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붐은 온다

리노: 앗, 오빠, 오빠~! 여기서 만난 게 백년초!

리노: 위로해주세요~! 수험, 열심히 했는데 불합격이었어요! 이, 이름을 적는 걸 깜빡한다는 초보적인 실수 탓에……!

리노: 가채점 했더니, 아슬아슬하지만 합격점이었는데!

리노: 아, 진짜 분해! 쇼크로 공부했던 거 다 날아가버렸어요! 우우..한심해요..

리노: 마을에서 만날 때마다 오빠가 수험공부를 도와줬는데! 응원해줬는데, 죄송해요~!

리노: 우우, 저는 안 되는 애에요. 언제나 이렇다구요. 시간을 들여서 수선한 옷도 중요한 실을 넣는 걸 잊어서, 잡아당기면 다 흩어져 버린다구요.

-기운 내.

리노: 우……. 언제나 하이텐션인 게 특징인 저지만, 역시 오늘만큼은 침울해져 있을래요. 기운 같은 건 안 난다구요. 위로해준 건 기쁘지만요?

리노: 진짜~ 덜렁이인 제가 싫어져요! 구멍이 있으면 들것을 넣을 거에요!

-나는 합격했어.

리노: 에엣, 어째서 착실히 수험 같은 걸 하고 있나요 오빠! 엣, 몰랐어요. 수험회장에 있었나요? 합격 축하드려요……?

리노: 아아…… 디자이너 양성학교가 아니라, 알바 면접에 합격한 거군요?

리노: 정말, 헷갈리는 말투 하지 마세요. 지금 수험이나 합격이나 하는 단어에 민감하니까! 배려가 부족하다구요, 오빠!

리노: 뭐 그래도, 축하드려요♪ 알바에서 급료가 나오면 뭔가 사주세요, 달콤한 거라든가! 이 슬픔은 당분으로밖에 고칠 수 없다구요!

리노: 에헤헤. 한바탕 했더니, 꽤 침착해졌어요.

리노: 긍정적으로 생각할래요. 시험은 정기적으로 치러지니까, 이번엔 아쉬운 결과였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합격 할 수 있을 거에요.

리노: 오히려 다음엔 시간을 들여서 공부한 만큼, 장학금을 받을 정도의 고득점을 받을 지도 모르고요. 그러면 오히려 이번엔 수험에 떨어져서 다행이었네요♪

리노: 우우, 떨어졌다고 제 입으로 말해도 우울하네요. 하아아..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오빠. 집으로 돌아갈게요. 부모님한테 수험 결과도 보고해야 되고.

리노: 윽!? 잠깐, 제 머리카락에서 동그란 부분을 잡아당기지 마세요!

리노: 언제나 묶고 있으니까 모근에 부하가 걸려서, 빠지기 쉽다구요 이 동그란 부분은!

리노: 엣? 손잡이 같아서 잡고 싶다고요? 손잡이란 게 뭔가요?

리노: 오빠는, 가끔 의미불명한 말을 하네요. 격언을 잘못 말하는 제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리노: 흠…… 알바에서 첫 월급이 나왔으니까, 뭔가 사주시는 건가요?

리노: 저하고 같이 수험공부를 한 덕분에 알바에 합격했으니까? 감사인사로?

리노: 아니……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오빠가 합격한 건 오빠의 실력이에요. 대단한 사람이라구요. 오빠는♪

리노: 에헤헤. 저는 알고 있었어요. 오빠는 뭐든지 잘 한다는 걸. 제가 못하는 것도. 뭐든지.

리노: 존경하고 있다구요. 저의 슈퍼맨이에요♪

리노: 으음, 여기는 어리광을 부리도록 할게요. 화과자점 같은 데에 들어가죠. 저, 분풀이 겸 해서 마구 먹고 싶어요. 가슴 속 답답한 기분을, 오늘 중으로 다 날려버릴거에요!

리노: 사실은, 오빠랑 지내면 안되는데, 나중에 혼나도 상관없어요. 오랜만에 오빠한테 응석부릴 거에요♪

리노: 오빠는 기억 못 하겠지만…… 오빠는 언제나 제가 풀죽어있거나, 기운이 없거나 할 때, 만나러 와 줬거든요.

리노: 그리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어리광부리게 해 줬거든요. 그래서 저, 침울해 있을 틈도 없어서…… 이렇~게, 기운차고 명랑한 하이텐션인 애로 자랐어요~☆

리노: 에헤헤, 무슨 소린지 이해 못하시겠지만……. 그러니까 뭐, 고마워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