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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오, 사랑 - 사계절 문학상을 받은 괴작

자폐증당사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1:13:41
조회 1152 추천 14 댓글 7
														

오, 사랑 - 사계절 문학상을 받은 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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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리, 『오, 사랑』, 사계절 출판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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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은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하는 소설로, 표지와 책 소개를 보면 두 여성의 사랑(동성애)이 주제의 중심이 될 것 같은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의 초반부분은 첫눈에 반한 주인공의 감정을 아주 짧은 분량으로 섬세한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초반만 지나면 이야기의 전개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주인공은 원래 유전적인 아버지가 있었는데 친어머니와 양아버지가 그걸 모두 숨기고 있었으며,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된 상태에서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지 애인과 동반해서, 유전적 아버지의 주소가 어딘지도 모른 상태에서 영국으로 떠난다는 소설이다. 소설이 대부분은 차지하는 분량이 이 숨겨진 가족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다. 두 여자아이의 성적인 의미의 사랑(동성애)이라는 소재는 정작 분량도 짧다.


그리고 분량에 다수를 차지하는 영국부분 이야기가 매우 괴상하게 흘러간다.

예시:


"로이는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잭 블랙 같은 인상에 머리카락은 빨갛다. 잭 블랙의 에드 시런 버전 같달까.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뱅드림〉의 캐릭터인 츄츄가 그려져 있고 목에는 츄츄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귀 모양의 헤드폰이 걸려 있다. 런던에서 〈뱅드림〉을 보게 되다니?"


조우리, 제2부 "#100w/m으로 말하는 로이스턴", 『오, 사랑』, 사계절 출판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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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부터 이야기가 비현실적이고 이상해진다.






“그런데 왜 츄츄 캐릭터를 좋아해요? 츄츄는 디제이잖아요. 기타라면 롯카를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로이는 음료를 떨어뜨릴 정도로 놀라며 몸을 갑자기 앞으로 당겨 앉았다.


“〈뱅드림〉을 알아?”


조우리, 제2부 "#100w/m으로 말하는 로이스턴", 『오, 사랑』, 사계절 출판사, 2020.


한심

"왜 츄츄 캐릭터를 좋아해요? 츄츄는 디제이잖아요. 기타라면 롯카를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안타깝게도 나는 이 부분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동안 아무도 내가 왜 이런 걸 좋아하는지 알아주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 너는 이제부터 내 영혼의 동생이다.”


“그런 것 되고 싶지 않아요.”


로이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팝핀파티’부터 ‘애프터글로우’, ‘헬로해피월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뱅드림의 밴드에 대해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쏟아 냈다.


조우리, 제2부 "#100w/m으로 말하는 로이스턴", 『오, 사랑』, 사계절 출판사, 2020.


정색

왜 나오는 건지 모르는 "뱅드림"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작중에서 암시되지 않던 주인공의 과거가 나온다.





중2 때였다. 나는 한창 〈뱅드림〉을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 어른들을 비롯해 친구들, 키우던 거북이한테까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 내곤 했다. 아마 그때 나도 일 분에 백 단어, 100words/min 정도로 말하고 다녔을 거다. 모든 미디어를 동원해 애니를 감상했고 시디를 사 모았고 한정판을 위해 밤을 샜으며 코스프레 동호회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터널 안을 달리는 트럭처럼 주위의 풍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졸업식 무렵 나는 내 주변에 어떤 친구도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나는 ‘이상한 애’ ‘오타쿠’ ‘일본애니빠’로 낙인 찍혀 있었다. 아이들은 나와 대화하지 않으려고 슬슬 피했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마저도 내가 말을 걸면 눈은 웃고 입은 일그러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바쁘다고 사라졌다.


그 일로 깨달은 게 있었다. 무언가를 너무 좋아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적당함에 대한 감각을 잃으면 안 된다고. 더불어 친구 관계 같은 건 이렇게 한순간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니 이 역시 적당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모든 애니 관련 물품을 정리하고 동호회를 탈퇴했다. 그 후로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고 잊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 이렇게 내 앞에 앉은 아저씨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의 취향을 열렬히 고백하기 전까지. 그때의 마음이나 기억 같은 것들은 불길한 악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깊은 곳에 봉인해 놨다.


그런데, 괜찮아요?”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실례인 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안 놀려요? 그런 거 좋아한다고…….”


“엥? 알 게 뭐야? 내 세계에는 나랑 〈뱅드림〉만 존재해. 조금 더 덧붙이면 기타랑 이 캐러멜마끼아또 정도? 내 정원 바깥을 지나치는 인간들에겐 관심 없어.”


조우리, 제2부 "#100w/m으로 말하는 로이스턴", 『오, 사랑』, 사계절 출판사, 2020.



5




주인공이 밝힌 과거부부분만으로 판단한다면, 주인공은 내가 봐도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해당 구절은 주인공이 유전적 아버지의 주소도 모르고 영국으로 여행간 상황에서 유전적 아버지의 주소를 처음 알게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다.


이부분이 괴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소설에서 언급되지 않는 반일이라는 정치적 이유를 제외한다면) 주인공이 중학교 때 벌인 '일본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행동에 대해서 영국이 한국보다 관대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그래서 부자연스럽다.


2)주인공의 설명에 따르면 주인공은 '이상한애'라는 낙인이 있다는 건데 아이인데, 정작 작중 학교생활에서 그런 점이 (집단따돌림을 받는 장면에서조차) 암시되지 않는다.


3)주인공이 밝힌 중학생 때의 과거를 보면 주인공은 매우 '특이한' 인물인데, 이런 묘사는 소설에서 오직 이부분을 제외하면 '특이한 개성'이 묘사되지 않는다.


4)매우 이상한 전개인데 개그장면이라고 하기에도 부적절할정도로 아무 느낌도 주지 않는다.


작중에서 이런식으로 웃기는 개그장면도 아니고, 현실성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작품 맨 뒤에서 해설을 시도하는 김지은 서울예대교도 이 "뱅드림" 부분을 해설하지 못하고 제외시키고 있다.


알라딘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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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려서"라는 말로 평가를 잇지 못하고 있다.


이런 소설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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