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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신곡 번역자 최민순 신부 스펙(+무편집 신곡 도입부 추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7 15:41:13
조회 2321 추천 2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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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재야의 단테 연구가 "제임스초이스"이다.



오늘은 신곡과 돈 끼호떼 번역자로 유명한 최민순 신부님(1912-1975)의 상세 스펙에 대해 알아보자.



1. 미남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긴데, 젊었을 때 전형적인 성당 오빠 스타일의 미남이었다.



카리스마적인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성격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순박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2. 한학 조기 교육



어렸을 때부터 한학을 조기 교육받아 동서양의 문화에 통달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그래서 어렸을 때 서양 문화를 좋아한다고 비난받기도 했다)



"그는 열두 살 때 신학교에 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가족들과 주변의 반대와 걱정은 물론 비웃음 또한 매우 심했다고 한다.


그가 다니던 학교 선생님은 동양 도덕을 무시하는 나쁜 학교에 간다면서 꾸짖고, 학생들에게 그와 관계를 끊으라는 파문 선고까지 했다."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최민순 신부 (상) 중에서 인용




3. 라틴어 전공



1923년 9월 18일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 라틴어과에 입학하여 1929년 6월 수료하였다고 한다.



최민순 신부님의 라틴어 전공 실력은 이후 여러 로망스어에 두루 통달하는 밑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4. 민족 운동



"......(최민순 신부는)전주본당 보좌를 거쳐 1938년 전주 해성심상소학교 교장에 임명됐다.


특히 이 시기는 해성학교 운영을 통해 신앙과 민족정신을 함양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점철된 젊음의 활력이 불붙던 때였다고 볼 수 있다......


일제의 탄압이 갈수록 거세지던 때, 당시 제도권 교회는 친일 노선을 걷고 있었다.


박해의 구실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참혹한 가난 등은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일이 불가능할 만큼 정신적 겨를이 없게 했다.


한국교회는 1925년 79위 시복 이후 순교성지를 조성하는 등 순교 정신 현양에 힘써왔다.


또 순교 정신을 강화하고 현양 사업을 조직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한국 천주교 순교자 현양회’를 창립했다.


전주교구 김양홍 교구장의 권고에 따라 최민순 신부도 이 현양회에 입회해 적극 활동했다.


이 활동에는 일제에 대한 저항 정신 고취라는 숨은 뜻이 있었다.


그 활동 가운데에는 민족 문화 수호 운동의 하나로 어린이 대상 한글 교육 등 한글 보급 운동을 전개하고, 성체 거동과 대축일 행렬 등을 통해 민족의 정기를 살리면서 저항 의지를 격려하는 기회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집회의 자유가 없던 시절, 최민순 신부도 이러한 대열에 적극 동참했다" -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최민순 신부 (상) 중에서 인용



5. 은신술과 생존 기술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최민순 신부님은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채 적 치하에서 숨어 지내다 9월 29일 서울로 돌아왔다고 한다.



적 치하에서 3개월 간 살아남은 은신술과 생존 기술의 달인이었다.



6. 신문사 사장 역임



6.25 전쟁 중이었던 1951년 현 가톨릭신문인 "천주교회보"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1956년까지 사장으로 재임하다 사퇴했으며, 이 시기 부사장으로 최민순 신부님을 보좌했던 인물이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7. 스페인 유학파



1960-1962년 동안 스페인에서 신비신학과 고전 문학을 연구하였다.



특기할 만한 사실로는, 이 시기 스페인에서 완역한 것으로 알려진 <돈 끼호떼 하편>의 원고가 생전에 출판되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그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추론으로는, 스페인에서 돈 끼호떼 하편 원고가 분실되어 그 충격으로 이후 문학 번역을 그만두신 것은 아닐지......?



8. 7-8개 국어 구사



최민순 신부님의 언어 능력은 <시편>의 머리말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자신의 <시편>이 중역이라 밝히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역본은 슈투르가르트판 히브리어 성경에 실려 있는 마소라 본문에서 옮긴 것이 아님을 밝혀 둡니다.


로마의 카토는 나이 여든 살에 그리스어를 배웠다지만,


본인은 천학비재하여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불어, 영어, 중국어 번역본을 참고하면서 되도록이면 알아듣기 쉽고, 노래하기 쉬운 우리말 시편을 꾀하였을 따름입니다.>



9. 한국 가톨릭 문화의 거장



독갤에서는 최민순 신부가 돈 끼호떼와 신곡의 번역자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이분에게 문학 번역은 외도에 가까웠고,



본업은 물론 가톨릭 사제였다.



종교에 관련된 무수한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10. 시인



독창적인 시와 소설을 남긴 작가이기도 했다.



시집 "밤" 중의 몇 구절을 읽으며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님이여, 받아 주소서

겨우내 찬 하늘에

애원이듯 쳐들었던 빈 손이

하이얀 꽃송이를 받쳐 들었사옵니다

......................................................


이제 갈 것은 모조리 가버리고

남은 것 하나

생명의 꽃이 이 손에 피었사오니

받아 주소서

분향처럼 오르는 맑은 향기

오로지, 오로지

님만을 위하여

간직해 왔사옵나니다.


1962년 2월 11일 마드릿에서>



11. 최민순역 신곡의 도입부(현대어 편집을 거치지 않은 60년대 원문)


한뉘 나그넷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 잃고 헤매던 나

컴컴한 숲속에 서 있었노라


아으 호젓이 덧거칠고 억센 이 수풀

그 생각조차 새삼 몸서리쳐지거든

아으 이를 들어 말함이 얼마나 대견한고!


죽음보다 못지않게 쓰거운 일이 있어도

내 거기에 얻어본 행복을 아뢰려노니

게서 익히 보아둔 또 다른 것들도 나는 얘기하리라


어찌하여 그리로 들어섰는지 내 좋이 말할 길 없으되

참다운 길을 내던져버린 바로 그즈음

그토록 잠은 깊었던 탓이어라


그러나 내가 어느 잿기슭에 다다랐을 무렵

공포에 내 마음이 저릿저릿하던

그 골짜기가 끝나는 자리에


우러러 드높이 나는 치어다보았노라

이미 유성의 빛살을 입은 멧부리들이

사람들을 온가지 길로 인도하는 것을


그다지도 고달피 드새던 밤

내 마음이 호수에 잠겨 있던 무서움이

그제사 자그만치 가라앉았나니


마치 숨가빠하며 깊은 바다에서

언덕으로 헤어나온 사람들이

돌이켜 아슬아슬한 물을 들여다보듯


아직도 도망칠 듯 내 마음은

산 사람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그 길을 되살피려 돌쳐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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