어.


"동아리 일로 고민할 때 내 얘기를 들어 줬는데 그런 얘긴 전혀……"


무츠미가 동요하면서 대답하니까


"그럴 거야"


이토코가 무심한 어조로 대답했어. 이토코는 걱정스러워하는 무츠미를 배려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카나에도 마찬가지였어.


이런 상황이라면 아빠랑 마찬가지로 아이코네 아빠도 하세베네 엄마 가게 단골이니까 들으셨을지도 모르겠어.


무츠미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던 건지 카오리한테 물었어.


"카오리, 아주머니 재혼 얘기, 진짜 루머야?"


다른 학교에 다니는 무츠미가 모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세베랑은 소꿉친구니까 궁금할 거야.


"으~음, 아주머니가 재혼하신다는 얘기 지금까지 나온 적 없으니까"


카오리가 이토코를 보고 "그렇지?" 하고 동의를 구하듯 말했어.


"맞아. 진짜로 그렇다 해도 하세베가 입시를 앞두고 있는 이런 시기에 나온다는 건 부자연스럽지"


이번엔 이토코가 카오리를 보고 대답했어. 다음으로 카오리는 나를 보고


"좀 너무 갑작스럽다고 할까~. 도레미도 그런 거 같지?"


"그러게~. 그 아주머니가 하세베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재혼한다니 말도 안 돼"


내가 단호하게 말했어.


아주머니는 미인 사장님이라 그런 얘기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지만 하세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셔. 초등학교 때 그건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끄덕였어. 모두 같은 생각인 거지. 왜 갑자기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소꿉친구인 무츠미가 몰랐을 정도니까 분명 뭔가 오해가 있었다거나 귀 막고 말 맞히기처럼 얘기가 잘못 전해졌다거나 그런 게 아닐까?"


카나에가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끄덕였어. 하지만 무츠미는 여전히 집요하게 카오리한테 물었어.


"그치만 뭔가 그런 소문이 날 만한 일이 있었던 거 아니야?"


카오리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계기 같은 건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세베는 별다를 거 없었으니 아무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파악한 걸 거야"


탐정 같은 어조로 카오리가 말하자 우리는 충분히 이해가 돼서 다시 노트로 시선을 옮겼어. 모처럼 선생님이 되겠다는 목표가 정해졌는데 성적이 못 미친다니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지.


"무츠미, 아주머니한테 여쭤보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 소문이 있는데요 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나도 조사해 볼게. 어디서 나온 얘기고 진상이 뭔지. 확실히 알 수 있으면 안심이 되잖아"


카오리가 무츠미에게 윙크했어.


"으……응"


무츠미는 조금 안심했다는 표정이었고 우리는 공부를 재개했어.


결국 MAHO당에서도 그게 화제가 됐어. 아이코네 아빠가 우리 아빠랑 같으셔서 하세베네 엄마가 하시는 가게의 단골이시기도 하고 어째선지 동네의 얘깃거리를 잘 아는 타마키 레이카가 MAHO당에 디저트를 사러 왔을 때 언뜻 얘기한 적도 있다고 해서 다들 알고 있었어.


"난 초등학교 때 이후로 하세베네 엄마를 못 봤지만 차분하고 예쁜 분이시라고 아빠가 말씀하셨어"


"뭐고, 하즈키네 아빠도 단골이셨나?"


아이코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어. 하즈키네 아빠는 영화 회사나 방송국 사람이랑 긴자의 비싸 보이는 가게에 다닐 듯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사실은 동네 작은 식당에도 얼굴을 비치시는구나.


"요즘엔 엄마도 나도 요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아주머니가 만드신 요리는 유모의 수제 요리를 생각나게 한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어"


맞아 맞아 우리 아빠도 아주머니 가게는 요리가 맛있다고 하셨었지.


"그래~? 하나도 먹고 싶어~"


"동네 작은 식당이라면 일식이지? 나도 가게 가서 먹어보고 싶어"


하나랑 모모코도 얘기에 끼었어.


"일식이라기보단 엄마의 손맛이 아닐까? 나도 요리를 하지만 시간이 드는 건 별로 못 만들어. 일본식 반찬은 외식하거나 밑반찬을 사는 경우가 많지"


온푸는 바쁘니까. 옛날엔 달걀 깨는 것도 못했는데. 이제는 요리도 하는구나. 어쩌면 지금은 나보다도 요리는 잘한다든가 그럴지도.


"술이 있는 가게니까 하나는 가기엔 아직 어리지"


하나는 실망했지만 온푸가 다음에 전통 있는 가게의 밑반찬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사다주겠다고 하니까 곧바로 웃음을 되찾았어.


우리 집도 일식이라고 하면 조림이나 생선구이 정도일까? 엄마가 만든 요리는 언제나 맛있지만 나랑 폿프의 입맛에 맞춘 식사가 많으니까 아빠도 가끔은 다른 게 드시고 싶을 수도 있어.


MAHO당에서 맨날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있지만 엄마가 만드신 쿠키나 핫케이크는 어릴 때부터 먹어 온 확신할 수 있는 맛이지. 나도 가끔 과자를 만들지만 상당히 잘하게 됐다고는 해도 모모코한테도 엄마한테도 못 미치는 어중간한 느낌. 그래서 아빠들의 심정도 이해해.


"아빠 말로는 최근에 단골이 된 사람이 있다 카데. 그 남자랑은 뭔가 얘기도 신나서 하더라 카던데"


"아주머니 가게는 편안하다고 아빠도 그러셨으니까 그냥 단골이 는 거 아니야?"


내가 물으니까 아이코는


"역 앞에 있는 작은 식당이라면 이해하겠는데. 하세베네 엄마 가게는 동네 중심에서는 떨어져 있고 아빠도 그 남자는 동네 사람도 아니라 카셨다"


"그럼 일 때문에 혼자 온 걸까? 분명 아주머니의 수제 요리의 팬이 된 걸 거야"


하즈키가 대답했어. 나도 의외로 그 의견이 정답이 아닐까 싶어. 난 하즈키한테


"하세베는 야다랑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잖아. 뭐 들은 거 없어?"


하즈키는 전혀 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럴 거야.


"하세베네 엄마 가게에 드물게 동네 사람이 아닌 사람이 단골이 되니까 아빠들이 질투 삼아 재미로 말씀하시는 거야"


온푸가 명쾌하게 정리했어. 모모코가 크게 끄덕이고 이어서 말했어.


"가~끔 가게 앞을 지나다가 아주머니를 볼 때가 있어. 초등학교 때랑 전혀 달라지지 않으셨어. 고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있다는 느낌이 안 나"


모모코네 엄마도 충분히 젊으시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다만 타입이 달라. 정숙한 일본 미인……


"맞아. 타치바나 쿄헤이 씨 어머니 쇼코 여사님이 기모노를 입으면 비슷해질 거 같지 않아?"


내가 말하니까


"이미지를 잘 모르겠는데 쇼코 여사님도 대학생 아들이 있다는 느낌은 안 들제. 게다가 그 모자는 하나도 닮지도 안 하고"


"에~엣, 하나 타치바나 씨랑 쇼코 여사님 빨리 보고 싶어~. 타마키가 언제 데려와 줘~?"


둘 다 지금은 동네에 없으니까. 나도 전혀 못 보고 있어.


그건 그렇고 예쁜 건 정말 죄라니까. 나도 한때는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미소녀였는데 언젠가 미소녀가 아니라 미녀가 됐으면 좋겠어.


지금은…… 지금은 당연히 그냥 미소녀지.


"일단 카오리가 조사해 보겠다고 했고 무츠미도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다음 주만 돼도 알 수 있을 거야"


"그때쯤 되면 소문도 흐지부지 될 거고"


아이코 말이 맞을지도 몰라.


신학기라고 해도 3년째가 되면 신선함이고 뭐고 없지. 담임도 3년 연속 레온=야마키 선생님이고. 레온은 원래 그렇긴 한데 우리를 대할 땐 진심 의욕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해.


근데 입학했을 때처럼 실망은 안 해. 레온의 좋은 점도 잘 아니까. 수업은 우리 학생들을 방치하는 것처럼 멋대로 진행하지만 중간중간 하는 잡담은 오히려 잡학? 잔지식?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중요한 건 프린트에 정리돼 있어. 이 프린트는 참으로 잘 만들어서 대학 입시에 자주 나온다는 평이 있어. 칠판에 글씨는 못 쓰지만 프린트는 컴퓨터로 만든 거라 깔끔해.


다만 내 경우엔 축구부 고문과 매니저라는 관계도 있어서 교실 밖에서도 맨날 얼굴을 보니까 담임 정도는 다른 선생님이었어도 괜찮지 않았나 싶어.


그렇게 신학기가 시작되고 연휴를 앞둔 날 방과후, 나는 츠카사 씨 댁에서 하는 공부 모임에 참여했어. 츠카사 씨 댁에 갔더니 나 말고는 다 모여 있었어.


츠카사 씨가 휴무라 공부를 봐 주시기로 했어. 꽤나 스파르타식이야.


내가 늦어진 건 모모코의 4월 디저트를 다 같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였어. 츠카사 씨께는 엄청 신세졌고 앞으로는 동아리도 바빠질 거고 모모코랑 하나도 치어리딩 동호회를 개설했으니 MAHO당도 인원이 부족해질 거야. 앞으로는 다 같이 모이는 일도 별로 없을지도 몰라.


"오빠, 이거 MAHO당 디저트예요. 다 같이 먹으려고요"


내가 모모코의 디저트를 내미니까 이토코네 삼촌은 기쁘게 받으시고


"고마워, 도레미. 그럼 일단 1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자. 즐기는 건 그다음에 하고"


이토코네 삼촌의 웃음은 가끔 무서워. 난 새로운 교과서를 폈어. 잘 못하는 고전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 문과 과목 중에서도 영어나 역사는 혼자서도 조사할 수 있고 가르쳐 주는 친구들도 있어. 근데 고전은 교과서에 따라 제재도 다르고 싫은 건 아닌데 진짜 옛날 일본인이 이런 말 썼나 싶을 정도로 이해를 잘 못 하겠어.


내가 이토코네 삼촌한테 호소하니까


"맞아. 근데 단어를 다 알지 못해도 전체적인 내용은 왠지 모르게 알겠지?"


"으~음. 뭐 대체로는요"


자신은 없지만 말야. 이토코네 삼촌이 내 교과서를 훑어보더니


"읽고 의미를 알 수 있으면 충분해. 문법 같은 거에 얽매이면 순식간에 재미없어져. 아, 근데 일본사를 어느 정도 알면 이해가 더 잘 될지도 모르겠네"


"에에~~엑 그랬던 거예요!? 전 담임이 세계사 선생님이라 선택과목도 세계사로 했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일본사로 선택할걸. 아, 난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미소녀야~"


내가 오버스럽게 테이블에 엎어졌어. 카오리가 웃으면서


"앗, 도레미의 그 대사 듣는 거 오래간만!"


다른 애들도 웃었어. 어이없는 이토코네 삼촌만 혼자


"도레미, 너 자신감 넘치는구나. 잘도 자기가 미소녀라고 하고"


"그, 그건 제가……"


내가 울먹울먹하면서 이토코네 삼촌을 보니까


"보, 보는 각도에 따라선 귀여울…… 지도? 음……"


당황한 듯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어.


내가 더욱 우울해하는 걸 본 카오리가 화제를 바꿨어.


"난 '헤이케 모노가타리' 같은 게 좋더라. 멸망의 미학이랄까?"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표정으로 말하니까 이토코네 삼촌이 맞장구를 쳤어.


"나도 좋아하지, 헤이케 모노가타리. 그리고 센고쿠시대도 좋아. 전쟁은 싫어하지만~"


"센고쿠 무장, 좋지요~"


두 사람은 어떤 공감대를 느낀 모양이야. 하지만 이토코네 삼촌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문과든 이과든 시험 공부는 해야 되는데 중요한 건 시험에 합격한 다음이야. 도레미는 전에 대학 입시를 끝판왕이라고 했었는데 대학 같은 건 긴 인생에서 겨우 입구에 불과해"


설득력있는데? 뭐든 오버스럽게 하는 게 내 결점일지도. 그렇다고 태평하게 있을 수도 없는 게 지금 내 성적이지.


"그리고 국어력도 필요해. 고전이든 영어든 내용을 알아도 문장력이 없으면 감점이 돼 버려. 앞으로는 소논문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이토코네 삼촌은 학원 선생님 같아. 근데 믿음직스럽지. 진짜 이토코가 삼촌 댁에 와서 다행이야. 이걸로 이토코의 성적이 오를 건 틀림없을 거고. 나도 격차가 안 벌어지게 잘 따라가야지.


각자 딱 1시간 동안 공부를 했을 때쯤 부엌에서 홍차향이 풍겼어. 난 테이블을 정리하고 모모코의 케이크를 열었어.


"우와, 예쁘다"


다들 케이크를 가까이서 봤어. 이번달 홀 케이크는 정사각형이야. 표면에는 초콜릿이 씌워져 있고 초록, 빨강, 오렌지색 크림을 가로세로 선을 긋듯 뿌렸어. 맞아. 체크무늬를 이미지한 거야.


"신학기니까 교복 체크무늬를 이미지해 봤대. 화이트초코 버전도 있는데 오늘은 기품 있는 초콜릿으로 가져왔어"


이토코네 삼촌도 홍차를 테이블에 놓고


"MAHO당에서는 매달 신작 케이크를 만들었지? 봄이니까 딸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체크무늬라니 신선하네"


"근데 안쪽 크림에는 딸기가 듬뿍 들어 있어"


접시에 놓인 케이크의 단면을 보고 이토코가 신나서 말했어. 역시 생크림과 딸기 조합은 정석이지. 카오리가 이리저리 보더니


"시트도 초콜릿색이니까 하얀 크림과 딸기의 빨강이 초콜릿케이크의 다크한 색과 엄청 잘 어울려"


기운이 없었던 무츠미도 드디어 웃었어. 카나에는 최상급의 미소를 보여주며


"맛있겠다~~. 일단,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야~"


다들 끄덕였어. 맛있는 디저트 앞에서 다이어트 얘기는 금지지.


"잘 먹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같이 말하고 우리는 모모코의 디저트를 먹었어. 역시 미소가 지어지는 맛이야.


순식간에 디저트를 해치운 우리는 바로 공부를 재개할 생각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하세베네 엄마 얘기를 했어. 일단은 카오리가 입을 뗐어.


"있잖아, 새로운 단골은 설계사무소 사람이야. 한 번 이혼했고 현재 독신이라는 걸 알았어"


"엑, 그럼 정말로 재혼?"


우리가 무츠미를 보니까 시무룩한 표정으로


"……재혼 얘기는 못 물어봤어"


"근데 하세베랑은 얘기했지?"


이토코가 물으니까


"하세베는 요리사가 되기로 결정했대. 그래서 전문학교에 진학하거나 어디 고급 식당에 가서 수업 받거나 그러려고 하나 봐. 그에 대해선 당연히 아주머니랑도 의논했는데 표정이 복잡해 보이셨대"


"하세베는 고집스러우니까.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다면 절대로 안 바꿀 거야"


이토코의 의견에 나도 동의했어.


"그건 언젠가 엄마 가게를 잇고 싶다는 뜻일까?"


무츠미는 나의 질문에 애매한 표정으로


"엄마의 부담을 줄이려고 그런 걸지도……"


그러자 홍차를 더 타 온 이토코네 삼촌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


"뭔가 망설여지는 게 있구나? 무츠미. 다른 신경 쓰이는 일이 더 생겼다거나 그래?"


츠카사 씨가 컵을 각자의 앞에 두면서 생긋 웃었어. 마치 점술가나 마녀 같아. 남자한테 마녀라니 말이 좀 이상하지만 말야. 나도 초보마녀지만 아무리 봐도 일반인이니까. 난 츠카사 씨의 손질된 손톱과 긴 손가락을 보고 은근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요전에 아주머니 가게에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하세베랑 같이 웃던 여자애가 친해 보였어. 아주머니랑 남자분도 같이 있었고……"


"남자분이라면 재혼한다는 소문의 그분?"


카오리가 물으니 무츠미는


"모르겠어. 처음 본 사람인데 영업 전이라 단순히 그냥 아는 사람이었을지도"


"무츠미, 신경 쓰이는 건 아주머니가 아니라 그쪽이지? 나였다면 물어봤을 텐데. 그 여자애 누구냐고"


이토코네 삼촌이 웃으면서 말하니까 무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어. 그래서 우리는 무츠미가 하세베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다들 아무 말 안 했어.


"그저 고민만 하는 건 시간 낭비야"


이토코네 삼촌이 강조하니까 무츠미는 고개를 들었어.


"만약에 여자친구라고 해도 뺏어버리면 되잖아. 아니면 빨리 포기하고 더 좋은 남자를 찾으면 되고. 나랑 다르게 아직도 한창 젊으니까"


홍차가 식는다고 이토코네 삼촌이 윙크해서 우리는 컵을 입으로 옮겼어. 케이크 후의 홍차는 민트티였어.


이토코네 삼촌은 민트티를 맛나게 마시고는 천천히 컵받침에 컵을 놓고


"근데 요즘 애들은 의외로 보수적이구나?"


"네? 무슨 말씀이세요?"


"사고방식이 옛날 사람 같다고 할까, 더 까칠하게 굴어도 될 거 같은데"


우리는 이토코네 삼촌이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몰라서 서로 얼굴만 마주봤어.


"연애에 대한 사고방식 말이야. 난 그런 생각이야. 남녀 불문하고 사람은 몇 살이 되든 연애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했어.


"하세베네 엄마도 연애해도 괜찮잖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재혼 정도는 해도 될 거 같지 않아?"


"그런가…… 나도 생각해봤어. 만약 내가 하세베 입장이고 엄마한테 재혼 얘기가 거론된다면 틀림없이 반대할 거 같아"


다른 애들도 나한테 동의한다는 듯 끄덕였어.


"하지만 그건 자기 입장만 생각한 거고 정말로 엄마를 생각한 걸까?"


"…………"


또 우리는 침묵했어.


"하세베가 결혼했다고 생각해 봐. 엄마보다 자기 아내를 소중히 할 거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지? 아내와 엄마 사이가 안 좋아져서 가족간에 껄끄러워지거나 별거라도 한다면 엄마는 어떻게 되겠어?"


"그, 그건……"


내가 당황하니까


"만약 그렇게 돼도 재혼했다면 쓸쓸한 만년은 안 보내도 되니까 괜찮지 않아?"


"그렇긴 한데……"


내가 반론하려고 하기 전에 무츠미가 말했어.


"하세베 절대로 엄마를 힘들게 할 아내는 안 맞을 거야!"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커서 우리는 무츠미를 쳐다봤어.


"쭈욱 엄마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앞으로도 안 바뀔 거예요!"


명백하게 이토코네 삼촌을 비난한다는 투로 보고 말했어.


"어머, 무서워라…… 후후, 역시 너흰 순수하구나. 뭐 나도 17, 8세 땐 그랬을지도"


이토코네 삼촌은 그러면서 싱긋 웃었어.


그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아까 하던 공부를 이어서 하기 시작했어. 무츠미의 얼굴을 슬쩍 보니까 샤프를 들고 한참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서둘러 참고서 페이지를 넘기기도 하면서 진정이 안 돼 보였어.


이토코네 삼촌댁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무츠미랑 같이 가기로 했어.


카오리랑 카나에랑 헤어진 뒤 나는 무츠미한테 말했어.


"레슬링부는 그만뒀지만 무츠미는 링 위가 가장 잘 어울리는 거 같아"


갑작스러운 내 말에 무츠미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어.


"하세베 문제도 무츠미가 링 위로 오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무츠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겨우 이해했는지 표정이 누그러졌어.


"도레미, 고마워. 나 링 위로 오를게. 하세베랑 만나서 제대로 얘기해 볼게"


"그래. 잘 생각했어"


내가 웃으니까 무츠미도 웃으면서


"정말, 도레미는 다른 사람 용기 나게 해 주는 걸 잘한다니까. 선생님이 천직일지도"


"하하, 그럴까?"


내가 쑥스러워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데 바로 무츠미가 말했어.


"근데 그 전에 대학교에 합격부터 해야겠지?"


"그렇겠죠?"


우린 서로 마주보고 웃었어.


잘 생각해 보니까 MAHO당 멤버는 이토코네 삼촌을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잖아. 나의 빈약한 어휘력과 표현력으로 어떻게든 전달됐을까?


온푸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더니


"그런 사람 가끔 있지"


"그런 사람?"


"감이 좋아서 필요한 대답을 딱 맞혀서 말해주는 사람…… 이랄까?"


"맞아맞아 맞아맞아, 그런 느낌!"


그때 무츠미는 곤란했어, 확실히. 일단 해결됐으니까 모두에게 얘기했어. 모모코가 하즈키한테


"하즈키도 야다랑 소꿉친구였지? 아르바이트도 여자 어른들이 오는 데고 야다는 잘생겼으니까 학교에서도 은근 인기 많을 거야. 신경 쓰여?"


"발렌타인데이 같은 때도 초콜릿 잔뜩 받을 거 같잖아. 다들 하즈키라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거 몰라?"


하나는 아직 그런 감각을 잘 모를 거야. 도쿄대 이공3 합격 확실이어도 아직 어린애니까.


"소꿉친구라면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인 거제. 언제부터 야다를 의식하기 시작했노?"


화살이 왜인지 자신을 향해 버려서 당황한 듯한 하즈키였지만


"유치원 때 나, 마사루가 아끼던 비둘기피리를 받은 적 있었어. 그때부터일려나? 그 뒤로 중학교부터 서로 학교가 떨어져서 서운하게 생각한 건 확실할지도. 그 후 장르는 다르지만 똑같이 음악계에서 프로가 되고 싶다는 걸 서로에게 얘기하고 나서는……"


말끝을 흐리더니


"정말, 무슨 말을 시키는 거야"


하즈키는 얼굴이 새빨개졌어.


야다는 무뚝뚝하고 반에서도 별로 시끌벅적한 편이 아니지.  트럼펫은 잘 불었었는데 본격적으로 프로를 지망하고 있었구나. 난 전혀 몰랐어. 같은 반에 있었는데도 말이지. 역시 하즈키랑 나는 시점이 달랐던 거야.


그런 하즈키는 요즘 부쩍 의욕적이야. 올해는 국내 콩쿠르, 해외 콩쿠르 나갈 수 있는 큰 콩쿠르는 전부 도전하고 싶다고 했었어.


자원봉사를 계기로 루나로 변신해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과 그 후 아빠의 영화가 해외에서 인정받아서 일이 순조롭게 된 것. 옛날의 내성적인 하즈키가 그립게 느껴질 정도야.


"하즈키 얘기는 그렇다 치고 무츠미와 하세베랑 아주머니의 재혼 얘기가 해결됐다는 건 무슨 소리고?"


아, 또 딴 데로 새 버렸네. 더 이상 하즈키한테 얘기를 시키면 그냥 꽁냥꽁냥만 듣게 될 거 같아. 하나가 쓱 다가오더니


"그래 맞아. 아주머니 가게에 있던 여자앤 누구야? 재혼은 루머였어? 도레미, 잘 설명해 봐"


"알았어, 알았어"


난 차례차례 설명했어.


무츠미는 3학년이 되니까 레슬링부를 그만둬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어. 딱 하세베랑 상의했던 시기지. 그때는 격려를 받았어. 무츠미가 지금까지 열심히 해 왔던 건 사실이고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던 것도 사실. 아이코처럼 다른 종목으로 나갈 수도 없었어. 레슬링은 체급제니까. 무츠미는 왜소한 편이니까 어렵겠지.


우리 축구부도 연습이 힘들고 주전은 웬만해선 되기 힘들어. 후배 부원처럼 축구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쫓아가지 못해. 하지만 가까이 있고 싶으니까 매니저가 되겠다는 사람도 있어.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라고 생각해. 나도 지금은 어떻게든 하고 있지만 띄워줘서 매니저가 된 거나 같으니까.


무츠미는 스스로 결정했지만 찝찝했던 건 확실할 거야. 그럴 때 아주머니의 재혼 얘기를 우리한테서 듣고 놀라서 하세베한테 간 거야.


"하세베는 엄마가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제"


"응. 하세베는 야다랑 비슷해서 붙임성도 안 좋고 시비가 걸리는 타입이지. 타치바나 선배랑도 비슷하다고 할까?"


"맞아. 야다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GB밴드와 알게 되고 나서 인기가 급상승했지. 원판이 멋있는데 지금은 기운이 팔팔해 가지고……"


"모모코, 그건 지금 상관없잖아"


하즈키가 모모코의 말을 부끄럽다는 듯 가로막았어.


"아주머니가 하세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세베도 아주머니를 소중하게 생각할 거야. 요리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인 거지"


내가 말하니까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끄덕였어. 하나는 초등학교 때 잠깐 동안만 같이 있었으니까 모르는 것도 어쩔 수 없지.


무츠미는 자기가 좌절했다는 것과 맞물려서 살짝 자신을 혐오하게 됨과 동시에 하세베가 확고하게 장래의 비전을 가지고 있어서 당당하게 엄마를 존경하는 모습이 듬직하게 보였던 거야.


"엄마를 보고 자란 하세베가 요리사를 지망하는 건 이해하는데 쪼끔 마더콘스럽지 않아? 엄마 혼자 기르셔서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온푸가 슬쩍 말했어. 확실히 그런 느낌은 들지만 나도 우리 엄마 정말 좋아하고 엄마는 대단하다고 항상 생각하니까.


"엄마가 엄청 예쁘시니까"


"온푸, 모모코, 지금은 그런 얘기가 아이다"


"미안"


온푸가 혀를 빼꼼 내밀었을 때였어.


"안녕"


홀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어.


"무츠미다!"


내가 말하니까 다들 눈을 반짝거렸어.


다 같이 홀로 나가니까 무츠미는 놀란 표정이었어.


"오, 온푸까지 있었구나……!"


나 말고는 무츠미를 보는 건 오랜만이라 다들 인사를 주고받으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했는데……


무츠미는 웃고 있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살짝 내리깔고서


"도레미, 잠깐 시간 좀 돼? 둘이서 할 얘기가 있는데"


나한테 슬쩍 얘기한 게 아이코한테 들렸는지 웃으면서


"무츠미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온푸도 이어서


"도레미한테서 다 들었어"


"그, 그랬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이코랑 하즈키네 아빤 "아키호"의 단골이시라 하세베네 엄마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계셔서 얘들한테도 얘기했어"


무츠미는 납득하고 깜찍한 표정을 지었어. 요 며칠 동안과는 뚜렷하게 달라서 내가 먼저 물어봤어.


"뭔가 후련해진 표정이네? 뭐 알았어?"


무츠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요전에 도레미가 말했던 대로 용기 내서 링 위로 올라갔었어"


그러자 하나가 깜짝 놀라서


"어? 쿠도, 레슬링부 그만뒀을 텐데?"


리액션이 엉뚱하니까 무츠미가 피식 웃었어.


"하나, 지금은 잠깐 조용히 있어"


그렇게 내가 제지하고 물었어.


"그래서 하세베가 뭐라고 했어?"


무츠미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어.


"하세베네 엄마 가게에 왔던 단골은 처음엔 그냥 손님이었는데 설계사무소 소장님이란 걸 알고 나서 가게의 리모델링에 대해 얘기를 했었던 거래"


그건 아빠한테서도 못 들어서 나는 무심코


"아주머니 가게, 고치셔?"


놀라서 물으니까 무츠미는 끄덕이더니


"응. 근데 설계는 또 바꿀 거래"


아주머니는 하세베가 요리사를 지망한다는 걸 아시고 가게를 하세베의 키나 몸집에 맞춰서 고쳐야겠다고 생각하셨나 봐. 여기저기 낡기도 했고 언젠가는 자신은 은퇴하고 가게를 맡겨야겠다고 생각하신 거지.


무츠미는 피식 웃더니


"아무래도 영업 중에 의논은 못 하니까 설계사무소로 가거나 찻집에서 얘기하거나 그랬는데 하세베도 눈치채고 걱정했나 봐"


"아~, 재혼한다는 소문이 난 건 그래서였구나. 하세베,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은 말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즈키도 살짝 웃었어. 무츠미는 계속 얘기했어.


"하지만 하세베는 가게를 리모델링한다거나 엄마가 자신에게 가게를 맡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어. 제 몫을 하기에는 아직 멀어서 그 전에 같이 가게를 키워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


"갑자기 하세베로 교체되면 가게 콘셉트도 바뀌어 버리니까. 아주머니와 하세베의 생각이 좀 어긋났던 거지"


지금은 MAHO당의 중심이 된 모모코가 끄덕이며 말했어. 그렇지, 세대가 바뀐다는 건 큰일이지.


"그래서 그 여자애 얘긴?"


그게 더 궁금했던 난 이야기를 재촉했어.


"응. 그 여자앤 설계사무소 소장님 외동딸이었어. 대학생이고 역시 아빠와 같은 건축가를 지망하고 있다나 봐. 하세베랑은 반대로 엄마가 돌아가셔서 아빠를 생각하는 딸이라고 할까? 아빠가 최근에 예쁜 여성이랑 자주 만난다는 걸 알고 신경 쓰여서 아주머니 가게 앞에 갔었다나 봐"


무츠미가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어졌어.


"그렇다면 가게 앞에 계속 있었던 거야? 의심스러웠겠네"


여대생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런 느낌이겠지? 무츠미는 '의심스럽다'는 말에 웃더니


"그게 영업 전 시간이라 하세베도 가게에 남자가 와 있다는 걸 알고 평온하게 있을 수 없었다나 봐. 그 타이밍에 여자애를 발견했다는 거지"


"뭐고, 그런 거였나?"


아이코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아무래도 하세베도 가게 영업 시간도 아닌데 자주 만나는 남성은 신경 쓰였을 거야. 하지만 엄마한테 물어봤다가 정말로 재혼하겠다는 얘기 같은 걸 들을까봐 좀처럼 물어보기 힘든 게 아니었을까 하고 무츠미가 말했어. 소꿉친구인 만큼 하세베의 성격은 잘 알고 있을 거야. 이걸로 이제 이야기의 반 이상은 안 거지.


"하세베가 수상하게 여겨서 말을 거니까 역으로 퉁명스럽게 나와서 서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가게 앞에서 언성이 높아져 버렸대"


하세베한테 맞받아치다니 그 여자애도 지고는 못 사는구나. 나는 무심코


"어른스럽지 못하네, 여자애 상대로"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니까 온푸가 웬일로 내 말을 받아쳤어.


"어른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게 마더콘스럽다는 소리를 듣는 까닭 아닐까?"


하즈키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다음 얘기를 재촉했어. 무츠미는 마더콘이라는 말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지만 엄마를 대하는 마음도 남자와 여자는 다른 걸까?


"가게 앞에서 떠드는 소리가 안에 있던 아주머니랑 소장님한테도 들렸나 봐. 두 분이 가게에서 나와서 한데 모여 보니까 모자와 부녀였다는 거지. 넷 다 깜짝 놀랐다나 봐. 하지만 거기서 단숨에 오해가 해소된 거야"


"에이~, 그런 결말~~?"


아이코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츠미는 계속 말했어.


"그리고 여자애랑 하세베는 어째선지 서로를 이해해서 날이 어두워지고 하세베가 여자애를 역까지 바래다줬대"


그 장면을 무츠미가 목격한 거야. 당연히 그 부분만 떼어 놓고 보면 쇼크겠지만 결국엔 다 그런 거지 진상이란 게. 친구만 아니었다면 더 진흙탕 같은 전개를 보고 싶었을 텐데. 뭐 그렇다고.


"그래서 가게 리모델링은 역시 하기로 했대. 근데 하세베한테 맞추는 게 아니라 주방을 넓혀서 하세베랑 아주머니 둘이서 같이 움직일 수 있게 고치기로 했다나 봐"


"그렇구나. 무사히 해결돼서 다행이네, 무츠미"


내가 그러니까 무츠미는 조금 쑥스러워 하며 손으로 V를 했어. 이제야 씩씩한 무츠미가 돌아온 것 같아.


무츠미가 돌아간 뒤 MAHO당에서는 아직도 하세베 얘기로 떠들썩했어. 아이코는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좀 더 진흙탕 같은 전개를 기대했는데"


"그건 아냐. 가장 좋은 형태로 수습됐잖아"


하즈키가 타이르듯 말하니까, 아이코가 빼꼼 혀를 내밀었어.


"이렇게 되면 소장님 따님은 파더콘인 거지? 그러면 마더콘인 하세베랑 마음이 맞게 되는 거야"


그러자 하나가 바로 반응을 보였어.


"모모코, 파더콘이랑 마더콘이 뭐~야?"


모모코는 "아차" 싶었는지 입을 가렸어. 마조리카가 매서운 눈으로 여길 노려보고 있어. 이럴 때 나설 차례가 돌아오는 게 온푸지.


"엄마를 좋아하고 아빠를 좋아하는 걸 조금 업그레이드한 게 마더콘이랑 파더콘이야, 하나"


온푸가 싱긋 웃으면서 설명했어. 대충 맞는 거…… 겠지?


"으~음, 하나한텐 둘 다 없잖아"


"그런가? 하지만 여왕님이랑 마조리카랑 라라가 있잖아?"


내가 마조리카와 라라를 보면서 말하니까


"응, 좋아해…… 그치만 마조리카는 좀 잔소리해…… 그래도 좋아"


말끝이 점점 흐려졌지만 둘은 잘 들었을 거야.


"마더콘이 아이라는 건 확실하구마"


마조리카는 좋아해야 되나 화내야 되나 복잡한 표정이었는데 아이코가 깔끔하게 넘겨버리니까 마더콘 설명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게 됐어.


그다음 주 월요일, 난 이토코네 삼촌 댁에서 공부모임을 마치고 서둘러 MAHO당으로 갔어. 거기서 얻은 빅뉴스를 가지고 말이지.


"얘들아, 들어봐 들어봐! 빅뉴스야!"


나는 건성건성 파티시에르복으로 갈아입고 주방으로 뛰어들었어. 모두들 모여 있었어.


"빅뉴스라니, 뭐야?"


하즈키가 말하니까


"복권이라도 됐나?"


아이코가 농담을 던졌어.


"아냐. 아까 무츠미한테 들은 건데……"


내가 빅뉴스를 밝히기 전에 온푸가 딱 맞혀서 물었어.


"무츠미, 하세베랑 사귀게 된 거 아니야?"


어, 어째서 아는 거지!? 내가 더 놀랐어, 온푸.


"으, 응…… 무츠미는 이토코네 삼촌 말대로 아주머니 재혼보다도 여자애가 더 신경쓰였던 거지. 결국 둘 다 한 번에 해결돼서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내렸는데?"


기대하게 만드니까 아이코가 제대로 장단을 맞춰줬어. 역시 오사카 사람이지?


"갑자기 고백이 들어온 거지!"


"아싸! ……라는 느낌이네. 이쪽 식으로 하자면"


다시 한번 멋진 반응 고마워, 아이코. 모두들 주목하니까 난 내가 고백받은 것처럼 두근두근해졌어.


"쿠도, 나 요즘 야다한테 마더콘 취급당하는데 넌 마더콘인 남자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말하니까 무츠미는


"남자들은 대체로 마더콘인 거 같아. 근데 엄마를 싫어하는 사람 따윈 신용할 수 없는데 하세베는 엄마를 소중하게 생각하잖아? 그건 마더콘이랑은 다른 거라고 생각해"


그런 식으로 대답했대. 분명 무츠미의 말에 설렌 거야, 하세베는.


"그렇게 자기랑 사귀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와서 무츠미가 OK한 거래"


"꺄~~!"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다들 엄청 후끈해졌어. 하즈키는 생각만으로도 좋은지


"하세베네 엄마의 재혼 얘기로 급격하게 둘의 거리가 좁혀진 거야"


자기도 야다랑 러브러브면서 로맨스 소설을 다 읽은 것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었어.


"동아리를 그만둘지 고민했던 거랑도 타이밍이 맞았던 거지. 뭔가 부러울 정도로 해피엔딩 아니야?"


연애와는 거리가 먼 온푸가 어째선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 역시 부러운 걸까?


"진짜~~ 잘 안 됐다면 나랑 하나가 둘한테 사귀라고 하려고 그랬는데! 그치!"


모모코가 치어리딩 자세를 잡으면서 하나한테 말하니까


"맞아! 하나랑 친구들은 뭐든 응원해 줄 거야!"


하면서 두 손을 쫙 폈어.


이러저러 해서 무척이나 현실감이 충실한 무츠미는 모모코와 하나가 시작한 치어리딩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어.


무츠미는 동아리를 그만두고 한가해진 시간을 모모코와 하나에게 협력하는 데 쓰기로 했어. 다만, 무츠미는 학교가 다르니까 정식 부원은 아니지만 운동신경도 있고 왜소하지만 레슬링부에서 단련된 근력도 있어서 동작이 좋다고 세키 선생님도 칭찬하셨어. 최근엔 연습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


이토코네 삼촌도 무츠미를 독려했던 만큼 내심 걱정한 모양인데 좋게 해결돼서 안심했나 봐. 난 연휴가 끝나고 나서도 한 달에 몇 번은 이토코네 삼촌댁에 가서 공부하기로 했어.


이토코도 형제의 입시공부를 도와준 경험이 있어서 잘 가르쳐 줘. 엄청 도움이 돼. 이토코랑 이토코네 삼촌이 역시 같은 핏줄이구나 하고 느낀 게 꽤나 엄격하다는 거. 같은 실수를 하려고 하면 가차없이 혼을 내. 이러니까 중간고사 성적이 안 오른다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열심히 해야지.


카오리는 카나에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 자금을 잔뜩 모아서 새로운 카메라도 사고 싶다고 그랬어.


카나에는 저녁 메뉴인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주간의 런치도 충실하게 하고 싶다고 그랬어. 하세베랑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애쓰시는 걸 보고 자랐으니까. 정해진 길이라고 했지만 하기 싫은 일은 아닌 거지.


난 엄마는 그렇다 쳐도 아빠 일은 별로 본 적이 없어. 하지만 기자로서 쓰신 기사를 더 진지하게 읽어볼까 해.


다들 각자 열심히 하지만 나도 매니저가 공부 다음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바로 시작된 현 대회에서는 순조롭게 이기고 있어. 아직 초여름인데 난 완전히 그을려 버렸어. 이러면 그냥 미소녀로도 안 보인다고? 온푸한테 선크림을 추천받았지만 햇볕이 너무 강해서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


그렇게 초여름을 맞이한 우리에게 하나가 엮인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건 또 나중에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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