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꼬마마법사레미 소설판 18 챕터1모바일에서 작성

꼬마마법사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2 04:16:58
조회 119 추천 1 댓글 0
														

꼬마마법사 레미 18


제1장


18세의 여름


안녕. 오늘도 날씨가 좋네.


근데 어제도 오늘도, 분명 내일도 날씨가 좋을 거야. 진짜, 매일이 더워서 조금도 입시 공부에 열중할 수 없어. 수험생의 여름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데미지가 크지. 선배들은 어떻게 보낸 걸까?


이렇게 뭐, 매번 불평으로 시작하는 게 공식이 돼 버렸네.


얼마 전에 고교대항전이 끝났는데 우리 미소라고 축구부는 또다시 결승에서 지고 말았어. 현 대회에서도 준우승, 고교대항전에서도 준우승. 이런 걸 실버 콜렉터라고 한다나 봐. 그런 콜렉션 안 했거든!


진~짜 명예롭지 못한 별명이지? 도로 가져갔으면 하는 심정인데, 지금 가장 열받는 상대는 우리가 한 번도 못 이긴 모모에 학원이 아니라 결승에서 우리를 꺾은 코쿠류미나미고라는 후쿠이현의 무명 학교야.


심지어 축구부의 중심이 FLAT4라는…… 설마 했어. 정말 나한테는 짜증이 배가 되는 학교였어.


근데 FLAT4 기억나? 마법사계의 왕자 아카츠키를 리더로 토오루, 레온, 후지오로 구성된 4인조야. 마법사계를 부흥시키기 위해서 네 사람이 애쓴다는 건 알겠는데 굳이 축구 시작할 필요 없잖아.


게다가 말야 일본에 오기 전에는 영국에서 유학했었다는 거야. 그런 거치고는 영어는 별로 유창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건 둘째 치고 영국에서는 주니어 축구팀 소속이었다잖아. 유럽이랑 남미는 작은 마을에도 동네 축구가 활성화 돼 있다고 들었어. 유럽 리그는 일본에서도 TV 방송을 해 주지. 그중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 프로 축구의 최고봉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그야.


잉글랜드 축구의 특징은 운동량이 많고 터프하다는 거. 그리고 개인기보다도 콤비네이션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항상 맞붙는 상대 팀들이랑은 완전히 달랐어.


FLAT4는 패스를 많이 해서 디펜스를 정신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선수도 원거리에서 미들슛을 뻥 뻥 날려.


포워드는 레온으로 물론 슛에는 위력도 정밀함도 있지만 레온을 마크하는 사이에 공격형 미드필더 아카츠키나 미드필더 토오루한테 골을 먹혀. 이쪽에서 반격하려고 하면 수비의 핵심인 후지오가 어디로 패스할지를 간단히 파악해 버려서 골대가 멀게 느껴졌어. 그리고 네 사람은 호흡도 찰떡 같지.


네 명 모두 터프했고 직전 시합을 승부차기로 간신히 올라온 미소라고 축구부는 분투했지만 피로와 디펜스의 허술함을 찔려서 지고 만거야.


네 사람은 물론 강력한 마법사지만 축구에 마법은 끌어들이지 않았어. 살짝 접촉한 것 정도로는 넘어지지 않았어. 코어가 튼튼한 거지. 그런 점은 배울 부분이 많다고 후배 매니저인 치나미와 세토가 냉철하게 분석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아~ 그렇다 해도 분해! 이렇게 오래 설명하는 것도 짜증나. 절대로 안 잊을 거야. 다음엔 국립에서 리벤지하겠어!


……그런 회상에 잠겨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어.


내가 거실 소파에서 아빠랑 엄마한테 잔소리를 듣고 있었거든. 도중까지는 절실하게 반성하고 있었고 두 분의 의견은 연륜이라고 할까 맞는 말이니까 내가 반론할 여지 같은 건 전혀 없었어.


하지만 조금 지나니까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거나 딴 얘기로 새는 게 느껴졌어. 그러면서 당신들의 옛날 얘기라든가…… 그러실 연세지, 두 분 다. 게다가 틀림없이 부풀린 얘기일 거야. 아빠랑 엄마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니 도저히 상상이 안 되잖아. 그래서 차츰 두 분의 얘기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가서 내가 자신의 세계에 빠졌던 거야.


“도레미, 듣고 있어?”


“응. 잘 듣고 있어. 엄마”


회상조차 아쉬운 내용이라 그런지 난 웃음이 나오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딴 생각 하는 거 같은데?”


“아니야~ 반성하고 있어”


엄마랑 아빠는 과연 나를 오랫동안 키운 만큼 내공이 있어. 내가 말로만 둘러댄 것도 뻔~히 아나 봐.


“도레미가 동아리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알아. 근데 여름방학이 시작된 뒤로는 시간에 여유도 생긴 거 아니야? 계획적으로 공부 안 하면 어느 것이든 어중간한 여름방학이 될 거야”


아빠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


“맞아. 아침 일찍 일어나면 조금은 시원하잖아. 지금 이토코 삼촌네에서 친구들이랑 공부하고 있지? 도레미가 발목 잡는 건 아닌가 걱정이야”


‘뜨끔!’


내 마음속 말이 표정이랑 태도에도 드러나? 적어도 이토코는 나보다 훨씬 고난도의 문제를 풀 수 있어.


“오전 중에 약한 과목을 공부하고 그다음에 공부 모임이나 아르바이트나 동아리에 가면 되잖아. 집안 일 돕는 것도 올해는 거의 안 했지?”


피아노 교실 레슨 돕는 건 폿프가 하고 있고 아르바이트나 동아리를 안 하는 날도 난 식사 준비조차 안 도왔지. 기껏해야 내 방 청소 정도.


“그러고 전보다도 점수가 올랐으면 상관없는데……”


“죄송해요”


난 깊이 고개를 숙였어. 테이블 위에는 얼음이 녹아서 보리차 같은 색이 된 아이스커피가 세 잔. 그 주변이 물웅덩이처럼 되어 있었어. 그리고 문제의 모의고사 통지표가.


차라리 물웅덩이에 글자가 번져 버리면 좋을 텐데. 그렇게 나의 결과도 판정도 읽을 수 없게 된다면……


글자는 못 읽어도 결과가 바뀔 리는 없겠지. 후우~.


여름방학 초에 실시된 전국모의고사는 생각보다 더 비참한 점수였어. 지망 대학교는 전철로 다닐 수 있는  국공립대와 사립여대 중 교육학부가 있는 곳으로 했어.


나한테는 편차치 점수상 어려운 학교도 있었는데 선생님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역시 진짜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 아니 가짜 선생님 같은 건 없지만.


다만 내 성적으로는 힘들지. 추천으로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사립 대학교도 있었어. 하지만 문과는 문학부랑 경제학부밖에 없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학부는 없었어. 교직 과정의 학점을 따면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은 될 수 있지만. 나의 지망은 어디까지나 초등학교 선생님이니까.


내 목표가 너무 높다는 건 알아. 요즘 절실하게 느껴. 나도 참 야무지지 못하다는 걸.


친구들은 각자 그 분야의 프로를 지망하고 있어. 온푸 같은 경우는 진작에 프로의 세계에 들어갔지. 모두의 노력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만큼 나도 비슷한 노력을 해야 내가 되고 싶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물론 성적이 좋은 게 좋은 선생님의 절대 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MAHO당 친구들이랑 동생인 폿프까지가 내가 선생님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었어. 나도 겨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어. 내 입으로 명확하게 선언할 때까지 친구들은 미리 단정하거나 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세키 선생님이라는 롤모델도 있어. 세키 선생님처럼 믿음직하고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카렌 여학원의 대학교는 어때? 도레미의 담임이었던 세키 선생님의 모교잖아”


“맞아. 세키 선생님은 나도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해. 확실히 카렌 여학원의 수업료는 비싸지만 통학에 드는 비용은 절약되고 가까우니까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을 거야”


아빠랑 엄마가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씀하셨어. 그렇지만


“카렌 여학원은 학비도 비싼데……”


내 말을 듣고 엄마도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시 난도도 높겠지……”


세 식구의 한숨 소리가 컸어. 나도 한번 생각했었어. 중학교부터 들어갔다면 그나마 쉬웠을지도 모르겠는데 편차치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것과 외부에서 입

시로 대학교에 들어가는 건 힘들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이란 참.


그리고 내가 희망하는 사립 대학교에 비하면 학비는 월등히 비쌌어. 하즈키도 타마키도 초등학교 때 나보다도 성적이 훨씬 좋았고 부잣집 따님이었으니까. 초등학교 성적이라면 폿프는 나보다도 우수했지.


그래서 지망 학교를 다른 대학교로 한 건데 내 지금 상태에 비하면 목표가 너무 커서 난 조금도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어.


변명해도 소용없어. 난 고개를 들고 정면을 보면서


“아빠, 엄마 말이 맞아. 나 어떻게든 되겠지 했어. 앞으로 제대로 계획 세워서 착실하게 할게. 다음엔 꼭 성적 올릴게”


아빠와 엄마에게 똑 부러지게 선언했어. 두 분은 서로 마주 보더니


“열심히 해 봐, 도레미. 이 시기는 다들 필사적일 거야”


“1학년 때에 비하면 정기 시험 점수는 좋아졌지. 그치만 모의고사 점수가 안 오른 건 아빠가 봤을 때, 기초가 아직 약한 게 아닌가 싶어”


다정한 얼굴로 말씀하셨어.


엄마 아빠도 미소라고 축구부가 전국 레벨이 된 것과 하나와 모모코가 치어리딩 동호회를 개설한 뒤 우리 스케줄이 빡빡해진 것도 알고 계셔.


올해부터는 아르바이트는 그렇다 치고 매니저도 한 명 늘었어. 입시 공부와 매니저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균형 있게 해 나갈 생각이었어. 하지만 내년엔 동호회에서 동아리로 승격시키기 위해 애쓰는 하나와 모모코를 보면 입시 때문이라고는 해도 나만 아르바이트를 줄일 수는 없잖아. 다들 나보다도 바쁜 와중에 공부도 하고 있으니까.


“역시 시간을 잘못 쓰고 있는 걸까?”


“그래”


“그렇지”


아빠랑 엄마의 호흡이 딱 맞았어. 그렇지. 후우~. 난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 한숨을 쉬었어.


모의고사 결과를 내 생일 뒤에 알아서 다행이었어. 7월 말이었던 생일에는 MAHO당의 8월 디저트를 특별히 미리 먹었지~. 모모코가 주는 선물이었어. 코타케한테서도 축하 메시지를 받았고 친구들의 선물이 각자 가장 추천하는 참고서였던 건 뭔가 미묘하지만. 다들 나를 응원한다는 마음은 잘 받았어.


다음 날 난 이토코네 삼촌네서 하는 공부 모임에 참여했어. 하마다 이토코와 이다 카나에가 먼저 와 있었는데 내가 어제 부모님한테 훈계를 들은 것과 모의고사 결과를 얘기했어.


“역시 이 시기엔 다들 바짝 쫓아오는구나”


이토코는 삼촌 집에서 스트레스 거리도 없이 공부에 힘쓰고 있어. 가끔씩 삼촌네 집안 일을 돕기도 하나 봐. 여유롭구나. 이토코에 이어서 카나에도 격려해 줬어.


“동아리도 여름방학이면 은퇴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들 공부에 힘을 쏟는 거지. 도레미, 힘내. 나도 열심히 할게”


이토코와 카나에 말대로 운동부 소속이었던 학생들은 여름 전쯤에 은퇴해서 입시 공부에 온 힘을 쏟고 있어. 원래부터 동아리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고 있었으니까. 집중력도 높으려나?


“맞아, 운동부 학생은 집중력도 있다고 하니까 시간도 잘 쓸지도 몰라”


이토코네 삼촌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어. 그럴 수도 있겠어.


이토코는 장기간 휴일이 있을 땐 집에서는 복습할 겸 동생들의 공부를 봐 준대. 형제가 많고 나이는 비슷하니까 효율이 꽤 좋을 거야. 이다네에는 활력의 근원인 스테이크가

있어. 굉장히 힘이 날 거야.


그리고 이토코네 삼촌은 반은 천성이겠지만 자기가 맡고 있는 이상 이토코를 합격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파르타식이래.


“도레미도 좀 더 우리랑 공부하러 오면 좋을 텐데. 아직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거 같은데. 내가 꼼꼼히 가르쳐 줄•게”


이토코네 삼촌이 윙크했어. 뭔가 뒤에 채찍 같은 거 들고 있을 거 같아. 이토코네 삼촌은 저녁부터 가게에 나가니까 그 전이랑 휴일 오후라면 OK라고 했어. 좋은 사람이지? 인정사정없지만.


고교대항전 얘기를 했더니 이토코네 삼촌이 FLAT4에 관심을 보이면서


“꽃미남 4인조지? 잡지에도 실렸잖아. 도레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다며? 그땐 그중 하나랑 좋은 분위기였는데 최근엔 미련 없이 차 버렸다고 들었어. 그런 꽃미남으로 성장했는데. 도레미 인생에서 제일 인기 있는 시기일지도 몰라. 진짜, 아깝잖아~. 그럴 거면 나한테도 한 명 나눠 줘”


중간에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꽃미남 얘기가 나오니까 이토코네 삼촌도 참…… 청산유수 같다는 건 이런 거?


“진짜~, 오빠도 참. 왜 그런 거까지 알고 있어?”


내가 이토코와 카나에를 보니까 두 사람은 대놓고 고개를 돌렸어. 둘 다 잘

모를 줄 알았는데.


“도레미는 지금 축구부 주장인 코타케랑 러브러브잖아”


“맞아 맞아. 과거의 남자 따윈 상종하지 않는 거야”


이토코와 카나에는 서로 마주보고 끄덕였어. 아무래도 한패가 되기로 한 거 같아. 나 포위된 거야?


“어머, 그럼 그 코타케로 갈아타서 이전 남자는 딜리트해 버렸다는 거야? 훗, 도레미는 의외로 마성의 여자구나”


‘마성의 여자'라니. 이토코네 삼촌의 불온한 대사에 이토코와 카나에는 웃음을 참는 건지 어깨가 떨렸어.


“오빠, 꽃미남 좋아해요? 다음에 아르바이트 하는 데 놀러 왔을 때 얘기라도 할까요?”


내가 물으니까


“어머, 여유롭구나, 도레미. 농담이야. 아무리 수비 범위가 넓은 나라도 현역 고등학생은 좀 그렇지~”


이토코네 삼촌의 수비 범위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을 하기로 하고, 지금 난 마법을 써서 가끔씩 찾아오는 FLAT4가 좀 성가셨지.


확실히 아카츠키가 마음에 들었던 적도 있지만 FLAT4의 존재 같은 건 완전히 잊어버렸을 정도니까. 난 코타케를 좋아해. 1밀리도 진전되지 않았지만. 난 대학교에, 코타케는 분명 J리그에 들어갈 거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같은 동아리에 소속돼 있는데 조금도 진전되지 않고서 서로 떨어진다면 더욱더 흐지부지 되고 말 거야. 못해도 간토에 있는 구단에는 들어갔으면 좋겠어.


FLAT4도 하나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마법사계가 나아갈 길을 찾아서 인간계로 온 거지. 그럼에도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게 FLAT4야. 후지오가 가장 고생일 거야.


FLAT4 얘기가 나오니까 어쩐지 마음이 풀어져 버려서 우린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


이토코랑 카나에가 캠퍼스 개방 행사에 가 봤다고 하길래  쉬면서 나도 얘기를 들어 봤어.


“실제로 가 보니까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어. 학교의 크기라든가 분위기라든가 통학 시간이랑 전철비 같은 거”


과연 이토코야. 현실적이야.


“있잖아~, 학식도 가 볼 수 있어서 먹어 봤어. 가정과가 있는 학교인 만큼 메뉴도 충실했고 디저트도 있었어”


카나에는 초점이 달라. 오히려 나랑 닮았어.


“헤~ 역시 나도 한번 가 볼까?”


둘 다 즐거웠던 모양이야. 결국 이토코는 인테리어 디자인 계열, 카나에는 영양사라는 장래의 목표가 대략 결정됐나 봐. 역시 가업이라는 배경이 있어서 그런가. 하세베 타케시도 요리사를 지망한다고 했지. 일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했을 거야.


“있잖아, 지망 학교에 실제로 가 보면 의욕이 솟아나”


이토코가 말했어.


“맞아. 학교 축제를 보러 가는 건 재밌지만 캠퍼스 개방 행사는 지원자를 위한 거니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거야. 여름 방학 후반에도 있으니까 도레미도 가 보는 게 어때? 내가 다녔던 대학교, 견학 가 볼래?”


이토코네 삼촌이 신나게 말했지만 안 돼 안 돼. 슬프게도 내 편차치가 한 10포인트는 더 올라도 입학할 수 있을까 말까야. 당연히 가 보고는 싶지.


그러고 보니 대학교 축제에도 가 본 적 없네. 아무리 바빴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진로를 우선해야지.


“그러고 보니 카오리랑 무츠미는?”


나도 맨날 오는 건 아니지만  시마쿠라 카오리하고 쿠도 무츠미는 여름방학 이후로 이토코네 삼촌네 집에서 같이 있었던 적이 없었어.


“카오리는 여름방학 첫날부터 우리 가게에서 종일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


카나에가 대답했어.


“그 전부터 저녁이나 토, 일요일에 아르바이트 했었는데 여름방학 이후로는 종일 가게에 있어. 꽤나 중노동일 거야. 철판은 무겁고 뜨거우니까”


이토코네 삼촌이 아이스커피를 테이블에 놓으면서 카나에를 봤어.


“그러고 보니 카나에네 집은 스테이크 하우스를 했었지? 나도 다음에 가 볼까?”


“꼭 오세요. 저희 부모님도 공부 가르쳐 주시는 거 감사하다고 계속 최고급 스테이크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카나에가 즐겁게 말하니까


“최고급…… 스테이크 말이지?”


스스로도 눈동자의 반짝임이 50퍼센트 정도 증가한 걸 느꼈어. 하지만 다들 무시했어.


“어머~ 다들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거잖아. 난 대단하게 한 건 없어. 대접 같은 건 안 해도 돼. 근데 인기 있는 가게라고 들었어. 도내에 있는 우리 직장이랑은 역방향이기도 해서 그쪽 방면으로는 별로 가 본 적은 없어. 근데 여름에 먹는 스테이크도 괜찮지”


육식파셨어요? 이토코네 삼촌은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새끼손가락을 들고 와인 같은 걸 마실 거 같아. 틀림없어. 카나에는 가방에서 숍 카드를 꺼내서 이토코네 삼촌한테 건넸어.


“고마워. 그럼 여름방학 중에 꼭 가 볼게”


이토코네 삼촌이 카드를 받으면서 대답하니까


“월요일 빼고는 매일 영업하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오세요. 아, 카오리는 있지, 사진 전문 학교에 추천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 같대. 여름방학 말에 아르바이트비로 여행하면서 다 사진으로 찍을 거라고 했었어. 콘테스트에도 응모했대”


이야기가 스테이크로 새어 버리니까 카나에가 궤도를 바로잡아서 나한테 대답했어.


“그렇구나. 카오리는 요즘에 성이 좋다고 했었지”


“응. 근데 장르를 안 정하고 뭐든 다 찍을 거라고 했었어. 아르바이트비로 렌즈도 사고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 그래서 나도 집안 일 도울 게 줄어든 만큼 입시 공부 해야지. 불합격하면 카오리가 엽기 사진 찍는다잖아”


헤~ 그건 그거대로 보고 싶네.


“그렇구나, 다들 열심히 하네”


난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일하는 카오리를 상상했어. 나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카나에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 할 예정이었지.


마조리카가 와서 MAHO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명령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갔지만. 나의 아르바이트 목적이라면 그저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거뿐이었지. 맨 처음 MAHO당에서는 마법 굿즈 진열이나 홍보 문구 만드는 게 좋았어. 지금 하고 있는 제과점 MAHO당으로 바뀌고 나서도 모모코를 도우면서 아르바이트는 계속하고 있어.


“무츠미의 지망은 체대 스포츠과학과? 였지. 근데 지금 완전 갈팡질팡 중이래. 레슬링부 그만뒀으니까 추천 입학은 힘들 거 같다고. 도레미랑 똑같이 캠퍼스 개방 행사에 가거나 학교에서 대학교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있나 봐”


무츠미에 대한 정보는 이토코가 알려줬어. 약간 아이코의 지망이랑 비슷하지? 무츠미는 3학년이 되고 레슬링을 그만둔 뒤 치어리딩 동호회 멤버도 하고 하세베랑 사귀기도 하면서 올해 들어 급격한 전개를 보여줬지.


난 어떨까? 아르바이트 얘기로 돌아가면 MAHO당에 하나가 오고 또 여러 사정이 있어서 아르바이트는 그대로 계속하고 있는데 모모코와는 다르게 목적이나 목표가 있는 건 아니라서. 디저트 만드는 건 확실히 실력이 늘었지만 파티시에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원하는 게 있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아니니까.


“아르바이트도 목표가 있으면 다르려나?”


내가 가볍게 말하니까 이토코네 삼촌이 진지한 말투로


“뭘 네거티브한 소릴 하는 거야, 도레미? 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명확한 목표가 없어도 돼. 성실하게 일하고 다양한 사람과 알게 되고 배우고 하는 거야. 사회에 나와 보면 헛수고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일어나서 일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이토코네 삼촌이 굳이 돌아와서 날 지적하며 단호하게 말했어. 그런가?


“근데 있지, 아르바이트가 공부나 동아리에 영향을 주는 건 주객전도야”


으윽, 그건 그래. 이토코네 삼촌 말이 맞지.


“도레미는 열심히 하고 있어”


“다소 부족한 건 점수뿐이야”


카나에와 이토코가 웃으면서 말했어.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건 많지만 내 목표는 그저 공부만 하면 틀림없이 이룰 수 있는 거야. 열심히 한 결과가 마음 같지 않아서 엄청 시무룩해진 거지. 하지만 이 시기 동급생은 다들 비슷한 심정일 거야. 풀 죽어 있을 시간 따윈 없어.


두 사람 다 성적은 나보다도 좋지만 불안이나 초조함은 마찬가지일 거야. 그런데도 격려해 주는 거지. 좋은 친구가 많은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녀일 거야.


좋아, 합격한 자신을 상상하면서 나도 캠퍼스 개방 행사에 가 봐야지. 오늘 밤 당장 조사해 보겠다고 했더니 두 사람 다 적극 추천했어.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나 봐.


그날 밤, 난 참고서를 정리하고 컴퓨터를 켰어. 학교에도 자료는 있고 집에서도 정보는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데 나도 참 어영부영하는 거지. 대학교 홈페이지를 몇 군데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했어.


아빠랑 엄마가 나랑 폿프의 학비를 내 주시잖아. 내 성적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빠랑 엄마는 나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지지해 주고 계셔.


그래, 아르바이트비는 헛되이 쓰지 않도록 저금해서 대학교에서 필요한 걸 살 때 쓰자. 이토코네 삼촌은 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에 명확한 목적은 필요 없고, 성실히 일하고 다양한 사람과 알게 되고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아르바이트  덕분에 비로소 나는 돈을 버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거 같아. 역시 얻은 건 컸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학하자마자 선뜻 아르바이트를 허락해 준 레온에게 감사하지.


컴퓨터를 끄고 난 침대 안으로 파고들었어.


맨날 맨날 MAHO당 친구들이랑 학교 친구들한테 배우기만 하고 있어. 이래 가지고 내가 정말 아이들한테 다양한 걸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아니, 잠깐만 잠깐만 나, 그런 네거티브한 생각에 빠져선 안 돼 안 돼.


즐거웠던 초등학교 시절이 내 목표의 시발점이야.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 다양한 친구를 만났던 일, 많은 일이 있었어. 세키 선생님은 나의 목표지만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엄청 신세 많이 졌어. 중학교부터는 각 과목마다 담당이 다르니까 초등학교 때처럼 친밀한 관계는 못 됐지만 그 대신 선생님을 의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


고등학교 담임인 레온=야마키 선생님은 그때까지 갖고 있던 선생님의 이미지를 뒤엎을 정도로 개성 있는 선생님이었어. 고등학교 교사는 다들 그런 건가 했는데 레온이 좀 특별한 거였어. 하지만 지금은 레온은 엄청 의지가 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해. 나한테 좀 엄격한 거 같지만.


단단히 훈계를 들은 그다음 날부터 난 빠~릿빠릿 아침 일찍 일어나서 먼저 약한 과목인 고전을 공부하려고 하고 있어. 아빠랑 엄마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표정이셨지만 오명은 돌려줘야지. 그리고 역시 아침이 좀 더 시원해.


축구부 연습은 후배 매니저인 카시와기 치나미와 세토 코스케가 담당해 줘서 난 연습 시합 전날과 당일만 참여하기로 했어.


그렇게 해서 평일엔 이토코네 삼촌 댁과 MAHO당 아르바이트에 가고 있어. 각자 일정이 있으니까 달력을 체크하면서 근무에 들어가고 있어. 모모코는 치어리딩 동호회 연습 시간 외에는 대부분 MAHO당에 있는 거 같아.


“그러고 보니 FLAT4를 요즘 못 봤네. 이제야 입시 공부랑 연습에 제대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가?”


내가 MAHO당 간판을 넣고 청소 도구를 정리하면서 아이코한테 물으니까


“말랑하네, 도레미. 그 넷은 여 안 오는 거뿐이라”


“헤~?”


아이코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난 주방으로 들어갔어. 모모코가 돌아와서 내일 팔 젤리를 만들고 있었어. 우린 대량의 과일을 썰고 있는 하즈키를 도와주려고 옆에 앉았어.


“있잖아, 하즈키는 이번주에 FLAT4 봤어?”


“그러게. 한번 여기 오기 전에 역 앞에서 언뜻 봤어. 서둘러 다른 쪽으로 갔지만”


하즈키가 오렌지 껍질 벗기는 걸 안 멈추고 말하니까


“흐흐흐……”


의미심장하게 웃는 2인조, 그래, 하나와 모모코였어.


“뭐야 뭐야~~~?”


내가 두 사람을 봤어. 아니 나랑 하즈키 빼고는 씨익 웃고 있었어. 뭔가 무서워.


“하나가 아이코랑 가게 볼 때 마침 니와가 이번 달 디저트를 예약하러 왔었어. 그 타이밍에 FLAT4도 놀러왔는데 나랑 얘기하던 니와가 나랑 그 네 명이 아는 사이였다는 걸 알게 되니까 씽긋 웃더니 나 대신 나갔어”


그 말을 듣고 아이코와 하즈키가 웃음을 꾹 참으면서


“니와가 너무 이쁘기도 하고 완전 무시당하다시피 한 4인조가 우리한테 니와에 대한 정보를 엄청 물어봤었다”


니와 히나코는 현역 고등학생 독자 모델이야. 유명해지고 나서는 아이돌 포스가 느껴지지. 당연히 메이크업이랑 패션도 잘 아니까 전에 아이코랑 하즈키가 변신했을 때도 도움을 받아서 MAHO당 친구들과도 친해.


“니와는 요즘 가게에 자주 와. 디저트를 촬영 현장에 간식으로 가져가는 게 아닐까? 나도 전에 메이크업 받고 나서 때때로 메시지 주고받게 됐는데 요즘 더욱 예뻐졌지”


나도 가끔 본 적 있었는데 그렇게 자주 왔던 건가?


“응, 내가 만든 디저트가 마음에 드는 거 같아서 엄청 기뻤어”


모모코도 니와에 대해 호의적이구나.


“그래서, FLAT4는 어떻게 됐어? 설마?”


예쁜 건 이득이라고 생각하면서 물어보니까 세 사람의 표정이 차츰 변하더니


“일부러, 니와가 나오는 잡지를 알려줬다. 최근엔 독자 모델 중에서도 상위권에 오른 유명인이라카면서. 네 명 다 바로 나가데”


“분명, 니와한테 대시 할 거 같아서 미리 전화해 뒀어”


하나가 또 의미심장하게 웃었어. 세 사람의 표정은 ‘꿍꿍이가 있는 얼굴’ 그 자체였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니와가 가는 곳에 나타나는 건 마법사인 FLAT4한테는 간단한 일일 거야. 니와도 남자들이 꼬시는 건 익숙할 거고. 그래서 FLAT4의 정보를 가르쳐 준 거지. 화제의 4인조니까 어느 정도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 지금 니와가 넷 중 하나랑 사귄다는 거야?”


내가 물으니까


“니와는 대학교는 추천 입학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 같다 카데. 근데 지금은 일도 공부도 바쁘니까 남자친구 만들 생각은 없다 캤다. 그래가 대충 차 삐도 되니까 상대 좀 해 달라 칸 기라”


“맞아 맞아, 기왕 하는 거 시간 좀 들여서 고교 축구 선수권 예선에 영향이 갈 정도로 데미지 좀 입혀 달라고 했더니 OK 해 줬어”


어떡하지, 아이코랑 모모코가 엄청 즐거워 보여.


“니와 착하지? 도레미! 수시로 메시지로 알려준다고 했었어!”


왜 하나도 뿌듯해 하는 거야? 난 하즈키와 서로 마주 봤어. 적어도 그때 하즈키나 온푸가 있었다면……


“오늘 밤 니와한테 전화해 볼게. 아마 네 사람은 무시당해서 자존심만 상했을 거야. 니와라면 잘 넘길 수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집요한 거 같으면 우리한테 알려달라고 하자”


하즈키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세 사람에게 말했어. 셋 다 상대가 강력한 마법사라는 걸 잊어버렸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나중에 메시지로 사과해야지. 근데 종종 나타나겠다고 한 FLAT4가 일시적이라도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우리를 잊어 준다면 결과 올라이트지만.


난 8월에 오봉(お盆) 끝나고 두 개의 대학교 캠퍼스 개방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어.


국립대와 사립대야. 둘 다 교육학부가 있어서 교사가 되고 싶은 수험생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야. 두 학교 다 집에서 전철로 다닐 수 있는 권역에 있어. 그렇기는 한데 국립대 쪽은 미소라시

역에서 1시간 반 이상은 걸리는 도쿄도 외곽에 있는데 도저히 내 편차치로는 기를 쓰고 해도 붙을 만하지 않은 학교고 다른 하나는 세타가야구에 있는데 내 편차치로도 운이 좋으면 붙을 만한 사립여대.


뭐 까놓고 말해서 국립대는 그냥 하마다 이토코를 따라가서 캠퍼스 개방 행사가 어떤 건지 견학하기 위한 거라 나 혼자 갈 진짜 목표인 여대에 가기 위한 담력 테스트라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진지하게 담당자나 선배가 될 대학생한테서 설명을 듣고 있는 이토코 옆에서 난 캠퍼스 안 경치나 우리처럼 캠퍼스 개방 행사에 온 수험생들을 보고 있었어.


가장 먼저 놀란 건 캠퍼스의 크기였어. 미소라고의 다섯 배는 됐을 거야.


몇 년 전쯤에 도쿄 도내에서 이전해 와서 새 건물이었어. 초목으로 둘러싸여 있는 게 너무나 공부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였어.


아, 편차치가 더 높았더라면 이런 학교에 응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했지. 후~.


캠퍼스 개방 행사에 참가한 수험생들도 안경 낀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다들 머리가 좋아 보였어.


이토코가 지망하는 학부 건물을 견학하는 동안 카나에처럼 난 학식을 견학하러 갔어. 여름방학이라 조리하는 직원들도 휴무일 텐데 캠퍼스 개방 행사 날이라 학식도 운영하고 있었어.


200명 정도는 들어갈 공간이 있었고 직원들은 점심 식사 준비로 바쁘게 일하고 있었어.


메뉴를 봤는데…… 저, 저렴해! 일반 패밀리레스토랑의 절반 이하. 이 정도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부모님의 부담을 생각하면 1주일에 한 번 정도? 아니 아니, 우리 엄마니까 매일 도시락을 챙겨 주시려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학식에서 풍겨 오는 맛있는 냄새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서 안으로 들어가니까


“아직 시작 안 했는데”


카운터에서 직원 아주머니가 몸을 내밀고 지적하셨어.


“죄, 죄송해요”


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도망쳐 나왔어.


내가 학식이 있는 건물에서 나오니까 이토코가 기다리고 있었어.


“이토코, 여기 학식 저렴하고 메뉴도 충실해”


그렇게 내가 말해 주니까 이토코는 피식 웃었다가 바로 표정이 진지해졌어.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 그런 건 아냐. 얼마 전에 가 본 학교랑 이 학교 중 어디로 할지 고민 중이야……”


이토코가 전에 견학 갔던 건 우리 지역에 있는 국립대야. 진짜 사치스러운 고민이야……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고 했는데 내가 참았어.


그리고 우린 커다란 교실로 안내 받아서 교수님이랑 현역 대학생한테서 얼마나 이 학교가 훌륭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난 상관없으니까 반쯤 자고 있었지만 말야.


난 그날 오후에 도내에 있는 엄청 유명한 사립대 캠퍼스 개방 행사에 갈 예정인 이토코와 헤어져서 돌아가기로 했어.


난 뒤숭숭한 마음으로 전철을 탔어. 이토코를 부러워하는 한편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편차치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자신을 납득시키기도 하면서. 응, 이제 와서 고민할 건 아니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자.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눈을 감았어.


그게 실수였어. 어젯밤 늦게까지 공부해서 이번엔 폭풍 수면. 잠에서 깨니까 미소라역에서 여덟 역이나 더 지나가 버렸어. 아……


다음 날, 난 세타가야에 있는 사립 여대 캠퍼스 개방 행사에 갔어.


여긴 옛날부터 쭉 그 자리에 있는 학교로 부속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인접해 있어서 캠퍼스가 마치 작은 마을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운동장도 대 중 소 세 개나 있었어. 건물은 오랜 역사를 느끼게 했는데 안은 깨끗해서 확실히 여대라는 느낌이 들었어.


가장 놀란 건 도착하고 바로 안내받은 강당이었어. 캠퍼스 개방 행사에 참가한 수험생들이랑 보호자들이 모인 설명회장으로서는 터무니없는 넓이였어. 2층석까지 있어서 마치 콘서트장 같았어.


이건 어제 갔던 학교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참고로 가장 가까운 역에서도 도보로 5분이니까 어제 간 학교보다 상당히 좋아. 그쪽 학교는 가장 가까운 역에서 또 버스를 타야 되니까 통학 시간은 절반이면 될 거 같아. 그래그래, 편차치는 다르지만 이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


설명회 동안 어제와 다르게 한숨도 안 잤어. 어제 경험한 게 도움이 됐어.


그리고 난 받은 팸플릿을 보면서 캠퍼스 안을 탐색했어. 맨 먼저 학식. 엄청 깨끗해. 새하얀 테이블에 새빨간 세련된 의자가 마치 카페 같았어. 캠퍼스는 어제 간 학교보다 아담하고 초목도 적었지만 곳곳에 화단이 있고 벤치도 많이 놓여 있었어.


좀 피곤해서 벤치에서 쉬려고 했는데 크고 긴 비석 같은 걸 발견했어. 비석에는 여성의 이름이 줄줄이 새겨져 있었어. 처음엔 졸업생 이름인가 했는데 창립된 지 90년 이상 된 유서 깊은 학교치고는 이름이 너무 적었어. 게다가 묘하게 옛날 사람 같은 이름이 섞여 있었어.


도대체 뭘까? 그렇게 비석 앞에 서 있으니까 누군가가 뒤에서 말했어.


“그 비석에 관심 있어?”


뒤를 보니까 현역 여대생으로 보이는 21살 정도 될 거 같은 여성이 있었어.


“아, 네……”


내가 당황해하니까 그 언니가 비석에 대해 설명해 줬어.


“우리 학교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있다는 건 잘 아실 테고?”


아실? 뭔가 신선하게 들렸어.


“아, 네……”


그 정도는 사전에 조사해서 알고 있었어.


“학교에 10년 이상 재적했다가 졸업 후에 죽은 졸업생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거야”


“호오, 그런 거예요? 애프터케어도 제대로 해 주네요”


순간 언니가 피식 웃더니


“애프터케어 괜찮은데? 재밌는 수험생이네”


“저 언니도 이 학교 학생이시죠?”


“응. 오늘은 개방 행사에서 안내를 담당하라고 지시 받았어”


왠지 호감이 가는 언니야. 잘 보니까 상당히 미인이야. 꽃무늬 원피스에 굽이 조금 낮은 구두. 연하게 화장도 했어. 그리고 은은하게 감도는 향기가 멋있었어. 나보다 두세 살 많은 건데 ‘The 어른’ 아니 아니 ‘The 여대생’이라는 느낌.


그 뒤 우린 벤치에 앉았고 나는 ‘The 여대생'한테서 다양한 얘기를 들었어.


‘The 여대생’은 나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교사를 지망했는데 교직 과정의 학점을 따는 게 힘들다는 얘기를 해 줬어.


“선배님, 학점 따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흐흐, 선배님이라니……”


‘The 여대생'은 산뜻하게 웃었어.


으~~음, 기품 있는 게 여대생다운 웃음이야.


“그, 그러네요. 아직 시험도 안 쳤는데”


“아냐. 미안해, 웃어 버려서. 근데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수업에 출석만 잘 하면 시험 점수가 다소 안 좋아도 학점은 딸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저 꼭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안심이 됐어요”


“흐흐, 선생님이 너처럼 명랑하다면 학생들도 좋아할 거야”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해서 여기 세타가야여대에 꼭 합격할게요!”


제대로 신이 난 내가 알통 포즈를 하니까 ‘The 여대생'이 미소 지었어.


그 뒤 ‘The 여대생'은 학식에서는 매일 오전 10시랑 오후 1시에 갓 구운 머핀을 제공한다고 얘기해 줬어.


내가 재빨리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시간을 봤더니 오후 1시 3분 전이었어.


“머핀 먹으러 가요!”


하고 일어나니까 ‘The 여대생'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어.


“아마 오늘은 안 구웠을 거야”


“그, 그렇겠죠? 저도 참…… 근데 저 꼭 합격할 테니까 같이 머핀 먹어 주실 거죠?”


“그럼, 물론이야. 합격하길 빌게”


“감사합니다”


난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청하면서 이름을 물었어.


‘The 여대생'= 요시노 하루카는 날 교문까지 바래다주고 손도 흔들어 줬어. 나도 크게 손을 흔들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역으로 향했어. 요시노 하루카 언니구나, 정말로 봄처럼 상냥한 사람이었지.


그리고 그다음 주 월요일.


고등학생 최후의 여름방학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모모코는 이른 아침부터 요정들과 디저트의 작업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고 다 하면 치어리딩 동호회 연습에 참여하고 있는 하나와 합류할 거라고 했어. 하즈키는 나보다 좀 늦게 왔어. 아이코도 곧 있으면 도착할 거야. 온푸는 오후에 올 예정이었어.


“도레미, 캠퍼스 개방 행사 갔다 왔지? 난 다른 대학교는 거의 가 본 적 없어…… 재밌었어?”


“응. 있잖아……”


그렇게 얘기하려고 했더니 영업 개시 전 바쁜 시간에 뭘 떠들고 있냐는 매서운 눈빛으로 마조리카가 이쪽을 봤어.


“오늘은 모두 모이는 날이니까 나중에 제대로 들려 줘, 도레미”


난 하즈키에게 OK 사인을 했어. 하즈키는 모모코의 디저트 만들기를 돕기로 하고 난 요정들이 예쁘게 포장한 구운 과자랑 케이크를 가게에 진열하기로 했어.


8월은 우리들 사정상 휴업이 많아서 MAHO당 손님들께는 실례가 됐을 거야. 아침 청소도 하나랑 요정들이 해 주고 있어. 나도 가게에 나왔을 땐 열심히 일해야지.


난 진열장에 디저트를 진열하고 계산대의 준비를 했어. 아이코도 와서 모모코의 마무리를 도와줬어. 밖에 간판을 내놓으러 나갔더니 마침 ‘유진'에서도 비슷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어. 내가 화단에 물을 주는 루리 씨를 보고 손을 흔드니까 나를 봤는지 고개를 들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대답해 줬어.


근처에 있는 가게인데 난 거의 가 본 적이 없어. 같은 업종이 아니었다면 자주 갔으려나? 으~음 같은 디저트라도 ‘유진'은 고등학생인 나한테는 가격도 맛도 너무 고저스해. 모모코는 여전히 쇼콜라티에인 란 씨한테 이것저것 배우러 갈까? 가게로 돌아와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그럼 다녀올게. 도레미, 오후에는 돌아올 거야!”


모모코가 내 어깨를 토닥이고 치어리딩 연습 장소로 떠났어. 즐겁게 하니까 좋은데 힘들거야. 파워풀 하고 포지티브한 모모코여도 역시 올봄부터는 고될 거야. 건강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저녁즈음 되니까 모두가 MAHO당에 모였어. 아침에는 진열장 가득 진열돼 있었던 디저트도 차츰 줄어들었어.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에는 영업을 마치는 걸로 하고 다들 내일의 준비를 하기로 했어.


FLAT4 멤버는 정말로 안 나타났어. 아니, MAHO당에는 약간은 오는 거 같은데 덤으로 온다는 느낌인가 봐. 참고로 난 한 번도 못 봤어.


“나도 전혀 못 봤어. 촬영 현장에라도 오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온푸도 완전히 잊어버렸나 봐. 내가 니와와 있었던 일을 온푸한테 말해 주니까


“니와라면 괜찮을 거야. 네 명 다 처참하게 부서지겠지. 흐흐흐”


온푸도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웃었어. 왠지 네 사람이 안쓰러워졌어.


그러자 하즈키도 생각해 보니 웃겼는지 어깨를 떨면서 큭큭큭 하고 웃기 시작했어.


“뭐야? 뭐야? 하즈키, 니와한테서 최신 정보라도 들어왔어?”


내가 물으니까 하즈키는 웃으면서 끄덕였어.


“에~~엑, 뭔데? 뭔데? 말해 줘 하즈키!”


하나뿐만 아니라 다들 작업 준비는 제쳐 두고 하즈키 주변으로 모였어.


하즈키는 웃음을 멈추더니 니와가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보여 줬어.


요약하자면 이래.


FLAT4 멤버들이 3일에 한 번은 촬영 현장에 나타나게 되면서 니와도 점점 성가셔졌나 봐. 그때 잡지사 사람한테서 다음 일 때문에 니와의 상대 역 독자 모델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대.


그래서 니와가 FLAT4한테 얘기했더니 네 명 다 손을 든 거야. 하지만 니와의 상대역은 한 명이니까 네 사람은 라이벌심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장렬한 배틀이 벌어질 거 같았대. 그래서 뭘로 결정했냐 하면 오락실 카레이싱 게임. 어린애냐! 니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네 사람은 진지 그 자체. 그 결과 어느 때나 침착한 후지오가 우승해서 니와의 상대역을 멋지게 딴 거까지는 좋았는데 역할이 남자친구가 아니라 여동생이었다는 거야.


하즈키는 또 웃으면서


“그래서 나온 사진이 이거야! 짠~~!”


그러면서 니와와 찍힌 여장한 후지오의 잡지 사진을 보여 줬어.


어색하게 니와한테 딱 붙어서 포즈를 잡는 후지오는 정말 최고였어!


우리 모두 포복절도하기를 약 5분. 당연히 배가 땅길 정도였지. 니와, 굿잡!


틀림없이 코쿠류미나미고 축구부의 브레인인 후지오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줬을 거야.


니와의 메시지와 사진으로 크게 화끈해진 뒤, 아이코가


“도레미, 캠퍼스 개방 행사 갔다 왔다매?”


하즈키가 말해 줬는지 나한테 물었어.


“어떤 느낌이야, 도레미?”


하나도 바로 관심을 보여서 FLAT4 얘기는 거기서 끝났어.


지난주에 갔었던 세타가야여자대학교가 완전 마음에 들었던 난 국립대 얘기는 대강대강 하고 자랑이라도 하듯 커다란 강당 얘기를 하니까 하즈키도 반응했어.


“나 그 강당에 클래식 콘서트 들으러 가 본 적 있어. 2천 명은 들어갈 멋진 홀이었지. 음향 설비가 엄청 잘돼 있어서 나도 프로바이올리니스트가 된다면 연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The 여대생’=요시노 하루카 언니와 머핀 얘기를 했어. 마지막으로


“그 언니 같은 여대생이 됐으면 좋겠어. 진짜 멋있잖아. 나랑 두세 살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


내가 그러니까 다들 큭큭 웃었어.


“뭐야? 왜 그래?”


“도레미, 그 대사 몇 번째고?”


아이코의 말을 듣고 하나를 제외하고 다들 ‘맞아 맞아’ 하며 동의했어.


“초등학교 때도 세일러복 입은 중학생 보고 그랬던 거 같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의 교복 재킷이 어른스러워서 자기한테 어울릴지 걱정된다고 한 거 나 들어 봤어”


온푸랑 하즈키의 말을 듣고 다들 끄덕였어.


“난 중학교부터는 미국에 있었는데 하이스쿨 학생은 다들 엄~청 어른스러워 보였어. 화장도 하고 피어싱도 하고 말야”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미국 고등학생은 확실히 일본인인 내 입장에선 어른스러운 걸 넘어서 그냥 어른으로 보여.


“근데 난 중학교 다닐 때부터 초등학생으로밖에 안 보여서 엄청 힘들었어. 아시아계니까 고등학생이 돼도 어린애 취급 당하겠구나 싶었어”


모모코는 일본에서는 지극히 보통 사이즈인데 말이지.


“괜찮아, 모모코. 스무 살 지나면 미국 사람들이 모모코를 더 부러워할 거야. 일본인은 피부가 좋다고 하잖아”


하나가 바로 위로해 주더니 나를 보고


“근데 도레미가 학습이 안 됐을 거라는 건 하나한테는 예상이 갔어. 안정적이고 안심할 수 있는 도레미잖아”


하나, 나한테 가차없구나.


“대학생 되면 사무직 여성 보고 똑같은 소리 하는 거 아이가?”


아이코의 의견에 다들 끄덕였어.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 같아, 아이코. 절대로 얘들 앞에서 안 말해야지. 난 하던 이야기로 강제로 되돌렸어.


“어~쨌~든~, 학교 분위기랑 시설 안에 들어가서 견학도 하고 선배나 교수님 얘기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 캠퍼스 개방 행사에 가길 잘했어”


“그래서 도레미는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


온푸가 정곡을 찔렀어. 가슴이 철렁 했어.


“그…… 그게…… 지금은, 편차치가 부족한 상황이야. 응시는 다른 학교로 하려고. 근데 진로 선생님이 좋은 학교라고 하셔서…… 나도 참고 삼아 견학할 생각이었는데,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서……”


아이코한테 한 소리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아무 말 안 했어. 어이없을 만도 해.


지금 나한테는 그림의 떡이잖아~.


사립대는 확실히 학비가 비싸지만 아빠랑 엄마는 여대가 더 안심이 된다고도 하셨지. 그건 그렇다 쳐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정했지만 생각보다 학교 수가 적었고 거기에 다들 레벨이 높았어.


당연한 거지만 대학교 졸업 즉시 교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시험도 있고 채용되는 인원도 줄고 있으니까 교육학부를 졸업한 학생이 다 교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봐. 저출산의 영향도 있는 걸까? 난 여동생이 있지만 MAHO당 친구들은 다들 외동이었지.


어쩐지 내가 시무룩해 하니까 마침내 모모코가 풋 뿜었어.


“도레미는 알기 쉽다니까”


온푸도


“아직 도레미의 여름은 안 끝났어. 센터 시험까지 편차치를 10포인트 정도 올리면 되잖아. 산은 높으면 높을수록 달성하는 보람이 있는 거 같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어. 등산은 아닌데. 근데 뭐 나도 등산 같은 거 해 본 적은 없지만.


“근데 그러면 합격이 목표가 돼 버려서 4월부터는 공허해질 거 같아. 대학교 강의에 따라갈 수 있을까?”


“그건 합격하고 나서 걱정해, 도레미”


으으으, 그랬지. 하나 말이 맞아.


그랬더니 하즈키가 타마키한테서 들은 얘기를 들려줬어. 여자들끼리 얘기하면 정말 얘깃거리가 떨어지지 않지.


“그러고 보니 타마키의 남자친구인 타치바나 씨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 열공해서 국립대학교에 합격했잖아. 근데 타마키한테 대학교 1학년 때는 수험생 때처럼 공부 안 하면 수업에 못 따라간다면서 힘들어했다고 그랬어”


그러고 보니 작년에 그런 얘기 했었지.


“근데 혹독하게 입시 공부를 한 덕분에 근성이 생겨서 따라잡았대”


아니, 타치바나 선배는 입시 공부 안 했어도 근성은 상당히 있었을 거야. 그래도 대단하지.


스트레스 발산은 아니지만 여름방학 때 도호쿠의 농장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는 진짜진짜 쌩쌩해 보였다고 타마키가 그랬대. 타치바나 선배는 길게 쉴 때마다 자기는 팽개쳐 두고 소랑 말을 돌보러 간 게 타마키한테는 불만이었나 봐.


“타마키니까 농장까지 막무가내로 찾아간 거 아니야?”


내가 물으니까


“근데 올해는 치어리딩 연습에도 참여하고 있어”


“자동으로 진학하니까 입시 공부는 걱정 없다고 타마키가 그랬는데 동호회가 데이트 기회를 뺏은 걸까? 마법으로 슬쩍 데려다줘?”


하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타치바나 쿄헤이 선배가 궁금했나 봐. 하즈키한테 말하니까


“지금 타치바나 씨가 일하는 농장은 대학교의 농장이야. 학교 시설도 같이 있나 봐. 그래서 타마키도 가고 싶지만 못 가는 모양이야”


“마, 타마키도 치어리딩으로 스트레스 발산하는 기라”


아이코의 말을 듣고 하즈키도 ‘그럴 거야, 분명’ 하고 웃었어.


타치바나 선배는 수의사가 되기로 한다면 6년간 다니게 되는데 어쩌면 도호쿠에 있는 학교에 가게 될지도 모른대. 그렇게 되면 장거리 연애가 되는 거지.


그보다 타마키랑 타치바나 선배는 물과 기름 같은데 꽤 지속되고 있지? 올해는 특히 그렇지만 별로 만날 기회가 없는데 대단하네. 타마키는 꽤나 인내심이 강한 타입이었구나. 거기다 아빠 회사를 이어서 지금보다 더 키우고 싶다는 야망도 있는 거 같아. 타마키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 얘기는 흐지부지 끝났지만 수다는 끝이 안 나지. 오랜만에 모두가 모였으니까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어.


“그러고 보니까 어제 신슈가 왔었다”


아이코가 생각났다는 듯 말하니까 오븐 쪽을 보고 있던 모모코가


“맞아 맞아, 이번달 디저트 예약했었어. 오늘 밤 타니야마랑 같이 먹을 거래”


야마우치 신슈는 미소라 시내에 있는 야마우치사(山內寺)의 후계자이고 타니야마 쇼타는 프로 장기 기사를 지망하고 있어. 둘 다 우리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지.


응대하러 나갔던 하나가 말하기로 3단 리그의 최종 대국이 9월 상순에 있어서 타니야마는 이번 시기야말로 4단으로 승단할 수 있을 거 같대.


“왜? 왜? 3단에서 4단이 되는 거뿐인데?”


하나는 머릿속에 ‘?’ 마크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어. 나랑 마찬가지로 장기계의 구조를 전혀 모르는 거지. 나도 전에 들어 본 거 같은데 전문용어를 일일이 알지는 못했어.


그때 홀에서 도어벨 소리가 울렸어.


“호랑이가 제말을 들었나 보네”


아이코 말대로 홀에 나타난 건 야마우치 신슈였어.


신슈는 MAHO당의 단골로 매달 모모코의 신작 디저트를 사러 와 줘.


모두가 마중 나가니까 신슈는 놀란 표정을 지었어. 심지어 온푸는 오랜만에 보는 거라


“세상에 세상에 세가와, 오랜만이야.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인사하는 게 주지 스님스러워서 우린 무심코 뿜을 뻔했어.


“야마우치도 건강해 보이네. 타니야마한테 간식으로 디저트 가져갈 거라며?”


“응. 메시지로 본가에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모모코가 예약한 디저트를 준비하는 동안 신슈는 우리에게 타니야마의 근황이랑 장기계의 구조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 줬어.


장기의 세계는 하즈키의 바이올린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나? 동네에 있는 장기 교실에 다니거나 가족한테 배우거나 책을 읽고 연구한다든가. 요즘엔 인터넷으로도 실제 같은 연습을 할 수 있나 봐.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해서 실적을 쭉쭉 쌓아 나가야 겨우 프로 입문 중의 입문, 연수생이 되는 거래.


“프로를 지망할지 취미에 머물지 늦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정해야 되나 봐. 그보다 몇 년이 지나도 순위가 오르지 않으면 기한 초과로 프로가 못 되는 경우도 있대”


신슈는 근엄한 눈빛이 되더니 얘기를 더 해 줬어.


“스승님도 필요하고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이사도 해야 되고. 가족이랑 떨어져서 학교와 장기를 병행하는 게 힘들어 보여”


“그러고 보니 타니야마는 중학교 때부턴 스승님한테 다니기 위해 도내에 있는 학교에 응시했었지?”


내가 물으니까 신슈는 끄덕였어.


“타니야마는 초등학교에서는 평범했지만 장기에 관해서는 엄청난 노력가야. 중학교 때부터는 연수생이 돼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장려회에 들어갔지. 상당히 순조로운 편이라고 생각해. 도중에 탈락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세계라고 하니까 10대에 프로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인 거 같아”


지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한 기사 중 내가 아는 건 세 명 정도이려나? 아이코를 보니까 말없이 어깨를 으쓱했어. 신슈의 설명으로 지금은 이해한 거 같은데 1년 뒤에도 기억하고 있을지는 자신 없어.


“그래서, 결국 3단이랑 4단의 차이는 뭐야?”


하나가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끼어들었어.


신슈의 설명에 의하면 장려회는 6급부터 시작해서 5, 4…… 1급, 초단, 2단…… 이렇게 진급을 한대. 연수회에 들어가서 성적을 올리면 장려회. 으~음, 어렵네. 위로 올라가려면 대국에서 이긴 횟수를 올려야 해. 연령은 급이 오르면 오를수록 다양해져서 자기보다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한가 봐.


3단까지 오르면 드디어 3단 리그의 시작으로 반년 동안 20회 정도 대국해서 4단에 오를 수 있는 건 상위 2명뿐. 하위 2명은 탈락하는 거래.


“뭔가, 축구의 J리그랑 비슷하네”


내 말을 듣고 신슈가 끄덕이면서


“주말에 대국이 있어서 월요일은 엄청 피곤하다고 했어”


온푸도 같은 프로로서 관심이 있는 듯 신슈한테 물었어.


“3단 리그의 마지막 대국은 9월 상순인 듯한데, 아직 타니야마가 4단 승단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건 아슬아슬하게 싸우고 있다는 거야?”


“응, 대격전이라 최종 대국에서 이기면 4단이 되는데 지면 또 반년 동안 3단 리그에서 계속 싸워야 해. 타니야마는 중학교 때부터 그런 혹독한 세계에서 애쓰고 있는 거야. 그래서 미소라시에 돌아왔을 땐 MAHO당 디저트를 먹고 릴랙스하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거든”


프로 기사를 지망한 지 6년이라. 노력이 보답받았으면 좋겠어.


모모코가 예쁘게 포장한 디저트 상자를 신슈한테 건네면서 말했어.


“혹독한 세계구나. 내 디저트로 릴랙스 할 수 있을까?”


“걱정 마, 모모코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당분은 두뇌에도 좋다잖아”


하즈키가 격려해 줬어. 맞아 맞아. 모모코의 디저트라면 효과 발군이야.


“그래가 4단부턴 프로인 거제? 이제는 동년배뿐마이 아이라 할배뻘 되는 사람들하고도 같은 신분이 된다는 기가?”


아이코가 물으니까


“응. 근데 4단부턴 장기 연맹에서 봉급도 받고 대국료도 들어온대”


“그렇구나. 직장인으로 치면 4단이 신입사원이라는 건가”


내 말을 듣고 신슈는 근엄한 표정 그대로 끄덕이며


“하지만 1년에 4명만 승단할 수 있고 라이벌 수는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계속 지면 쭉 4단인 채로 있어. 정말로 힘들 거야. 마키하타야마, 이해했어?”


나랑 마찬가지로 구조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던 하나였지만 타니야마가 한걸음 한걸음 노력해서 마침내 프로 기사가 되기 직전까지 왔다는 건 알았나 봐.


“응. 하나도 마지막 대국 날? 응원 가고 싶다”


하나의 말을 듣고 신슈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러지 않는 편이 나아. 당일엔 40명 가까운 3단 기사들한테는 매우 길고 중요한 하루야. 관계자도 아닌 우리가 재미 삼아 갈 곳이 아냐”


신슈의 말을 듣고 하나는 시무룩해졌어.


“설령 타니야마는 기뻐한다고 해도 다른 기사들한테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


온푸가 영화 촬영을 할 때 놀러 가는 것과 같은 걸지도.


“맞다 맞다. 신슈가 대국 날짜 알려 주면 여서 다 같이 응원하자”


아이코의 말을 듣고 모모코가 뭔가 떠올랐는지


“타니야마한테는 당일에 우리의 선물이라고 하고 디저트를 보내주자. 그러면 좋아하지 않을까?”


“맞아, 모모코! 우리도 같이 디저트 먹으면서 응원하자!”


모모코의 디저트에 담긴 마음은 분명 타니야마한테 전해질 거야. 우리도 마음속으로 응원하기로 했어.


신슈가 돌아간 뒤 영업을 마치고 우린 팔고 남은 디저트를 먹으면서 여전히 얘기를 계속했어. 정말 얼마나 수다를 좋아하는 거야, 다들.


“신슈도 타니야마를 응원할 상황이 아니지. 수험생 아니야? 역시 절을 잇기로 한 거야?”


온푸가 나한테 물었어.


“신슈는 본가인 절을 잇기 위해 불교계 대학교에 진학하기로 했어. 학교 성적도 좋으니까 분명 추천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신슈의 경우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절에 수행하러 갈 거야. 전에 TV에서 봤는데 그건 아~주 힘들어 보였어. 여기도 탈락자가 나올 정도”


온푸, 말 하는 게 무서워.


“나도 전에 아빠한테 취재했을 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아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3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2854 AD [원신] 신규 5성 아를레키노 등장 운영자 24/04/26 - -
4934 일반 모모코 노래중엔 이게 제일 좋아 [2] ㅇㅇ(223.38) 03.25 82 1
4933 일반 도레미 신작 소식에 힘을 내서 대학 다닐수 있을것 같다 [4] 레갤러(223.39) 03.25 162 6
4932 일반 다들 온땅크 노래 한번씩 듣고가 [2] ㅇㅇ(223.38) 03.25 73 3
4931 일반 왜 진짜임??? [1] 레갤러(219.248) 03.24 63 1
4930 일반 갤럼들 도촬 영상 떳다 ㄷㄷ [10] 아빠말좀들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293 5
4929 일반 굿즈 팔리는게 예상보다 잘 팔렸을지도 몰라 [4] ㅇㅇ(118.220) 03.24 104 2
4928 일반 기대 하나도 안했는데 이왜진? [6] 보리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91 1
4927 일반 그 발표회 때 투표같은 거 있지 않았나 [1] ㅇㅇ(211.177) 03.24 44 0
4926 일반 디씨 실베에 올라간 꼬마마법사 레미 신작 소식 [1] ㅇㅇ(118.220) 03.24 263 2
4925 일반 신작 발표된거 보고 흘러들어옴 [4] 레갤러(222.111) 03.24 155 6
4924 일반 공식 안무에 참여한 댄서들을 알아보자 [2] ㅇㅇ(118.220) 03.24 119 5
4921 📃정보 꼬마마법사 레미 OP 꼬마마법사 카니발 MV 공개됐다 [6] ㅇㅇ(118.220) 03.24 293 7
4920 일반 수원역 키라키라 토모 다녀옴 [7] ㅇㅇ(106.101) 03.24 183 5
4919 📃정보 꼬마마법사 카니발 안무 영상 공개 [5] ㅇㅇ(118.220) 03.24 106 5
4918 일반 25시간 안돼서 50만뷰 돌파 ㅇㅇ(118.220) 03.24 80 1
4917 일반 틱톡 근황 [1] ㅇㅇ(118.220) 03.24 105 1
4916 일반 또 폿프는 찬밥.. [2] (114.203) 03.24 116 0
4915 일반 이번 신작 공개 관련하여 ㅇㅇ(118.220) 03.24 105 0
4914 일반 미야하라 성우 TVA 바라는 거겠지? ㅇㅇ(118.220) 03.24 84 2
4913 📃정보 아니메재팬에서도 큰 뉴스거리였나보네 ㅇㅇ(118.220) 03.24 115 1
4911 일반 소설특) 레갤러(223.32) 03.24 114 1
4910 일반 반갑습니다 수도꼭지입니다 [2] 레갤러(27.163) 03.24 84 2
4909 📃정보 미야하라 성우가 공유해달라는 내용 [2] ㅇㅇ(118.220) 03.24 238 6
4908 일반 17시간 42만뷰 [2] ㅇㅇ(118.220) 03.24 96 1
4907 일반 하나의 면모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1] ㅇㅇ(118.220) 03.24 70 0
4906 일반 혹시 [1] ㅇㅇ(118.220) 03.24 77 0
4905 일반 이 기세로 ip 좀 더 떴으면 좋겠다 [5] 사신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144 6
4903 일반 오열ㅠㅠㅠㅠ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210 7
4902 📃정보 7시간 동안 약 26만 뷰였다 ㅇㅇ(118.220) 03.24 100 1
4901 일반 그와중에 기어코 끝내 언급이 안된 캐릭 [3] 뒷통수가아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313 6
4900 일반 애니화 발표에 뽕 맞아서 잊어먹고 있었는데 [7] 긆힉놃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206 1
4899 일반 오늘 도레미랑 온푸 등장했던 유원지 캐릭터 귀엽당 [3] 레갤러(39.7) 03.23 277 8
4898 일반 이번 여름에 메모리얼전 다녀와야하나 [2] ㅇㅇ(118.220) 03.23 83 1
4897 일반 와... 실사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애니화 실환가 [2] 뒷통수가아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243 7
4896 일반 이렇게 보니까 뭔가 프사같다 ㅋㅋ ㅇㅇ(118.220) 03.23 127 5
4895 도레미 온푸 인형탈 찍었당 [11] 레갤러(39.7) 03.23 334 8
4894 일반 X에서도 화제가 되는 모양임 [1] ㅇㅇ(118.220) 03.23 213 5
4892 일반 소설판은 별로 안좋아하긴하는데 ㅇㅇ(221.150) 03.23 188 8
4890 일반 이번에 성우분들 노래하신거 필요하면 말해주세요 [2] 요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25 6
4889 일반 각자의 표정이 은근 재미있네 ㅇㅇ(118.220) 03.23 160 5
4888 일반 일본트위터가 도레미 얘기로 뜨거운게 너무 좋네여 [4] ㅇㅇ(110.70) 03.23 169 6
4887 일반 꼬마마법사레미 마스킹 테이프 [3] 레갤러(223.39) 03.23 164 5
4886 일반 TVA 안하면 진짜 큰일날 분량이긴함 [4] 카라카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346 6
4885 일반 제발 tva... [3] ㅇㅇ(110.70) 03.23 100 2
4884 일반 이거 진짜 귀여워 카라카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35 5
4883 일반 듀엣댄스 짤 [2] ㅇㅇ(118.220) 03.23 124 5
4882 일반 진짜 하나는 캐디 고트다 [4] 여마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250 5
4881 📃정보 메타버스? 관련 영상 [3] 요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37 5
4880 일반 나 심장마비 걸릴것 같음 너무 놀라고 기뻐서 [6] 레갤러(223.39) 03.23 210 8
4879 일반 이참에 ㅇㅇ(118.220) 03.23 5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