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인재 부족』
왕국 전사장 가제프 스트로노프는
리 에스티제 왕국의 현 국왕 람포사 3세의 호위로써
집무를 보는 국왕의 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람포사 3세]
후…… 조금 쉬도록 할까.
[가제프]
피곤하신가 봅니다, 폐하.
[람포사 3세]
아아, 정말이지 지쳤구나.
삼국동맹에 혼돈짐승의 대응, 거기에 국내의 귀족파벌에도 마음을 쓰고 있어야 하니.
노인에게 너무 무리를 시키면 안 된다 생각하는데 말이지.
[가제프]
별 농담을. 아직 폐하께서는 젊으십니다.
[람포사 3세]
아니, 나 이제 나이를 먹었다.
그렇더라도 다음 세대에 조금이라도 통치하기 쉬운 나라를 남기기 위해서, 당분간은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정말이지…… 혼돈짐승의 발생만 없었다면 이 정도의 업무를 떠안을 일은 없었을 텐데…….
[가제프]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혼돈짐승이란 것이 어째서 나타났는지 그 원인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법국, 제국과의 삼국동맹이나 피해를 입은 지역의 부흥 같은 문제가 산적하니까요.
[람포사 3세]
골칫거리 투성이군.
하지만 지금 당분간은 이 상황이 계속될 테지.
폐를 끼치게 될텐데 부탁하겠네.
[가제프]
미력하나마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람포사 3세]
음, 그럼 주제를 좀 바꿔서, 상담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들어주겠나?
[가제프]
물론입니다, 폐하.
[람포사 3세]
미안하군. 상담이란 것은 에 란텔에 관한 일이다.
그 도시 근교에 혼돈짐승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가제프]
네, 들었습니다.
[람포사 3세]
현재는 어떻게든 대응해내고 있지만, 향후를 생각하면 꽤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가제프]
……제 쪽에도 부하를 통해 보고가 있었습니다.
일손부족이 심각한 것 같더군요.
[람포사 3세]
그렇다.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일손부족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전사장으로서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었으면 한다.
[가제프]
예. 저 따위의 의견이라 송구스럽지만……
에 란텔에 주둔하고 있는 혼돈짐승 토벌부대에 증원을 보내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람포사 3세]
음.
[가제프]
그렇지만……
(왕국 주변에 출현하는 혼돈짐승에 대한 대응은 당연하지만,
삼국동맹에 왕국 내부의 치안경비 등……
인재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더 이상 군사를 할애할 여유는…… 없다.
무리를 해서 에 란텔로 군사를 보내면 나라 자체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마저 생겨나 버린다.
말로 하기는 쉽다는 건 그야말로 이런 상황이로군.)
[람포사 3세]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 역시 군을 보내는 것은 어려운 게로구나.
[가제프]
네. 아시다시피 왕국 내의 병력을 줄이면 에 란텔로 증원을 보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내의 방위를 생각하면 득책이 아니기에──
──협력관계에 있는 모험자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람포사 3세]
그런가……. 하지만 녀석들의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에 란텔의 백성이 희생될 위험도 커져만 갈 뿐…….
모험자들의 노력에는 감사하지만 그런 사태만큼은 피하고 싶다.
[가제프]
폐하…….
[람포사 3세]
에 란텔은 왕국, 법국, 제국이 결성한 삼국동맹의 중심지이다.
그곳이 무너지면 동맹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어.
평화를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어떻게 안 되겠나?
백성들을 생각하는 람포사 3세의 기분에 부응하는 방법을, 가제프는 자신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 실마리를 찾지는 못하였다.
[가제프]
──폐하께서 내려주신 어명입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람포사 3세]
무리한 말을 하여 미안하구나.
[가제프]
무슨 말씀이십니까?
폐하의 뜻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왕국 전사장인 저의 망원(望願)입니다.
[람포사 3세]
그렇구나…… 그렇다면 알아두어 다오.
나는 에 란텔은 물론이고 왕국 전역에서의 혼돈짐승 피해를 막고 싶다.
설령, 이 몸이 위험에 처할 지라도.
[가제프]
폐하…….
(폐하께서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각오로…….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은!)
[가제프]
알겠습니다. 부디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에 란텔로 증원을 보내 혼돈짐승의 위기를 물리쳐내겠습니다.
[람포사 3세]
기대하도록 하마. 고생을 하게 되겠지만 부탁하지.
[가제프]
맡겨주십시오!
(그렇다고 해도 폐하의 옥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없다.
그럼…….)
람포사 3세의 결의에 응하기 위해 일어선 가제프.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결의를 가슴에 품고 방을 나서는 것이었다.
──────────────────
2화 『해결의 실마리』
람포사 3세에게서 에 란텔 인근에서 출몰하는 혼돈짐승에 대처할 방법에 대해 상담을 받은 가제프.
자신의 몸을 위험에 빠뜨려서라도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람포사 3세의 결의를 듣고, 가제프는 골머리를 앓는다.
[가제프]
(폐하의 뜻에는 응하고 싶으나, 에 란텔로 병력을 보내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방위전력과의 균형을 잃으면 본말이 전도될 테고…….
이 나라를 지키면서 폐하의 시름도 제거하려면──)
[가제프]
후우, 정말이지 곤란하군…….
(저벅저벅)
[클라임]
스트로노프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가제프]
클라임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을 뿐.
[클라임]
그러시다면 다행이지만….
골똘히 생각하시는 듯한 표정을 짓고 계시기에.
[가제프]
신경 쓰지 마라. 그보다 뭔가 임무 중인 것 아닌가?
[클라임]
아뇨, 마침 빈 시간이 생겼기에, 훈련에 향할까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가제프]
정말 열심이군. 너무 무리는 하지 않도록 해라.
[클라임]
그럴 수는 없습니다.
혼돈짐승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나타난 지금, 라나님을 지키려면 죽을 각오로 훈련에 힘써야만 합니다.
[가제프]
죽을 각오로, 인가. 확실히….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군.
[클라임]
스트로노프님…… 역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가제프]
…….
(혼자 생각해도, 어차피 속수무책이었던 판이니.
……좋아.)
[가제프]
클라임, 잠깐 얘기라도 하지 않겠나?
[클라임]
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가제프는 클라임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
.
.
[가제프]
먼저 확인하겠는데, 에 란텔 근교의 혼돈짐승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는 들었나?
[클라임]
네, 들었습니다. 라나 님도 걱정을 하셨으니까요.
[가제프]
그 피해를 어떻게 억제할 수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참이다.
[클라임]
피해를 억제한다……. 그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가제프]
──국내 방위전력의 일부를 증원으로 보낸다면 말이지.
[클라임]
그렇지만, 그런 일을 해 버리면…….
[가제프]
그래, 이 나라를 지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나로서는 왕국 전 국토의 백성을 지켜주고 싶다…….
[클라임]
저쪽을 지켜내면 이쪽이 무너져버린다, 라고 말씀이시군요.
[가제프]
그래. 왕국전사장이란 입장에 있으면서도 자국민조차 만족스럽게 지키지 못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꿀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다.
[클라임]
그런 것이셨습니까.
[가제프]
아예 에 란텔로 향한 병사들을 되돌리고, 대신에 내가 대처에 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군.
[클라임]
설마요? 스트로노프님이 왕도를 떠나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지금은 비상시── 아뇨, 전시 상황입니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가제프]
나도 그건 이해하고 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거야.
[클라임]
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만…….
무지한 제 의견이라 죄송합니다만, 예를 들어 더 많은 모험자에게 의뢰를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가제프]
모험자인가.
[클라임]
네, 그들이 자유에 중점을 두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가제프]
그렇지. 편식할 여유 따윈 없으니까. 부탁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부탁하고 싶다.
하지만── 어렵겠지.
왜냐하면, 일단 혼돈짐승을 토벌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모험자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네 말대로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힘을 가진 모험자에게는 이미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국가로부터의 의뢰라고 우선시해주리라는 보장이 없더군.
[클라임]
그렇다면 법국이나 제국에 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어떨까요?
에 란텔은 삼국에 있어 중요한 땅입니다. 어느 정도의 증원은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제프]
아니, 피해상황은 법국과 제국도 우리만큼 심각하다.
저쪽도 일손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이 이상 타국에 군사를 보내는 것은 어려울 테지.
[클라임]
그것도 그렇군요….
두 사람은 그 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나눴지만
문제해결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현 상황의 어려움만을 재인식하였다.
[클라임]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제프]
아니, 이야기 상대가 되어 준 것만으로 충분하다.
게다가 애당초 이건 내 일이니까.
[클라임]
하지만…….
[가제프]
신경 쓰지 마라. 간단히 답이 나오리라고는 원래부터 생각하지 않았어.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거다. 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어.
[클라임]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킨다…….
내가 라나님을 지키기 위해 힘을 기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스트로노프님도 고민하고 계신단 말인가.
나에게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스트로노프님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힘…… 힘인가…….)
[클라임]
그러고 보니 도움이 될만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경이 쓰이는 소문이 있습니다.
[가제프]
소문?
[클라임]
네. 듣자하니 무시무시하게 솜씨 좋은 검사가 요즘 왕국에 드나들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제프]
실력있는 검사…….
[클라임]
스트로노프님이 왕국 전사장이 된 계기가 된 어전시합의 대전상대라던데 말입니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름은 브레인 앙글라우스.
[가제프]
브레인 앙글라우스! 그때의 검사인가!
[클라임]
네. 여러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쓸만한 정보였습니까?
[가제프]
……확실히 앙글라우스라면 혼돈짐승이 상대라도 문제없을테지.
[클라임]
이미 모험자 조합에서 의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 왔지만,
아직 왕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쪽의 의뢰를 받을 여유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제프]
협상에 따라서는 에 란텔 근교의 혼돈짐승 토벌을 맡아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좋아! 그렇다면 서두를 필요가 있겠군.
나는 당장이라도 앙글라우스 곁으로 가보도록 하지.
[클라임]
알겠습니다. 그 사람이 자주 있다는 술집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가제프]
감사하네, 클라임!
[클라임]
아뇨, 스트로노프 님께 도움이 될 수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호적수 브레인 앙글라우스의 정보를 들은 가제프는
설레는 마음을 억제하면서, 급히 술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
3화 『재회』
[가제프]
여기가 클라임이 말하던 술집이군.
정말로 앙글라우스가 이 술집에……? 점주에게 확인해 볼까.
[가게 주인]
앙글라우스? 확실히 우리 가게에는 자주 와.
근데 오늘은 아직 보지 못했구먼.
[가제프]
…그런가.
[가게 주인]
평소대로라면 좀 있으면 오지 않을까.
뭔가 마시면서 기다릴래?
[가제프]
아니, 아직 임무 중이라 나중에 다시 오지. 미안하군.
[가게 주인]
됐어. 힘내슈.
[가제프]
협력해줘서 고맙네.
.
.
.
[가제프]
기대가 어긋났지만, 여기에 출입하고 있는 것은 파악했다.
일단 성으로 돌아가서…….
[???]
얌마! 빨리 내놓으라 했잖아!
[가제프]
응? 이 목소리는…….
가제프는 불온한 기색을 느끼고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거만한 태도의 사내]
아픈 꼴 당하기 싫으면 있는 돈 다 내놓고 가라고.
[습격당하고 있는 남자]
부, 부탁이야! 넘어가줘! 이 돈은 소중한 거야….
[목소리 큰 사내]
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한테나 소중한 법이지! 빨랑빨랑 꺼내!
(퍽)
[습격당하고 있는 남자]
우웁…….
[가제프]
맙소사……. 치안이 나빠졌군…….
[???]
저런 녀석들의 대처는 내한테 더 익숙해.
금방 끝낼테니 넌 거기서 기다려.
[가제프]
!? 너는…….
[???]
여어, 그 정도로 하지 그래?
[몸집 큰 사내]
아앙? 뭐야 넌. 꺼져 있어!
[???]
훗.
그 인물이 허리의 칼에 손을 댄 순간, 주위가 긴장감에 휩싸인다.
악한들은 그 인물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거만한 태도의 사내]
뭣…… 까, 까불지 마! 해치워버려!
──찰나.
반복된 참격으로 악한들이 든 무기는 모두 지면으로 떨어졌다.
[거만한 태도의 사내]
무, 무슨 일이…!?
[???]
냉큼 꺼져. 지금이라면 눈감아 주마.
[거만한 태도의 사내]
힉…… 두, 두고 보자!
[가제프]
솜씨는 녹슬지 않은 것 같군. 오늘은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왔네.
──브레인 앙글라우스.
[가제프]
우선 감사하단 말을 하지.
원래라면 내가 해야할 일을 너에게 시켜버렸군.
[브레인]
나는 너와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방해되는 녀석들을 쫓아버렸을 뿐이야.
감사 같은 건 필요없어.
[가제프]
그렇다 하더라도 말이지. 감사하네, 앙글라우스.
[브레인]
알겠다고.
그건 그렇고, 술집 아저씨가 날 찾아온 녀석이 있었다길래 찾아봤더니── 설마 너였을 줄이야.
솔직히 놀랐다고, 스트로노프.
[가제프]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와 있지?
[브레인]
일이다. 이런 세상이야, 여기 오면 짭짤한 의뢰가 많으니까.
용병으로써는 수지맞는 적기인 거지.
[가제프]
일이라…….
[브레인]
자, 슬슬 이야기를 들려줘. 설마 세상 흘러가는 얘기나 하러 온 건 아니겠지?
[가제프]
그래, 앙글라우스.
혼돈짐승 토벌의 의뢰다.
[브레인]
괜찮겠지, 자세히 들려다오.
가제프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면서, 브레인에게 의뢰 내용을 전해 갔다.
[브레인]
혼돈짐승의 피해가 증가했다라…….
[가제프]
국가로부터의 의뢰다. 가능한 한 많은 보수를 약속하지.
[브레인]
과연. 나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왕국은 지금 일손이 부족하다는 건가.
[가제프]
아아, 그래.
하지만 아무에게나 부탁할 수 있는 의뢰는 아니야. 너이기에 맡기는 것이다.
[브레인]
그렇겠지.
뭐, 상황은 이해했어.
[가제프]
그래서 어떤가? 맡아주지 않겠니? 앙글라우스.
[브레인]
…….
──알겠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가제프]
조건…….
가제프의 눈동자는 브레인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
4화 『의뢰의 조건』
일찍이 어전시합에서 검을 섞은 상대. 브레인 앙글라우스와 재회를 이룬 가제프.
가제프의 제안에 브레인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의뢰를 수락하는 데 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가제프]
그래서── 조건이란 것은?
[브레인]
간단한 것이다.
가제프, 나랑 검을 맞대다오.
[가제프]
그것은…… 1대1의 시합이란 말인가?
[브레인]
그래. 너에게 진 그날, 나는 내가 얼마나 자만했는지 깨달았다.
그날을 경계로, 나는…… 너를 이기는 것을 목표삼아 오늘까지 힘을 갈고닦아왔다.
국가를 위해 싸우는 일에는 흥미없지만, 너와 싸울 수 있다면 그 의뢰 맡아주마.
[가제프]
…….
좋다. 너와 검을 섞는다는 그 조건, 받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시기에 관해서는, 지금 바로 할 수는 없다.
조금만 기다려줄 수 없겠나?
[브레인]
무슨 사정이 있는가?
[가제프]
아아, 너와 검을 겨룬 그 어전시합 이후,
나는 폐하를 섬기는 왕국 전사장이란 직책을 받았다.
[브레인]
들었고 말고. 지금은 꽤 유명해진 것 같더군.
[가제프]
그 때문에, 내가 제멋대로 행동을 해 버리면 폐하에게 폐가 된다.
지금 왕국은 유례없는 혼란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용병과 마음대로 검을 섞는다면, 비난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폐하께 향할 테지.
알겠나? 외적에만 정신을 몰두할 수가 없어. 안쪽에서 찔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레인]
즉, 혼돈짐승 건이 정리되기 전에는 싸울 수 없다.
그런 뜻이군?
[가제프]
미안하군. 하지만 우리가 혼돈짐승의 위협을 무찔러냈을 때, 반드시 전력으로 상대해주겠다고 약속하지.
브레인은 거짓 한 점 없이 현 상황을 이야기한 가제프의 솔직한 마음에
스스로도 다시끔 대답을 정했다.
[브레인]
좋아. 그럼 혼돈짐승의 피해를 줄이는 데 나도 전력을 다하도록 하지.
[가제프]
감사하네, 앙글라우스.
[브레인]
착각하지 마. 난 한시라도 빨리 너와 싸우고 싶을뿐이야.
입장이나 왕국에 대해 신경쓰고 있는 너를 이겨봤자, 내가 너를 넘어섰다고는 할 수는 없으니까.
[가제프]
그런가. 그럼 지금 약속하지.
혼돈짐승의 피해가 가라앉았을 때는, 반드시 온 힘을 다해 상대하겠다고.
[브레인]
아아, 그러니 안심하고 있으라고.
[가제프]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조심해라.
혼돈짐승은 만만찮으니.
[브레인]
알고 있어.
그것보다 의뢰료로 오늘 술값까지 포함시킬 순 없나?
[가제프]
어쩔 수 없는 녀석.
상관없어. 내가 사지. 마음껏 마시고 가라.
웃는 표정을 보이는 가제프와 브레인.
두 사람은 잠시간, 서로 검을 갈고 닦은 호적수가 아니라
재회를 하게 된 오랜 친구로서 환담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
5화 『호적수』
[가제프]
폐하, 보고 드리겠습니다. 에 란텔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파견했습니다.
이로써 혼돈짐승의 피해도 지금보다는 진정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람포사 3세]
그런가. 다행이군.
고생하게 하였구나.
[가제프]
아니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을 뿐입니다.
[람포사 3세]
그래서, 그 신뢰할 수 있는 자는?
[가제프]
옛날에, 저와 어전시합에서 검을 겨뤘던 브레인 앙글라우스라는 남자입니다.
[람포사 3세]
과연, 기억하고 있다. 실력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구나.
[가제프]
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용병입니다.
실력자이기는 하지만 우리와는 엄연히 별개이니, 그 밖에도 수를 써야 한다고 어리석으나마 생각 올립니다.
[람포사 3세]
그 말은?
[가제프]
방위체제를 재검토하고, 상황이 갖춰지는 대로……
저도 에 란텔의 전열에 합류하고자 합니다.
[람포사 3세]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알겠다. 방위체제가 강화된 후라면, 왕국 전사장의 에 란텔행을 인정하지.
[가제프]
감사합니다, 폐하.
[람포사 3세]
감사해야는 것은 내쪽이다.
이로써 에 란텔 백성들도 구원받을 수 있을테지.
[가제프]
네. 앞으로도 폐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 노력할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람포사 3세에게 보고를 마친 가제프는
상쾌한 기분으로 방을 떠났다.
.
.
.
[클라임]
스트로노프님 아니십니까.
[가제프]
아아, 클라임인가.
[클라임]
그 표정을 보아하니 고민은 해결되신 것 같군요.
[가제프]
해야 할 일은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앙글라우스가 의뢰를 받아주게 되었다.
네 덕분이다. 감사를 받아다오, 클라임. 고맙다.
[클라임]
감사하실 만한 일은 아무것도.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없다는 괴로움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제프]
아아… 그렇구나.
그런데 클라임, 이 이후에 예정이 있나?
[클라임]
아니요, 마침 라나 님의 신변 경호를 마친 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가제프]
그런가, 그럼 마침 잘 됐군.
지금부터 잠시 함께 훈련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나?
[클라임]
네, 정말입니까?!
[가제프]
너만 좋다면, 말이지.
[클라임]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가제프]
하지만 나와 네가 훈련을 한다는 게 되면 귀족들이 시끄러우니까 말이지.
어디까지나 검을 조금 맞대볼 뿐이다.
[클라임]
네!
[가제프]
좋아, 그럼 가자! 클라임!
가제프는 어전시합에서 검을 섞고, 그 실력을 인정한 호적수를 생각하며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클라임과 함께 훈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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