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아주 전 막을 다 이렇게 비교할 생각이었지만 사정상 1막만 같이 듣고 나머지는 나 혼자 들었다. 이게 좀 아쉬운게 1막까지는 이쪽도 저쪽도 나름대로 들을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2막부터는 판세가 기운다.

12월 쪽으로.

기본적으로 음원의 품질은 2월이 당연히 우수하다. 마스턴이 리마했는데 어련하실까. 사실 두 연주를 음질로 비교하는 것은 우열을 넘어서 민망한 일이다. 12월은 음질은 물론이거니와 피치조차도 최대 반음 낮게 틀어졌으니까. 하지만 음질은 가장 나중에 고려하는 대상이므로 일단 접도록 하자.

좀 더 지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항이 있다면 12월은 온전한 연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몇몇 부분은 2월의 것으로 땜빵하는데 확실히 데스데모나 이외의 주연이 동일한 시점에서 눈치 못 채게 잘 짜깁기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데스데모나 부분조차도 뻔뻔하게 레트버그의 음성으로 붙인 곳도 있다. 나는 심심하면 혼자서도 짜깁기해서 놀기 때문에 이게 큰 문제라 느껴지지는 않지만 충분히 이를 이유로 거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도대체 12월의 더 좋은 점이란 무엇일까?

일단 소리가 더 잘 잡힘. 음질 자체야 더 말할 건 없지만 2월은 오텔로와 이아고의 목소리가 간혹 잘 안 잡힌다. Esultate나 Abbasso le spade같이 치고 들어가야 할 부분이나 un bacio ancora같이 또렷한 목소리가 필요할 때의 오텔로가 보이지 않는다. 이아고도 종종 안 들리거나 그냥 3류 간신배의 목소리로 잡히기도 함. 이건 내가 비명 소리를 워낙 좋아해서 말하는 거지만 2막에서 오텔로가 이아고 멱살잡아 내동댕이 칠때 이아고 신음이나 3막에서 Dio! mi potevi 전에 데스데모나 울 때, 4막에서 목졸릴 때의 데스데모나 단말마도 2월이 잡지 못한 것을 12월은 잡아낸다.

감정 표현도 좀 더 멋있는 구석이 있다. 마르티넬리의 오텔로가 유명하다고 해도 한 옛날부터 메트에서 공연한 건 아니다. 심기일전해서 37년 말부터 부른 것이므로 38년에 녹음된 것이 전성기의 마르티넬리가 아님을 아쉬워할 이유가 없음. 뉴욕 해럴드의 평론에서는 처음 부를 때도 이미 고귀하고 생생한 오텔로였지만 1년이 되어가는 지금에서는 비통한 감정이 더욱 농후해졌다고 극찬했는데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2월에 하지 않은 것을 12월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다듬고 절절하게 내보낸다. 베르디 최고의 아리아라 믿어 의심치 않는 Dio! mi potevi에서 Spento è quel sol 대목부터도 더 울음기가 진한데 이아고 끼어드는 곳도 12월이 좀 더 당당하게 나와서 플러스. 당당한 이아고가 나와서 말인데 2막에서 내동댕이쳐진 다음에 오텔로를 현혹하는 장면이 좀 더 위압적이다. un ciurmador에서의 강세나 Ardua impresa sarebbe에서 이미 오텔로는 이아고에게 무너졌다는 것을 더 잘 드러내 보인다.

발단이 된 데스데모나는 물론 카니글리아가 더 감정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레트버그는 딕션부터 밀림. 4막에서 죽기 전에 절박히 내는 일련의 대사들도 뭔가 날카롭게 소리지르는 걸로 퉁치는 기분이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레트버그가 데스데모나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나는 레트버그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요히 내는 정제된 순백의 고음을 좋아함. 그리고 이를 위해 준비된 버들 노래가 있죠.

뭐 이정도만 쓰고 말려고 했는데 사실 푸념 소재가 하나 있어서 좀 더 글을 길게 쓰게 되었다. 바로 오텔로 마지막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

난 어쨌든 마르티넬리의 오텔로를 가장 좋아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에 마르티넬리가 내는 그 괴성엔 빵터짐. 씨벌 이거 일단 인식을 해버리니까 안 웃을 수가 없어... 아니 차라리 이 때 웃을 준비를 하는 몸이 되어버렸달까?

얼마 전에 임모탈에서 40년 오텔로를 내면서... 아니 이것도 좀 짜증나는게 이미 소니에서 같은 연주를 냈는데 이걸 또 왜 내니... 물론 이제는 이미 카니엘의 충실한 종복같은 기분인 팡파레 평론진들은 그래도 소니보다 더 선명해졌다면서 서로서로 경축하는 분위기던데 씨벌 그 에너지를 38년 내는 데 써야지라는 말을 왜 못하니... 미친 넘들이 저번에 나온 트리스탄이나 명가수 다 소스 혼선왔던 거 아무 소리도 안 하고 헤헷 음질이 좋아요 역시 카니엘님 짱 하고 있으니까 이역만리의 나는 괜히 택배를 두 번 시켜서 교정반을 받아야 하고...

어쨌든 임모탈에서 오텔로를 냈을 때 거기의 리뷰에서 4막의 맺음이 거의 동물적인 그로울이라고 하던데 아니 그냥 웃기잖아요 이거는...

이건 타마뇨 이 개같은 놈이 초연때 버릇을 더럽게 들여가지고 아주 이후로 오텔로들이 죽을 때 어떤 비명소리로 죽어야 간지가 날까 경연대회하는 기분인데 마르티넬리 이놈은 타마뇨의 헐떡거림, 옛날 샤이보이가 올렸던 코벤트 가든 실황에서 제나텔로의 '쵸를 괴성으로 대체', 사바뇨반 푸사티의 그로울링(이새끼가 제일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듯) 아무튼 선대의 꼴값들만 다 모아서 집약시킨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마르티넬리 오텔로 실황을 다 찾아서 들어봤는데 여기중에 뭐가 제일 안 웃기고 감정 이입이 잘 되는가를 찾아봤는데 다 가지각색으로 웃김. 들어볼래요?

38년 2월 : 쳐엌엌엌엌어엌

38년 12월 : 호오오오옼 쵸오오오옼

40년 2월 : 꺼어어어어엌 쵸오오오옷

41년 1월 : 으으으아우앗 치요오오오

48년 4월 : 아우오오옼 쵸오오옼

자 그러면 어떡할거냐... 사실 마지막 수단이 남아있다. 39년에 발췌 스튜디오를 녹음한 게 있는데 이게 용하게 BnF에서 다행스럽게도 Niun mi tema 부분을 내주었음... 그래서 그걸 Qobuz에서 0.99유로에 다운받아서 합성함. 이것도 비슷한 짓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적어도 이건 듣고 빵터지지는 않음... 나름 공감이 간달까... 아무래도 실황 때도 이런 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2시간 동안 열창한 뒤라 힘 다 빠져서 성대가 컨트롤이 안 되었나봄.

어쨌든 이러고 살아요... 실황에 스튜디오를 입힌 거니까 뭐 합성 티 당연히 확 나주지만 어쩌겠음... 어쩔 수 없이 그냥 뇌내보정 해야죠... 적어도 이제는 듣고 빵터지지는 않음...

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12월 소스는 피치가 나갔음. 그래서 합성할 때 스튜디오 음을 반음 낮추고 합성시킨 거... 물론 원칙대로라면 원 소스의 피치를 다 맞추고 제대로 스튜디오 음을 넣는 게 맞겠지만 그 짓을 어느 천년에 해... 옛날에 명가수 멋도 모르고 했는데 뒤지는 줄... 결론은 카니엘님 제발 한번만 더 힘써주세요 굽신굽신

서두에 글쓰다 만 거는 결재 후 다시 올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