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 10cm - '스토커 (Stalker)' Official Mus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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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친구는 저를 단순히 같은 학교 친구로만 생각했죠.

그 친구는 테트리스를 좋아하고 잘했어요.

저는 그 친구가 너무 좋아서 계속 따라다니고 고백했죠.

제가 계속 귀찮게 하니, 테트리스로 자신을 이기면 사귀어 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테트리스를 계속 연습했어요.

그 결과 몇 주 내내 테트리스만 하다 보니 실력이 엄청 늘었어요.

처음에는 한 줄만 비워두고 긴 블록이 나올 때까지 쌓다가, 사람들과 붙을 때는 콤보로 공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기술들도 익히게 되었어요.

계속 생각했어요. 이겨서 사귈 수 있을 거라고요.

그 친구도 내가 자기를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는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친구는 나중에 PC방에서 붙자고 하면서 웃으며 넘겼어요.

그러다 방학이 되었어요. PC방에서 계속 테트리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들어왔어요. 그래서 전 그 친구에게 전에 말했던 테트리스 대결, 지금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친구는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옆에 있는 친구들이 부추겨서 결국 동의했어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이길 자신이 있었고, 그러면 그 친구와 사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대결이 시작됐어요. 그 친구가 테트리스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제가 예전에 테트리스를 해보지 않아서였어요.

제가 처음 할 때처럼 한 칸만 비워놓고 쌓았고, T스핀도 할 줄 몰랐어요.

잠깐 봐줘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승부는 승부였고, 이겨야 되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러지 않았어요.

그 친구와 저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였고, 그 친구는 몇 줄 지워보지도 못한 채 무참히 패배했어요.

저는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노력 끝에 얻은 결과라 생각하고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 친구는 아니였나봐요.

그 친구가 울면서 PC방을 뛰쳐나갔어요.

그제서야 저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테트리스는 단순히 핑계였을 뿐이었어요. 그녀의 마음에 제 자리는 한 줌의 먼지만큼도 없었죠.

그 이후로 학교나 밖에서 그 친구를 만나도 서로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어요.

차라리 제가 테트리스를 이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문제가 테트리스가 아니란 걸 알고 있어요.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테트리스를 해요.

그냥 취미이자 일상이 되어버렸죠.

가끔씩 그 친구가 생각나기도 해요.

아무튼 이제 저는 테트리스를 잘해요.

여전히 좋아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