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다과회』

아다만타이트급 모험자 팀 「청장미」 일행은

리 에스티제 왕국 제3왕녀 라나에게 초대받고, 왕성에 있는 그녀의 개인실을 방문하고 있었다.

보온병에 손을 뻗는 라나를, 가가란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가가란]

공주님께 차 시중까지 들게 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

(쪼르륵)

[라퀴스]

고마워 가가란.

[가가란]

어.

[라나]

후우…….

[라퀴스]

맛있어…….

……여기서 이렇게 차를 마시고 있다 보면, 세계의 참상이 마치 꿈처럼 느껴져.

라퀴스가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가가란은 라퀴스의 시선을 쫓았다.

[라퀴스]

……그날로부터, 벌써 반년 정도 됐나.

그런데도, 재건도 대책도 아직도 진행되질 않고…….

[라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라퀴스.

지금은 어느 나라든 물자와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것 같으니까.

[라퀴스]

……그렇네.

현상유지까지가 한계라 모든 것이 지지부진──

임무로 방문했던 어느 나라나, 비슷한 분위기였어.

[라나]

……반년 전의 그날. 「세계는 금이 갔다」──

마을은 무너지고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게…….

그러나, 그 원인은 아직까지도 불명.

천재지변에 의한 것인가, 인위적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요인으로 일어난 것일까.

이마저도, 알지 못해.

그리고 우리 리 에스티제 왕국과 바하루스 제국, 그리고 슬레인 법국……

삼국 대표자들이 논의한 결과를 보고 추측해보자면──

역시 이 「이변」은, 거의 동시기에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어.

[가가란]

……하지만 말야 공주님.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라나]

그렇네요…….

역사를 뒤져봐도 이번과 비슷한 일은 찾아보기 힘들겠죠.

하지만, 실제로 「이변」은 일어났지요.

지금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겠지만…… 원인이 우리의 「상식 밖」에 있다면, 아마도요.

[가가란]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적은 건가.

[라퀴스]

그렇네…….

라퀴스가 비워진 찻잔을 놓는다.

이에 가가란은 다시 홍차를 따랐다.

[라나]

……지금으로선 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도, 별 의미는 없겠네.

[라퀴스]

응.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달리 있어.

[라퀴스]

……회의에서 왕국을 포함한 세 국가는 「삼국협정」을 체결.

「이변」으로 급격히 국력이 저하된 삼국은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길 택했지.

[라나]

……지금까지는 정치나 전쟁으로 대립하기만 했는데,

미증유의 위기에 처하니 그제서야 서로 손을 잡게 되다니── 얄궃네.

라너가 찻잔을 놓는다.

보온병에서 따라진 홍차가, 천천히 잔을 채워간다.

[가가란]

그렇구먼.

재건이 이뤄진 후에도 양호한 관계가 계속되면 최고겠지만 말이지.

그것만은, 그때가 되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

[라퀴스]

응.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겠지.

[가가란]

그렇네에.

[라나]

청장미의 활약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가가란 씨.

[가가란]

오우. 마음껏 의지해 줘도 된다고.

[가가란]

그래서 공주님.

왕국의 현 상황은 어떤 느낌이야?

[라나]

네.

왕국의 피해는 인구 밀집지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피해를 입었던 지역은, 아직까지 잔해 철거와 공공시설 정비 등에 쫓기고 있습니다.

다만 왕국으로서도 방어책 구축이나

오염된 짐승 및 혼돈짐승의 토벌, 물자 조달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어서…….

──각 도시의 지원에 만반의 체제로 임하는 상태는 못 된다, 는 게 솔직한 상황입니다.

여의치 않은 현실을 새삼 절감하고, 라나는 그 표정을 흐렸다.

[라퀴스]

──라나. 그렇게 낙심하지 마.

우리도 할 수 있는 한 협력할 테니까.

그러려고 오늘은 이렇게 귀환하자마자 너한테 방문한 거고.

[가가란]

준비를 갖추느라 기다려야 한다니,

이럴 거면 애초에 회의 형식 같은 걸로 하지 않으면 됐잖아.

[라퀴스]

어쩔 수 없어. 라나와 의뢰주인 왕국측 대표자가 함께 있으면

단순히 차 마시는 이야기로 할 수는 없는 걸.

[가가란]

뭐 그 회의도 너한테 맡겨두면 문제 없겠지.

마중이 나오기 전에 나는 퇴장하도록 해야겠어.

[티나]

──보스, 라나 님.

[티아]

곧 있으면 회의 시간. 이동 준비를.

[라퀴스]

고마워. 알겠어.

[가가란]

어, 너희 둘. 좋은 타이밍이네.

지금부터는 맡겨두마.

[티나]

맡기고 뭐고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음.

[가가란]

거 다행이네. 그럼 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가란은 방에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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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마법 개발』

라나의 개인실을 뒤로 한 가가란은

왕성 안의 다른 곳에 있는 동료의 곁으로 향했다.

[가가란]

분명, 여기였던가……?

(덜컥)

[이블아이]

…….

………….

[가가란]

──여어, 이블아이.

열심히도 하고 있구먼.

[이블아이]

가가란.

너, 라퀴스들이랑 같이 있지 않는 거 아니었냐?

[가가란]

어.

뭐, 느긋하게 차 들이마실 때까진 괜찮았지만.

회의가 시작된다 해서 빠졌어. 마침 쌍둥이도 돌아온 참이었고 말이지.

[이블아이]

그랬군.

[가가란]

그래서. 너쪽은 상태 어떠냐?

최근에는 「왕국이 관리하는 귀중한 자료」라는 걸 열람할 수 있게 됐다 했지?

[이블아이]

그렇게 됐지.

왕국에서 받은 의뢰의 부산물로써, 이렇게 피해를 면한 서적이나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됐는데 말이야.

과연 국가에서 관리할만한 가치는 있더군.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나의 「새로운 마법」 개발에도 보탬이 되겠지.

[가가란]

흐-응……. 「새로운 마법」 말이지…….

이블아이의 말에 가가란은 흥미가 돋았다.

[가가란]

참고삼아 묻겠는데, 그 「새로운 마법」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되도록 개발하고 있는 거냐?

[이블아이]

그런 건 뻔하지 않나.

지금 개발하는 것은── 「혼돈짐승」에게 효과 있는 마법이다.

[가가란]

호오. 그건 참 굉장한데.

그치만 말야 이블아이. 그런 마법, 네가 개발할 수 있는 거냐?

[이블아이]

……그렇지. 너한테는 아직 보여준 적이 없었던가.

[가가란]

어? 무슨 뜻이야?

[이블아이]

잠깐 기다려. 지금 설명해주지.

[이블아이]

내 오리지날 마법 중에, 《충살》이라는 것이 있다. 과거 「마신」과의 싸움에서 사용한 것이지.

이 마법은 벌레에 대해 특효지만, 다른 생물에게는 일절 해를 주지 않는다.

이를 개량함으로써 「혼돈짐승」에 대한 특효를 지닌 마법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블아이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가가란]

──그래서. 그 진척 정도는?

[이블아이]

시원찮군.

나도 나름대로 오래 살았지만……

세계가 금이 가는 천재지변이나 혼돈짐승 같은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전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13영웅은 물론, 그 밖에도 위험한 놈들은 어느 정도 봐 왔다 자부하지만……

「혼돈짐승」에게는 또 다른 위험함이 느껴지더군.

……뭐. 그렇기에 흥미가 끊이지 않는다, 고도 말할 수 있겠지.

이렇게 하루하루 묵묵히 연구에 전념하니──

[이블아이]

──아니, 어이!?

잠깐 가가란! 사람을 멋대로 짐짝처럼 들고 가지 마!

이블아이를 한 손으로 들어올린 가가란은,

방의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가가란]

상태가 안 좋다니 딱 좋네.

이런 찝찝한 자리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같이 좀 놀아달라고.

[이블아이]

얌마, 그만둬! 내려놔, 이 뇌근!

「놀아달」라니 그게 뭔데!

완력으로 가가란을 당해낼 리도 없으니, 이블아이는 그대로 방 밖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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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능력으로는 이블아이가 가가란보다 위라는 웹연재판 설정은 레트콘됐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