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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제 8회 마도학자 접견 일지 -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앱에서 작성

Anatol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9 09:55:17
조회 660 추천 1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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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 주의사항

  1. 이번엔 가벼운 마음으로 썼음. 모든 시리즈가 그렇지만 딱히 주제는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함.

  2. 뉴턴과 갈릴레이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 마도학자이거나, 최소 마도학과 관련된 인간이란 묘사가 본작에 존재함.(출석 짜투리 참조) 즉, 역사적으로 인지도 있는 인물이 본작에선 일부 마도학자로 대체되었음을 알 수 있음. 플레이어블에서도 A나이트가 롤랑 본인이라고 볼 수 있듯이, 역사적 인물로 볼 수 있는 마도학자가 있음. 바로 마릴린임.

  문제는 마릴린의 모티브인 마릴린 먼로가 태어난 해는 1926년. 본작의 마릴린은 1930년대 전시임. 전시가 생년을 뜻하는지는 미지수고, 주 활동 년도로 보기에도 마릴린 먼로가 10대 초반부터 배우 활동을 했다기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음. 마릴린 먼로의 첫 활동 시기는 1944년(17세)부터이기 때문. 허나 본작의 마릴린은 만 17세임에도 이미 유명한 배우고, 심지어 그녀의 물품인 신발을 보면 ‘1953 커스텀 제작 터콰이즈’란 명칭이 붙음. 1953년(마릴린 먼로의 최전성기,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상영 년도) 제작된 신발이라 가정하면, 실제 마릴린 먼로가 20대 중후반일 때 만들어진 신발임. 반면, 마릴린의 생년은 저 신발을 토대로 계산하면 빨라도 1936년생이란 계산이 나옴. 마릴린 먼로보다 최소 10살이나 나이가 어린 셈임. 심지어 이 나이에 자신의 예명을 딴 ‘아메리칸 스윗하트(마릴린의 글로벌 명칭이 스윗하트)’라는 소속사도 있음.(실제 마릴린 먼로는 무소속이었고, 후에 ‘마릴린 먼로 프로덕션’ 영화 제작사를 1955년 세우게 됨)

  한 마디로 마릴린의 설정 자체가 뭔가 애매하고, 마릴린 먼로 본인을 각색했다기엔 아귀가 안맞음. 지나치게 나이가 어림. 실존 인물의 모티브를 딴 건지, 실존 인물 본인의 각색인지 명확한 판단이 어려움.

  글로벌판 명칭이 마릴린이 아닌 Sweatheart인 건 이렇듯, 실제 마릴린 먼로라기엔 애매해지는 부분이 많아서인듯.

  허나 공장에서 근무했다가 캐스팅 당한 과거나, 이후 행적 등이 실제 마릴린 먼로의 과거와 매우 유사함.

  정리하자면 마릴린을 마릴린 먼로와 완전히 동일시하는 건 설정 상 문제가 있음. 단, 마릴린의 행적과 성향은 실제 마릴린 먼로와 거의 판박이임. 때문에 본문은 ‘마릴린 = 마릴린 먼로’로 가정하여 각색하였음.

  4. 버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인물들에겐 ‘당신’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1.5 스토리에서 확인됨. 여전히 나이가 25세 이하면 거의 반말~반존대를 쓰는 듯. 8회 접견 일지는 연장자가 많이 출연하는 관계로 해당 호칭이 자주 쓰임.

  5. 즐거운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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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의 일지]

  ‘폭풍우가 오고, 역사는 변했습니다. 80살을 산 노인은 젊은 시절, 뒤바뀐 역사 속에서 바스라져 사라졌습니다. 반면, 젊은 나이에 요절했던 그녀는, 폭풍우로 인해 재단에 거두어지고, 살아남았죠. 그녀는 전설이었습니다. 미국 대중문화에 황금기를 불러온 그녀가... 젊은 나이에 마약 중독으로 요절했던 그녀가... 시대가 역행한 지금, 살아서 여행 가방 안에 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11/02 13:30]

  황무지의 라마야나 인근에는 일명 ‘촛불은 흐르고’라는 땅이 있다. 모르판크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곳이다. 좁은 물길을 중심으로 양옆엔 인도식 가옥들이 즐비하다. 화려하고, 반짝인다. 물론 황무지는 황무지이기에, 그 안에 사람이 살거나 하진 않는다.

  이곳에 온 건 요즈음 잘 안 보이는 이들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다. 여행 가방의 마도학자들 사이에선 소위 ‘갬블러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테넌트, 이터니티 씨, 센츄리온. 콘블룸에게 듣기를, 이들은 최근 이곳, ‘촛불은 흐르고’에서 자주 활동한다고 한다. 어느 한 건물을 잡아서, 포커 게임을 주로 한다고.

  고동색 나무 건물과 내부의 낡은 향기. 유감스럽게도 내가 이곳에 왔을 때, 자리에 있는 건 테넌트 뿐이었다. 그녀는 내게 그런 말을 건넸다.

  “유감이에요 자기, 다른 숙녀분들은 이곳에 없거든요. 각자 본인의 일을 위해, 여행 가방 속 숙소에 있을 거에요.”

  고개가 자동반사로 갸웃거리게 된다. 테넌트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언제는 마스터. 언제는 레이디. 오늘은 자기다. 썩 유쾌한 호칭은 아니지만 내색하진 않는다.

  사실... 이곳에 온 이유는 더 있다. 테넌트나 센츄리온, 이터니티 씨의 안부도 물론 이유다. 하지만 오늘의 주된 목적은 곧 있을 접견의 주인공 때문이다.

  “테넌트, 마릴린과 친하지 않아?”

  내가 묻는다. 테넌트는 아마도 포커용으로 쓰였을 원형 테이블 옆,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 그녀는 다리를 꼰 채로 손가락 끝의 다이아몬드를 매만진다.

  “글쎄요. 그녀와 제가 친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와 친분이 있는 건 다이아몬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랍니다.”

  그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게다가 말이 많다. 마치 갈기모래 씨처럼. 하지만 무언가 주제라도 담고 있는 갈기모래 씨와는 달리, 그녀의 언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논점을 잃게 한다. 그래서 친하다는 걸까. 친하지 않다는 걸까.

  “아이다, 나는 정확한 답변이 필요해.”

  그녀의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그녀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챙모자를 살짝 내린다. 시야가 가려지고, 그녀의 입술만이 눈에 보인다. 그녀가 말한다.

  “좋습니다. 답변해드리죠. 하지만 전 능력 있는 사기꾼이랍니다, 자기.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어요?”

  그녀가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하진 않을 테니까.”

  그러자 테넌트가 모자를 내려놓는다. 그녀의 새빨간 눈과 찰랑이는 금발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내려놓는다. 탁상 위의 다이아몬드가 팽이처럼 돌다가 쓰러진다. 곧이어 그녀가 말한다.

  “그녀와는 자주 달빛 부두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이따금 그녀는 호수를 바라보며 공허한 눈동자를 드러내고, 전 그게 너무도 매혹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요컨대,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

  ...

  “마릴린의 위치가 필요해. 공식 석상이 아니면,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힘들거든.”

  내가 묻자, 테넌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접견 때문이군요.”

  눈치가 빠른 그녀. 원칙대로라면 알려선 안 되지만, 어쩔 수 없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녀가 오해하지 않도록 미리 고지한다.

  “아쉽게도 당신 차례는 아니야.”

  그러자 테넌트는 정말로 아쉬웠는지 옅은 한숨을 내쉰다.

  “유감이군요. 그녀라면 정오에 달빛 부두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샤넬 No.5의 향기가 부두를 메울 테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 정오라. 오늘은 이미 늦은 것 같다. 손목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47분이다. 하늘을 본다. 바깥 세계의 시간이 이럼에도 황무지의 지금 하늘은 노을이다.

  “이곳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해요. 여느 여인들의 마음 속처럼 말이죠.”



  [11/02 14:22]

  “하지만 필부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필부에게 물러선다는 것은, 등 뒤에서 필부를 믿는 자들에 대한 배신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여행 가방 안 로비. A나이트가 저번처럼 여러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이런 이야기라면 늘상 참여하는 소더비.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A나이트! 다음은? 다음은? 어떻게 됐어?”

  그 옆엔 졸면서 이야기를 듣는 레굴루스. 그녀의 머리 위에 앉은 미스터 APPLe도 있다. 오늘도 자신의 전설과도 같은 일대기를 이야기하고 있을 A나이트다. 하지만 오늘 내가 찾는 이는 이들 무리 속에 없다. 로비를 지나쳐, 복도를 쭉 걷는다. 가다보면 오른쪽 면, 37의 방 옆에 그녀의 방이 있다.

  ‘제시카 외 출입 금지, 숙녀의 수면 시간’

  ... A4용지와 테이프. 뭔가 없어 보이는 팻말이다. 37이 매일 옆방 사람의 소음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다. 하필 옆방이 블로니의 방이니 말이다. 문을 두드린다. 똑똑.

  “지금은 수면 시간이에요.”

  안에서 소리가 새어나온다. 자다 깬 목소리라기엔 너무나도 밝고 뻔뻔한 목소리다.

  “블로니, 나야.”

  내 목소리를 들려주자, 안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더니 문이 활짝 열린다. 풀메이크업을 해서 쌍꺼풀이 진하게 두드러진 블로니.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머리카락이 약간 뻗쳐 있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엥? 버틴? 무슨 일이야? 곧 있으면 펫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

  “자는 거 아니었어?”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이며 말한다.

  “아, 그게 말이지... 옆방 사람이 워낙에 클레임을 걸어서 말이야. 그 파란 머리에 그리스 사람처럼 입은 녀석 있잖아. 맨날 숫자로 중얼거리고... 약간 사이코 같은...”

  ... 충분히 클레임을 걸 만하다고 생각한다. 괜한 선입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블로니의 방은 늘 소란스러울 테니까.

  “일단 들어와, 버틴. 준비 중이라 방이 좀 난장판이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뭐랄까. 상큼한 향수 냄새가 먼저 코를 찌른다. 너저분한 방과 분홍색으로 점철된, 드라마 속 미국 소녀의 방.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자리잡고 있는 한 손님도 있다.

  “버틴! 제니퍼의 방엔 무슨 일이야? 너도 펫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거야?”

  제시카의 사슴귀가 쫑긋거린다. 그러고 보니 펫모임에 참석 안 한 것도 오래 됐다. 서류 처리가 밀려서였다.

  “그게...”

  물론 오늘도 펫모임에 참석할 계획은 없었다. 시계를 본다. 2시 반 경. 지금은 밀린 서류가 없다. 한가하다는 뜻이다. 블로니와의 대화도 필요하다. 오랜만에 펫모임에 참석해볼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제시카가 손을 모으고 반짝이는 초록색 눈으로 날 쳐다본다.

  “정말? 좋아, 버틴! 오늘 내 목줄은 네가 잡는 거야?”

  ... 제시카가 어딘가 섬뜩한 말을 한다. 이 정도면 본인이 정말 ‘펫’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제시카가 이상한 말을 하자, 옆에서 블로니가 그녀를 만류하며 내게 말한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버틴. 제시카? 목줄이라니. 나는 그런 걸 채운 적이 없는 걸.”

  블로니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나는 알고 있다. 물론 펫모임에 나갈 때마다 제시카의 목에 목줄을 채우는 건 아니다. 단지... 블로니의 사진 앨범에서 봤을 뿐이다. 장난인 건 알지만, 제시카의 목에 강아지용 목줄이 채워져 있던 걸.

  습관성 한숨이 나온다. 블로니가 머쓱해하며 볼을 긁적인다. 제시카는 이 상황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 그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블로니의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제니퍼, 오늘은 어떤 목줄이 어울릴까?”



  [11/02 15:11]

  펫모임은 성 파블로프 재단 본관 인근의 공원에서 이뤄진다. 모임의 주선자는 늘 뉴바벨 씨였다. 공원은 재단 특유의 하얀 대리석으로 이뤄진 조각상이 즐비하다. 때문에 재단 내에선 이 공원을 일명 ‘조각 공원’이라고 부른다.

  공원 한 가운데엔 사교 모임을 위한 고풍스러운 원형 테이블 서너개와 철제 의자가 있다. 테이블 가운데엔 파라솔이 꽂혀 있어서 햇살을 피하기 좋다. 모임에 참석한 건 재단의 이름 모를 젊은 이들이다. 물론 나보다야 나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강아지와 양을 데리고 나왔다. 그 중에서도 뉴바벨 씨의 크리터 친구들과 제시카는 단연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크리터 두 마리와 다른 강아지들은 한참을 뛰어논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뉴바벨 씨의 옆으로 돌아온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주요 관심사는 모두 제시카에게 돌아간다.

  “어머, 버틴 양. 펫모임엔 오랜만이네요.”

  중앙 테이블의 의자에 앉은 뉴바벨 씨. 그녀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한가로운 그늘 아래서 홍차를 마시는 그녀다.

  “반가워요, 뉴바벨 씨.”

  나도 인사한다. 블로니와 제시카는 주변의 재단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다. 여느 귀부인들의 사교 모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오히려 블로니가 그렇듯, 젊은 대학생들과의 대화 같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 둘러보는 제시카가... 왜인지 동물로만 느껴진다. 위험한 생각일까.

  “홍차 한 잔 할래요? 버틴 양도 알겠지만, 저희 가족의 몇 안 되는 습관이거든요.”

  뉴바벨 씨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녀의 반려 크리터 두 마리가 넓게 찢어진 입을 열고, 여느 강아지처럼 헥헥 거린다. 새까만 털과 날카로운 이빨. 고양이와 늑대를 합쳐 놓은 것만 같은 생김새.

  “얘들아, 인사해야지.”

  뉴바벨 씨가 크리터들에게 말하자, 그것들은 뭐랄까. 서로의 눈을 마주보더니, 내게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게다가... 왜인지 겁먹은 눈치다. 쓰다듬어줘야 할까.

  “괜찮아요, 자기. 만져도 물진 않아요.”

  그녀의 말에 크리터들에게 조심스레 손을 건넨다. 그러자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오른쪽 크리터가 내게 다가오더니, 손바닥에 머리를 맞댄다. 상당히... 거친 털이다. 억세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펫모임엔 무슨 일이에요? 제시카 때문인가요?”

  그녀가 묻는다. 고개를 젓는다. 엄연히 말하면 제시카 때문은 아니니까.

  “그러면 블로니 양 때문이겠군요.”

  ... 고개를 끄덕인다. 왜인지 죄송하단 느낌이 든다. 뉴바벨씨는 외근보단 뉴바벨 사의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더불어서 크리터들의 복지와 패션 쪽에도 관심이 많다. 때문에 그녀가 우리 소대에 있음에도 접점은 많지 않다. 때문에 그녀를 살피지 못했다. 그것이 의무는 아니겠지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거라도 있나요? 버틴 양.”

  그녀가 묻는다. 바람이 살짝 분다. 파라솔이 휘날리고, 그녀의 금발이 빛난다.

  “블로니는 요즘 잘 지내고 있나 해서요.”

  되묻는다. 그러자 뉴바벨 씨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다.

  “보다시피 잘 지내고 있죠. 블로니 양의 집안에서 저희 뉴바벨 사에 꽤 많은 후원을 해줘서, 저희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렇지? 얘들아.”

  그녀가 크리터들에게 호응을 부탁한다. 그러자 크리터들은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린다. 강아지... 의 의사소통에선 저게 웃음으로 알고 있다. 크리터들은 어떤 뜻으로 저러는 걸까.

  “그렇군요. 블로니가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나요?”

  다시 묻는다. 조금 더 원론적인 질문이다. 그러자 뉴바벨 씨는 지긋이 블로니를 바라보더니 말한다.

  “저쪽을 보세요, 버틴 양. 처음에는 뭐랄까. 그저 말괄량이 아가씨인 줄 알았죠. 부유함을 티내고, 자신의 반려동... 아니, 친구를 뽐내길 좋아하는 사람. 미국인의 정서로 보자면, 전형적인 ‘금발 백치 미녀’로만 알고 있었어요. 마치 마릴린이 만들어낸 대중문화 속 이미지처럼 말이죠.”

  뉴바벨 씨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젓는다. 앞선 이야기를 부정하는 뜻일까. 그녀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아니었어요. 블로니 양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진심으로 노력하고, 또한 자신의 친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었죠. 이미지는 겉모습일 뿐이에요. 그녀의 속을 본 재단 사람들은 모두 블로니를 좋아하게 됐죠.”

  뉴바벨 씨가 주전자를 들고, 비어 있는 컵에 홍차를 따른다. 그 다음, 그녀가 내게 잔을 건넨다.

  “그녀가 공포영화광이라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에요. 그게 아니었다면 저희 회사에서 채용하고, 크리터 영화 산업에 투자해보는 건데.”

  “유감이네요.”

  그녀의 아쉬움 가득한 잔을 받는다. 문득, 그녀의 손끝에서 짙은 향수 냄새가 느껴진다.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다. 자연스러운 향이라기엔 오히려 굉장히 인공적이고 묵직한 향.

  “뉴바벨 씨. 혹시 쓰는 향수 이름이 뭔가요.”

  내가 묻는다. 그러자 뉴바벨 씨는 의외의 질문이라는 듯 내게 답한다.

  “버틴 양이 향수에도 관심이 있었군요. 화장이나... 자신을 꾸미는 데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젓는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궁금해서요.”

  그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네모난 유리병에 약간의 주홍 빛이 감도는 액체가 들어 있다.

  “샤넬 No.5에요. 마릴린 양이 추천해줘서 써보고 있죠. 크리터들의 후각이 예민해서 자주 쓰진 않지만, 이렇게 바람이 부는 야외 공간에선 조금 더 옅어지지 않을까 해서 쓰고 나왔네요.”

  ...

  “뉴바벨 씨는 금발 백치 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묻는다. 그러자 뉴바벨 씨는 싱긋 웃으면서 답한다.

  “정말로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저는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제겐 뛰어난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제 주변엔 그런 금발 백치 미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사람들이 없는 것 같네요..”

  그녀의 곱슬머리가 유난히 더 금빛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약간의 바람결을 뒤로, 그녀가 준 홍차를 마신다. 씁쓸하고, 향긋하다.

  “자기 입맛에는 맞을지 모르겠네요. 영국인이니까요.”

  “흐르는 피가 그럴 뿐, 저는 재단에서 나고 자랐는 걸요.”

  나와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뛰어노는 제시카를 본다. 블로니가 꽃을 꺾어서 제시카의 귀에 끼워줬다. 그러자 제시카가 블로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꺾인 꽃을 보면 드루비스 씨가 싫어하겠지만, 지금 그녀는 여기 없으니까.

  “보기 좋죠? 버틴 양.”

  “그러게요.”

  곧 제시카와 블로니가 우리 쪽 테이블로 다가온다. 제시카의 이마에선 땀이 한 방울 씩 흘러내리고 있다. 블로니는 기가 빠졌는지 하품을 한다.

  “신나게 놀았네. 여기 모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까.”

  “맞아, 제니퍼. 카를이 내 이끼를 물어뜯어서 슬펐지만, 그래도 재밌었어!”

  블로니와 제시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두 사람의 꾸밈 없는 미소가 뭐랄까. 가슴 언저리를 따뜻하게 만든다.

  “세 사람 모두 모임에 와줘서 고마워요. 얘들아,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뉴바벨 씨가 우리들에게, 또 자신의 반려 크리터들에게 말한다. 크리터들이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숙인다. 제시카는 크리터들에게 손을 흔든다.

  “제시카, 혹시 크리터들과 대화도 할 수 있어?”

  문득 궁금했던 점을 묻는다. 그녀는 그린레이크에서 크리터들과 함께 살았었으니까. 게다가 지금도 그녀에게 크리터들은 좋은 친구다. 하지만 제시카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아냐, 버틴. 크리터 친구들은 말을 할 수 없는 걸.”

  ... 만약 말이 통했다면 정말... 그녀를 반려동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게 아니지. 제시카가 크리터가 말을 할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솔직히 그 점이 제일 놀랍다.

  “하, 뭐. 쉴 땐 쉬고, 놀 땐 놀고. 좀 있다가 쇼핑몰에도 가야 하니까 잊지 마. 알지?”

  ... 블로니가 눈치를 준다. 쇼핑몰까지 따라가야 할까.



  [11/03 12:00]

  달빛 부두. 이 시간이 되면 마릴린이 이곳에 온다고 테넌트가 말했었다. 때문에 11시 40분 쯤부터 이곳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정오가 되어도 마릴린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예외였던 걸까. 아니면 테넌트가 사기를 친 걸까.

  “어머, 여긴 어쩐 일로?”

  뒤를 돌아본다. 금발에 하트 모양 안경알이 박힌 선글라스. 그리고 빨간색 바탕에 검은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화려한 드레스. 우아한 각선미를 뽐내는 금발의 여인, 마릴린이 서 있다.

  “찾고 있었어.”

  마릴린에게 답한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드러난다.

  “나를? 웬일이래, 자기?”

  ... 자기라는 호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네. 아무튼, 그녀의 말에 답한다.

  “곧 있을 접견에 당신이 참여했으면 하거든.”

  그녀에게 말한다. 그러자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온다. 달빛 부두의 호수 쪽 난간에 기대어,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접견이라. 얘기는 들었는데, 내 차례가 올 줄은 몰랐는걸?”

  그녀에게서 짙은 향수 냄새가 난다. 뉴바벨 씨의 손끝에서 나던 향과 같다. 샤넬 No.5.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아주 짙은 인공향. 하지만 그렇게 거부감이 생기는 향은 아니다.

  “얼마 전에 인터뷰를 봤어. 샤넬 No.5를 잠옷으로 쓴다고.”

  내가 말하자, 마릴린은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맞아. 나체로 자는 걸 선호한다고 말하려는데, 인터뷰어가 막더라고. 판도라 윌슨씨와는 참 다르게 말이야.”

  낯 부끄러운 소리와 함께, 그녀가 지팡이를 들어올린다. ‘달콤한 밤 인사’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라이플과 지팡이를 겸하는 그녀의 완드.

  “접견은 둘이서 한다고 들었어, 자기. 혹시 나랑 접견하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그녀가 나름 정중하게 묻는다. 나 역시 있는 그대로 답한다.

  “블로니야. 당신을 아주 선망하는 사람이지.”

  “그래?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네. 그 호러 영화 좋아하는 여자애 맞지?”

  “여자애? 블로니는 당신보다 나이가 많아.”

  “아... 그래?”

  어색한 침묵이 돈다. 솔직히 말해서 말할 거리가 많지 않다. 그녀의 관심사와 나의 관심사는 극과 극으로 다르니까. 일단... 안부나 물어볼까.

  “요즘은 어떻게 지내, 마릴린.”

  내가 묻자 그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영화 촬영 중이었어.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 때문에 뿌리 염색을 너무 자주 해서 머릿결이 많이 상했거든.”

  ... 뭐?

  “염색?”

  “아, 몰랐어? 나 원래 금발이 아니거든. 흑갈색 머리지. 탈색하고, 염색하고. 그렇게 금발로 다니는 거야.”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일이다. 그녀가 자연 금발이 아니었구나.

  “아무튼, 거기서 멍청한 여자 연기를 해야 해. 프랑스라는 나라에 유럽이 있다는 대사를 해야 할 정도로 멍청한 여자. 내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요즘은 그게 걱정거리야, 자기.”

  “맡은 배역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네.”

  “그런 건 아니야. 어떤 역할이든 나는 배우고, 연기자의 본분에 충실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는 이 일을 사랑하지. 그런데, 그냥 내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어쩔 수 없이 들더라고.”

  테넌트가 말한 변화무쌍한 여인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 나도 같은 여자이지만, ‘여인’이라고 할 수 있는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녀들보다 어리고, 이런 쪽엔 여전히 관심이 없으니까.

  “달빛 부두에 자주 온다고 들었어. 이유가 있어? 마릴린.”

  내가 묻는다. 그러자 마릴린은 멀리 호수 너머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한다.

  “그냥. 잘 모르겠어.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

  ...

  “영화 얘기는 들은 게 있어. 당신의 소속사에서 전달 받은 게 있거든. 그런데...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의 시대는 많이 꼬여 있어. 당신이 출연했던 영화는 미래 세대에서 본 영화고, 상업적으로 굉장히 성공했지. 알고 있었어?”

  내가 묻는다. 그 말 그대로다. 마릴린은 영화계에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모든 남성의 연인, 모든 여성의 우상이기도 했다. 그녀가 만든 영화들을 대부분 성공했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허나...

  “알아. 그리고 나는 죽었다고 들었지. 젊은 나이에 약물 중독으로.”

  ...

  “마릴린, 이번 접견에서 네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해줬으면 해. 나는... 그런 역사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말하자, 마릴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초점이 풀린 눈을 접는다. 대신 또렷해지고 당당해진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괜찮아. 적어도 재단은 계약을 아주 잘 이행하거든. 20세기 폭스사와는 다르게 말이야.”



  [11/11 13:59]

  여느 때처럼 여행 가방 안이다. 접견실 앞에 있기도 하다. 문을 연다. 아, 노크. 깜빡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냥 연다. 안에는 두 사람이 있다. 마릴린과 블로니. 두 사람은 내가 오기도 전부터 한참 동안 수다를 떨고 있던 모양이다. 걸스 토크라는 걸까. 다양한 제스처를 해가며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계속 떠들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았을 무렵에서야, 두 사람은 내가 온 걸 알아챘다.

  “뭐야, 버틴! 언제 왔어?”

  블로니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인사한다. 그녀 나름대로는 반갑다는 뜻이리라. 마릴린도 조용히 손인사를 한다.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준다.

  “방금 왔어. 일단, 오늘은 접견이야. 얘기를 들은 바가 있겠지만, 마도학자들 간의 관계 개선을 통해, 외근 시 협업력을 증진시키기 위함이야. 표면적으론 이렇고, 이 기회를 빌려서 두 사람이 못다한 얘기들을 자유롭게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어.”

  내가 말하자, 블로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다.

  “그런데, 내 접견 상대는 왜 제시카가 아닌 거야? 물론 나는 마릴린과 만나서 너무 기쁘지만... 조금 의외였거든.”

  그녀의 물음에 간단하게 답한다.

  “그야 제시카와 넌 개선할 관계가 없을 정도로 깊은 사이니까.”

  “아...”

  그러자 블로니의 얼굴이 은근히 불거진다. 기분 탓일까. 막상 얘기가 끝나자, 우리 모두 말이 없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한 건 매 접견 때마다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사교성을 믿는다. 마릴린은... 모르겠지만 블로니라면 정말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곧 블로니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그러고 보니,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 정말 그 마릴린 맞아?”

  블로니의 물음에 마릴린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맞을 걸? 마릴린이란 이름을 가지고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후대에도 나 한 사람 뿐일 테니까.”

  블로니는 마릴린의 말에 눈이 반짝이더니 자신의 자켓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다름 아닌 그녀의 아이디어 노트다.

  “이것 좀 봐줄래? 나도 머잖아 대감독이 되겠지만, 대배우의 시선에서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거든. 콘티를 짰는데, 어떤지 좀 읽어줘.”

  블로니가 노트를 들이밀자, 마릴린은 흥미롭다는 듯, 노트를 이리저리 읽어보기 시작한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르고, 곧이어 마릴린이 입을 연다.

  “생각보다... 괜찮은 시나리오네. 다만 호러 영화인 만큼, 카메라 앵글이 좀 더 급박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이 부분을 보면 ‘놀란 표정으로 급박하게 소리를 지른다’라고 적혀 있잖아. 시나리오라지만 조금 더 세세하게 적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가령 ‘눈이 휘둥그레지고, 크게 벌린 입으로’ 같은 식으로 말이야.”

  그 외에도 마릴린은 이어서 노트를 합평하기 시작했다. 블로니는 자신의 콘티가 가감 없이 비판 받고 있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열정적으로 듣고 있다. 뭐랄까.

  “둘 다 이미지에 안 맞는 것 같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나에게도 그런 편견이 있던 걸까. 금발 미녀는 모두 백치라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이다 테넌트도, 뉴바벨 씨도 금발에 굉장한 미인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각기 다른 분야에서 굉장히 지적인 사람들이다. 테넌트는... 유감스럽게도 사기에. 그리고 뉴바벨 씨는 자신의 사업적 재능에 굉장히 능력이 있다.

  물론 소더비와 릴리아라는 예외도 있지만... 릴리아는 군사적 분야에서 의외로 지적인 모습을 보인다. 전술 같은 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으면서도, 간혹 레일라니가 전술 관련 과제를 받아오면 곧잘 해결해준다. 소더비는... 상식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포션 제작에 있어서는 천재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편견을 갖고 있었을까. 그건 아무래도... 마릴린. 우리 시대에선 고인이 되었던 마릴린이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이리라.

  앞선 내 말에 블로니가 그렇게 말한다.

  “버틴,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바인주립대에서 멍청한 사람처럼 지낸 건 맞아. 방탕하고, 파티를 즐기는 금발 여자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젠 아니라고? 나에게도 꿈이 있는 걸.”

  그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마릴린의 눈은 뭐랄까. 놀랐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블로니. 물론... 내가 동생이지만... 신기하네. 어떻게 보면 너도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희생된 사람일 텐데.”

  그러자 블로니는 마릴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무슨 소리야, 마릴린? 마도학자들 사이에 언니 동생이 어딨어. 어차피 우리는 다 뒤죽박죽인 시대에 사는 사람인 걸. 그렇게 따지면 디케는 내 고조 할머니보다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된다고.”

  마릴린이 살짝 웃는다. 어이 없는 유머에 마음 속으로나마 웃은 모양이다. 이어서 마릴린은... 어쩌면 본인 마음 속에 있던 자줏빛 심연을 이야기한다.

  “사실, 조금 걱정했었어. 폭풍우가 오기 전에 나는 꿈을 쫓아 달리기만 하는 사람이었어. 그런데, 폭풍우가 오고,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빠져든 미래의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게 됐어. 금발로 염색을 하거나, 괜히 바보인 척하거나.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자들을 많이 봤었거든. 블로니, 너도 어쩌면 그 희생자 중 한 명이었겠지. 한때는 나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많길 바랐던 적도 있어.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어. 그런 사람들을 보면 늘 공허해졌거든.”

  마릴린의 말에 블로니는 가만히 듣고 있는다. 블로니가 학창 시절을 보내며, 인간들 사이에 섞여들기 위해 변했던 걸 생각하면... 그녀 역시도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릴린은 그런 블로니를 자신이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블로니는 자신의 아이디어 노트를 덮는다. 그리고 조용히 마릴린을 안아준다.

  “마음 고생이 심했겠네. 마릴린.”

  미래, 자신을 닮아버린 소녀에게, 마릴린은 위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도 생각해줬으면 해. 네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온전히 이 모습이 아니었을 거야. 더 안 좋은 모습이었을 수도, 더 좋은 모습이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니야. 나는 오히려 고마운 걸?”

  그러자 마릴린이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흐느끼며 블로니에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훌쩍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매일 내가 사라지는 악몽을 꿔. 내 지팡이가 없으면 한숨도 못 잘 정도로.”

  그녀가 자신의 지팡이를 꽉 쥔다. 저것은... 그녀의 완드이기도, 그녀의 라이플이기도, 그녀의 지팡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를 마릴린으로 만드는 하나의 도구다. ‘나는 그 지팡이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야.’ 언젠가 그녀가 말했었다.

  하지만 블로니는 그녀의 설움에도 개의치 않는다.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준다. 마릴린이 한참을 울고, 그녀의 눈화장이 얼굴에 새까만 눈물 자국을 그었을 때, 그녀의 울음이 비로소 멈췄다.

  정신을 차린 마릴린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말한다.

  “하, 얼굴이 완전 엉망이 됐겠네.”

  그러자 블로니가 말한다.

  “무슨 말이야. 너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인 걸. 물론, 제시카 다음으로 말이야.”

  그린레이크 소동 때, 그토록 어리숙해 보였던 블로니가 맞나 싶을 정도다.

  “마릴린,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어. 그 사실을 잊지 마. 당신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말한다. 그 말을 끝으로 마릴린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수 좀 하고 올게. 자기들.”

  그녀는 그렇게 접견실을 떠났다.



  [11/13 11:33]

  잠시 라플라스에 다녀왔다. 당연하겠지만 릴리아도 함께였다. 내일이 본인의 생일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하품만 연신 해대는 릴리아였다.

  메디슨 포켓이 전하길, 크리스탈로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있어서였다. 오랜만에 본 크리스탈로, 몸에 감싼 붕대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옆엔 이터니티 씨가 씁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다시 여행 가방 안으로 돌아왔을 땐, 왜인지 로비가 시끄러웠다.

  “금발 머리 무리수! 제발 조용히 좀 지내! 너무 시끄럽단 말이야. 너 때문에 창문 틀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매일 집중이 흐트러진다고! 게다가 네 방에서 나는 갈색 콩 냄새가 옷에 베일 것 같단 말이야.”

  “파란 머리 사이코, 너야말로 그런 쓸데 없는 건 왜 생각하는 건데? 우유나 더 먹고 가슴이나 더 키워야 할 때 아니야? 그리고 남의 방은 왜 들어와서 흐트러진 이불들을 정리하는 거야. 난장판은 내 방의 컨셉이라고!”

  로비를 걷고 있는데, 37과 블로니가 싸우고 있다. 제시카가 어버버하며 두 사람을 만류하지만, 소용이 없다. 고집이 센 두 여자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다.

  “너는 210보다 멍청하고, 210보다 시끄러워. 또 210보다 예의도 없어. 210도 자기 머리에서 떨어진 포도는 안 먹는데, 너는 자기 잠자리조차 치울 줄 몰라. 게다가 머리카락의 비율도 기하학에 기초하지 않은 중구난방이야.”

  “나 같은 천재를 그 입만 산 근육 돼지랑 비교한다고? 그러는 너야말로...”

  이 자리에 없는 210은 무슨 죄일까. 두 사람이 서로 옆방 신세가 되도록 만든 내 탓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을 만류하려고 하는데, 내 바로 뒤에서 누군가가 스쳐 지나간다. 조슈아다.

  “37! 블로니는 바쁜 일이 있어서 내가 데려갈 테니까 다음에 싸우면 안 될까? 어차피 너희 둘의 싸움은 지나가는 유치원생 수준으로 밖에 안 보이거든.”

  산만한 목소리의 조슈아. 그가 37에게 해맑게 웃는 얼굴로 얘기한다. 37은 이게 무슨 소린가 듣고 있다가, ‘이래서 무리수는 싫어!’라고 소리를 지르곤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호러피디아, 구해줘서 고맙긴 한데, 유치원생 수준이란 말은 무슨 뜻이야? 당연히 날 구해주려고 한 농담이겠지?”

  블로니가 조슈아를 째려보며 말한다. 그러자 조슈아는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이렇게 말한다.

  “농담이라니? 당연히 진담이지. 너의 금발 머리통에서 나오는 대화 수준은, 정확히 호러영화에서 제일 첫번째로 죽는 사람의 평소 언행 급이었어. 그런데 그 표현은 상대적으로 문장이 기니까 ‘유치원생’이라고 줄여서 표현한 거지.”

  당연하다는 말투로 말하는 조슈아에게, 블로니가 분노의 꿀밤을 먹인다. 그러자 그는 블로니에게 자신을 왜 때리냐고 항의한다.

  “어차피 말로 해도 들어먹지도 않을 거잖아. 지 혼자만 잘났지.”

  블로니가 짜증을 토로하는 중에, 제시카 역시 조슈아에게 꿀밤을 먹인다.

  “너는 또 왜 때려. 제시카.”

  그러자 제시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답한다.

  “그야, 제니퍼가 때렸으니까? 제니퍼를 괴롭히면 너라도 용서 못해.”

  “나는 괴롭힌 적 없어, 제시카. 난 그저 당연한 말을 했고, 블로니는 그냥 자기 화를 못 이겼을 뿐이라고.”

  조슈아가 그렇게 말하며 안경을 고쳐 쓴다. 그나저나, 그는 블로니에게 무슨 용무가 있는 걸까.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는다. 곧, 조슈아가 블로니에게 용건을 말한다.

  “아무튼, 블로니. 이번에 네 영화에 마릴린이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그걸 물어보려 했거든.”

  ...

  “어, 맞아. 너보다 마릴린이 내 콘티에 훨씬 도움이 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너처럼 싸가지가 없는 사람도 아니거든.”

  “싸가지가 없다니. 내가 네 재미 없고, 형편 없는 콘티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너의 그 말하는 방식이 굉장히 싸가지가 없다는 거. 인지하고 있지?”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 블로니. The thing이라는 호러 영화에서처럼,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은 일찍 죽기 마련이라고.”

  “하, 미친 놈. 그래, 알았어. 그래도 네가 저 숫자놀음 하는 녀석보단 낫겠지. 싸가지는 없어도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으니까.”

  ... 아무래도 새로운 싸움이 열릴 것 같다. 제시카의 사슴귀가 쫑긋거린다. 그녀는 천천히 네 다리를 굽히고, 복도 바닥에 앉아서 두 사람이 싸우는 걸 관찰한다. 마치 재밌는 개그 영화를 보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으면서.



  [11/13 12:00]

  “어머, 자기. 여긴 또 어쩐 일이야. 접견은 끝났는데.”

  달빛 부두. 정오지만 노을이 진다. 이곳의 날씨는 역시나 변화무쌍하다. 마릴린은 여느 때처럼 달빛 부두의 호수 쪽 난간에 기대어 있다.

  “당신을 보러 왔어. 블로니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다고 들었거든.”

  그녀는 오늘 자신의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하트 모양 안경태, 새까만 안경알. 여전히 어딘가 비어 있는 눈동자를 하고 있을까. 그녀의 눈빛을 알 순 없다. 다만 그녀의 숨소리에서 한숨은 느껴지지 않는다.

  “맞아, 그러기로 했어. 처음 영화를 촬영하게 됐던 그때가 떠오를 것 같아서. 물론 재밌을 것 같기도 했어. 출연료를 블로니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녀가 넌지시 말한다. 목소리에 묻어났던 진지함은 조금 사라진 것 같다.

  “자기, 그거 알아? 샤넬 No.5는 최초로 인공 향으로 만들어진 향수라는 거.”

  “인공 향?”

  “그래. 자연에서 만들어낸 향을 섞어 만든 향수가 아니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향을 섞어서 자연스럽게 만든 향수지.”

  “그건 몰랐어.”

  “다들 잘 모르는 사실이지.”

  잠시 후, 그녀가 손가락에서 반지 하나를 빼낸다. 금으로 만들어진 얇은 반지다. 큐빅이 박힌 반지는 아니다. 오히려 깔끔하고, 정갈하다.

  “까르띠에에 주문 제작을 넣었던 반지야. 받아줄 수 있어?”

  ...

  “갑자기 왜 이런 걸 주는 거야. 마릴린.”

  나는 악세서리를 끼는 데엔 취미가 없다. 더욱이 이런 선물은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고가일 테니까. 내가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자, 마릴린은 선글라스를 벗는다. 그녀의 눈을 본다. 파란 눈동자가 왜인지 좀 더 밝은 하늘색 눈동자가 된 것만 같다. 오늘 그녀의 눈은 또렷하다.

  “예전부터 답례를 주고 싶었거든. 겉모습이 아닌 내 영혼에 투자한 건 당신과 친구들 뿐이니까.”

  ... 반지를 받는다. 더 이상 거절하는 건 그녀도 원하지 않는 일일 거다. 반지를 왼손 검지에 끼워본다. 맞지 않는다. 중지는 검지보다 두꺼우니 당연히 맞지 않을 테다. 약지에 낀다. 딱 맞다. 왼손을 들어올려, 노을에 비춰본다. 금빛 반지가 노을 빛에 물들어 빛난다.

  “영화,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네. Z씨에게 지원 예산이라도 부탁해볼까?”

  내가 묻자, 마릴린은 이렇게 답한다.

  “아냐. 저예산 영화도 나쁘진 않을 테니까. 이번엔 머리색도... 내 원래 머리색대로 연기를 해보고 싶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눈이 간다. 여전히 반짝이는 금발이다.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본다. 그녀의 정수리 언저리 깊은 곳, 머리카락 뿌리의 색이 보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갈색 빛이 묻어나고 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라는 영화... 촬영에 차질은 없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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