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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수학과 메일리 교수 - 2

dd(218.146) 2024.05.15 15:50:09
조회 328 추천 4 댓글 4
														
"이대로라면 진짜 위험할지도..."

그녀가 중얼거린 한 마디에는 스바루가 말한 패널티를 의식한건지,

자신의 안전을 문제 삼는건지ㅡ 아니면 둘 다 인지도 모른다.

한 때 로즈월 저택을 표적삼아 엘자와 주변 지리에 대해 조사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밀로드가를 걸어서 벗어나도 어디로 가면 뭐가 나오는지는 대충 길의 방향을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메일리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요소는 사람이였다.

평화의 시대에 물자를 가득 싣고 각 저택을 왕래하는 용차상인들,

그보다는 형편이 좋지 않아 말과 수레를 이용해 길을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이

말 없이 어디론가 혼자서 쓸쓸히 걸어가는 남색 머리의 소녀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귀여운 숙녀님, 어디로 가시는진 모르겠지만 모셔다드릴까요?"


"어이, 꼬마 아가씨, 미아가 된거여? 여기 얼른 타!"


그녀는 무표정과 무응답이 일관된 조용한 태도로 무시했다.

사람들은 결국 몇 마디를 더 걸다 포기하고 가던 길을 가버린다.

그렇게 해서 양 쪽 신발 밑창에 풀과 진흙이 한창 섞일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걸어가 닿은 곳은 또 다시 루그니카 수도였다.

본능이 이미 익숙한 장소라는 안도감을 이정표로 삼아 몸을 이 곳 까지 데려왔다는 증거이다.

도착하고나서 그녀가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은 누가 쓰다가 버린 천 조각을 작은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

머리에 망토처럼 씌워 정체를 가리는 것이였다.

이성이 계산하기 이전에 자신은 그저 손 쉬운 먹잇감임을 본능이 먼저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고 있다.

심리가 동요한다. 분명히 어제는 깨끗히 정돈되어 아름답게 보였던 도시가 이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장 안전하게 느껴져야할 대도시가 그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장소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동물처럼 어떻게든 안심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며 불안해하고,

아까부터 사방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들이 심리를 어지럽게 자극하고 있다.


"나중에 저기서 한 잔 할래?" "어이 형씨! 링가 어때? 루그니카에서 제일가는 품질이라고!"


"어디 보자.. 이거랑.. 이거랑... 저거면 되겠지?" "아니 바보야, 이게 더 싸다니까? 저건 순 덤터기라고."


"너 얌마, 어제보다는 몸 상태가 좋은 것 같은데, 뭐 좋은 거 먹었냐?"


"어제 일은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엄마, 나 저거 갖고 싶어요~"


"그 남자 보기보다 괜찮던데, 나라면 누군가한테 뺏기기 전에 먼저 말 걸어볼걸?"


"그러니까..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그러면 화낼거라고."



탐색 과정에서 웃으며 말을 나누고 길거리를 밟으며 일상에 물든 사람들이 자꾸 아른거린다.

그 불필요한 행동들의 저의가 메일리에게는 불가사의하게 다가왔다.

그녀에게는 사랑을 가르쳐줄 친부모가 없었다.

사람들이 왜 서로를 걱정하고, 불편함을 이해해주고,

죽을 때는 때때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다 죽어갔는지

정말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에, 짜증이 치민다. 그냥 살아오면서 필요하다면 그냥 죽였을 뿐이다.

이때까지 배운 것이라곤 마수와의 교감과, 효율적인 살인 방법과, 대화를 원활케 할 일말의 사교성이 전부.

가치관이 글러먹었다며 누군가 교정해주기에는 시기가 늦음을 넘어 이미 자연스러운 수준이였다.

분명히 어제는 이렇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가 듣고 보는 관점을 반전된 심리가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이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방해물인지 만을 빠르게 저울질하고, 나머지는 배제한다.

어제 이미 봤던 공간 들이 슬슬 시야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메일리는 머리를 감싼 천을 두 손으로 지긋이 누른 상태에서

상체를 들어 광장 시계탑의 초침 들을 조심스레 눈에 담아둔다.

아직 오후 2시 쯤이다.

다행히 약속한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었다. 이제 은신처만 찾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외진 골목들을 다음 행선지로 정한 것은 지극히 메일리다운 행동이였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오후 3시 직전이 되어서야 그 골목길들 조차 죄다 꼬마들 아니면 행상인들의 차지라는,

그저 싱거운 수확 만으로 끝나버려, 은신처를 찾을 생각은 레일과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으로 미뤘다.

약속 시간이 임박했지만 메일리는 되려 느긋하게 광장 변두리에 박혀 있는 의자에 벌러덩 눕는다.


"후우..."


다리를 쭉 뻗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빈틈투성이의 안일한 여유.

거래 상대에게 그 어떤 조바심이라도 보이면 안 된다는,

그것이 허세랄지라도 경험에서 우러나는 다분히 합리적인 행동이였다.

오후 햇살이 쓸데없이 눈 부셔 눈을 감은 뒤 천으로 앞 얼굴을 아예 가린다.

그녀의 현재 처지를 숨기기라도 하듯,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누군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잠시 후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몸 옆구리 쪽에서 들렸다.

"흠흠."

평범한 신사가 소녀의 옆에 조용히 붙어 시간에 때 맞춰 왔음을 헛기침으로 내비친다. 레일이다.


"왔구나, 그럼 안내해줄래?"


그녀는 적당히 대답하며 얼굴을 가린 누더기 천을 호주머니에 꾸깃꾸깃 우겨 넣는다.


"저를 따라오시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 사람의 걸음걸이는 건물들 사이에 삐져나온 어느 한 외진 골목길로 향했다.

그 곳의 입구는 메일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곳이였다.

그 길로 1분 남짓 걷다 두 명은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른다.

그 끝에서 망보기 역할을 했던 남꼬마 두 명이 내기를 하던 도중이였다.

레일이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아이들이 먼저 대답한다.

"방금까지 아무도 안 왔어요." "맞아요."

"잘했다, 둘. 약속이다."

그가 신사복 하의 왼쪽 주머니에서 은화 셋을 꺼내더니

한 명에겐 은화 1닢, 한 명에겐 은화 2닢을 건넨다.

은화 1닢을 받은 쪽의 꼬마는 불평하며 따진다.

"쟤는 2닢인데 왜 저만 1닢인거죠?"

"네가 늦게 대답한 쪽이였으니까." 이유는 간단했다.

"크흐흐, 바보." "너, 재수 없어."

메일리는 그 대화를 보며 살짝 안도의 웃음까지 짓는다.

그래. 이런 곳이야말로 나에게 익숙한 세계야.

"이제 둘 다 가보도록 해. 비밀은, 알지?"

그의 말에 꼬마들은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구부린 다음,

주둥이를 잡더니 한 쪽 방향으로 쓸어내린다. 입을 잠근다는 표현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꼬마들은 숙녀와 신사를 뒤로하고 방금 전 서로 끝장내지 못한 내기를 떠올리며 조잘거렸다.



"저 누나, 나중에 죽을까, 살까? 어디에 걸래?" "이번에도 죽는다에 건다."


"내가 죽는다고?"


골목에서 떠나가며 떠들어 대던 꼬마들의 잡담을 엿들은 그녀가 레일에게 태연하게 되묻는다.


"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아직은 돌이킬 수 있습니다. 보상도 아직 입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여기는 막다른 골목인데 이제 와서 협박이라도 하겠다는거야? 재미없게..."


"계속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되돌아 가시겠습니까? 대답을 정해주십시오."


"저기, 아저씨가 무슨 사람인지는 관심 없는데 뭘 하려는 지는 아직 궁금하거든? 그러니까 어서어."


"잘 알겠습니다."


아까 동전을 꺼낸 주머니가 아닌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그 손에는 대형 못 같아보이는 물체를 쥐고있다.

그 물체의 손잡이 어딘가 특정 부위에 손가락을 짚더니 똑딱하고 단추를 끼우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의 손 안에 있는 뭉툭한 머릿 부분은 그대로 인 채 손잡이 부분만 지팡이처럼 순식간에 촤라락 길어졌다.


"헤~ 신기하네에"


그의 귀에 순수한 소녀의 감탄처럼 들렸다.


"놀라기는 너무나 이릅니다. 즐거움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지팡이가 되어버린 물체를 오른쪽 벽에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 처럼 몇 군데를 차례대로 툭툭툭 두들긴다.

자세히 보니 벽에 미세하게 튀어나온 부분 만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ㅡ드르르륵

지팡이의 크기와 알맞은 구멍이 벽 중앙에 생겼다. 열쇠 구멍이다. 그는 그곳에 지팡이를 꽂아 넣는다.

ㅡ쿠구궁ㅡ구궁

착각이라 믿을 정도로, 원래 없어야 했던 문이 즉각적으로 벽에 드러나 시각화 된다.


"저 곳으로 들어가면, 시작입니다. 보상의 시간 단위는 각각 시간, 분, 초가 있습니다. 원하시는 화폐 단위도 골라주시길."


"당연한 거 아냐? 무조건 초. 성금화 단위로."


"하하, 당신의 말이 물론 맞습니다. 들어가시면 그때부터 1초마다 제가 성금화 한 닢씩 불려드리도록 하죠."


"시간은 어떻게 잴 거야아?"


"만전입니다. 안쪽에 모래시계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100% 정확하진 않지만, 그 정도는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만."



그가 문을 연다. 한 손은 문을 살짝 열어 지지하고, 한 손은 메일리에게로 펼쳐 입장을 환영한다는 뜻을 신사답게 표현한다.

뭐가 어떻게 되든 이제는 메일리 자신 혼자서 이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그의 배려 속으로 파고들며 문 너머로 들어선다.

낯선 공간에 입장하자마자 어제 보았던 긴 머리의 여자가 메일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레일이 긴 머리 여자를 향해 고개를 한 번 까딱이자

그녀가 선반 위에 있던 작은 모래시계를 위아래로 뒤집어 아까 메일리와 말했던 그의 약속을 대행한다.

다리를 꼬고 벽에 기댄 자세로 방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그 여자는 레일에게 말을 건넨다.


"되게 쉽게 데려왔네. 레일. 나도 이런 건수만 걸리면 좋겠는데?"


"당신은 그 급한 성미부터 고치지 않으면 안되겠더군요."


"지금까진 이야기대로네. 그 꼬마 숙녀가 어제 그 옷 가게로 가는 걸 어떻게 미리 안거지?"


"며칠 전부터 안에 두 세명 심어놓았었고, 그 집사와도 거래를 했죠. 이번엔 좀 더 공들여 세운 계획이니까.

미리 알았다기보다는 중앙 광장을 무조건 한 번 거친다고 했으니, 거기까지라면 나머지는

제가 그 장소 근처에 있기만 하고 당신이 그녀를 유인하면 준비는 끝난 셈이였죠."


대화를 잠깐 정지시키고, 그는 아직 열쇠구멍에 끼여있는 지팡이를 회수하려 했다.

그의 손가락이 지팡이의 끝 부분을 살짝 만지자 촤라락하는 소리와 동시에 좀 전에 목격했던 큰 못 형태로 되돌려진다.

그것을 레일이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으로 행동을 마무리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방 안의 유일한 바람 구멍이 비밀문과 함께 벽의 형태로 복구 된다. 이제 외부로부터 다시 완전한 폐쇄상태다.

방 안 곳곳이 미리 켜둔 촛불들이 없었다면 완전한 암흑만이 방을 채웠을 정도로 은거와 은닉에 더 없이 적합한 공간이였다.

응당 할 일을 마치자 머리의 신사모자를 벗고 선반 위에 놔둔다.


"뭐랄까.. 섬세하네 그래."


"이제는 평화의 시대입니다. 야만적인 방법을 쓰는 건 품위가 없죠. 조금만 머리를 쓰면 될 일입니다."


"계획이 어긋났다면?"


"어차피 장소와 공략할 대상만 바꾸면 됩니다.

금전이야 불어 나기만 하고, 빠져나갈 기회도 시도할 기회도 셀 수 없이 많죠."


"역시 당신과 같이 일하길 잘했다니까."


"그래서, 난 뭘 하면 되는데? 하려는 게 뭐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의 대화에서 갑자기 소외된 신세가 되어버린 메일리는

못 마땅해 하며 팔짱을 끼고 그에게 다음 단계를 재촉한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레일이 여자에게 눈신호로 언질한다. 곧바로 여자가 메일리의 몸 수색을 하기 시작한다.


"가만히 있어"


여자가 메일리의 상체부터 하체까지 빠르게 더듬는다. 그 다음 주머니들을 뒤진다.


"잠깐만... 좀 상냥하게 하라구"


"..이건 뭐지? 천 조각인가?"


메일리의 호주머니에서 유일하게 나온 물품이였다.

그녀는 재빨리 뒤집고 펼치다가 별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이상 없음."


그녀의 확언에 고개를 끄덕인 레일이 선반 위의 모래시계를 한 번 뒤집은 후 한 손으로 챙기며

앞에 닫혀있던 방문을 남은 한 손 으로 연다.

문을 열자마자 메일리에게 익숙한 소음이 귀를 메우기 시작한다.

그 곳에는 레일이 지금까지 정성스레 수집한 자잘하게 반짝이는 품목들 외에도

비교적 방 구석에 다른 것들과는 멀찍히 떨어져, 철창에 갇혀 괴이한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각자 뱀, 개, 박쥐 모양의 마수들이였다.

철창 우리 안에 던져진 아직 싱싱한 인육덩어리의 뼈와 살점을 구석구석 씹으며

굶주림을 짓이겨가는 소리가 혈흔과 함께 방에 한창 울려퍼지고 있던 도중이였다.

아마도 메일리보다 일찍 도착해 레일과 또 다른 제안을 나누다 결렬 되어버린 선약 손님의 몰골이다.


"와! 오랫만이다, 얘들아아~"


마수를 발견한 메일리의 눈망울에 생기가 그려진다. 아까 지었던 지루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다.

"여기서 제안입니다. 저는 믿을 만한 정보통으로 당신이 이미..."

레일은 구석에 모래시계를 내려놓고 본론을 꺼낸다.


"응, 알고 있어. 저택 하인들 중에 당신 네 사람이 있다는 거.

오늘 아침에 집사가 나한테 말해줬는걸?"


"아... 그렇군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이번에 그들의 계획을 선택할건지,

제 쪽의 계획을 선택할건지 부디 골라주십시오. 당신의 정체는 마수 조련사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당신께 마수를 제공하고, 당신은 그 마수들로 관중들을 열광 시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제 계획은 마수 투기장을 개최하는 것이 되겠군요."


긴 대화를 시작하며 평소처럼 레일은 진중하게 메일리를 설득해보려 한다.


"계속해 봐. 듣고있다구~"


레일이 입을 움직이는 사이 우리에 가까이 다가가

그녀는 손가락으로 마수의 이빨에 닿일 듯 말 듯 장난질을 한다.

마수들은 처음에 위협적인 소리를 내더니

으드득으드득 소리를 내고 냄새나는 침을 뒤섞으며 재차 인육을 열심히 뜯기 바쁘다.

그녀에 시선에 다른 물건들은 안중에도 없다.

모래가 다 떨어진 시계를 다시 뒤집으며 그가 대화의 논점을 바꾼다.


"당신만이 유일합니다. 마수들은 해악만 끼치는 존재들이죠. 당신이 조금만 조력해준다면,

앞으로 평생 저와 당신 모두 금전으로 불행할 일은 없을 겁니다.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수 토벌로 돈벌이를 한다? 마수의 위험성을 알린다? 그런 생각따위,

지금 이야기에 비하면 너무나도 좀스럽게 느껴집니다만."


정론처럼 느껴진다. 메일리에게 있어서도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더 이상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사람을 죽일 필요도 없다.

희생물은 마수들 만이면 족하는 명쾌한 해답이다.

어차피 마수들은 죽고 죽이기 위한 존재들이다. 그 존재를 이해할 필요도 이유도 없으며

적어도 세상 사람들의 통념에는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 외에 일말의 의미조차 없다.


"지금은 평화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본성은 다툼을 좋아하는 법이죠.

아인전쟁만 봐도 그렇습니다. 역사에는 전쟁이 언제나 함께였습니다.

투기장은 저마다 가진 투쟁욕을 조금이라도 대리 해소 시켜줄 출구로 역할하게 될 겁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는 뭘 굳이 마수끼리라는 규칙도 없어질테지요.

원한다면 자신이 마수와 어울리며 투쟁욕을 뽐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야기에 사견을 은근히 덧씌운다. 투기장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절대적인 돈벌이 수단도 될 수 있다는 매력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제시한다.

시간이 된 듯 모래시계의 상하부를 재차 뒤바꾼다.


"그래서? 철창을 열어달라구. 이 아이들, 갇혀있는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하니까아."


신사의 지루한 주장 끝에 돌아오는 간단 명료한 메일리의 대답. 레일의 표정이 처음 극적으로 바뀐다.

눈매가 가늘게 늘어지고, 이빨을 살짝 드러낸 채 양쪽 입가가 벌어지며 조용한 함박미소를 짓는다.


"옳은 선택입니다."


그는 닫힌 방문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린다. 곧이어 여자가 들어와 레일에게 묻는다.


"이야기는 잘 됐어?"

"네."


ㅡ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 순간 그녀가 무방비하게 우리 주변에서 장난을 치던 메일리의 뒤를 덮친다.

한 팔로 목을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 속에 숨겨두었던 작은 칼을 꺼내 목을 겨눈다.

반항할 틈도 없는,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동작들이였다.


"저기, 이건 무슨 의미?"


목덜미에 살짝 닿아 예리한 감각을 느끼고 있는 채로 메일리가 질문을 낸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마수에게 아무 명령이나 내려보시죠. 당신의 가호를 저희들께 증명해보이는 겁니다."


그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주의를 주는 동안 레일이 분명한 어조로 지시했다.
"칫칫" "칫칫ㅡ칫칫"

목에 여전히 흉기가 차갑게 겨눠진 채로 메일리가 마수들에게 신호한다.

마수들이 갑자기 달콤한 과자를 입에 문 아이들처럼 얌전해진다.

그 순간을 본 레일의 얼굴에 한번 더 화색이 돈다.

앞으로 마수들은 좁은 쇠 철창이 아닌 마종의 가호라는 또 다른 우리에 갇히게 될 운명이다.


"잠깐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저는 직접 본 게 아니면 믿지 않는 주의라서요."


그가 멋쩍게 웃으며 사죄의 고개를 숙인다.

여자는 흉기를 급소에서 거두고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은 다음 뒤로 물러선다.

결코 마수 조련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였음을 진실한 어조로 답한다.


"흥이다, 뭐! 이제 다 된거지?!"


뺨까지 잔뜩 부풀려 그의 말을 무시한다. 목숨을 위협한 것 치고는 그 대가의 무게가 너무 가벼운 탓이다.



"4분 정도겠군요. 성금화 240닢을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시길,

부디 다른 것들은 손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마수들은 아직 갇혀 있는 게 좋겠군요.

때가 되면 풀겠습니다. 지금은 물건들을 회수하고 당신과 함께 여길 떠날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가 모래시계를 다시 놓고, 다시 정중한 어조로 메일리를 잠깐 달랜다.

여자와 레일이 동시에 방에서 나간다. 방에는 이제 얌전히 동면하는 마수들과 금전품들, 그리고 메일리 뿐이다.

자신 밖에 남지 않게 되자 메일리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사랑스러운 마수들을 보면서 호주머니에 깊숙히 꽂혀있던 천 조각을 꺼내며 말 한 마디를 내뱉는다.


"이제 시작해볼까나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방문이 다시 열리자 레일과 여자를 반긴 것은 마수들의 이빨이였다.

죽이라는 주인의 간단한 명령과 끝을 모르는 굶주림이 얼기설기 엮여져 마수들의 공격성이 극에 달했다.

손쉽게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녀의 비명소리가 빠르게 메일리의 청각으로 부닥쳐왔다.

두 사람은 우리에 갇힌 마수들이 어떻게 열쇠 없이 풀려났는가에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인생에서 처음 겪는 종류의 아픔을 느끼고 발버둥치며 그저 소리를 내지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무작정 박아 넣으려 하기 보다 메일리의 무자비한 지시에, 마수들의 치아가 비교적 부드러운 살점만을 파고들자

피부로부터 보호 받았던 혈관이 사정없이 찢어지고 난도질당해 혈액들이 고통을 내지르며 별 수 없이 밖으로 삐져나온다.

출혈들이 곳곳에 생기기 시작한다. 그들이 다른 곳에서 가지고 온 성금화가 담긴 상자가 맥없이 널부러져

방바닥에 흩뿌려진 빛나는 금색 동전들이 핏방울들과 함께 벌써부터 슬쩍 밑그림을 그려놓는다.

곧 있으면 붉은 색의 물감들이 난잡한 그림처럼 칠해져 밀실 전체에 완성될 지경이다.


"크어아윽... 왜... 왜... 어..어째서.. 아니..어떻게..에...으크아...악...그만.. 아..제발...으그윽.. 제발..이하아악!!"


"멈춰."


팔짱을 끼며 고압적으로 서 있는 조련사의 명령을 즉각적으로 따르며 박힌 이빨을 별 수 없이 빼내고

이 사이에 끼어 미처 씹지 못한 살점들을 혀로 맛보며 마수들이 입맛을 다신다.


"첨엔 난 거절하려고 했거든. 근데 계속 날 속여대니까 말이야. 그냥 이렇게 해야겠더라고."


"으... 무슨...?"


"저기 있는 동전들, 어떻게 만들었는진 몰라도 전부 가짜잖아.

집사에게 들을 때 만해도 확신은 안 섰는데 이젠 알겠더라고.

아까 그 꼬마들한테 준 것도 모두. 왜냐면 당신은 돈 얘길 꺼냈으니까. 그건 적어도 진심이 느껴졌거든."


돈을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그는 상식을 고려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가치를 지껄였었다.

통화 중에서 제일 높은 가치를 가진 성금화로 가득 채운 상자를 너무도 약소한 댓가로 분명히 메일리에게 건네려했다.

조잡한 계획까지 벌여가며 종극에는 돈에 집착하는 모습까지 포함한다면 충분히 비상식적이다.


"투기장이니 뭐니 하는 지루하고 시끄럽기만 한 얘기는 마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을 이야기였고.

그리고 언제 밝혀줄려나 했지만 당신 이름도 레일rail은 가짜.

진명은 라이어liar라고 이것도 집사에게 미리 듣고 왔어.

아저씨, 정말 부지런했다던데? 루그니카뿐만 아니고, 계속 이곳저곳 잘 해먹고 도망다녔다면서?"


"이 망할 애 새끼가아!!!!"


흰자의 핏발이 꿈틀대며 여자가 소리친다. 기회가 온전했을 때 죽였어야했다.

그녀의 위험성을 얕본 적은 결코 없다. 다만 한 순간의 실수. 그것이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렀다.

고통에 고꾸라져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여자는 실수를 만회하려

품 속의 흉기를 메일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동안 몰래 꺼내 급소를 노린다.

반드시 죽인다는 살의를 띄우며 아까보다 동작이 빨랐다. 거리도 멀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어. 죽이면 해결 돼. 손을 빠르게 젖힌 뒤 소녀를 향해 힘껏 흉기를 던진다.


"ㅡ쉬이이익" "크르르륵"


흉기를 대신 맞은 것은 마수였다. 투척마저 메일리의 계산에 일찍이 포함되있었다.

메일리의 경험이 그녀의 움직임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했다.


"당신은 죽여야겠네. 쓸모가 없거든"


메일리의 정당방위. 마수들이 여자에게로 다시 달려든다.

레일, 아니 라이어는 거짓으로 그녀를 대한 댓가로 심판을,

메일리의 자비를 부디 바라고선 다친 상처들을 손으로 부여잡고

신음을 죽이며 무방비로 조용히 벌레처럼 웅크려 누워있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가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저렇게 되지 않을거니까.

그렇게 바라면서 청각으로만 느끼며 그녀의 최후를 접하는 면면을 최소로 제한한다.


"뭣...아..안돼.. 끄으...아아아악!!"


벌벌 떨고 있을 뿐인 눈 앞의 먹잇감에 포식자들의 흥분이 고취된다.

먼저 살점이다. 아까 못 다 물어뜯은 곳부터 인육 연회의 초입부가 시작된다.

겉피부를 전채요리처럼 맛 보며 박피하고 치아의 감각을 살리며 식탐을 잔뜩 돋군다.

여자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고 아직 치악력이 닿지 않은 모든 부위를 움직여

생에 대한 집착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생명체의 본능이 발악하는 모습이다.

흘러나오는 따뜻한 혈액들은 식전주처럼 쓰고 달다. 모조리 빨아삼켜 영양분을 취한다.

아직 군데군데 남은 살점 뭉텅이들, 힘줄과 핏줄들이 제멋대로 빠져나온 틈새로

연골들이 보일 만큼 흐느적대며 떨어댄다.

그녀의 성대까지 앞니와 송곳니가 닿자 그곳에서의 추레한 소리는 멈추고

동공은 풀려있어 줄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동작이 없다.

상체와 하복부에 한상차림처럼 정성스레 잘 모여 차려져있는 장기들은 제일 맛나는 주식들이다.

이빨로 잡아 뜯어내자 신축성 좋게 내장들이 어지럽게 튀어나온다.

가장 부드러운 것들 부터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한다.

기름기 섞인 액체들이 장기 조직들에서 튀어나와 맛의 풍미를 더한다.

그것들이 남아나지 않을 때 까지 씹고 핥다가 미각들을 정신없이 자극하다보면 뼈에 이빨이 닿는다.

비교적 단단한 뼈는 식후의 과자와 같은 디저트다.

동물들은 뼈를 남기지만 마수는 그렇지 않다. 으그적 으그적. 까그작. 으드득.

인간을 온전히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씹을거리가 마수에게는 맛 좋은 최고급 요리다. 짧은 연회가 끝난다.

바닥의 말라붙은 핏자국과 한때 체내의 내용물을 채웠던 유기물들 속에 잠긴 머리카락들만이

어떤.... 사람이 존재했었다는 듯한 암시만을 해주는 유일한 증거다. 여자는 이제 없다.


"자, 끝났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 나랑 거래하자. 거절하면 죽일게."


메일리가 웃으며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말투로 남자에게 다가가

살짝 앉은 자세로 일방적인 거래를 강제한다. 광기.

그녀의 순수한 웃음을 보며 그의 의식은 극한의 공포 속으로 비겁하게 도망쳐버린다. 그 속으로 침잠한다.

여태까지 이 곳에 들어서며 감히 은신처의 비밀을 알아버린 상태에서

거래의 성사 없이 살아나가려 했던 손님들의 최후들을 거리낌 없이 두 눈으로 적당히 경험한 그가,

이제는 자신의 차례가 온 것임을 인지하자 전례 없는 두려움에 그리 간단히 휩싸여버린 것이다.

의사를 잃고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눈알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빨이 떨리고, 체온이 낮아 추위를 느낀다.

온 피부가 까끌까끌해지며 털이 곤두서버린다.


"저기, 제대로 듣고있는거야? 그러니까, 오늘 일어난 일은 없었던걸로."

여자도, 나도, 둘 다 여기에 원래부터 없었던 거고. 실패해도 죽이러 갈테니까, 그럼."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두려워서인지, 고개를 움직이지 못하는 건지,

있는 힘껏 온 몸으로 대답한다. 안면의 잔근육들과 혀가 굳고 침샘은 고장나 소리를 낼 수 없다.

안구는 거의 반쯤 풀려 어디에 시선을 두는 지 방향을 망실해간다.


"이것들은 내가 잘 쓸게."

전리품으로 그의 품속에 있던 작은 지팡이와, 구석에 있던 모래시계를 챙겨든다.

그녀의 하의 호주머니에 있었던 피로 물든 천조각을 꺼낸다.

그것에는 평소라면 그녀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어야 할,

보라색 머리핀 조각들이 잘게 파편화되어 가장자리에 오돌토돌 붙어있다. 꼭 열쇠처럼 생겼다.

이젠 필요 없다는 듯 그의 머리맡에 버린다. 메일리의 옷에도 혈흔은 조금씩 이리저리 묻어있지만,

한 쪽 새끼손가락에는 마수의 이빨에 일부러 물린 자국이 확실히 있다.

그녀가 얇은 천조각을 잘게 찢어 우리의 딱 맞는 길쭉한 열쇠처럼 모양 낸 뒤

마수에게 머리핀을 깨부수게 하고 손 마디를 일부러 물려 그 출혈로 천을 빠르게 젖게 만든 후

침착하게 철창의 열쇠구멍에 끼워넣은 것 이였다.

아직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노력한 경험을 써먹은 덕분이였다.

다른 은닉처에 보관되어 있는 모조 성금화를 가지고서

남녀가 다시 방으로 돌아올 짧은 경과 사이에 마수들을 해방시키는 결과 따위,

본래라면 절대로 일어나지 못할 일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방 구석을 둘러보다 아직 쓰이지 못한 빈 상자 하나를 찾아낸 후,

마수들을 잠재워 그곳에 별 것 아닌 물건처럼 집어 넣는다.

그 후 뚜껑을 단단히 닫고 상자를 포함한 전리품과 함께 방을 나갔다.

지팡이를 꺼내 비밀문 쪽의 벽에 대고 아까 그 남자가 했던 시늉을 해본다.

그렇게 간단히는 열리지 않았다.


"앗차.. 곤란하네. 저기,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아?"


입구가 하나 뿐인 비밀공간은 상황이 끝난 후에도 비밀문을 순순히 열어주지 않고,

핏바닥이 칠해진 방 바닥에 죽은 듯 누워 공포에 너무도 빨리 굴복한 남자에게 질문을 하는 메일리의 자유를 잠시동안 가로막았다.



막다른 골목길 입구에서는 클린드가 손 안의 회중 시계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핏물이 옷 곳곳에 조금씩 묻은 메일리가 비밀공간에서 서서히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선

그는 고개를 천천히 움직여 눈썹의 미동따위 없이 똑바로 시선을 마주치며 말을 건넨다.


"혼자서 전부 해결하신겁니까? 다행이군요. 안심(安心)"


"..따라 온 거야?. 그거 그만 둬 줄래? 나 뒤 밟히는 거 정말로 싫어하니까아."


"안네로제님께서 당신이 저택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앞의 선택지를 저택으로만 강제하는 클린드의 대답에 메일리의 자세가 갑자기 축 처진다.


"ㅡㅡㅡ나 사실 나오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여기 이젠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은신처로는 못 써먹겠더라."

나, 너무 늦은 것 같아. 이제 완전히 나쁜 아이가 되어 버렸는걸? 쉬운 길을 선택해버렸어.

또 옛날 버릇처럼 사람을 쉽게 죽였어. 혼자서 다니는 게 좋았어. 수상한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더 행복했어."


비교적 긴 침묵 끝에 그녀는 스바루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잘못을 되뇌인다.

살짝 웃음을 짓는 허무한 미소, 초점이 없는 죽은 눈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계속 조용히 중얼거린다.


"저기, 클린드, 나는 이대로 계속 살아가도 되는....?"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가 마쳐지기 전에 클린드는 순식간의 움직임으로 그녀의 배후까지ㅡ

뒷목을 노린다. 손날을 세워 한 번의 정타로 깔끔히 기절시킨다.


"오늘 하루 대단히 고생하셨군요. 수고(受苦)"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동 떨어진 냉정한, 그러나 상냥한 행동으로 메일리의 하소연은

들을 새도 없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물론 그녀가 갖고 온 모든 소지품들, 비밀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던 라이어까지 둘러업고

골목길에서 조금 떨어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개인용 용차 뒷 공간에 전부 싣고서는 밀로드가로 되돌아갔다.

비밀 공간에 남겨진 모조 동전들과 수집품들은

앞으로 누군가 우연히 건물을 부수고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존재가 잊혀질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둑한 구름이 조금 끼고 검정색으로 바탕이 채워진 하늘 아래였다.

밀로드가 저택의 거실 한복판에는 밧줄로 한 남자를 힘껏 묶어둔 의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거지꼴처럼 땀에 일찍 젖을대로 젖어 지금은 말라비틀어져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를 내보이고 있었고,

군데군데의 살점과 옷들이 마수들의 이빨로 찢겨졌지만 출혈은 멎은 상태였다. 신사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주변엔 이제는 정체가 탄로나 손이 묶인 밀정 세 명이 함께 고개를 숙이며 서있었다.

하인들이 기립의 자세로 그 중심을 둘러싸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네로제가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클린드는 당주의 방에 있던 저택 금고 속 가보처럼 숨겨놓았던,

물 속성의 마광석처럼 생긴 미티어를 손으로 꺼내들어 그 남자에게 사용했다.

그러자 그 물체가 곧장 아름다운 빛을 내며 남자의 상처 따위를 은은한 빛이 어루만지며 치료했다.

은신처에서 부터 기절한 그의 의식이 아직은 돌아오지 않는다.

상처가 전부 아물어 진 것을 확인한 클린드는 미티어를 안네로제의 좌석 앞에 있는 단상 위로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다시 남자가 묶인 의자 앞으로 돌아와 서서 밀정들에게 근엄한 표정으로 사실 진술을 요구했다.

"여러분들은 근래의 부적절한 행동들을 이 자리에서 전부 밝혀주시길. 위증은 용납치 않습니다. 증언(證言)"


한 사람이 말한다.


"저는 그 동안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각종 소식을 이 남자에게 보고했습니다.

장보는 날을 이용해서 특정 장소에 보고서 형식의 종이쪽지를 두었습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이 말한다.


"저는 유통책을 담당했습니다. 이 남자가 필요하다고 전서구나 종이 쪽지를 저에게 보내면,

루그니카 광장에 갈 일이 생겼을 때 그 여자가 그 근처에서 만들어 가지고 온 모조품을 용차로 실어

그 남자의 은신처 앞까지 운반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 말한다.


"저는 저택 내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역할이였습니다."


밀정의 증언들로 그의 귓가에 소음이 끊이질 않자 의자에 묶인 그가 어느새 기절에서 벗어난다.


"으음...? 아."


이곳이 저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체념하지만,

의문 만은 참을 수 없었는지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집사에게 무례하게 질문을 던진다.



"...은신처에서의 거래는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차린거야?

알아채기 전에 빠르게 끝낼 생각이였는데..."


마수 조련사를 대할 때 와는 정반대의 말투다.

그는 대하는 사람마다 가면을 다르게 쓰고 거짓을 꾀하는 데에만 능숙한 모양이였다.



"ㅡ예전의 이야기입니다. 오토 스웬이라는,

내정에 대단히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 이곳에 잠시 일행 분들과 같이 신세를 의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행상인 시절 경험담엔 사기 당한 전례도 있었습니다. 당신의 조력자가 벌인 조악한 모조품도 포함해서 말이죠.

사려깊게도, 모조를 구별하는 깊은 지식까지 제게 가르쳐 주시더군요. 다만 그 덕분입니다. 감별(鑑別)"


"......밀정들은?"



"안네로제님께선 저택에서 일할 하인들을 사전에 가려서 뽑지 않습니다.

다만 뽑히고 나면 서로를 항상 감시하는 교육을 시키라고 저에게 명할 뿐입니다.

각자의 거름 망에 서로의 허술함이 걸러져 결론적으로 모든 구석이 저에게 보고됩니다.

저택을 올바르게 관리할 당주의 당연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만? 감독(監督)"



"...그런가.. 그럼 이제 난 어떻게 되는거야?"



"당신의 과거와 근래까지 저지른 무수한 죄의 행적을 모두 따졌을 때

경험적인 이야기로는 사형으로 가볍게 확정지어졌겠습니다만..

지금 이 곳 루그니카는 에밀리아 님께서 왕선을 승리하고나서 급격히 많은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로서도 확언은 드릴 수 없겠군요. 보류(保留)"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거네? 크히.."


어떻게든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자 체념이 사라지고 순간 비굴한 미소를 짓는다.

은신처에 있을 때와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ㅡ당신이 수도에서 적법한 심판을 받기 이전에, 이 곳은 메이더스령의 분가에 속합니다.

로즈월 L. 메이더스 변경백님의 말씀으로 알맞은 처분이 먼저 내려지겠죠.

그 때 까지, 당신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이 곳의 지하실에 신병이 구속될 겁니다."


사죄의 자세 따위는 일절 없는 범법자의 천박스러운 태도와 말투에 맞서면서도,

감정을 내놓지 않고 안네로제는 이미 나이에 걸맞지 않는 냉정을 대화의 마무리에 담아낸다.

그녀의 눈빛은 무너지지 않는,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책임감으로 색칠되어있다.

평범한 당주의 입장이였다면 괘씸죄를 가져다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을 했어도 주변이 평범하게 납득할 일이였다.


"데리고 가세요."


"네"


안네로제의 명에 집사와 하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저택의 지하실로 포박된 무리들을 끌고 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연회실에서 피아노가 손가락의 어루만짐으로 부드럽게 연주되는 느낌처럼,

저택 주변의 수풀들을 둘러싸 자리잡고 가지에 앉은 조그마한 조류들의 낮고 작은 음이 무작위로 섞인 아침 합창 속에서

안네로제는 집사보다 살짝은 느린, 그러나 항상 규칙적인 시간에 침실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또 다른 아침이 저택의 지붕을 비추기 시작한다.

2층 당주의 방 침대 옆 책상에는 잉크병과 마른 깃털펜, 그리고 잘 봉인된 편지 하나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로즈월 변경백에게 범법자들을 어떻게 처분하길 원하냐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곧 보낼 서신이다.

어린 당주는 어제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도 꼬박 할 일을 잊지 않았다.


"클린드?"


"네"


안네로제가 아침 처음으로 방에서 소리내어 하루의 시작을 그에게 알린다.

집사는 당주보다 하루도 빠짐 없이 일찍 일과를 시작해놓고,

아침의 모든 준비, 즉 하인들의 움직임들을 검사한 후 그녀의 기상시간에 맞춰

당주의 방 앞에서 하인 몇 명들과 함께 항상 대기하고 있다.


"그녀는 방에서 아직 자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수면(睡眠)"


방문을 사이에 두고 안네로제는 저택의 일과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클린드는 당주의 말에 따라 대답하며 짧은 보고를 수행한다.


"그녀가 깨어나면 알려주시길."


'네"


클린드는 주변에 있던 하인 한 명을 시켜 메일리의 기상을 알리게 했다.

방에서 나온 당주는 손에 쥔 서신을 클린드에게 직접 건넸다.


"이것을 로즈월 L. 메이더스 변경백님께 전해주세요."


"네"


이번엔 그가 계단 아래로 천천히 직접 내려간다. 저택의 전서구를 이용할 작정이다.

안네로제는 1층 다이닝 룸으로 가는 길에 하인들의 안부 인사들과 보고를 받으며 아침 식사를 맞이하러 간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이윽고 평온한 아침의 끝 무렵에 클린드와 안네로제가 하인으로부터

메일리의 기상 보고를 접하고나서 같은 층에 있는 메일리의 작은 방문 앞에 같이 다다른다.

안네로제가 방문을 가볍게 노크한다.


"응.. " 아직은 덜 깬 목소리다.


클린드의 두 팔은 나무로 된 쟁반을 받치고 있다. 그 위에 방금 끓인 찻 잔 두 개가 향기로운 김을 뿜고 있다.

어제 옷 가게에서 사 놓은 예쁜 평상복 차림의 메일리가 방문을 연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 방 탁자 위에 클린드가 나무쟁반을 내려놓고,

비치되어있는 나무 의자에 안네로제가 앉는다. 메일리는 다시 침대의 푹신한 가장자리에 앉은 자세로 몸을 살짝 놓는다.


"ㅡ저기, 이건 나 몰래 전부 계획된 거 였지?"


대화의 시작을 메일리가 먼저 가로챈다.


"저는 은신처에서 모조 성금화를 받고 당신의 유인 만을 목적으로 거래했을 뿐

그 은신처에 있었던 안쪽 방에 마수가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까지는 몰랐습니다.

그 방은 방음 처리가 되어있더군요. 차단(遮斷)"


곧은 자세로 모노클을 만지며 클린드가 먼저 대답한다.


"그러면 마수까지는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


"네. 하지만 당신이 가호 소유자라는 사실은 그가 저와 거래하기 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으니,

마수로 당신을 설득 시키려 했던 건 결국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는군요. 납득(納得)"


"그걸 알면서도 날 거기까지 놓아줬던 거?"


"거기서부턴 제가 이야기하죠."


안네로제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 차례를 뺏는다.


"그건 집사가 아니라 저로부터 나온 생각이였습니다.

저택에서 일주일 내내 가만히 지내고 만 있는 당신을 보고,

이대로는 아무 변화도 없는 채 끝나겠다 싶더군요.

간단히 말해서, 계기를 만든 겁니다. 당신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고 싶더군요.

만약을 대비해 클린드로 하여금 당신을 뒤 쫓게 했습니다."


"어째서 나 때문에 그렇게 귀찮은 짓을?"


"보통의 경우라면 당신을 그저 지나쳐가는 불순물로 생각했겠지만,

스바루 님께서 부탁을 해오시기 전에 당신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선 저와 당신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당신 모두, 지금은 친부모가 없죠."


메일리처럼 그녀 또한, 있었어야 했을 친부모가 모종의 사고로 사라져 있었다.

지금껏 책임감으로 넘쳐왔던 그녀의 행동들은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당주라는 신분이 그녀의 삶을 너무나 일찍이 선택하며

결국에는 그녀 자신의 의지로 살아온 날에 비해 올곧음이 지나칠 정도로 정신적 성숙을 이루게 된 이유에서다.


"그간 저택에서 비친 당신의 맥없는 모습은 과거의 제 자신의 모습과 겹치더군요.

주변인들의 여러가지 시선을 계속 받는 채로, 하기 싫어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라는 압박감이라던가,

어딘가 모자란 듯한 감정을 티내면서 살아갈 길의 방향을 잃은 채 자각 없이 때를 쓰며 행동한다던가 말이죠."


"ㅡㅡ나는, 나쁜 아이인걸까?"


"그 질문, 저는 답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당신의 행동만이 답해주겠죠.

그 사람의 행동이, 그 사람을 정의한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


"메일리 양, 당신은 아직 너무나 어립니다. 앞으로 잘 못할 판단도 행동도 셀 수 없이 많아지겠죠.

하지만 올바른 행동을 할 기회도 그 만큼 무수합니다.

물론 저도 당신이 해왔던 행동들이 용서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압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부모나 가족, 혹은 친구나 형제, 동생들은 있었을 겁니다.

당신은 필시 그 사실들도 신경 쓰지 않고 짓밟아 왔겠죠."


"...."


"생명의 가치는 그 만큼이나 하나하나가 무겁고 소중합니다. 범죄자든, 저든, 당신이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아니, 죽을 때까지 당신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겠죠.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면 안 됩니다.

도망치지 말고, 제대로 똑바로 짊어지고, 죄를 느끼며, 그럼에도 아직 남은 앞 길을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합니다.

용서를 바라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당신의 대답을 바라자고 하는 대화가 아닙니다.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제대로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한 다음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알겠어.."


"그리고 메일리 양,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어제의 대화는 제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됩니다, 제 용서를 부디 받아주시겠나요?"


안네로제는 기나긴 대화 끝에 평범한 소녀가 지을 법한 옅은 미소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 마지막 한 마디 만큼은, 분명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냥한 어조였다.


"...별로.. 틀린 말은... 아니..였으니까.."


단어들의 간격에 균열이 조금씩 벌어진다. 메일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온다.

처음으로 느끼는, 무엇인가 뜨거운 감정이 가슴 안 쪽에서 치솟고 그 틈새가 벌써 뜨겁다.


"용서를.. 받아주시겠어요?"

변화하는 메일리의 표정과 감정을 느끼며 안네로제는 생긋 웃는다.

하인들이 지켜보는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당주의 자애가 느껴지는 유일한 표정이였다.


"으..응... 나.. 나도.."


"죄.. 죄송해..요.. 흑..."


찻 잔을 쥐었던 어린 당주의 한 손은 언제부터인가 메일리, 마수 조련사의 곁에서 남색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어른이 철 없는 아이를 달래주는 것과 영락없이 똑같은 모습이다. 침대 위에 같이 앉는다.

표정이 무너지며 갑자기 두 눈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짠 맛의 물줄기들을 수줍게 팔뚝으로 가리느라

붉은 색을 띤 양 볼, 찡그린 코와 입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깨가 흔들리며 들썩이는 탓에 살짝 떨리고 있던 침대 위 소녀의 빈 손은 당주의 다른 한 손이 꼭 잡아주며 진정 시킨다.

클린드는 붙어있는 두 사람을 서서 멀찍이 바라보며 새어나온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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