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왕국 전사단의 족적』

[소이]

상당한 거리를 걸었는데도…….

아직도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걸.

[슬라임코]

여기저기 혼돈석이 떨어져 있습니다……. 혼돈짐승을 상대로 싸웠던 거겠죠.

제가 주워 놓을게요.

[샤르]

낙반붕괴로 동료 일부를 잃고 물자마저 잃은 상태임에도 투지를 잃지 않다니…….

인간 치고는 꽤나 끈기가 있네요.

[소이]

……이런. 또 갈림길이다.

>샤르 씨──

>이번에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샤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요.

……권속들이여, 돌입하세요.

[샤르]

──돌아왔군요.

뭔가를 입에 물고선…….

[슬라임코]

……인간의 팔……이군요.

[샤르]

그 밖에 가지고 온 것으로는, 피가 묻은 무기에 방어구…….

이쪽 길에는 시체가 있는 것 같군요.

[소이]

반대쪽에서는 아직까진 아무것도 찾지 못한 것 같은데…….

>시체가 없는 쪽으로 갑시다.

[슬라임코]

……분기점마다 시체가 있네요…….

[소이]

가제프 부대의 선택의 결과일텐데…….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가제프 부대는 아마도──

.

.

.

며칠 전──

가제프 부대는 기로에 접어들어 있었다.

[가제프]

하아…… 하아…….

전원, 무사한가……!?

[왕국 전사단 소대장]

네……!

후방의 부대가, 마물들을 막아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그렇지만 수가 많아서, 이대로는──

[가제프]

(멈춰서 있으면, 후방 부대는 계속 소모만 된다…….

지금은 안쪽으로 나아가, 마물들을 떼어놔야 한다…….)

……이쪽 길로 가겠다.

전원, 전진하라!

[왕국 전사]

그럼…….

우리는 반대의 길로 가겠습니다.

[가제프]

뭣……! 무슨 말을 하는──

[왕국 전사]

소수의 병사가 미끼가 되어 마물을 갈림길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본대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제프]

……너희들은……!

[왕국 전사]

이미 부상당한 이 몸…… 부디 부대를 위해 사용하게 해주십시오.

그 대신…… 사명을 완수해 주십시오.

백성들이나…… 가족이 사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가제프]

큿…….

……뒷일은…… 맡겨둬라……!

[왕국 전사]

──감사합니다.

[가제프]

윽…….

다들…… 내 뒤를 따르라!

.

.

.

대원── 잔존 수 85명.

[왕국 전사단 부사관]

……큽…….

하아…… 하아…….

[왕국 전사단 소대장]

……괜찮나!?

[왕국 전사단 부사관]

…… 문제 없습니다.

평소의 훈련에 비하면야……!

[가제프]

(대원들에게 피로의 빛이 짙어지고 있다…….

무리도 아니지…… 이런 환경에서 보급도 없이 계속 싸우고 있으니까…….)

……후방의 상황은……!?

[왕국 전사단 소대장]

……책략이 주효했는지,마물의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추격을──

[가제프]

(동굴의 심부에는 장기가 충만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에 의하면, 체력이 저하될수록 장기에 대한 저항력은 약해진다고 한다…….

이대로는──)

………내가 나서지.

수가 감소해 있다면──

[왕국 전사단 소대장]

……안 됩니다……!

현재로서는 소모전을 강요당할 뿐입니다.

전사장이 여기서 소모하시면, 더 큰 위협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집니다!

[가제프]

……하지만……!

[왕국 전사단 부사관]

소대장님이 말씀이 맞습니다.

최후미는 저에게 맡겨주시길.

[가제프]

……!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 상태에서 최후미를 맡는 건──

[왕국 전사단 부사관]

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는 발목이나 잡게 되겠죠.

행군에 지장이 있는 자는, 이곳에 남아 위협요소를 차단해야 합니다.

[가제프]

……!

[왕국 전사단 부사관]

이렇게 될 경우를 상정하여 진작부터 결단을 내려뒀습니다.

──마물의 수가 줄어있다면 격퇴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완료되는 대로 쫓아갈 테니 안심해주십시요.

[왕국 전사단 소대장]

……전사장 님…… 결단을……!

[가제프]

……행군에 지장이 있는 자는, 여기에 남아 마물을 요격.

완료 후…… 본대에 반드시 합류하도록.

그 이외의 자는…… 전진…… 전진하라!

[왕국 전사단 부사관]

……무운이 함께 하시길.

누구보다도 강하고, 고결하게── 신념을 관철해온 당신과

함께 싸울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왕국에── 전사장에게 영광 있으라!

.

.

.

대원── 잔존 수 64명.

[왕국 전사단 소대장]

……후방에서, 추격의 기미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가제프]

…….

(동지들의 희생으로 인해 궁지에선 벗어났다…….

하지만── 대원의 체력도 정신력도 한계에 가깝다…….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위협과 조우했다간──)

……한 번, 휴식을 취해야겠지.

[왕국 전사단 소대장]

……그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대로 망을 세우죠. 습격을 경계해, 불빛도 삼가도록 명합시니다.

……적당한 굴 속으로 몸을 숨긴 왕국전사들은

차갑고, 질퍽한 바닥에 몸을 뉘였다.

[초췌한 왕국 전사]

……오랜만에 밥을 먹었네.

평소에는 맛없던 식량도, 맛있게 느끼네…….

[부상 입은 왕국 전사]

……얼마 남지 않은 점이, 불안하지만…….

……큽…….

[초췌한 왕국 전사]

상처가 아픈 건가……?

[부상 입은 왕국전사]

약초는 도포해놨지만…… 일시적인 위안일뿐이야…….

물자가 상실되지 않았다면…….

[초췌한 왕국 전사]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마라.

우리는…… 가제프 부대의 일원.

몇 번이나 사지를 넘어왔잖아……!

[부상 입은 왕국 전사]

……아아…… 그렇네.

……이런 곳에서 죽어서야…….

………………죽으…….

………….

……죽…………으……각.

.

.

.

[가제프]

교대시간이다.

뭔가, 이상은 없었나?

[왕국 전사단 소대장]

……외적의 접근은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크워어어어)

[가제프]

……!

지금 울음소리는……!

[왕국 전사단 소대장]

확인을 서두르고 있습니다만…….

[초췌한 왕국전사]

하아…… 하아…….

도와── 도와줘……!

[초췌한 왕국 전사]

이럴…… 수가…….

[???]

아아…… 아아아…….

[가제프]

──불빛을 비춰라!

[왕국 전사단 소대장]

너는…… 우리 소대의……!

[부상 입은 왕국 전사]

…………아……가아악!!

[가제프]

(검 끝이, 피에 물들어……!)

[왕국 전사단 소대장]

틀림없습니다…….

오염되어 있습니다…….

[가제프]

(장기는 확인되지 않았을텐데……!

그런데도──)

……오염이 확인되었을 경우, 대처한다…….

사전에 결정한 대로다…….

내가 하지.

[가제프]

(용서해달라고는 하지 않으마──

나를, 원망해다오……!)

부상 입은 자, 소모된 자, 힘 없는 자……

그러한 자들부터 오염되어 동포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칠흑 같은 동굴은 시야뿐만 아니라,

가제프 일행의 마음까지도 검게 칠해갔다…….

.

.

.

대원── 잔존 수 45명.

[중상을 입은 왕국 전사]

으으으으…….

[파랗게 질린 왕국 전사]

괜찮냐……!? 정신차려……!

[중상을 입은 왕국 전사]

아아아아…… 몸이, 뜨, 뜨거워……?

으으……아아아아아아가아아아앗……!!

[파랗게 질린 왕국 전사]

……젠장……!

(오염된 병사 처분)

[가제프]

(……이런 광경을 보는 꼴이 되다니……!)

[왕국 전사단 소대장]

……전사장님……. 기분은 아플 정도로 압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가제프]

알고 있다…….

[왕국 전사단 소대장]

……그건 그렇고…….

이 근처에까지 장기가 퍼져있었을 줄이야…….

경계는 충분히 하려 했을텐데요──

[가제프]

……봐라.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농도이긴 하지만,

이 근처에도 희미하게 장기가 감돌고 있다…….

행군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들이마셔, 체내에 축적되어갔던 거겠지.

일정량의 장기를 들이마신 결과…… 체력이 저하된 사람이나 손상된 사람부터

증상이 발현되었다…… 아마도 그런 걸 거다.

[왕국 전사단 소대장]

…….

불빛을 삼간 것이…… 원수가 된 것 같군요…….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무념입니다.

크, 으으윽…… 가, 아…….

[가제프]

──!

소대장……! 설마……!

[왕국 전사단 소대장]

……오염된 자를 처치할 때,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오염된 자는 흉포화 하는 동시에 놀라울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전사장님…… 저는 행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동료를 죽이는 것보다, 죽는 것이…… 훨씬 편하니까──

소대장은, 자신의 검으로 목을 꿰뚫었다──

[가제프]

………….

(……후방과의 연락은 끊기고, 물자도 얼마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동포를 잃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에 란텔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떠나간 동포에게 경례.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물자를 회수하라.

소모된 자는── 즉시 포션을 사용하라.

[왕국 전사]

……!! 전사장──

[가제프]

……'균열'의 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면, 뒤를 잇는 자에게 도움이 된다.

'균열' 주위를 봉쇄할 수 있다면 당분간은 시간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전날과 같은 습격이 일어나면, 에 란텔에 큰 피해가 나겠지…….

그런 사태라도 되면, 쓰러져 간 동료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을 거다.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부디,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포션을 마시고 회복하는 병사들)

[왕국 전사]

……저희 일동, 동행하겠습니다.

[가제프]

……감사하네.

그럼── 간다!!

.

.

.

대원── 잔존 수 24명.

[왕국 전사]

………….

가제프 부대는 다른 동료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어둠을 뚫고 가고 있었다──

동료가 오염되어도, 그 손에 붙들리지 않도록.

[혼돈짐승]

……끼이이잇!!

[치명상을 입은 왕국 전사]

……커헉……!

[왕국 전사]

빌어먹을……!

[치명상을 입은 왕국 전사]

……여기까지, 인가…….

뒷 일은, 부탁한다──

죽을 때란 것을 깨달은 왕국 전사는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결코, 동료를 죽이지 않기 위해──

[왕국 전사]

……씨발…….

씨바아아아알……!

[가제프]

(……나의 부하들…….

함께 전쟁터를 달리며 수많은 임무를 수행해온 동료들을……

이런 형태로 잃게 될 줄이야──

이 죄…… 내 목숨 하나로는 도저히 속죄할 수 없을 터…….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혼돈짐승]

……기이잇……!!

[가제프]

……방해된다아아앗……!

.

.

.

가제프 부대── 잔존 수 10명.

[가제프]

……하아아아압……!

(장기가 모인 지면에 휘둘러진 칼)

(일어나는 흙먼지)

[가제프]

(이걸로, 얼마간은 경감할 수 있겠지…….

……이 정도로 장기가 짙어졌다면, 위협의 근원은 그리 멀지 않을 터──)

저것은──!

[왕국 전사]

……저 불길한 빛……

혹시, 저 끝에 '균열'이──!?

[혼돈짐승]

……기이…….

[가제프]

……에워 싸였나…….

싸울 수 있는 자는, 얼마나 남았지?

[왕국 전사]

……10명입니다.

[가제프]

……그렇군.

[왕국 전사]

……부대를 두 조로 나눕시다.

한 조가 끌어들이는 사이에, 전사장님은 남은 한 조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 주십시오……!

[가제프]

……고맙다…….

[왕국 전사]

간다……!

전사장님을, 지키는 거다……!

[왕국 전사]

우오오오오오……!

[왕국 전사]

……커헉……!

(털썩)

[왕국 전사]

……기 죽지 마!

어떻게 해서든 전사장님을──

(써걱)

(털썩)

[가제프]

윽……!

[왕국 전사]

……그렇게 둘 것 같으냐……!

(혼돈짐승 한 마리 처치, 역습에 치명상)

[왕국 전사]

쿨럭…….

죄송……합니다……!

[가제프]

큿…….

더는, 여기까지인가…….

……죄송합니다, 폐하……. 저는 …….

그, 그으으…….

아, 니…… 아직, 이다…….

아직 나는…… 나는……!!

우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

.

.

[player]

(……그리고……

가제프 부대는, 여기까지 도착했다.

가제프 씨는 아마도, 이 안쪽에──)

[소이]

……서로 싸워댄 듯한 흔적, 텅 빈 약초 자루,

흩어져있던 혼돈석, 엄청난 수의 전투 흔적…….

그런 흔적들에서, 가제프 부대의 행동을 추적해보면 그렇게 되겠네.

[슬라임코]

……그럼, 저 언데드들은……!?

[샤르]

희생된 부대의 말로이겠죠.

얼마나 집념이 강했던 건지, 언데드화 할 줄이야…….

어서 편하게 해 드리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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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서체에 글씨 크기 이상하게 해둔 부분들은 원문에서는 가타카나로 말하는 부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