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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064305

원문 제목은 밀리시라 슈가 러시인데, 밀리시라란 해당 장르의 배경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첫인상만으로 설정 등을 상상하는 것(혹은 그런 컨셉)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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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가득 과자를 채우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남자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부름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는 한때 이곳 키보토스에서 선생님으로 칭송받던 사람이었다.

유일한 사람이자 성인 남성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여학생들의 유혹을 받고 참지 못했다. 젊음의 혈기로 육욕을 마음껏 탐닉한 결과 샬레에서 경질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전 선생님이 향한 곳은 라이브 하우스의 대기실. 그곳에는 심부름을 시킨 긴밀한 관계의 소녀들이 있었다.

라이브 하우스의 대기실.

지금까지 열린 라이브의 백스테이지 패스가 벽에 빼곡히 붙어 있고 그 틈새에는 아티스트들이 각자 생각한 낙서가 남아 있다. 넓다고는 할 수 없는 방에는 금이 간 소파가 하나 놓여 있고 네 명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슈가 러시.

그것이 그녀들의 밴드다. 학교 축제에서 선보인 연주가 호평을 받고 스트리밍과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일부 음악 팬들에게 사랑받는 밴드가 되었다.

"늦었잖아!! 우리한테는 당분 보충이 제일 중요한 거 몰라, 매니저?"

"죄, 죄송합니다!"

매니저(전 선생님)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금발의 소녀. 그녀의 이름은 요시미. 기타 담당이다. 매니저를 쏘아붙이며 날선 태도를 보이지만 매니저는 그녀의 약점을 알고 있다. 어젯밤에 몇 번이나 직접 확인했다. 매니저는 마음 속으로 복수를 다짐했다.

"뭐, 괜찮잖아. 시간에는 맞췄으니까. 매니저, 잠깐 이쪽으로 와."

매니저는 대기실 구석 벽 쪽으로 불린 뒤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무릎을 꿇려졌다.

그 소리에 다들 순간 몸을 움찔했지만 일상적인 상황이라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갔다.

"역시 다른 여자 냄새가 나. 또 누구랑 잔 거야? 흥..."

그녀의 이름은 카즈사. 베이스 담당이다. 경질되고 방탕한 삶을 살던 전 선생님을 매니저로 고용해 자신의 집에 살도록 하고 의식주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 밤에는 돌아올거지? 그럼 괜찮아." 라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도 이 글러먹은 남자에게 빠진 소녀 중 하나다.

"창공이 우리를 부르고 있구나..."

대기실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의미 불명의 말을 하고 있다. 당연히 갈색으로 빛바랜 천장만 보일 뿐 창공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나츠. 드럼 담당이다. 의미 불명의 말을 하고 의미 불명의 행동을 해서 의미 불명이다. 의미 불명이니까 아무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곤란한 듯 "아하하..."라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소녀가 있다.

"하암~"

"너 점심으로 먹은 라멘에 마늘을 너무 넣은 거 아니야?"

"그래? 치약 좀 가져와야겠네."

대기실 밖에서 스태프의 소리가 들렸다.

"하아? 치약?" 웃는 얼굴이 귀신의 형상으로 변했다.

"방금 치약이라고 한 거야?" 소파 앞의 테이블을 걷어찼다. 위에 올려진 과자가 흩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리. 키보드 담당이다. 이 밴드의 리더로 본성은 착한 아이지만 민트초코에 미쳐서 민트초코를 헐뜯으면 갑자기 분노해서 통제할 수가 없다.

"매니저!! 빨리!! 진정제(민트초코)!! 진정제(민트초코)를!!"

"아, 네!!"

아이리의 코에 민트초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게 했다.

"스으으으으읍... 하아아아... 좋은 냄새야!!" 귀신의 형상이 다시 환한 소녀의 미소로 바뀌었다. 모두들 가슴을 쓸어내렸다.

"슈가 러시 준비해주세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차례가 온 것 같았다.

"그럼 가볼까!"

"또 한바탕 해볼까."

"창공이..."

"떨려..."

"그럼 들어주세요..."

오늘 밤도 전설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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