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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꼬마마법사 레미 17 3rd ~COME ON!~ 5-1모바일에서 작성

꼬마마법사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2 03:50:12
조회 764 추천 1 댓글 2
														

제5장

프린스로부터 온 도전장


장마철인데 무더워서 한여름 같은 6월. 초여름은 언제 왔다 언제 갔는지. 그리고 우리 미소라고 축구부의 시합은 신학기부터 거의 매주 계속됐어.


지금 유럽에선 리그도 끝나고 휴식기지. 일본은 유럽보다도 충분히 더운 거 같은데 왜 대회는 한여름에 하는 걸까?


하다못해 올해 고교 대항전이 홋카이도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 아예 그냥 리조트 느낌으로 오키나와 같은 데도 좋겠네. 그건 그런데……


“더~워~~~!”


“하루카제 선배님, 괜히 더 더워지니까 그러지 마세요”


“미~안~~”


“선배님, 아직 6월이에요”


후배 매니저 카시와기 치나미와 세토 코스케가 나를 봤어. 어이가 없는지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 혼자 퍼진 거 같지만 아니야. 적어도 축구부 연습이나 시합 때는 그런 소리 안 해. 조금밖에 안 해.



월요일 정례 회의 뒤 동아리실에서 청소하고 비품을 정리 및 손질하는 시간이어서 무심코 입에서 나와버린 거야. 동아리실은 직사광선은 안 들어오지만 에어컨 같은 건 당연히 없고 창문은 한 개뿐이라 바람이 전혀 안 들어와. 애초에 밖에서도 바람은 안 불지만.


치나미는 내 변덕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4월부터 정식으로 매니저가 된 세토는 가끔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곤란해 해. 이젠 익숙해졌으려나?


“나도 안 하려고 했는데~”


치나미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어. 우린 반팔 추리닝에 반바지, 목에 수건을 두른 차림이었어. 동아리실은 항상 청소하고 있지만 부원들의 출입이 잦아서 그런가 금방 지저분해져.


매니저인 나와 치나미는 기본적으로 동아리에 참여할 때는 교복이 아니라 추리닝. 혹은 부원들끼리 맞춘 단체 티셔츠. 아직 1년도 안 입었는데 너무 세탁을 많이 해서 꾸깃꾸깃해.


여고생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현실은 이래. 운동부 여자 매니저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한테도 “미안”밖에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어.


동아리의 아이돌 같은 존재일 거라고 착각하지 않았어? 특히 공립 고교 운동부의 여자 매니저는 부원들한테서 여자 대접도 못 받아. 교복을 빼입고 참여하는 데이터 수집이나 기록 측정 같은 건 공식 시합일 때만. 동아리 활동이나 연습 시합도 부원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추리닝이고 운동장은 흙먼지가 날리지 잔디구장을 빌려도 우린 보조 작업이야.


맞아 맞아, 도구도 많이 나르니까 체력은 붙지. 나도 모르게 다이어트가 되는 거야. 모모코가 만드는 극상의 디저트를 마구 먹어대도 조금도 살이 안 쪄. 근데 근육이 붙는다고 해도 좋아할 나이는 아니지. 새삼스럽지만 우리 둘 다 귀여운 여자 매니저야.


그렇게 작업하던 중 갑자기 치나미가 손을 멈추더니 화난 표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아니 근데, 분하네요”


생각하니 열받는다는 거지. 나도 그거에 대해선 동감이야.


그래, 전국 고등학교 종합체육대회, 줄여서 고교종체, 또는 고교대항전이라고 하는 현 예선이 지난 주 끝났어. 설명이 길었나?


우리 미소라고 축구부는 또 한번 결승에서 강호인 모모에 학원 고등학교에 지고 말았어. 연습 시합을 포함해서 여러 번 붙었지만 좀처럼 못 이긴 상대였지.


하지만 레벨이 높은 우리 현은 고교 대항전에 두 학교가 출전할 수 있어서 문제는 없지만…… 역시 2위가 아니라 우승으로 나가고 싶었지.


“올해는 작년보다도 강해진 거 같았는데 말이야. 적도 강했던 거지”


결코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안 들었어. 전반에는 코타케가 득점도 잘 해서 이기겠다 싶었어.


“올해는 스태프도 늘어서 연습의 질은 상승했을 텐데요”


침착함을 다소 되찾은 치나미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


월요일 회의에는 전원이 모여. 반성회와 연락 사항 전달이 끝나면 해산하니까 지금 동아리실에 있는 건 매니저인 우리뿐이야.


맞아 맞아. 올해는 넓은 동아리실로 옮겼어. 로커 수도 늘었고 비품류를 두는 곳도 넓어져서 쓰기 편해. 우리 여자 매니저는 동아리실을 안 쓰니까 월요일 외에는 용건이 있을 때만 출입해. 그렇기 때문에 월요일에 청소를 하는 거야.


시합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고 미소라고의 이름이 유명해지니까 축구부 부원도 늘어서 4월에 옮겼어. 기뻐. 지금까지 있었던 데가 너무 좁았어.


고문인 레온=야마키 선생님이 예언한 대로 4월에 들어온 신입 부원은 지금은 반밖에 안 남았어. 현재 미소라고 축구부의 상황을 모르고 임시 가입했던 1학년은 힘든 연습을 못 쫓아갔던 거지.


“하루카제, 이것이 자연도태라는 거다”


자기 공적도 아니면서 이겼다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레온이 말했어. 아니 자연도태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우리 학교는 공립이라 축구부는 현 대회나 전국 대회 우승이 목표지만 그걸 위해 스카우트한 학생 같은 건 없어. 유명해진 미소라고 축구부에 알고 지원해서 들어온 학생과 그냥 축구가 좋아서 동아리에 들어온 부원의 온도차에 대해서는 전에 얘기한 적 있을 거야.


어려운 문제지. 인원이 늘면 주전은커녕 연습 시합에도 못 나가. 고등학교 동아리가 재미없어지면 서운하지.


그래도 부원은 잘 남아 있어서 축구부는 이제 야구부에 버금가는 대규모 동아리야.


스태프가 늘었다는 건 신입생 매니저 후보만 말하는 게 아냐. 감독님의 지인인 코칭스태프랑 아이코가 부상당했을 때 도와주셨던 타마키 레이카가 소개해 준 트레이너님과 정골사 선생님. 그리고 동네 스포츠샵 직원분한테서도 조언을 받을 수 있게 됐어.


예산이 충분한 건 아니라 전문가만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축구부를 도와주셔. 고마우신 분들이지.


그런데 지난 주말 시합은 결승전에서 모모에 학원에 1대2로 지고 말았어. 하나와 모모코의 치어리딩 동호회도 열심히 응원해 줬는데 말이지. 아쉬웠어. 진짜 분하다는 말밖에 안 나와.


고교 대항전 때 이번엔 꼭 결승에서 복수하고 싶어. 세토는 침착하게 분석하더니


“확실히 더워서 힘든 시합이었는데요, 조건은 마찬가지니까 그걸로 변명은 못 하죠. 체력 부족인 거 같았어요”


“맞아. 후반이 약해. 그 점은 고교 대항전까지 못 고칠까? 더 더워질 테니까”


치나미도 크게 끄덕였어.


“수비도 가끔 위험한 부분이 있었죠. 미도링 선배가 빠진 공백이 커요”


“카시와기, 미도리마치 선배 보고 미도링 선배라니……”


아무도 없는데 세토가 주위를 살폈어.


“아~, 괜찮아 괜찮아. 미도링은 미도링이라고 해도. 본인도 지금은 대답해 주니까”


치나미 같은 귀여운 후배가 그렇게 부른다면 대답할 거야.


“세토는 미도리마치 선배라고 불러 줘”


“네…… 아니 전 미도링 선배라고 못 하죠. 작년까지 포지션 겹치는데 폐만 끼쳤으니까요”


미도링=미도리마치 테츠야는 3월까지 우리 축구부 주전 부원이었어. 국립대를 지망해서 미소라고 연습 스케줄과 병행하는 건 어려웠대.


3학년이 되고 입시에 전념하고 싶다며 동아리는 그만뒀는데 1학년이 자리잡을 때까지는 때때로 코타케의 의논 상대도 했었어.


미도링의 포지션은 수비고 얼굴은 무서운데 신체 능력이 뛰어나게 좋은 건 아니야.


판단력이 엄청 좋아서 항상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았고 그 후의 지시도 정확했어. 두뇌 플레이라고 하지. 미도링이 동아리를 그만둔 건 정말로 아쉽지만 축구부가 강해지면서 연습 시간도 길어졌고 주말은 거의 연습 시합에 쓰고 있어.


미도링은 진지해서 고민했을 거야. 하지만 수면 부족과 피로와 고민을 떠안은 채 있으면 둘 다 후회될 거고 부상도 초래할 거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같은 포지션 선수들한테 조언을 해 줬지.


지금은 열심히 매니저를 하고 있는 세토도 포지션이 같고 타입도 비슷해. 다만 세토는 체력이 없어서 몸싸움에 약해. 결국 축구부에서 선수는 계속할 수 없었지만 매니저로서 서포트하고 싶다며 지원했어. 축구 지식은 훌륭해. 치나미도 나도 도움을 받아서 솔직히 고마웠어.


“이번 주는 조 편성 추첨식이 있죠. 모모에 학원도 이기고 올라오겠지만요……”


“그렇지, 근데 일단은 첫 경기부터 열심히 해야지”


어느 학교든 대표로 뽑혀서 나온 거야. 절대로 쉽게 이길 상대 같은 건 없는 거지. 우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고 였으니까.


“정해지면 바로 데이터 수집할게요”


“나도. 세토, 같이 열심히 해 보자”


2학년 매니저들은 데이터 작성을 잘해. 내 역할은 없나? 그 대신 모두가 기분 좋게 연습과 시합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 메이커로서 열심히 하려고.


“좋아,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해산이지? 난 레온한테 리스트 전달할게”


시합이 계속 있어서 소모품은 상당히 줄 거나 손상됐어. 신학기 전에 마련했는데 순식간이지? 축구부는 부상이 당연히

따르지만 아무도 큰 부상 없이 고교 대항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1개월 동안 또 매주 시합에 절여지겠지.


두 사람과 헤어져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레온한테 들렀다가 MAHO당으로 갔어.


월요일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이상은 MAHO당에 아르바이트 하러 가. 온푸는 배우 일이 없는 날에도 영어 회화나 체육관에 다니며 바쁜 매일을 보내고 있어. 하즈키도 콩쿠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다 보니 연습 시간이 확 늘었어. 그럼에도 월요일에는 모이기로 했어.


모모코와 하나는 항상 있지만 치어리딩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디저트에 쓰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어. 도도와 요정들은 기술도 부쩍 늘었지만 아무도 모모코한테는 상대가 안 돼.


하지만 모모코는 디저트를 만드는 시간도 치어리딩을 하는 시간도 똑같이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일류 파티시에르를 지망하면서 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동호회 같은 걸 만들었나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사실 모모코도 불안해진 적이 있었대.


그때 근처에 생긴 디저트 가게 “유진”의 파티시에 이코마 씨랑 부인 루리 씨, 루리 씨의 남동생이자 쇼콜라티에인 시미즈 란 씨한테 용기내서 물어봤대.


“치어리딩은 제과랑 관계없으니 딴 길로 새도 괜찮을지 모모코가 고민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지. 하지만 딴 길로 새 보는 것도 즐거운 거야”


루리 씨는 그렇게 지지해 주셨대.


루리 씨는 중학생 때부터 아이돌로 데뷔해서 20세를 넘기고 인기가 안정됐을 때 갑자기 아이돌을 은퇴하고 프랑스로 건너갔어. 거기서 남편인 이코마 아리히토 씨를 만난 거야. 로맨틱한 얘기지?


“모모코와 하나가 치어리더라. 귀엽겠네~ 치어리딩은 유니폼도 귀엽잖아. 너희한테 응원 받으면 아저씨도 힘이 솟을 거야~”


이런 썰렁한 아재 같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는 게 이코마 씨야. 라틴계라고 하나? 엄청 명랑한 분이셔. 유명한 파티시에니까 까칠한 분일 줄 알았어. 그 갭이 재밌지.


“하고 싶은 일이나 즐거운 일을 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모모코는 귀엽고 스타일도 좋으니까 치어리더가 딱이야”


언제나 란 씨는 말수가 적지만 모모코를 잘 이해하고 있어. 란 씨의 여자친구인 셀레스트 씨도 응원해 주셨어. 아무튼 모두가 찬성해 주신 거야.


“모모코, 파티시에 일은 체력이 엄청 필요해. 모처럼 하는 거니까 치어리딩으로 신체를 단련해서 근력을 더 기르는 게 좋아. 파리 현장에서는 여자라고 봐주지 않으니까”


이코마 씨는 웃으면서 윙크하고 말했지만 모모코의 체력적인 부분이 걱정됐던 거야, 분명.


모모코는 슬림하지만 체력이 있는 건 틀림없어. 다만 파티시에 도구와 재료는 무거워. 지금은 학교를 다니니까 일을 안 하고 있지만 매일 장시간 일하게 된다면

체력이 더 필요할 거야.


“여러분, 고마워요. 저, 치어리딩도 디저트도 열심히 할게요!”


모두가 격려해 줘서 모모코의 고민은 사라졌어.


하지만 모모코가 그 일을 알려 준 건 정말 최근이야.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어. 고민한 건 잠깐이었다고 했지만 조금도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모코는 멋있어. 리스펙트하게 돼.


내가 MAHO당에 도착하니까 온푸 빼고 다 모여 있었어. 바로 파티시에르복으로 갈아입고 나는 가게로 나가기로 했어.


“미안. 회의 끝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가게에 나와 있던 하나한테 말했어.


“괜찮아~ 도레미, 고교 대항전 때 또 응원해 줄게”


“고마워. 어디랑 붙을진 아직 안 정해졌지만, 한번 더 잘 부탁해!”


난 하나와 하이파이브를 했어.


유메가 사쿠라 미라이 언니의 곁으로 돌아간 지도 얼마 안 됐어. 1개월 정도 분주했던 시간도 지나가면 순식간에 섭섭하게 느껴지지.


하나도 우리랑 같이 있을 때는 유메 생각이 덜 나겠지만 모두가 돌아가고 방으로 들어가면 쓸쓸해서 울까 봐 걱정 돼.


하지만 하나는 아무 말 없이 MAHO당에서 일하고 있고 치어리더도 공부도 열심히 해 내고 있어. 그래서 우리도 가만히 보고만 있어.


“아이코, 안녕~”


하나가 정원으로 가는 걸 배웅하고 가게에 있는 아이코한테 인사했어.


“오, 도레미, 안녕. 동아리실 넓어져가 청소하기 힘들제?”


“지금은 매니저도 늘어서 괜찮아. 그보다 보충할 게 많아서 리스트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가지고”


연습 시합과 공식 시합이 계속 있었으니까. 한참 걸려서야 겨우 정리할 수 있었어.


“마, 고교 대항전에선 일정이 다르겠지만 응원하러 갈게. 같이 열심히 하자”


“OK!”


물론 아이코도 고교 대항전에 출전해. 기록은 고등학생으로서는 전국 레벨이지만 국내 레벨이나 올림픽 레벨에는 아직 못 미쳐. 그 사실은 자신이 가장 잘 알 거야.


아이코의 약점은 커브야.


지금까지 했었던 100미터는 직선이라 커브를 도는 건 400미터로 바꾸고 나서 시작한 거야. 부상당한 지 거의 1년이 지났고 스타트대시에 대한 부담도 100미터 때만큼은 없어. 그래서 부상에 대한 건 걱정하지 않을 거야.


다음 올림픽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조언해 주시는 코치님도 만났어. 자신은 못 한다는 생각이 가장 문제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아이코. 타고난 억척스러운 나니와 정신으로 극복해 줄 거야.


“근데 있잖아……”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아이코한테 손짓했어.


“무슨 일인데?”


침착한 얼굴로 다가온 아이코에게


“모모코의 다음 달 케이크는 뭘까? 알아?”


“에엑~~?”


심각한 얘기인 줄 알았는지 아이코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어.


“아마 다음 주 월요일에는 시식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요즘 모모코랑은 서로 동아리 얘기밖에 안 해서, 까먹…… 었어…… 아이코?”


“갑자기 목소리 줄이니까 심각한 얘기인 줄 알았잖아!”


일어서자마자 아이코가 소리 질렀어.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뭔가 엄청 화났는데. 이 자리에 하리센이 있었다면 난 신나게 두들겨 맞았으려나?


“아이코, 주방까지 목소리가 들렸어”


우와! 갑자기 뒤에서 온푸가 말했어. 그것도 3센티 정도 되는 틈새로. 가게에 얼굴을 비칠 수 없어서 그렇다는 건 알았지만 절대로 그것때문만은 아닐 거야. 이제는 문틈으로 보는 게 온푸의 트레이드마크인 거 같아.


온푸도 예정대로 모여서 영업 종료 후에는 평소처럼 내일 일을 준비하고 잡담해.


“곧 있으면 7월이니까. 일정은 일찌감치 달력에 써 놓거라”


마조리카가 벽에 붙은 커다란 달력을 가리키자 우리가 주목했어.


“시간도 꼭 포함해서. 다음 달 거뿐만 아니라 여름방학 일정도 아는 거 있으면 미리 써 놓자”


홍차를 준비하던 라라도 부엌에서 말했어.


“네~!”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했어. 나는 연습 시합 시간을 확인해 와야지.


“레슨 시간이 정해지면 자세하게 써 놓을게”


하즈키가 달력을 벽에서 떼서 벌써 일정을 써넣었어.


“내는 고교대항전 연습 정도제. 내일 코치님한테 연습 프로그램 물어볼게”


아이코가 수첩을 펴서 메모했어.


온푸는 여름방학 때 영화 야외촬영과 무대가 있대.


“나도 매니저님이랑 얘기해 보고 월요일엔 MAHO당에 올 수 있도록 할게”


온푸도 하즈키한테서 달력을 넘겨 받았어. 그런 모습을 보고 라라가 걱정스러운 듯


“다들 무리하지는 마”


그런 라라와는 반대로 마조리카는


“모모코랑 하나도 동호회 연습 시간을 정해서 여기에 써놓거라”


두 사람을 보고 엄한 목소리로 말했어. 두 사람은 바짝 긴장해서


“네~~!”


하고 대답했어.


하계 고교대항전은 간사이에서 열려. 대도시인 만큼 응원은 이동이 쉬우려나. 근데 일정이 빡빡하니까. 빨리 축구부도 조 편성을 알 수 있으면 좋겠어. 모모코와 하나의 치어리딩 동호회도 전국 데뷔구나. 기대돼.


우리가 작업을 마치는 타이밍에 맞춰서 라라가 홍차를 타 줬어.


“얘 얘 얘, 모모코. 다음 달 케이크 뭐야?”


난 의자에 앉자마자 모모코한테 물었어.


“도레미, 아까부터 들떴다 싶더니……”


온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어. 내가 구해주길 바라는 눈으로 모모코를 봤더니 날 보고 자기만 믿으라는 듯 윙크했어. 나도 크게 끄덕였어. 역시 알고 있었구나, 모모코.


“그건 다음주를 기대해…… 가 아니라 다들 도와줘. 마카롱 만들 거야”


“마카롱? 마카롱이 다음 달 홀케이크야~?”


“도레미, 너무 대놓고 실망하는 거 아냐?”


또다시 온푸한테 지적받았어.


“마카롱이면 즐거운 시식회도 없겠고만”


“그러게. MAHO당 상시 상품은 아니지만 여러 번 만든 적 있으니까”


아이코와 하즈키도 온푸한테 동조한 느낌으로 나한테 말했으니까.


“응. 여름엔 홀케이크는 별로 안 당기잖아. 그래서 작고 심플한 쇼트케이크나 치즈케이크를 만들어서 그 위에 컬러풀한 마카롱을 올려 볼까 한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나가 손가락을 튕겼어.


“아~, 그거 예쁘겠다. 역시 모모코야!”


우린 쟁반에 담긴 컬러풀한 쁘띠케이크를 상상했어. 응, 엄청 귀여울지도.


“다른 하나는 여름다운 컬러풀한 젤리로 하려고 해. 이건 여름의 대표 메뉴지”


그것도 대찬성이야. 모모코가 지금처럼 계속 가게에 있을 수도 없고 올해도 폭염이 확실. 그런 상황에 딱 맞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쇼트케이크와 치즈케이크 그리고 마카롱을 만드는구나. 우리도 열심히 해야지.


주말에 고교대항전 조 편성이 발표됐어. 부원들이 토너먼트표를 놓고 서로 마주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대결 상대에 대한 언급은 적었어. 이름은 몇 번 본 적 있는 학교지만 붙어 본 적도 없고 코타케와 감독님도 바로 연습을 시작한다고 했기 때문이야. 시합까지 1개월 남았으니 일단 데이터를 수집해야지.


“미소라고 첫 경기는 도호쿠의 고등학교였죠? 유명한 학교니까 금방 조사할 수 있어요”


“그럼 전 그다음으로 붙을 만한 학교 데이터를 모을게요”


치나미와 세토 두 사람이 있으니까 듬직해. 인터넷과 컴퓨터를 이용한 자료는 감독님보다도 우리가 더 전문이지.


그렇다고 해도 미소라고 축구부는 대결 상대에 따라 바꿀 만큼 다채로운 전술은 안 가지고 있어. 다만 상대를 알고 있는 게 당연히 좋아. 물론 저쪽에서도 조사하고 있겠지만.

인터넷 환경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는 데이터 수집이 힘들었을 거야. 요즘엔 대회에는 공립학교는 거의 출전하지 않고 사립학교만 있으니까 홈페이지나 블로그도 충실한 거 같아. 그리고 지방 방송국에서 8강 정도부터는 방송할 거야.


“일요일 연습 시합 끝나고 첫 경기 상대팀의 결승전 영상을 볼 수 있을까?”


내가 물으니 두 사람은 크게 끄덕였어. 둘 다 일처리도 빠르고 좋은 콤비라고 생각해.


“……모모에 학원 첫 경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 학교네요”


“치나미, 목소리에서 부러워하는 게 느껴져”


내가 치나미한테 말하니까 치나미가 빼꼼 혀를 내밀었어. 그래 그래, 저기는 저기, 우리는 우리야. 누가 상대든 토너먼트는 단판 승부. 이기지 못하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어.


6월 마지막 월요일, 정례 회의 날이야. 일요일에 대결할 상대 학교의 준결승전과 결승전 비디오를 다 같이 보고 감독님으로부터 대책과 주의점 몇 가지가 제시됐어.


전에 치나미가 말했던 대로 미도링이 빠지고 나서 수비가 약해져서 일단은 각 포지션별로 약한 부분을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기로 했어.


나머지는 평소처럼 이번 주 연습 스케줄과 주말 시합 일정 등 대략적인 전달 사항을 확인하고 해산했어.


우리는 일정이나 대결 상대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레온한테서 빌린 컴퓨터 앞에서 얘기를 하고 있었어.


사건은 그때 일어난 거야.


“하으하으, 하아하아……”


“치나미, 왜 그래?”


호흡곤란이라도 일어난 걸까? 그렇다기에는 표정이 행복해 보이는데.


“앗, 하루카제 선배~ 엄청난 꽃미남이 있어요~~”


“카시와기, 무슨 사이트 들어간 거야?”


세토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으니까


“아니에요. 모모에 학원 대결 상대를 잠깐 검색해 봤는데……”


“정말, 모모에 학원은 블록이 다르니까 붙는다 해도 결승전에 가야 붙잖아……”


모모에 학원은 A조고 우린 B조니까 결승에 올라갈 때까지는 경기는 없어.


축구에 절대란 건 없지만 우리 미소라고가 우승하기 위한 첫 번째 장애물은 모모에 학원 같은 유명 학교일 거야. 나랑 세토가 화면을 들여다보니까


“음…… 음…… 아……?”


뭔가 기시감이 느껴졌어. 난 화면을 몇 번 보면서 자신의 기억을 깊숙이 깊숙~이 파내려갔어. 초등학교 때 얼굴밖에 기억 안 나지만……


(아아앗!)


난 무심코 손으로 내 입을 막았어. 최대한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한 다음


“뭐야, 후쿠이현 코쿠류미나미…… 고? 무명 학교잖아. 확실히 이 사진에 찍힌 부원들은 멋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세토가 그 화면을 보면서 말했어. 두 사람은 나를 안 봤어. 럭키였지. 그 사이트는 코쿠류미나미고 공식 사이트인데 축구부 설명 페이지에 치나미가 들어갔던 거야. 그다지 충실한 내용은 아니고 “축 고교대항전 출전!”이라는 말과 부원들의 단체 사진이 올라와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결승까지 거쳐 온 결과밖에 없었어.


단체 사진도 크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런 데서 꽃미남을 발굴하다니 치나미도 의외로 매니아일지도 몰라. 그런 요소는 확실히 지금까지도 있었지만. 다만 치나미는 축구를 잘하는 선수한테만 관심이 있으니까.


“고교대항전에 출전할 수 있었던 건 이 네 멤버 덕분이라는 고문 선생님의 코멘트가 있어요. 이거 굉장히 기대되네요”


“카시와기, 그건 모모에 학원한테 실례잖아. 그리고 우리 대결 상대를 조사하는 게 먼저야. 준결승 정도까지는 일정도 경기장도 우리랑 안 겹쳐”


세토가 마우스를 빼앗아서 다른 페이지로 바꿔 버렸어. 치나미는 아쉽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 아무리 꽃미남에 축구를 잘한다고 해도 그렇게 만만한 게 아냐. 모모에 학원이 이기는 게 당연하잖아”


나도 세토한테 동조하니까 치나미는 순순히 따랐어. 분명 집에 가서 검색하겠지. 그보다 아까부터 내 심장이 쿵쾅쿵쾅 고동치는 소리가 들릴까 봐 걱정됐어.


어쨌든 이건 사건이야. 난 매니저들과 헤어지고 나서 MAHO당으로 달려갔어.


“오, 도레미. 숨까지 헐떡이면서 왔네”


“정말, 아무리 시식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의욕이 너무 넘치잖아”


아이코와 모모코가 떨떠름하게 웃으면서 말하니까


“아, 그랬지. 완전히 깜빡했어~!”


가게에 있는 하즈키까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무슨 일이야? 도레미가 시식하는 날을 깜빡하다니.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거야?”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봤어.


“그러게. 뭔 일 있어도 시식 날만큼은 안 까뭈는데”


“정말로. 이건 상당히 큰일이지”


“진짜, 아이코도 모모코도 실례잖아!”


그냥 넘어갔지만 하즈키도 미묘하게 신경 쓰이는 대사였지. 난 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어. 좀 진정이 됐어.


“응. 사건은 맞는데 영업 끝나고 다 모이면 말할게”


“곧 있으면 온푸도 도착할 거야, 도레미. 가게에 디저트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가게는 하나가 볼게, 가서 모모코 좀 도와줘”


어떡하지. 하나가 나보다도 어른스러워. 매달 나만 시식 시식 하고 노래를 불러서. 그치만 눈앞에 차려져 있으면 다들 정신 못 차리니까 말을 하냐 안 하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응. 알겠어, 하나”


난 하나가 말한 대로 파티시에르복으로 갈아입고 모모코 옆에 섰어. 벌써 달콤한 향기가 부엌에 가득했어.


“컬러풀한 마카롱이네. 여러 가지 과일 냄새가 나”


내가 말하니까 모모코는 갓 완성된 마카롱을 나한테 주면서


“응. 공을 들인 보람이 있어. 색도 향기도 내 예상대로 나왔어”


굉장한 미소였어. 여러 번 테스트했었으니까. 레시피도 지시도 세세한 게 이번 거의 특징이야. 종류가 많으니까. 야무지게 만들어야지.  도도랑 요정들도 침착한 표정으로 모모코의 물흐르는 듯한 솜씨를 보고 있었어.


온푸가 느즈막이 도착했을 무렵 MAHO당 디저트도 다 팔려서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어.


“아직 환하네”


간판을 정리하면서 내가 말하니까 심어 놓은 꽃과 허브에 흠뻑 물을 뿌리던 하즈키가 하늘을 보면서


“정말.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5시만 지나면 어두워졌었는데”


하즈키의 밝은 색 머리에 석양이 비쳐서 금발처럼 보였어. 바이올린 실력도 늘었고 야다랑도 여전히 알콩달콩한 거 같으니 가장 부지런한 게 아닐까.


“도레미, 왜 가만히 있어?”


하즈키는 물 뿌리기를 다 마치고 호스를 정리하고 있었어.


“앗, 미안 미안”


나도 간판을 가게 안으로 넣고 문단속을 했어.


난 부엌에 들어와서 일단 컴퓨터를 켰어.


“도레미, 사건이라니 뭐야?”


바로 온푸가 물어봤어. 난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모모코와 아이스티를 준비하는 라라를 슬쩍 보고


“응. 모모코의 디저트가 완성되면 먹기 전에 잠깐 이 화면 좀 봐 줘”


테이블에 알록달록한 마카롱이 차려졌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쁘띠케이크 위에 살포시 올라간 마카롱이지만 예쁘게 정렬돼 있어서 귀여움이 발군이었어.


“다 됐어. 도레미, 나도 그쪽으로 갈게”


모모코가 마스크를 벗고 내 뒤로 왔어.


“다들, FLAT4 기억해?”


내가 얘기를 꺼내니까 다들 잠시 생각하더니


“아, 아, 기억 난다. 까불까불하던 4인조제?”


“맞아. 좀 거북했어……”


아이코와 하즈키가 말한 것과 같은 인상을 나도 가지고 있어.


“도레미는 아카츠키 좋아했었지?”


그랬나? 그랬죠. 온푸가 말해 버려서 내 얼굴이 빨개졌어.


FLAT4는 이름의 이니셜을 나열한 것으로 마법사계의 후지오의 F, 레온의 L, 아카츠키의 A, 토오루의 T에서 유래한 거야.


그 리더이며 마법사계의 왕자가 아카츠키이고 나머지 세 명은 그의 친구들이라는 거지.


옛날에는 마녀계에 영토가 넘어가서 피폐해진 마법사계를 구하려고 오야지데와 손잡고 아기였던 하나를 유괴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전혀 아니었고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지.


아카츠키는 나한테 홀딱 반해서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에서 나를 두고 코타케랑 대결한 적도 있었어. 꺄아♥ 응? 이야기를 너무 미화했다고? 예 예, 잘못했습니다. 대결은 대결인데 종이로 하는 씨름이었지만.


다른 세 명도 하즈키, 아이코, 온푸한테 집적댔지만 멋지게 격침돼 버렸지. 꽃미남이지만 남자로서 별로였으니까.


소개는 이쯤 해 두고 이야기를 계속할게.


“그래, 그 FLAT4 말인데 고교대항전에 나와. 후쿠이현 대표인 코쿠류미나미고 축구부원으로”


“에엑! 왜, 축구부에?”


모두가 큰 소리로 말했어. 마조리카와 라라도 컴퓨터 화면을 보러 와서 나는 홈페이지에 있던 사진을 확대했어.


온푸랑 하즈키는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어조로


“그러고 보니 얼굴은 본 거 같네”


“그러게. 얼굴은 어른스러워졌는데 머리는 별로 안 바뀌었어”


모모코는 직설적으로 칭찬해서


“다들 멋있어졌네”


“정말로. 근데 디게 카메라 의식하네. 키는 컸는데 성격은 맹 그대론가?”


“하나는 별로 기억 안 나~”


아이코와 하나는 부정적인 인상은 적은 것 같은데 각자가 느낀 인상을 말했어. 맨 처음 인간계에 온 계기는 하나를 유괴하는 거였는데 말이지.


“왜 이제 와서 이 네 명이 나타난 게냐?”


“그러게. 후쿠이현은 그렇다 쳐도 모두 축구부라니…… 의미를 모르겠네”


마조리카와 라라가 불안하다기보다는 희한하다는 표정을 지었어.


일단 우린 컴퓨터를 끄고 모모코의 디저트를 먹기로 했어. 모처럼 나온 갓 만든 건데 맛없어지잖아.


“잘 먹겠습니다~!”


내 목소리가 제일 큰 거 같았어. 일단은 위에 올라간 마카롱을 집어 먹고


“맛있어~ 엄청 프루티해~!”


여름이라 과일 맛을 띠고 있었어. 사이에 바른 크림에도 과일이 들어 있어서 은은하게 새콤달콤했어. 시트로 쓴 쁘띠케이크는 쇼트케이크와 수플레 치즈케이크와 레어 치즈케이크야. 심플한 만큼 한층 마카롱의 컬러풀한 색이 두드러지는 거지. 하나가 스푼을 휘리릭 하더니


“젤리도 예뻐. 탱글탱글한 게 맛있어! 대성공이야, 모모코!”


모모코가 하나한테 대답했어.


“마카롱은 다들 만들 수 있게 됐고 시트로 쓸 쁘띠 케이크는 문제없잖아. 젤리 온도 관리만 잘 부탁해!”


우리도, 뒤에 있던 도도와 요정들도 크게 끄덕였어. 올해는 다들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 모모코의 부담을 가볍게 해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팀워크와 서포트 자세가 중요하지.


전부 다 먹고 차를 마시면서 온푸가 얘기를 꺼냈어.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 FLAT4 아카츠키랑 걔들 MAHO당에 온 적은 없지?”


“하나는 못 봤어”


마조리카와 라라 둘 다 고개를 가로젓고


“근처에서 마법이 쓰이면 마법사끼리는 왠지 모르게 아는 법이지”


“맞아. 아기였을 때랑 다르게 하나도 마법의 힘이 자랐으니까”


“블로그에 의하면 아카츠키는 올해 초에 전학 와서 축구부에 들어왔대. 토오루랑 레온이랑 후지오는 4월부터 전학 와서 역시 축구부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무패의 진격을 하고 있대”


내가 설명하니까 다들 더더욱 희한하다는 표정을 지었어. 아이코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설마, 축구부로 일본 제일이 되는 기 목적이다 카는 긴가? 하나한테 볼일이 있는 건 아이고?”


아이코의 의문에 온푸가 바로 종지부를 찍었어.


“그럴 리 없을 거야. 마녀계와 마법사계 간의 영토 문제는 해결됐고 지금은 우호관계로 됐다고 오야지데도 그랬으니까”


“그 말도 맞지”


마조리카가 크게 끄덕였어.


“하나, 조사해볼게”


하나가 더는 가만히 못 있겠다는 듯 일어서니까


“안 돼. 아직 저 넷의 목적도 모르는데 굳이 하나의 마법의 힘을 알려 줄 필요 없어”


하즈키와 온푸가 하나를 만류했어.


“맞아. 아카츠키 일행 근처에서 마법을 쓰면 금방 알아차릴 거야”


두 사람 생각대로 우리가 마법을 써서 움직여 가지고 하나가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미소라시에 온 사실이나 우리가 초보마녀로 돌아간 것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을 거야. 유메가 있을 때 안 그래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그 넷이잖아. 틀림없이 그쪽에서 먼저 올 거야”


“우린 계속 같은 데서 살고 있으니 아카츠키 일행이라면 간단히 올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상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어”


그렇지. 지금까지는 예선이 있어서 얌전히 있었겠지만 오히려 진작에 조사를 마쳤을지도. 우린 서로 마주보고 끄덕였어.


“어차피 고교대항전이 시작되면 서로의 경기장은 가깝다. 내나 축구부는 만나게 될 끼다”


모모코와 하나도 응원하러 와 주기로 했으니


“걱정 돼. 나도 구실을 만들어서 가도록 할게”


“그래. 도레미, 아이코 시합 날 알려 줘. 나도 레슨 날 바꿔달라고 할게”


초보 마녀로 변신해서라도 두 사람은 올 거야. 평소라면 거절하겠지만 마조리카와 라라가 말했어.


“그래. 그날은 가게도 휴업하고 다 같이 갔다 오는 게 좋겠다. 막상 부딪혀 보면 별거 없을 게다”


“아카츠키는 마법사계 왕자고 다른 멤버들은 측근이야. 하나와 비슷한 정도로 마법의 힘은 도레미들보다도 훨씬 강할 거야. 우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여왕님과 연락할게”


상대는 하나급 마법사로 성장했을지도 몰라. 상대의 목적도 모르니 경계하는 게 가장 좋겠지.


“지금 FLAT4는 주목받고 있으니까 정보는 꽤 모일 거야. 그러니까 여기서도 충분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


내 얘기를 듣고 다들 이해한 거 같았어. 우선 정보 수집이야. 평소와 다르게 신중해진 마조리카와 라라를 보고 우리도 마음을 다잡았어.


FLAT4 멤버에 대해서는 내가 담당해서 MAHO당 사람들한테 전달하기로 했어. 그도 그럴 것이 치나미가 엄청 조사하고 있어서 정보가 거의 매일 갱신되고 있으니까.


“희한하네. 치나미가 그렇게 열심히 하다니”


“하루카제 선배랑 아는 사이였다니, 요전엔 얘기 안 했잖아요”


“아니, 알았던 건 초등학교 때 아주 잠깐 동안이었으니까. 설마 후쿠이에서 축구 할 줄은 몰랐어. 친구들한테도 확인받았을 정도야”


어떡하지, 치나미 진지해. 그치만 다 말할 수도 없어. 계속 안 말할까 했지만 코타케가 떠올릴지도 모르고 저쪽에서 먼저 접근해 올 가능성도 있잖아. 거짓말을 하는 건 힘들어. 비밀은 몇 개 갖고 있지만.


치나미는 확실히 잘 반해. 축구 선수랑 결혼하고 싶다든가 했었고. 게다가 진심 같아. 우선 축구 실력이 좋을 것, 그다음으로 꽃미남일 것으로 코타케 다음으로 키무라한테도 꽤나 관심을 보였지.


“처음엔 얼굴만 잘생긴 4인조라고 생각했는데요, 실제 플레이를 보니까 우리도 한 명 아니 네 명 다 데려오고 싶을 정도예요”


엄청 밀어주고 있어.


모니터에서는 준결승 영상이 나오고 있었어. 지역 방송국 영상이지만 동영상 사이트에도 올라와 있는 거 같아. 그 정도로 화제의 꽃미남 플레이어인 거야. 지금까지 무명 학교였던 코쿠류미나미고를 단기간에 현 대표로 만든 주인공들이라는 것으로 잘생김도 50프로 증가한 걸지도. 뭐 확실히 멋있어지긴 했지만.


세토가 중앙의 선수를 가리키며


“이 선수가 좋네. 보자, 후지오라…… 근데 이름? 성?”


“부원들은 풀네임으로 안 써 있으니까 닉네임이려나. 둘 중 하나겠지?”


그건 이름이야. 어? 성이었나? 나도 네 명에 대해 아는 건 아니네. 홈페이지에는 풀네임은 안 나와 있었어.


세토가 마음에 들어 한 후지오는 다른 세 명에 비해 왜소해 보였어. 수비수 앞쪽에 자리 잡은 다소 수비에 가까운 선수였어.


실점이 적은 건 그의 좋은 감 덕분이고 그 이상으로 득점을 해 주고 있는 게 전방의 레온을 중심으로 한 공격형 미드필더 아카츠키와 토오루야. 마법을 쓴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었고 분명 안 썼을 거야. 이렇게 연결이 잘되는 건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 왔기 때문일까.


“엄청난 팀워크네요. 마치 저 넷이서 11명을 상대하는 거 같아”


“응, 네 명의 플레이가 두드러지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이 영상을 봤어도 분명 비슷하게 생각할 거야. 운동량도 굉장하고 무엇보다 즐거워 보여.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우린 다들 각자의 진로로 흩어졌지만 FLAT4 네 명은 모두 똑같이 축구를 하고 있어. 화면 속 넷은 정말 즐거워 보여. 골이 들어갈 때마다 카메라 쪽으로 달려와서 손으로 브이를 했어. 그런 점은 여전하다는 느낌이야.


“그렇다 해도 축구는 넷이서 하는 게 아니니까. 모모에 학원은 강호 중의 강호야. 치나미, 슬슬 우리 쪽도 대결 상대 연구하자”


내 말을 듣고 치나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가방에서 종이 여러 장을 꺼냈어. 그건 치나미도 잘 알고 있던 거야. 나도 조금은 조사했고 세토는 지방 방송국 영상을 편집해 왔어. 준비는 철저하구나. 좋아, 우리도 작전회의야.


매니저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별로 없어.


대결 상대를 연구하거나 데이터를 정리해 주면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미소라고 축구부는 상대팀 컬러에 맞춰서 전술을 바꾸는 재주는 없으니까. 그저 미스를 줄일 뿐이야. 기본을 잊지 않고 평소와 같은 축구를 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린 준비하거나 음료수를 챙기거나 도구를 꺼내 주고 정리하고 여러 가지 체크를 할 뿐. 우리가 하는 일도 기본 중의 기본이지. 조심해야 할 게 있다면 햇볕 때문에 까매지는 거려나? 뭐 그렇다고.


여름방학 전에 시험이 있었고 내 성적은 멋지게도 그대로였어. 다들 열심히 하는구나. 좀 더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만큼 실망스러워. 부모님한테 보여드리는 것보다도 이토코네 삼촌한테 보여줬을 때 더 조마조마했는데 그건 비밀이야.


“하즈키, 하나 미안해. 열심히 가르쳐 줬는데”


시험 성적을 보여 주면서 내가 사과하니까


“점수는 오른 거 같은데…… 다들, 진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구나”


하나도 내 성적을 보고


“니와랑

나오미는 추천 노린다고 했었어. 도레미는 니와랑 성적 비슷했지?”


학년 탑인 하나가…… 약속대로 동호회 활동과 야무지게 병행하고 있는 하나가…… 어느 새 니와랑 오쿠야마 나오미랑 정보를 주고받는 하나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어. 니와는 현대국어랑 고전은 꽤 잘하는 거 같아.


“추천…… 말이지. 사실, 레온한테 갔었는데 비웃음 당했어”


내가 지망하는 대학교에는 지금 성적으로는 다소…… 다다 못 미쳐. 눈을 좀 더 낮추는 게 나을지, 그러면 추천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해서 두근두근 조마조마 하며 상담받은 적이 있었어.


“하루카제, 널 추천하라는 그런 횡포, 난 못 부리겠다…… 여러 의미로”


레온한테 횡포라는 소릴 들었다고. 마지막에 작게 뭐라고 했었고.


“그건 지금부턴 그런 말랑한 생각 가지곤 안 된다 카는 기다”


“맞아, 도레미. 마지막 여름방학, 다 같이 힘내자!”


아이코는 고교대항전에서 성적을 내면 대학교 추천도 실업단 스카우트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기록을 좀 더 올리고 싶은 상황이야. 모모코는 프랑스 제과전문학교 입학을 지망하고 있는데 지금은 치어리딩 동호회도 바빠. 작년에 우승을 놓친 콩쿠르가 겨울에 있으니까 이번엔 꼭 납득할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을 거야.


“그래. 바쁜 건 다들 마찬가지니까. 대학교 입시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내 힘으로 열심히 해야지”


“도레미는 유달리 성적이 좋은 과목은 없지만 조금씩 쌓아 나가면 금방 등수도 오를 거야”


하즈키가 격려해 줬어. 자기도 가을엔 해외 콩쿠르에 출전하게 됐고 반드시 우승해서 유럽에서 유학할 거라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내 공부도 걱정해 주니까 감격했어.


하마다 이토코랑 하는 공부 모임도 아직 계속하고 있어. 여름방학 땐 이토코네 삼촌도 가르쳐 준다고 했었어. 그런데 성적이 잘 안 나와서 괴로워.


“지금 시기는 다들 열심히 하는 기라. 도레미가 노력한 건 확실하게 도레미한테 뼈가 되고 살이 됐다. 포기가 제일 나쁜 기다”


아이코도 약점인 커브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어. 나보다도 빨리 고교대항전에서 성적을 내야 해. 육상 결승전은 축구랑 일정이 다르니까 다 같이 응원하러 가서 그저 부활을 축하해 주고 싶을 따름이야.


우리 시합 전날에 아이코는 무사히 결승에 진출해서 아깝게 2등을 했는데 400미터 기록으로는 1등이 세운

고등학생 신기록에 버금가는 좋은 기록이었어. 그 뒤 여름방학 전반에 있었던 내 생일이라든가 진로에 대한 거라든가 하나와 모모코의 치어리딩이라든가 이것저것 얘기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하는 걸로 할게.


그게 그게 코쿠류미나미고가 모모에학원고를 허무하게 격파해서 스포츠신문에까지 사진과 함께 실린 거야. 그다음 대결 상대도 가볍게 돌파해서 어느새 8강에 진출했어. 심지어 여유롭게 쾌속 진격한다는 느낌으로.


올여름 주목도 넘버원인, 그렇다고 해도 네 명이지만 슈퍼 고등학생이 됐거든. 고교대항전 8강 시합은 작년엔 이렇게 젊은 여성이나 스포츠지로 안 보이는 잡지 카메라맨 같은 건 경기장에 안 왔었어.


우리 미소라고는 오전에 8강에서 이겨서 준결승에 진출했어. 같은 경기장에서 오후부터 코쿠류미나미고의 시합이 있어서 관중석에서 관전했었지. 우리 몫은 다들 자리를 잡아 놔서 꽤 앞쪽에 있을 수 있었어.


FLAT4 애들이랑은 지금까지 진짜 한 번도 못 마주쳤어. 저쪽에서 먼저 오지도 않아서 더 이상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거 같아 안심은 했었는데 마침내 대접근이야. 그래서 오늘은 하즈키랑 온푸도 미소라고의 응원만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달려와 줬어.


시합 전에 선수들이 연습을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왔어. 네 사람도 웃으면서 사이좋게 얘기하면서 들어왔어.


“도레미~!”


“으악!”


갑자기 네 사람이 이 근처까지 뛰어왔어.


초등학교 때의 조금 높은 톤과 달리 낮아서 꽤 듣기 좋은 목소리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건 아카츠키였어. 톤은 좀 낮아졌지만 키는 커졌어. 코타케와 멋진 승부가 되겠어. 그리고 키가 더 자란 사람이


“다들 오랜만이네. 여전히 귀여워”


멘트와 함께 손으로 키스를 날린 건 토오루였어. 좀 가볍지만 알기 쉬운 꽃미남이라는 느낌. 오오오 주위에서 우리를 주목이라기보단 질투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어. 더 뒤에 앉을 걸 그랬나? 근데 왜 치나미까지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하루카제 선배 역시 친했던 거군요”


“아니, 아냐, 치나미. 진짜 그냥 아는 사이야”


마치 여자친구한테 바람 피우는 걸 들켰을 때 하는 변명 같잖아, 이건. 난 대각선 뒤쪽을 흘끗 봤어. 코타케가 엄청 매서운 눈으로 네 사람을 보고 있었어.


아카츠키는 솔직하고 명랑해서 즐거운 남자애라고 생각해. 초등학교 때는 확실히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과거 일이니까. 지금 모처럼 코타케랑 잘되고 있는데 파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레온이 아이코를 발견하고 양손을 붕붕 흔들었어.


“하이, 아이코! 미 기억나? 400미터, COOL하더라”


“와 반말이고?”


아이코가 화내며 대답했더니 이어서 후지오가 앞으로 나왔어. 세 명이 키가 커서 그런지 왜소해 보였어.


“하즈키, 얘들아, 오랜만이야”


네 사람 덕분에 우리도 주목받으니까 호명된 우리가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민망한 시선이 느껴졌어.


후지오는 공손한 말투였고 웃음에는 앳됨이 남아 있었지만 하즈키 말로는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대. 온푸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 전에는 너무 걱정하는 거 같았는데 지금은 나도 그런 거 같았어.


네 사람은 감독님이 부르니까 그라운드로 돌아가서 연습을 시작했어. 그라운드 밖에 서 있던 건 젊은 여성으로 이렇게 말하긴 그런데 축구 감독이라는 느낌이 안 났어. 끽해야 고문 선생님이라는 느낌으로 특별히 지시는 안 내리고 있었고 분위기적으로는 레온과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아.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까


“저분이 감독님? 사실 여자 축구 경력자라든가 그런 건가?”


내가 옆에 앉아 있는 치나미한테 물어보니까


“영어 선생님이에요. 야마키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동아리 고문이죠. 축구를 잘 아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요, 특별히 감독이라는 사람은 없나 봐요”


“엥~ 코쿠류미나미고는 공립 아니지?”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인데요 축구부는 무명이고 기본적으로 네 명이 작전을 세우고 연습을 구성하는 거 같아요”


마법은 안 쓰는 거 같은데 중학교 땐 못 봐서 인간계에 있었는지 어떤지도 몰라. 라라랑 마조리카가 조사해 주고 있는데 마법사계에서 축구 특훈이라도 받고 온 걸까?


“와 또 그런 무명 학교로 편입했노?”


“그러게. 초등학생 땐 후쿠이현 초등학교에 유학 왔었으니까 익숙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축구 환경이 좀 더  좋은 고등학교도 있잖아”


아이코랑 하즈키가 서로 마주보고 끄덕였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코쿠류미나미고를 선택한 이유, 잡지 인터뷰에서 답변했어요”


치나미, 어디까지 조사한 거야? 태연한 표정으로 치나미가 우리를 보고


“교복이 멋있어서 그랬대요”


힘이 쫙 빠져버렸어. 예상대로라고 못 할 것도 없겠지.


아무튼 시합이 시작돼서 우리는 그라운드를 주목했어.


“빨라!”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아카츠키가 공을 뺏어서 달려온 토오루에게 패스. 그땐 레온이 이미 골대 앞에 있어서 헤딩으로 골을 시도했어.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공을 쳐냈지만 슈팅이 너무나 정확했어. 그 후에도 네 사람은 터프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전반에 두 골을 넣었어.


후반엔 한 골을 먹혔지만 종료 직전에 한 골 더 추가해서 3대1로 코쿠류미나미고가 승리했어. 수비가 약한 건 우리랑 같지만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세 명이나 있다는 게 강점인 거 같아.


“절대로 못 꺾을 상댄 아냐”


코타케가 돌아가면서 중얼거린 게 들렸어. 바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 보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결승에 진출하려면 시합이 한 번 더 남았어. 시합 후엔 회의만 하고 일찌감치 쉬기로 했어.


준결승은 두 시합 모두 같은 경기장에서 했는데 우리 쪽이 나중에 하는 시합이었어. 코타케 등 주전들은 뙤약볕 속에서 먼저 하는 시합을 본 뒤 기온이 더 오른 상황에서 자신들의 시합 같은 건 할 수 없으니까 세토는 선수들을 따라가고, 나랑 치나미가 둘이서 시합을 녹화했어.


8강부터는 일정이 빡빡해서 부원들은 꽤 힘들 거야. 한여름 간사이는 덥다고 아이코가 자주 그랬는데 정말로 더웠어. 그런 와중에도 다들 열심히 했어.


시합은 끝났어. 너무나 힘든 경기여서 부원들은 상당히 지쳐 버렸어. 이틀 후가 결승전이니까 휴식은 하루. 더위 때문에 식욕이 없어질까 봐 걱정됐는데 부원들은 정신적으로는 꽤 강해. 과거에 아쉬운 시합을 여러 번 겪어 봐서 터프해진 거 같아. 결승에 진출했다고 하니까 미도링도 입시 공부 중임에도 짬을 내 달려와서 냉철하게 분석했어. 머릿속도 좀 정리가 된 모양이야.


결과를 말하자면 코쿠류미나미고는 압도적인 우세로 준결승에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어. 우리 미소라고는 어땠냐면 전반엔 0대0에서 휴식 시간을 맞았고 후반에 바로 코타케가 골을 넣었지만 종료 직전에 한 골을 먹혀서 1대1 동점이 됐고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어. 승부차기에서 상대를 아슬아슬하게 꺾고 간신히 결승에 진출했어. 그래서 지쳐 버렸던 거지.


그리고 설마 했던 전개, FLAT4와 결승에서 맞붙게 된 거야.


시합이 끝난 그날밤, 부원들은 완전히 지쳐서 쉬고 있었어. 결승전은 모레. 하루밖에 못 쉬니까 내일은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정도만 하겠지. 무리는 금물이야. 작년에도 똑같이 힘들었지만 올해 미소라고는 작년보다도 고전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릴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내일 회의에 대비해서 치나미와 세토가 우리가 녹화한 코쿠류미나미고 시합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어. 난 시합 준비를 마치고 레온이랑 감독님께 허가를 받아서 MAHO당 멤버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찾아가기로 했어.


우리 시합은 그렇다 치고 화제는 역시 FLAT4였어.


“새로운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어. 마녀계에서 돌아온 라라 얘기로는 FLAT4 모두 올해 들어서 인간계에 온 목적은 알 수 없었대”


하나는 직접 물어보러 가는 것도 생각했지만


“여왕님도 조심해서 조사해 주셨는데 마법을 사용한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아. 무슨 일 있다면 바로 알릴 테니까 다들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여왕님께서 말씀하셨어”


그렇게 라라가 당부해서 하나는 하는 수 없이 참는 것 같아.


“희한한 건 우리한테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는 거지”


초등학교 땐 성가실 정도로 들러붙었었는데 말야.


“아무 일도 없는 게 당연히 좋긴 한데……”


불안해하며 중얼거리는 하즈키의 등을 아이코가 토닥이며 말했어.


“축구에 빠져뿐 거 아이라? 신학기에서 고교대항전까지 운동부는 바쁘다”


“어른이 된 거야 다들. 분명 우리처럼 목표가 생긴 게 아닐까?”


긍정마인드인 모모코 말이 맞다면 좋겠는데. 불안해하는 나를 보고 온푸가


“그래.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인간계에 왔겠지만 적어도 시합만 봐서는 쌩쌩해 보여. 괜찮겠어, 모레 시합?”


오히려 미소라고를 걱정해줬어.


“으~음. 솔직히 힘든 경기가 될 거 같아. 근데 절대 못 이길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해”


난 일단 그렇게 대답했어. 어렵겠지만 분명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도레미 말이 맞다. 축구는 넷이서 하는 기 아이다. 분명히 빈틈도 찾을 기고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게 돌파구를 찾는 기다”


“맞아. 우린 응원 정도밖에 못 해 주지만 온힘을 다해서 해 줄게”


“마법도 안 쓰고 똑같은 고등학생이야. 별로 큰 차이 없어”


아이코, 하즈키, 온푸 고마워. 나도 우리 팀을 믿고 있어.


“하나도 모모코랑 다 같이 응원할게”


“응, 하나, 우리도 가 볼까? 모레 응원할 준비 해야지”


모모코가 하나를 불러서 나도 일어났어. 두 사람은 치어리더로서 응원해 주기로 했어. 동호회 부원들도 타마키도 무츠미도 내일은 총집합이야. 나도 슬슬 축구부로 돌아가야지.


결승전 당일, 우린 다 같이 둥글게 모여서 투지를 다졌어. 준비는 다 했고 남은 건 우리 팀을 믿는 것뿐. 저쪽에는 기세가 있지만 우리도 진저리 날 만큼 힘든 싸움들을 이겨 왔으니까. 이젠 부딪힐 수밖에 없어.


피로가 완전히 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일 거야. 다들 힘내!


다만 올해부터 바뀌었다고 하는 코쿠류미나미고 축구부 유니폼은 진홍색에 유럽 구단 마크 같은 게 있어서 멋있었어. 그거였냐.


“정말 저 4인조는 터프하네”


전반 종료 직전에 코타케가 골을 넣었어. 시간대도 절묘했고 평소 같았으면 기분 좋게 후반전에 돌입했을 상황이지만.


“열받을 정도로 팔팔하네요. 뭘 먹은 걸까요?”


“몬스터 같네. 아니 좀비인가?”


치나미랑 세토가

은근슬쩍 험담할 정도로 4인조는 팔팔했어. 골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찬스는 딱 그 한 번밖에 없었어. 코타케를 전방에 남기고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비에 할애했어. 그래, 사령탑인 후지오가 공을 뺏어서 전방으로 패스. 그 이후엔 세 사람을 중심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골대 쪽으로 가는 거야. 세 사람 다 어느 위치에서든 슛을 시도하니까 방심하면 안 돼. 할 수 있는 거라곤 막는 거뿐이었어.


“결국 수비수를 두 명이나 교체하는 건가. 힘드네”


그라운드 주변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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