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신앙』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적응장비 없이는 생물·비생물 모두 그 기능을 정지해, 활동이 불가능한 공간.

균열 너머에 펼쳐져있는 가칭── 「혼돈환경」.

거기서 player가 마주친 것은

인간 두 명을 질질 끌며 걷고있는 낯익은 얼굴.

슬레인 법국 최고신관장 보좌역, 엠헤러 리드 가비라는 남자였다.

[엠헤러]

이것 참, 정말 별일이군요.

이런 곳에서 설마──

[player]

(왜지? 놈은 가제프 스트로노프와는 다르다.

오염도, 그 해제도, 경험 따위는 하지 않았을 터.

그런데 어떻게 「적응장비도 없이」 유유히 이 공간을──)

[player]

(……기다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법국이라면 기술을 숨기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왜 지금 아무런 의문도 없이 나는──

「놈은 적응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확신을 가지고 잘라말할 수 있었지……?)

[엠헤러]

흠. 그 표정, 확신을 얻은 건 저뿐만이 아닌 것 같네요.

아니 잘 됐습니다.

저만 일방적으로, 라는 것도 쓸쓸할테니까요.

[소이]

(……player, 주의를.

공유가 아직 안 됐지만 이 남자,

그날에 연구소에 침입을 시도── player……?)

>너는………… 뭐냐

[슬라임코]

에!? 저기, player 씨……!?

[엠헤러]

후후. 신기한 걸 물어보시는군요.

아시다시피 저는 엠헤러 리드 가비.

슬레인 법국 최고 신관장 보좌역이자, 현 에 란텔 주둔 부대장. 덧붙인다면──

[엠헤러]

슬레인 법국에 총 네 명 있는, 신인 중 한 명입니다.

[슬라임코]

신인……?

[엠헤러]

이런, 말실수를 했군요.

이건 극비사항이니, 부디 못 들은 걸로 해주시길.

[player]

…….

[엠헤러]

이런? 이 대답으로는 부족합니까?

뭐, 보다 본질적인 대답은 단적으로,

아무래도── 당신의 동포인 듯 합니다.

[소이]

player가 너의 동포?

하.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있어.

(뭘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불쾌하네.

player는 인간이 아니라 우리의 동포. 지고한 분들에 의해 창조된──)

[엠헤러]

호오. 이 공간에서 활동은 하고 있지만,

그쪽 두 분은 이물이 섞인 매직 아이템의 혜택을 받고 있을 뿐입니까?

[슬라임코]

……!

[엠헤러]

역시 제 동포는, player 공 한 분뿐인가보군요.

[소이]

……말이 안 통하는군. 우리들도 한가하진 않아.

혼잣말이라면 니네 신한테도 들어달라 그래.

우리는 이만 간다.

[엠헤러]

아뇨, 그건 좀 아깝군요.

[소이]

뭐……?

[엠헤러]

사실 오늘은 귀중한 인재…… 당신들도 알고 계신,

이 양광성전의 두 분을 회수하러 왔을 뿐입니다만.

모처럼 만난 동포입니다.

아무래도 기억이나 자각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player 공도 회수할 수 있다면 해두고 싶군요.

[슬라임코]

회, 회수라니……!?

[엠헤러]

네.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그렇게 됐으니…… 빨리 포기해 주시죠.

.

.

[전투]

.

.

[소이]

큭……!

(강하다……! 어전시합장에서의 건으로,

보통내기는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엠헤러]

(이해가 안 되는군요.

player에게는 그, 얄다바오트를 물리쳤을 정도의 힘이 있을 텐데요.

그 힘을 보이려는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은──

역시 힘의 발동에 관해 어떠한 제한이 있으며,

또한 신중하게 이쪽의 속내를 살피고 있거나,

제 말로 기억이 흔들려서 당황하고 있거나.

혹은…….)

>………….

[엠헤러]

아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상하군요.

이 공간에 있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정도는 자각할 수 있을 텐데요.

우리는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장기에 의한 '세례'를 받은 것도 아닐텐데,

아이템의 도움 없이 이 공간에 순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입니다.

[엠헤러]

당신이 태어날 때 부여된 역할까지는 모릅니다만.

당신 또한, 저와 마찬가지로──

──「신」에 의해 창조된 존재일 터.

뭐, 엄밀히 따지면 좀 부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요.

[슬라임코]

(어, 어떻게 그걸……! 설마 이분도 지고한 분들의

……아니, 슬레인 법국 분들이 말하는 신이라면──)

[소이]

……주절주절, 눈 뜬채로 잠꼬대를 하는 게 취미인가보지?

player가 육대신에게 창조된 존재다?

종교에 대한 권유라면 좀 더 상대를 골라서──

[엠헤러]

훗, 하! 하하하하하!

[소이]

……뭐가 이상해?

[엠헤러]

아아. 아뇨, 실례.

이런 입장이니 그렇게 오해하시는 건 당연합니다만.

다만 제가 받드는 신이 육대신이라는 듯이 말을 들으니…….

[소이]

하. 법국의 높으신 분이 설마,

사실은 사대신 신앙이란 말인가?

[엠헤러]

아뇨아뇨, 그것도 아닙니다.

삼국회담에서도 그와 관련된 내용을 좀 얘기했던가요?

우리나라가 믿는 것은 확실히 육대신입니다만──

[엠헤러]

기껏해야 팔욕왕이나 13영웅의 일부와 동등한 정도인 놈들이

위대한 진짜 「신」일 리가 없잖아요?

[소이]

뭐라고……?

[엠헤러]

어이쿠, 이거 무섭군요.

혹시, 남몰래 육대신을 믿는 신도였습니까? 당신은.

[소이]

……뭐, 실은 그럴지도 모르지?

(고귀한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육대신이니 팔욕왕이니 하는 존재는, 모몬가 님이

어쩌면 자신과 '동격'일지도 모른다고 경계하는 존재……

그걸 가볍게 여기는 말은…….

[엠헤러]

뭐 어쨌든, 확실히 저는 「그러하도록」라고 바라신 대로,

법국 인간으로서 신관장들과 목적을 같이 하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해의 일치. 제 신앙은 따로 있습니다.

[소이]

호오-. 그래서? 그래서 어떻단 거지?

꽤나 거창한 존재이신가본데, 네가 믿는 「신」이란 것은.

[엠헤러]

고귀한 그 이름을 하찮은 말다툼 같이 다뤄지는 대화 속에서

입에 담기는 꺼림칙합니다만…… 그렇군요.

들어보면 player 공도 뭔가 생각날지도 모르죠.

그럼 굳이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나의 신, 아니.

player 공과 나, 우리가 모셔야 할 신의 이름은──

순간 player의 등에는 오한이 감돌았다.

그 이름을 들어서는 안 된다.

듣게 되면, 가뜩이나 품고 있는 '확신'이

더욱 강한── '진실'에까지 이르게 될테니까, 라고.

하지만, 귀를 막을 정도의 유예는 없고.

엠헤러의 입에서 무심하게 그 이름은 말해진다.

그 신의 이름은──

[엠헤러]

──구요.

육대신 따윈, 다발로 몰려와도 맞설 수 없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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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종료

나자릭엔 원래 외교관 NPC 따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