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인간의 적

#1

[아우라]

이안, 이라 했던가.

너희들의 목적은 이변을 조사하는 거라고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알아내려는 거야?

[이안]

우리의 목적은, 대삼림에 생긴 이변──

몬스터가 넘쳐흐르게 된 원인을 밝혀내는 겁니다.

[아우라]

삼림 지대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게 자연스럽지만…….

[마레]

지, 지금까지는 그런…… 몬스터?

위험한 생물이 넘쳐 나오는 일은 없었던 거려나……?

>'숲의 현왕'이 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했죠?

>무서운 힘을 지닌 생물이, 다른 놈들로 하여금 다가오지 못하게 한 거로군요.

[이안]

예, 그렇다고 일컬어집니다.

숲의 현왕이라 불리는 마수 때문에 위험한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못하였기에,

대삼림 남부와 가까운 마을은 평화로웠다고 했지만…….

[아우라]

숲의 현왕──?

이름은 꽤나 훌륭한데…….

[이안]

뱀과도 같은 꼬리와, 은백색 털을 가진 네발짐승…….

세력권에 들어온 자는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무시무시한 몬스터라고.

[마레]

그, 그 마수가 없어져버렸……단 건가요?

[이안]

죽은건지 오염된 건지, 아니면 살던 곳에서 쫓겨난 건지…….

상황은 불명이지만──

이변의 원인을 규명하고 한시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할 안건임은 틀림없죠.

[슬라임코]

어째서인가요?

[이안]

물론, 에 란텔을 지키기 위해서죠.

여기서부터 그곳까지, 사람의 걸음으로도 하루도 채 안 걸립니다.

발 빠른 몬스터라면, 반나절도 안 걸리고 도착하겠죠.

법국, 왕국, 제국 셋이서 합동본부를 꾸린 에 란텔은,

법국 시민인 우리들로서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도시랍니다.

[슬라임코]

그렇군요…….

>예의 '균열'은 숲의 이변과 관련있는 걸까요?

[이안]

오염된 짐승의 수를 생각하면, 가능성은 상당히 높지요.

그렇기에 우리가── 에 란텔에 주둔하는 부대 중에서도 굴지의 전투력을 지닌 우리가 파견된 겁니다.

뭐, 당신들에 비하면야 별로겠지만요. 가하하하!

[슬라임코]

요컨데──

숲의 현왕과, '균열'을 찾으면 되는 건가요?

[이안]

일단은 그걸 목적으로 하게 되겠죠.

만약 대삼림에 '균열'이 존재한다면, '균열' 주변엔 「장기瘴氣」가 발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장기…….

[■■■]

그러고 보니, 옥좌의 홀에서 적이 출현했을 때도──

아지랑이 같은 게 새어나오고 있었어…….

그게…… 장기瘴氣였던 걸까?

[이안]

장기瘴氣의 성질은 제대로 파악이 되어있질 않습니다.

부주의하게 다가가지만 않으면 해롭지는 않다던데…….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죠.

[아우라]

그런 거면 내 뒤를 따라와.

늑대들이 앞장서면 안전하겠지?

[이안]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소모는 억제할수록 좋으니까요.

[아우라]

그렇다고 낙관적으로 있지는 말고.

숲속에는 위험한 생물이 와글와글 있다는 모양이니, 어느 정도는 전투를 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이안]

알고 있고 말고요.

그럼, 가도록 할까요?

──전원, 행동 개시!

[슬라임코]

……아, 아직까진 적이 다가올 낌새는…… 없네요.

[아우라]

아직까진, 말이지.

하지만, 이만한 머릿수가 움직이고 있으면 금새 알아차리고 덤벼올 걸.

[마레]

후왓……!

[슬라임코]

왜 그러세요? 마레씨……!

[마레]

바, 발밑에, 뭔가가…….

>녹슨 검…….

>썩은 방어구…….

[이안]

어쩌면, 전사한 모험자나 도적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남아있는 건 유품뿐이고…….

>시체가 보이지 않아…….

[이안]

…….

전원, 경계 태세.

[슬라임코]

엣……?

왜, 왜 그러세요?

[이안]

시체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햇빛이 닿기 힘든 울창한 장소에서는 어느 정도 확률로, 죽은 자가 언데드로 변모합니다.

(그르릉)

[슬라임코]

방금 그 소리는…….

[아우라]

내가 앞서가라 시킨 늑대들이야.

빠르게도 일거리를 물었나 보네. 어떻게 할까?

[■■■]

(쓸데없는 소모는 피하고 싶지만…….

내버려뒀다간 배후에서 습격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력을 파악하면서 응전합시다.

>퇴로를 확보하면서 격퇴합시다.

[이안]

──동감이네요.

[양광성전 대원]

인간의 적은 가능한 한 배제해 둬야 하니까요.

[슬라임코]

……인간의 적?

[아우라]

아무튼, 싸우면 되는 거지.

가자, 마레!

[마레]

으, 응……!

──────────────────

#4

[아우라]

좋아…….

하나ー둘…….

[마레]

야, 얍……!

[스켈레톤]

그어어어어…….

[아우라]

이 정도려나.

[양광성전 대원]

오오…….

순식간에 쓰러트다니…….

[이안]

음…….

나베랄 씨의 힘도 상당했지만, 두 분의 힘도 상당하시군요!

[아우라]

……뻔히 보이는 인사치례는 별 효과 없다고.

이 정도 상대에게 진심으로 하지 않으니까.

[이안]

가하하하! 물론, 진심으로 싸우지야 않았겠죠.

하지만 일류 무예인은 일거수일투족이 세련되니까요!

[아우라]

뭐, 알 바 아니지만 말이야.

(그르릉)

[슬라임코]

또──!

[이안]

우리도, 두 분에게 지고 있을 수야 없죠.

할 일 하도록 합시다!

──────────────────

#7

[양광성전 대원]

──《정의의 철퇴Iron Hammer of Righteousness》!

[스켈레톤]

그어……어어…

[아우라]

흐음…….

특수부대라 자칭할만 하긴 하네.

[이안]

아우라공께 칭찬을 받다니 황송하군요!

뭐, '인간의 적'을 상대하는 건 다소 익숙하니까요.

[슬라임코]

인간의 적, 이 뭐죠……?

[이안]

우리들의 모국 슬레인 법국은 인간중심사회 건설을 이념으로 삼고 있어서요.

양광성전의 본래 업무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을 처치하는 거랍니다.

다른 종족에 비하면, 인간은 연약한 생물이라서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종족을 구축해야 한다──

이게 법국을 이루는 기본적인 생각이랍니다. 가하하하!

[아우라]

흐음…….

>그럼 양광성전이 에 란텔에 파견된 이유도……?

>지금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까?

[이안]

……어려운 질문이군요.

법국의 교의상, 인간이라고 다 지키는 건 아닙니다.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자까지, 우리가 지킬 필요는 없으니까요.

[슬라임코]

인간의 도리를 벗어났다……?

예를 들어, 범죄자라던지?

[이안]

범죄자나, 범죄자를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는 자들이지요.

막강한 범죄조직이 뒷세계를 지배하는 왕국은, 법국에겐 경멸의 대상이었을 정도라서.

[슬라임코]

……!

>법국과 왕국은 험악한 관계였나요?

>왕국을 적으로 간주했던 겁니까?

[이안]

일촉즉발의 상태였단 건 사실이군요. 부패한 국가는 주변국들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니까요.

왕국산 마약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바하루스 제국도 처치곤란이었을 정도라서.

[슬라임코]

……그래도, 지금은 손을 잡았댔죠?

[아우라]

그런 걸 따지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목에 칼 들어온 상황이란 거야?

[이안]

……간단히 말하면, 그런 거지요.

가하하하! 분수에 안 맞게 얘기를 너무 길게 늘려댔네요.

가볍게 땀을 흘리도록 할까요?

──────────────────

#10

[아우라]

마레, 그 녀석은 맡길게!

[마레]

으, 응.

하나─ 둘, 엿차…….

[양광성전 대원]

으음…….

저 가느다란 팔로, 어떻게 저만한 힘을…….

[양광성전 대원]

다크엘프의 특성인가……?

아니면──

[아우라]

…….

[마레]

뭐, 뭐랄까…….

신기한 걸 보는 듯한 눈길로 보고들 있는 거 같은데……?

[아우라]

──저기,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이안]

가하하하! 그러시죠!

[아우라]

……너희들한테 '인간'이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가리키는 거야?

[이안]

…….

역시 날카롭군요.

[아우라]

인간종이라 할 경우엔 엘프나 드워프도 포함하지만…….

너는 인간종이라 하지 않고, 인간이라고 했으니까.

[이안]

…….

법국에서 인간이란, 종족으로서의 인간만을 가리키지요.

엘프나 드워프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법국에, 엘프는 없습니까? -선택

>그렇다면 인간 외의 종족에 대한 취급은──

[이안]

없진 않지만…….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는 못하네요.

[아우라]

……괜히 에둘러 말하네.

법국이 인간중심사회를 지향한다는 건, 인간 외에는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말이잖아?

[마레]

그, 그런 거야……?

[이안]

……법국 사람들이 다른 종족을 경원시하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다크엘프는 인간과 교류하지 않고 숲속에서 살고 있다보니, 우리도 관계를 가진 적이 거의 없죠.

>일찌기, 다크엘프는 토브 대삼림을 지배하고 있었다던데. -선택

>생활영역이 다른 거군요?

[이안]

그렇다고 전해지네요.

현재는 법국에 인접한 에이워셔 대삼림으로 이주한 거 같습니다.

[슬라임코]

사고방식도 그렇고 생활의 차이도 그렇고 해서…….

엘프를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건가요?

[마레]

그, 그럼…….

우, 우리들을 경계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건가요……?

[아우라]

그럼…….

우리의 동행을 허가한 건 임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단 거야?

[이안]

──하!

나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보지 말아주시오!

[슬라임코]

──!

[이안]

나는 경건한 법국의 백성이지만,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종족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우라]

그거…… 우리를 신경써서 하는 말이야?

[이안]

가하하하! 거짓없는 진심이고 말고요.

확실히, 세계가 이변에 휩싸이기 전까진 저도 교의에 얽매여 있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다른 종족과도 손을 잡지 않으면 인간을 지키는 것조차 이룰 수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안]

……말만으로는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행동으로 보여주도록 하죠.

힘을 합쳐, 우리들의 적을 무찔러봅시다!

──────────────────

#13

[이안]

흐음……. 이제 좀만 더 하면 되려나요.

단숨에 몰아붙입시다!

──────────────────

#15

[이안]

……아무래도, 일단락된 것 같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안]

가하하하! 신경 안 씁니다.

나의 태도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니!

[아우라]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필사적이란 건 대충 알겠어.

[이안]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벽도 있는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양광성전의 루인 대장과 왕국전사장 가제프공의 공투도 실현됐으니 말이지요.

가하하하하!

[슬라임코]

가제프씨……?

[이안]

어라……?

가제프공을, 모르시는 겁니까?

[■■■]

(지금은 말을 맞출 타이밍이네──)

>……그 가제프님 말이죠?

>소문으로는 들은 적 있지만. -선택

[이안]

왕국전사장인 가제프공은, 예전엔 법국에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자 무엇보다 먼저 쓰러뜨려야 할 적이었죠.

그런 가제프공과 손을 잡는 날이 왔으니까요.

>우리와도 좋은 관계를 맺어주시죠.

>당신들과는 괜찮은 사이로 지내고 싶습니다.

[이안]

가하하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

----

이안이 유독 진보적이었던 거네. 물론 이건 균열 이변을 겪고 변한 거니 본편에선 퍼킹 레이시스트 상태로 죽었겠지만...

다크엘프 숲이 남쪽에 있다고만 하고 엘프왕국 숲이랑 같은 곳인지 불확실했는데 이걸로 확정

남쪽으로 갔다길래 엘프왕국에 더부살이하는 줄 알았는데 깊숙한 곳에 따로 사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