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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금각사 번역 비교 (김후란-허호)앱에서 작성

구천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30 21:36:38
조회 4793 추천 30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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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란 금각사를 궁금해 하는 갤러들도 있을 테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39만원을 주고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으니까,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간단히 번역 비교를 해봤음.

김후란 금각사와 웅진 일문학 선집(허호 번역)을 비교했음. 나는 고딩 때 이거 전에 나왔던 웅진 싱크빅 판으로 읽었는데, 같은 허호 번역본이지만 번역이 미묘하게 다르더라... 처음엔 추억보정인가 싶었는데 예전에 필사했던 거보니까 ㄹㅇ 다름. 뭐 이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고...

뒤에 일일이 읽기 귀찮으면 걍 정리만 보셈.

<정리>

1) 김후란 번역본이 일본어 직역, 허호 번역본은 일본어 의역에 가깝다. (물론 나는 일본어를 배워본 적이 없으므로, 자세한 건 밑에 번역 비교보고 판단해줘.)
2) 일본 문화나 지명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음. 금각을 킹카쿠라 하고, 금강원을 콩고오잉, ‘게다’ 역시 김후란 번역본엔 그대로 나오지만, 허호 번역본엔 신발로 수정됨.
3) 좀 옛스러운 단어가 많다. -읍니다, 아뭏든, 오오라 등등.
4) 전체적으로 김후란 번역이 더 멋스럽지만, 그렇다고 언아더 클래스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허호 번역본이 뜻을 더 충실히 전달하는 경우도 꽤 있었음.



일단 직역/의역이 짙게 드러난 부분

또 킹카쿠라는 글자라든가 그 음운에서 내 마음이 그려 낸 킹카쿠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김후란)

또한 금각이라는 글자 그 음운으로부터 내 마음이 그려낸 금각은 터무니없이 멋진 것이었다. (허호)


“지금 막 저쪽에서 우이코가 헌병한테 붙잡혔다구, 같이 가 보자.” (김후란)

“지금 저쪽에서 우이코가 헌병한테 잡혔어! 같이 가자!” (허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들을 비교해 봤음.


*우이코
나는 지금까지 그처럼 강렬한 거부로 넘쳐나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 달빛은 그녀의 이마와 눈, 콧등과 뺨 위로 마구 흐르고 있었지만 움직임이 전혀 없는 얼굴은 그냥 그 달빛에 씻기고 있을 뿐이었다. (김후란)

이제까지 그토록 거부로 가득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 달빛은 그녀의 이마와 콧등과 얼굴 위에 가차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나, 부동의 얼굴은 다만 그 빛에 씻기고 있었다. (허호)


*아버지
꽃송이들은 우물 속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사자(死者)의 얼굴은 살아 있을 때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표면으로부터 무한 속으로 함몰해버려, 우리들에게 향하고 있던 모습의 테두리 같은 것만을 남겨 놓고 두 번 다시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 깊은 곳으로 떨어져 가 있었기 때문에. (김후란)

꽃들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했다. 죽은 사람의 얼굴은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지니고 있던 표면으로부터 무한히 함몰되어, 우리들을 향하고 있던 탈의 테두리 같은 것만을 남기고 두 번 다시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허호)


*미국 작부
그 행위는 사금처럼 나의 기억 속에 가라앉아 언제까지나 눈부신 반짝임을 발산했다. (김후란)

그 행위는 사금처럼 기억에 침전되어 언제까지고 눈부신 광채를 발했다. (허호)


*절대적인 킹카쿠
나는 오직 혼자였으며, 절대적인 킹카쿠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김후란)

나는 단지 홀로 있고, 절대적인 금각은 나를 감싸고 있었다. (허호)


*가시와기 방문
“지금 같으면 좋을 거야.” (김후란)

“지금이라면 괜찮겠지.” (허호)

-> 허호 번역본 뜻이 맞음 ㅇㅇ. 김후란이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좀 궁금함. 이처럼 허호 번역이 더 잘 읽히는 부분이 꽤 있음.


*어느 봄날
문득 나는 카시와기가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한 말을 생각해 냈다. 우리들이 느닷없이 잔학하게 되는 것은 화창한 어느 봄날의 오후 잘 손질된 잔디밭 위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 온 햇빛이 희롱거리는 것을 멀거니 바라보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라고 한 그 말을. (김후란)

문득 나는 가시와기가 처음 만났던 날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났다. 우리들이 갑자기 잔학해지는 것은 화창한 봄날의 오후, 잘 깎인 잔디밭 위에서 나무 사이로 새어 나온 햇빛이 여기저기 비치는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을 때 같은 그러한 순간이라고 했던 그 말이. (허호)


*용수철
과거란 우리들을 과거 쪽으로 질질 끌어가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과거의 기억의 곳곳에는 그 수는 적지만, 강한 강철의 용수철이 있어서 거기에 현재의 우리들이 접촉하면 용수철은 당장에 뻗어나며 우리들을 미래 쪽으로 퉁겨 보내는 것이다. (김후란)

과거는 우리들을 과거 쪽으로만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다. 과거 기억의 여기저기에는,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강력한 강철로 된 용수철이 있어서, 그것에 현재의 우리들이 손을 대면 용수철은 곧바로 뻗어나 우리들을 미래 쪽으로 퉁겨버리는 것이다. (허호)


*마지막
다른 주머니 속에서 담배갑이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한바탕 일을 끝마치고 한 대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김후란)

다른 호주머니의 담배가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허호)


금각사를 몇 년 만에 읽게 되었는데, 지금 봐도 재밌어서 만족스러웠음... 조만간 금각사 감상문 써야겠따

아 맞다. 김후란 금각사 뒤에 '우국'이랑 '연회는 끝나고'도 있었는데,

우국은 옛날에 썼던 감상문 참고하시고

'연회는 끝나고'는 50대 여성 식당 주인과 60대 남성 정치인의 연애 이야기인데 솔직히 노잼... 약간 '비틀거리는 여인'에서 불륜 소재 뺀 느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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