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하르트만의 독일 관념론 철학 추천해서 읽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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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감상] 어떤 분이 하르트만의 독일 관념론 철학 추천해서 읽었는데앱에서 작성

Napitas

2024.05.15 11:49:40

조회 1231 추천 13 댓글 49

정말 좋네요. 이전에 읽었던 찰스 테일러 헤겔보다 훨씬 좋아요. 진짜 이런 책이 절판이라니...

일단 단점부터 이야기할게요.

헤겔 원전 어느정도 발췌독한 다음 읽은거긴 한데, 내용 난이도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당연히도 헤겔 논리학이고, 나머지는 평이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일단 하르트만조차도 헤겔 논리학에서 가능성-현실성-필연성, 주관성 및 판단론 등등은 거의 안 다루고 넘어가더라구요. 저 부분들이 가장 어려운 부분들이기도 해서..

정신현상학에서도 정신-종교-절대지의 구체적 내용은 사실상 스킵합니다. 이게 법철학이나 종교철학에서 다루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논의라고 저는 생각해서 조금은 아쉬웠어요.

그런 반면에 변증법과 반성 규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장황한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설명 자체야 구체적일 수록 좋긴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피로해지니까요.

그리고 책 자체는, 독자가 칸트 철학을 대강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독일 관념론 철학에 대한 개론서는 된다쳐도, 네, 철학적 입문서는 절대로 아닙니다. 쉽지 않아요.

이제 장점은요..

일단 독일 관념론과 독일 낭만주의를 같이 다루어준다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보통 헤겔 하면 그 역사철학때문에 범논리주의에 주지주의, 이성만능론이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낭만주의를 구체적으로 다루어주고 그게 헤겔에게 어떻게 전유되는지까지 설명해줍니다. 정말 이게 책의 가장 좋은 장점이에요.

그리고 문제의식의 측면에서 뛰어납니다. 이 책의 1부는 전적으로 칸트 철학에 대한 무한한 리스펙트를 깔고 가구요, 헤겔 철학 전체를 다루는 2부에서는 또 헤겔 철학에 대한 무한한 리스펙트를 보냅니다. 이걸 ‘비판’의 정신과 ‘체계’의 정신 양자가 각 두명에게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에요.

그리고 문체적인 측면에서 설명이 난해하지 않아요. 헤겔 주저들처럼 꼬아서 꼬아서 적는 문체가 아니라서 좋아요.

내용적으로도 좋구요, 정말 공감가는 점도 많고 배워갈 점도 많은 책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독일 관념론 철학을 개관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한국에는 피히테도 셸링도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헤겔 철학사 강의도 번역이 안 되어 있으니 이런 책이 참 간절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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