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숲의 수호자』

#1

나자릭 지하대분묘 제6계층──.

별들이 떠오르는 밤하늘 아래 광대한 숲이 펼쳐져있는 이 에이리어는 일찌기 많은 생물들로 가득 차 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균열'로부터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지금은…….

[아우라]

──마레. 그쪽은 어땠어?

내 쪽은 이상 없어.

[마레]

으, 응. 이쪽도 괜찮았어.

[아우라]

네 스킬로 '균열' 주변의 나무를 없앤 덕에 시야가 많이 좋아졌네.

[마레]

그, 그렇네.

모몬가님께 빌린 언데드씨들도 있으니깐 둥글게 벽을 만들 수도 있었고…….

[아우라]

혼돈짐승──이였던가. 약한 개체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체제가 됐으려나.

그래도, '균열'이 보이지 않는 곳에도 퍼져있을지도 모르니까,

어디서 걔네들이 나와도 괜찮게 해놔야겠지.

[마레]

그, 그렇네. 수목을 밀집시킬 곳과, 솎아낼 곳을 나눠서….

그곳으로 혼돈짐승을 유인시킨다던가…….

[아우라]

괜찮은데 그거?

뭐 지휘계통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힘들겠지만.

[마레]

이, 이럴 때 누나의 친구들이 있었으면.

[아우라]

……푸념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은 말하지 말아줘, 마레.

[마레]

미, 미안.

[아우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그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양동에 분단…… 작전의 폭이 넓어졌을테니까.

[마레]

…….

[아우라]

뭐야, 마레.

[마레]

모, 모몬가님께 부탁할 수 없을까?

누나가 밖에서 동물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를 주시면…….

[아우라]

마레. 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마레]

…….

[아우라]

지금은 내 부하나 늘릴 때가 아니잖아.

지고의 존재 분들께서 만드신 이 나자릭 지하대분묘가 누군가에게 공격받은 걸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그 흔적인 '균열'은 아직도 나자릭 안에 존재하고 있어.

이걸 어떻게든 하는 게 선결과제겠지? 이 정도는 말 안 해도 알고 있을 거잖아.

[마레]

물론, 그건 아, 알고 있어……. 나, 나도 용서할 수 없어.

그치만…….

[아우라]

…너한테 걱정이나 받는다니 글렀네, 나도.

[마레]

…….

#2

[아우라]

──!

이거야 모몬가 님. 그리고 알베도까지.

어서오세요, 우리들이 수호하는 제6계층에.

[마레]

어, 어서오세요.

제, 제대로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모몬가]

흠. 신경쓸 필요없다.

이상은 없는가?

[아우라]

네. '균열'의 감시와 경비는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의 계획대로 되고 있고말고요.

[모몬가]

그것 참 다행이구나.

[아우라]

그래서 모몬가 님.

직접 왕림하시다니, 뭔가 급한 용건이신가요?

[모몬가]

음. 네게 조금 물어볼게 있어서 말이지.

[아우라]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모몬가]

훗.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흠. 그렇군.

조금 숲을 걷고 싶구나. 상관없겠나?

[아우라]

물론입니다! 모몬가 님은 이 나자릭 지하대분묘의 지배자.

상관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몬가]

그런가. 그럼 가자꾸나.

모몬가가 앞장서서 걸어간다.

곧바로 아우라와 마레가 따라잡아 모몬가를 경호하듯 그 곁에 자리잡았다.

#3

[모몬가]

호오. 이곳은 마치 숲의 미로와도 같구나.

[아우라]

네. 마레에게 말해서 나무를 밀집시키고 벽을 만들었어요.

혼돈짐승이 만에 하나 포위망을 돌파한다 해도 도망칠 곳을 한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모몬가]

과연.

도망치고 있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만드는 것이구나.

[아우라]

네.

숲은 숨을 곳이 많이 있다보니 수를 써두지 않으면 위험만 늘어나니까요.

[모몬가]

훌륭하군. 자연은 손을 대는 자의 착상에 따라 적이 될 수도 아군이 될 수도 있다.

너희들은 아군으로 삼는 법을 터득한 것 같구나.

[아우라]

감사합니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원형 광장으로 나왔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반짝이는 밤하늘이 나무 그늘에 오려나가

마치 보석함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듯한 착각에 빠진다.

[모몬가]

…….

[알베도]

무슨 일이신가요?

[모몬가]

아니, 이곳과 닮은 곳이 떠올라서 말이다.

(정말이지 훌륭…… 아니, 훌륭하다는 진부한 말만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어…….

블루 플래닛 씨라면 이 광경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

[알베도]

모몬가 님?

[모몬가]

아니, 미안하다.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구나.

아우라, 마레. 난 이 장소가 마음에 들었다.

[마레]

네, 넷!

[아우라]

감사합니다!

[모몬가]

황폐해진 나자릭에서 이렇게 치유되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은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구나.

나중에 또 와도 되겠나?

[아우라]

엣, 그렇게까지 말씀을…!

감사합니다! 꼭, 다시 와 주세요. 저기, 마레!

[마레]

네, 네, 네엣!

[모몬가]

음.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알베도.

[알베도]

네. 그럼 역시──?

[모몬가]

음. 내가 봤을 때 우선도는 높은 것 같다.

알베도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모몬가와 알베도의 대화에 아우라와 마레는 의식을 집중시킨다.

──────────────────

#4

[모몬가]

음.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알베도.

[알베도]

네. 그럼 역시──?

[모몬가]

음. 내가 봤을 때 우선도는 높은 것 같다.

알베도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알베도]

네. 나자릭의 방위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현재의 최우선 사항은

설비의 복구와 '균열'에의 대처 및 그것들에의 효율적인 인원 배치입니다.

'균열'에 대한 대처는 데미우르고스 주도 하에 방어작전이 세워지고, 언데드에 의한 경계와 샤르티아를 중심으로 한 혼돈짐승 토멸부대,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유격부대 등의 설치로 인해 당초의 위기적 상황은 벗어났습니다.

또한 설비 복구에 있어서는, 이 알베도가 주체가 되어 우선순위를 결정하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균열'에 대한 확정적인 정보는 거의 없고, 부흥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자원 부족은 심각해

방위·부흥 양면에서 임기응변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의 보강이 급선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아우라 및 마레 두 사람이 완수할 역할은 매우 크다고 추측합니다.

[모몬가]

흠. 그럼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거구나?

[알베도]

네. 저도 이 건은 급선무이며 가능한 한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몬가]

──천하에 가장 많은 것은 사람이요. 가장 적은 것도 사람이다.

먼 옛날의 군사(軍師)가 한 말이다.

어느 세상이건 인력부족은 심각하지만 마냥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아우라. 너의 경우는 특히, 말이지.

[아우라]

네, 네에….

[모몬가]

모르겠다는 얼굴이구나. 흠…….

반짝이는 별하늘을 올려다보는 모몬가에 이끌려

아우라도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5

[모몬가]

이 숲을 걸은 것은, 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의 부재를, 말이지.

[아우라]

마땅히 있어야 할 자…말인가요?

[모몬가]

이 숲에는 일찍이 많은 마수와 짐승이 있었다.

온갖 발소리나 숨결, 시선, 울음소리……. 그런, 숲에 있어 마땅한 당연한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숲에 있는 것은 무릇 식물뿐이다. 조용하고 청아하고 매우 맑은 공기는 느껴지지만──

만약 유능한 헌터가 이 숲에 들어간다면 바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숲은 죽어 있다고.

[아우라]

…….

[모몬가]

숲이 살아있다는 것은 비단 나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곳에 사는 많은 생물들을 가리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우라]

불쾌감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부활시켜주셨을 때에는, 이미 이 숲에 부하들은 없어서…….

[모몬가]

응? 아니, 탓하는 게 아니다, 아우라여.

서론이 길었던 탓에 아무래도 오해를 준 것 같군.

[아우라]

……라 하심은?

[모몬가]

──부하를 보충하고 싶은가?

[아우라]

──!!!

그, 그것은… 허락해주신다면야.

하지만 아까 알베도가 말한대로 저에게는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런 일을 해도 되는 걸까요?

[모몬가]

음. 그 우려는 물론 이해하고있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여기에 왔다는 행위의 중요성은 당연히 이해하고 있겠지?

[아우라]

아, 네. 그야 물론.

[모몬가]

그렇다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아우라여.

나와 알베도는, 네가 비스트 테이머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나자릭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어느 세상이든 일손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네가 부하를 거느림으로써 부족한 인재를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로 일해줄 수 있다면 어떻겠나?

너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손발처럼 쓸 수 있는 짐승들이 있다면 한층 더 유연하게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균열'의 감시도, 혼돈짐승의 소탕도 말이지.

앞서 알베도가 말했듯이 테이밍이라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한 번의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겠지.

테이밍에 할당할 기간을 정해 그 동안의 너의 업무는 다른 수호자가 분담해 해나가면,

걱정하는 사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와 알베도가 낸 결론인 게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물으마, 아우라여.

──부하를 보충하고 싶은가?

[아우라]

예. 저를 위해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한시라도 빨리 본래의 힘을 되찾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 나자릭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제쪽에서 부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몬가 님, 부디 제게 외출 허가를 주십시오.

[모몬가]

좋다, 아우라. 너에게 비스트테이머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도록 명하겠다.

다만── 내가 제시하는 조건을 클리어할 수 있다면, 말이지.

알고 있겠지만 밖으로 나가는 이상 온갖 리스크를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테이밍 중에 죽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아우라]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조건일지라도 반드시 돌파해낼테니 안심해주세요.

[모몬가]

잘 말했다.

그럼 일단 투기장으로 돌아가자꾸나.

일동의 풀을 짓밟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어두운 숲속으로 네 사람의 모습이 녹듯이 사라져 갔다.

----

일단 친밀도 퀘스트부터 번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