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알베도의 동요』

'균열'에 대한 증오를 재확인하기 위해 구태여 옥좌의 홀로 향한 모몬가는

그대로 그곳에서 현재의 경비체제에 대해 알베도로부터 설명을 받는다.

알베도는 나자릭 붕괴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지만

모몬가는 이를 부인하고 반대로 알베도를 독려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베도의 표정이 풀릴 일은 없었다.

[모몬가]

왜 그러느냐, 알베도.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했다. 그런데도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

[알베도]

죄송합니다.

[모몬가]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네가 일해주는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알겠나. 나자릭은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선에서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지.

그걸 훌륭하다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느냐.

[알베도]

……감사합니다. 모몬가님.

[모몬가]

흠……. 패기가 없구나.

뭐라 해도 자신을 탓하려는 것 같군.

장소가 좋지 않았나? 여기에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이 스쳐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알베도]

정말 죄송합니다.

[모몬가]

…흐음. 아직 품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군.

평가인가? 내가 주는 평가가 불만인 건가?

[알베도]

──!

[모몬가]

호오. 적중했나.

[알베도]

실례했습니다! 결코 그런.

[모몬가]

괜찮다. 너에게 뭔가 불만이 있으면 꼭 들어보고 싶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말해보아라.

지금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결코 질책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마.

[알베도]

…….

모몬가에 그렇게 재촉받았지만, 곧바로는 대답할 수 없는 알베도였다….

[알베도]

그럼 황송하지만… 한 말씀만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모몬가]

상관없다. 말하라.

[알베도]

예.

……아까도 말씀드린대로, 나자릭이 이러한 사태에 빠진 것은 저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는, 그 일에 대한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

.

.

[알베도]

……!

신성불가침한 옥좌의 홀에, 도둑의 침입을 용서하다니……!

──모든 것은 수호자 총책임자인 저의 책임입니다.

이렇게 된 책임, 이 목숨으로……!

[모몬가]

기다려라── 멈춰라, 알베도여.

진정해라. 너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나자릭을 황폐하게 만든 침입자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을 뿐이다.

[알베도]

──알겠습니다. 모몬가님.

이 목숨을 걸고, 적의 정체를 알아내겠습니다.

당신 앞에 끌어내, 저희들의 손으로 최대한의 고통을 안겨줄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몬가]

…….

……음.

.

.

.

[알베도]

──모몬가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참상을 매일마다 보면서, 저는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해라고 하는 수단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모몬가님. 부디 이 알베도에게 벌을 내주시옵소서.

모몬가 님께서 손수 벌을 내려주신다면, 이 마음 속에 낀 안개도 금세 걷히겠지요.

[모몬가]

…….

[알베도]

(……그 때 모몬가님께서 하신 말씀은, 아마도 본심.

그렇기에 나도, 바로 물러설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 나는……

말씀을 거역해서라도 죽어야 하지 않았을까….)

알베도는 더더욱 어두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모몬가]

즉, 이런 말인가.

나자릭 붕괴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아직 지지 않았다.

그래서 침울해 있는 것이라고?

[알베도]

──네.

[모몬가]

그렇게 자해를 하고 싶더냐, 알베도.

[알베도]

허락만 받을 수 있다면.

[모몬가]

…잘 알았다.

앞서 나는 결코 질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철회하마.

알베도여. 나자릭 붕괴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벌을 바라다니….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이냐?

[알베도]

죄송합니다.

[모몬가]

너만한 자가 이 비상시에 그 정도의 일에 정신이 팔리다니.

웃기지 마라!

벌을 달라고 했지.

그러나 그 어떤 벌을 내려주지 않는 것을 나에게서 받는 벌이라고 생각해라. 알겠지?

[알베도]

…….

[모몬가]

돌려줄 말도 없다, 라…… 그렇군.

하지만 너 정도 되는 자라면,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의도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을테지.

[알베도]

…네. 잘 압니다.

[모몬가]

그럼 됐다.

항상 자신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나는……

[모몬가]

어라?

……. 이야기 도중인데 말도 없이 가 버리다니.

…….

모몬가는 알베도가 어떻게 해석했는지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지만, 굳이 쫓지는 않았다.

[알베도]

…….

……아무것도 벌을 내려받을 수 없다는 것은, 그럴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

나는 모몬가님의 곁에 있기에 적합하지 않다……. 아내 실격이야…….

[알베도]

(아니.

아니, 그런… 그런 바보 같은.)

아니… 그런 건, 거짓말이야!

나는, 그런… 그런 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어!

인정할 수 없어…!!

[알베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너털너털)

.

.

.

[알베도]

…여기는?

[루푸스레기나]

──알베도님이시잖슴까! 무슨 일임까?

[알베도]

당신이야말로 어째서──

──아아, 그러고 보니 슬슬 이 '균열'에서 혼돈짐승이 나타날 때구나.

[루푸스레기나]

네! 방금 막 유리 언니랑 교대했슴다.

알베도 님이 오셨다는 것은, 뭔가 예기치 못한 사태임까?

[알베도]

아……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몸이 좀 무뎌진 것 같아서 말이지. 운동을 좀 하려고.

[루푸스레기나]

아, 그런 검까!

그래서 혼돈짐승을 상대하려고 여기 온 거라고.

[알베도]

으, 으응. 그래 맞아…….

(혼돈짐승…… 그래, 전부 그 녀석들 때문…….

그리고 '균열'…… 이, '균열' 때문에…….)

……루푸스레기나.

[루푸스레기나]

네, 네엣!

[알베도]

그런 이유니까, 여기는 내가 좀 맡아도 될까?

[루푸스레기나]

네? 아, 알겠슴다!

모두 알베도님께 맡기겠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알베도님.

그 몸에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는 가세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알베도]

그래. 물론이지. 그때는 부탁해.

[루푸스레기나]

넵.

알베도는 절망과 후회가 뒤섞인 감정을 떨쳐 버리듯

'균열'로 의식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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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더욱 완벽을 추구하며』

모몬가로부터 버림받았다 믿고, 알베도는 침울해져 버렸다.

모몬가의 앞에서 도망쳐 도착한 곳은 혼돈짐승 출현을 앞둔 제6계층.

모두 이 '균열'이 원인이다.

알베도는 혼돈짐승을 가지고 시름을 달래고자 한다.

[혼돈짐승]

끼잇, 끼이이이이익……!

[알베도]

핫, 하아……!! 하아하아……!

으으……! 이 쓰레기가, 아앗……!!

쓰레기! 폐기물! 찌꺼기가!!!

거친 숨을 내쉬는 알베도의 등 뒤에서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진다.

[루푸스레기나]

──역시 알베도님! 완전히 반할 것 같습니다!

[알베도]

고마워요, 루푸스레기나.

그것보다도 미안해. 오랜만의 운동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제정신을 잃어버렸어…….

[루푸스레기나]

천만의 말씀!

오히려 알베도님의 화려한 싸움을 이 눈으로 보게 되어 기쁠 정도입니다!

[알베도]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그럼…… 나머지는 잘 부탁해.

루푸스레기나가 심중을 알아채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뜨는 알베도였다….

[알베도]

루푸스레기나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것 같네.

그래도…. 저렇게 감정에 휩쓸려 싸워버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네.

이러니 모몬가님께도 아내 실격이라고 생각되는 거겠지.

[알베도]

……어떻게든 감정을 다잡자.

생각해야 할 것은 그밖에도 많으니.

그래. 오명을 벗지 않으면…….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예를 들어…… 그래. '균열' 그 자체를 지울 수 있다면……?

………….

알베도는 모몬가에게 평가받기 위해, '균열'에 대한 고찰을 깊게 하는 것이었다.

.

.

.

[알베도]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균열' 그 자체를 어떻게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어렵겠네….

그렇다면, '균열'에 대해서는 현상유지로 두고 부흥작업을 진행시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건가.

답답하네. 본래라면 보다 더 공고하고 더 견고해져야 하는데.

[알베도]

일단 생각을 정리하도록 할까.

애당초… 외부로부터의 전이가 저해되어 있는 이 나자릭에, 누군가는 돌연 나타났다.

그 수단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전이마법이나 특수한 매직 아이템의 효과…….

누군가가 그 수단을 사용하는 한, '균열'이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조차 있다는 거지.

그래서 순회 경비를 시키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은 명백….

확실하게 조기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하지만…….

[알베도]

어찌하여 모몬가님은 아무런 수도 쓰지 않으시는지.

나 따위로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심원한 노림수가?

…….

알베도의 사고는 더욱 계속된다.

[알베도]

모몬가 님의 사고에 이르기엔 아직 고찰이 부족해. 좀 더 생각해 볼까.

[알베도]

새로운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 이것은 당연히 상정되어 있어.

그렇지만 나자릭은 광대…. 전역을 커버할 정도의 감시망을 구축하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

그러므로 새로운 '균열'을 조기발견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지.

출현할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몰라도…….

[알베도]

그렇다면──

순찰 경비 수를 늘린다? 새로운 '균열'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그건 해야겠지.

그리고 내 유격부대를 움직인다는 수도 있을테고.

하기야 취지에 맞지 않고, 모몬가 님도 그걸 기대하지 않으시겠지만….

[알베도]

유격부대를 하나 더 만드는 건?

…이것도, 새로 발생할 '균열'과는 관계없이 만들 수 있는 것은 만들어 두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압도적으로 인원이 부족해.

모몬가님께 부탁하면, 머릿수를 채우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걸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말이지….

[알베도]

(──지금 있는 인원으로의 대응을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

데미우르고스와 샤르티아 이외의 계층수호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더라…

분명── 아우라와 마레는 player와 동행.

세바스는… 코퀴토스와 함께 힘을 회복하는데 열중하고 있었지.

……그들의 경우 모몬가님의 명령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배치전환은 곤란하고.

적은 자원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베도는 골머리를 앓는 것이었다.

[알베도]

일단 또 하나의 부대를 만든다고 할 때…….

수호자의 배치전환을 하지않는다, 라는 전제가 되면…….

플레아데스 중 누구 하나에게 지휘를 맡기는 것은 어떨까.

[알베도]

…생각할 것도 없네.

아무리 그 아이들이 뛰어나도 전면적으로 맡겨둘 수는 없어. 어떻게 해도 지휘관이 필요하게 되나.

플레이아데스가 되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뿐인 상황에서는 모몬가님께 부탁하러 갈 단계도 못 돼.

[알베도]

그렇지만, 이것저것이 다 부족한 이 상황에서는 다소 억지로라도 가능성이 있는 한 배제해서는 안 돼.

모몬가님도 임시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하셨고.

그렇게 생각해보니…… 유리에게 무리라는 걸 알고 시켜보는 것도 방법이겠지?

재건작업이나 잔해철거 일로 언데드들과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 같고….

[알베도]

…….

유리는 지금 제5계층에 있었지?

잠시도 아까운 알베도는 종종걸음으로 제6계층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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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는 중간부터 슬쩍 임다체를 안 쓰고 평범하게 말함. 사실 눈치 좋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