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실험』

[빈약한 도적]

으…….

뭐야, 여긴……?

[데미우르고스]

──안녕하십니까.

[빈약한 도적]

우왓…….

뭐, 뭐야, 넌……!

……인간이 아니야……!

[데미우르고스]

짐작하신대로……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빈약한 도적]

……설마……

악마……인가……?

[데미우르고스]

틀리진 않았군요.

저는 악마의 일종입니다.

[빈약한 도적]

힉……!

혀, 형님들은……! 두목은, 어디에……!

[데미우르고스]

당신의 동료 대부분은──

더는, 이 세상에는 계시지 않습니다.

[빈약한 도적]

거,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지……!?

[데미우르고스]

유감이지만 사실입니다.

이 자리에 감도는 시체 냄새── 눈치채지 못하셨는지요?

[빈약한 도적]

읏……!

……나도……. 나도, 죽알 건가……!?

[데미우르고스]

글쎄──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살고 싶습니까?

[빈약한 도적]

그야 당연하잖아……!?

[데미우르고스]

그렇다면──

일고의 여지가 없진 않겠죠.

[빈약한 도적]

……!?

저, 정말인가……!?

[데미우르고스]

저는 악마이긴 하지만 장난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저는 합리적인 행동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무익한 행동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이용가치를 보여주신다면──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빈약한 도적]

……이용가치…….

하, 하지만 넌…… 형님이나 두목을 죽였지!?

그런 녀석의 말을 믿을 수 있겠냐……!

[데미우르고스]

잘 생각해보시죠. 제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당신에게 말을 건 의미를.

──당신을 죽일 거라면 이리 수고를 들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빈약한 도적]

──!

……그, 그건…….

[데미우르고스]

당신에게 이용 가치가 있다면,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빈약한 도적]

……제, 젠장……!

이용가치라곤 해도 대체 어떻게 해야……!?

[데미우르고스]

──저희의 부하로 들어올 의향은 있습니까?

[빈약한 도적]

뭐라고……!?

.

.

.

[빈약한 도적]

하아…… 하아…….

형님은, 어디에……!

──!

[빈약한 도적]

형님……!

[체격 좋은 도적]

…….

[빈약한 도적]

형님……!

눈을 뜨십시오……!

[체격 좋은 도적]

음…… 너…….

……이 상황은……!?

[빈약한 도적]

여기는, 악마의 근거지입니다……!

우리들은 악마한테 잡혀왔다고요!

[체격 좋은 도적]

바,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악마라고……!?

어째서 우리들이……!

[빈약한 도적]

이유 따위, 알 리가 없잖아요!

어쨌든, 도망칩시다! 여기 있으면 죽게 될 거예요!

두목이나 다른 형님들은, 이미……,

[체격 좋은 도적]

……!

제, 젠장……!

(챙! 챙! 끼기긱)

[체격 좋은 도적]

그, 글렀어……!

빠지질 않아……!

[빈약한 도적]

안심해주세요!

열쇠라면 훔쳐 왔으니까!

[체격 좋은 도적]

……!

(땡그랑)

[빈약한 도적]

──벗겨졌어요!

출구는 이쪽이에요!

[체격 좋은 도적]

…….

[빈약한 도적]

왜 그럽니까, 형님!

빨리 가자고요!

[체격 좋은 도적]

……너 말야…….

이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어떻게 그쪽이 출구라고 단언할 수 있지?

[빈약한 도적]

그, 그건…….

[체격 좋은 도적]

도적으로서는 반 사람 몫이었던 네가…….

때마침 열쇠를 훔쳐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빈약한 도적]

무,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형님!

저는, 형님을 돕기 위해서……!

[체격 좋은 도적]

…….

아니, 미안하다…….

이런 상황이니까. 의심이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잖아?

[빈약한 도적]

우리들은 가족이잖아요?

피붙이도 없는 놈들끼리 모여, 물자를 나누면서……지금까지 어떻게든 해왔던 거잖아요.

가족을 배신할 리 없겠죠!

[체격 좋은 도적]

……그 말에, 거짓은 없겠지?

[빈약한 도적]

……사, 사실대로 말하자면…….

부하로 들어오지 않겠냐고, 권유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체격 좋은 도적]

뭐라고 대답했어……?

[빈약한 도적]

「가족은 배신할 수 없다」──고 대답하자

악마는 맥이 풀린 모습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나한테 실망했겠죠.

[체격 좋은 도적]

악마의 권유를 거절하다니…….

의외로 배짱이 두둑하잖아. 다시 봤다고.

[빈약한 도적]

여기를 탈출하면 마음껏 칭찬해 주세요.

자, 제 뒤를 따라 이쪽으로!

[체격 좋은 도적]

그래── 그럴게.

[빈약한 도적]

──어?

[체격 좋은 도적]

미안하게 됐어.

[빈약한 도적]

끄훅…… 커헉…….

형님……. 어, 어째서…….

[체격 좋은 도적]

「동료가 안심한 순간에 죽여라」──

부하로 넣어주는 조건으로, 악마가 내게 제시한 과제다.

[빈약한 도적]

……!?

그, 그럼, 형님도……!

[체격 좋은 도적]

너도 같은 조건을 제시받은 거지?

서투른 연극이나 벌이다니……. 그런 수법에 걸릴 거 같냐.

[빈약한 도적]

아……아닙니다……!

저는……정말로, 거절하고……! 커헉……!

[체격 좋은 도적]

어차피 들통날 헛소리를……!

[빈약한 도적]

정말……입니다……!

나는, 무기 따위…… 숨기지…… 않았…….

(털썩)

[체격 좋은 도적]

흥…….

거짓말일 게 뻔하지만……!

(뒤적뒤적)

[체격 좋은 도적]

정말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마, 이 녀석은…….

[데미우르고스]

──수고하셨습니다.

무사히 해낸 것 같군요.

[체격 좋은 도적]

…….

이 녀석은, 정말로 거절했던 겁니까?

[데미우르고스]

이제 와서 그런 걸 물어봐서 어쩌잔 거죠?

그는 이미 사망했잖습니까.

──가족인, 당신의 손에 의해.

[체격 좋은 도적]

…….

……그, 그렇습니다.

저는, 죽였습니다! 이 손으로 가족을!

저는, 합격이죠!?

부하로 넣어주시는 거죠?

[데미우르고스]

네.

부하로, 넣어드리겠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지.

[체격 좋은 도적]

……끄억……!

어, 어째서……!?

[데미우르고스]

시체를 이용한 언데드의 제조실험── 당신은 실험체가 되어주셔야 되겠습니다.

내 부하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시지요.

[체격 좋은 도적]

그, 그럴 수가……!

그럼, 나는 대체 뭘 위해……!

[데미우르고스]

냉정하게 생각해 보시죠. 동료들을 쉽게 배신하는 자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부하로 넣을 것 같습니까?

──명령에 충실한 언데드라면 모르겠지만요.

[체격 좋은 도적]

……컥……!

(털썩)

[데미우르고스]

흠…….

둘 다 나쁘지 않은 표정이군요.

특히 이쪽 젊은 분은──

진심으로 동료를 따랐던 거였겠지요.

안도와 절망과 혼미가 뒤섞인, 상당히 훌륭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장]

수고하셨습니다. 데미우르고스님.

무사히 끝난 것 같군요.

[데미우르고스]

──뒷처리는 맡겨도 되겠나?

[마장]

받들겠습니다.

[데미우르고스]

(기본적 파트는 갖추어졌다고 봐도 되겠죠. 남은 건──)

죽은 사람에게는 부장품── 장식품 종류가 필수였지요.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