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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핸콕소리앱에서 작성

TKSGM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7 18: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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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팬픽은 고닉 '가을소리'님에게 설정을 받아 쓴 팬픽입니다.
먼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어이, 일어나."


철창 앞을 지키던 경비병의 걸걸한 목소리에 핸콕은 눈을 조금씩 뜬다.
여전히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움뿐이지만, 경비병의 말투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감옥 벽에 몸을 기대자 경비병이 다음 말을 이어나간다.


"오늘은 세르반테스공께서 너를 찾으신다."


그 이름에 핸콕은 고개를 푹 숙인다.


'오늘도... 지옥이겠구나.'


———


칠무해의 폐지는 신세계의 바다에 어마어마한 혼란을 가져왔다.
더 이상 왕의 부하가 아니게 된 칠무해들은 서로 각자의 생존 전략으로 불안한 바다를 극복해나갔다.
아마존 릴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섬 자체가 캄벨트 사이에 위치해 일차적으로 해적들의 침입을 막았을뿐더러 캄벨트로 들어오는 해군들 역시 핸콕이 간단하게 제압하였다.
그렇게 아마존 릴리와 핸콕은 칠무해의 자리에서 내려왔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강함을 뽐내며 소위 언터처블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 릴리의 토벌에 세계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양상이 달라졌다.
아마존 릴리의 여제 핸콕이 알고 보니 세계정부에 있어 치욕스러운 역사로 기록된 피셔 타이거의 대 탈주 당시 같이 도망쳤던 노예였다는 것이 알려지며 분노한 천룡인 몇몇이 그녀를 다시 잡아오라 명하였던 것이다.
세계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군의 공격은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버스터 콜에 준하는 숫자의 해군 함선들이 섬 전체를 둘러쌌고, 곧이어 무차별적인 폭격이 가해졌다.
심지어 구사 해적단의 배를 이끌던 해왕류들은 밤 사이 사이버폴에 의해 죽어버려 배를 이끌고 나가 항전할 수조차 없었다.
핸콕과 여전사들은 섬 안에서 필사적으로 항전했지만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날아오는 대포들은 그녀들의 집과 동료들을 앗아갔다.


"여왕님!"


숨을 헐떡이며 날아오는 포탄들을 처리하고 있는 핸콕에게 여전사 한 명이 다가온다.


"왜 그러느냐!"

"저... 썬더소니아님과 마리골드님이..."


답지 않게 눈물을 흘리는 여전사의 얼굴을 보고 그제서야 동생들의 죽음을 알아차린 핸콕.
분노가 온몸에 가득 퍼지지만 당장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모든 것이 역부족이었다.


"자리를 지키거라... 구사 해적단은 끝까지 싸울 것이야."

"하지만 여왕님... 벌써 해군들이 섬 안으로도 들어왔습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뭐? 그럴 순 없다. 나는 아마존 릴리의 여왕이야."


훌쩍이는 여전사를 뒤로 한 채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전황을 둘러보는 핸콕.
그녀의 말대로 이미 많은 수의 해군이 섬 안으로 들어와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세계정부..."


저 멀리 보이는 군함의 맨 위에 달려있는 세계정부의 깃발이 핸콕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세 좋게 펄럭이고 있었다.


"내 이 치욕은 꼭 갚을 것이다..."


입술을 잘근 깨물자 금세 피가 새어 나온다.
핸콕은 성 지하로 급히 내려가 항상 준비되어 있던 조그마한 배에 올라탄다.
구사 해적단의 배를 이끌던 해왕류들의 새끼가 배 앞에 메여있었다.


"바다로 나가자."


핸콕의 말에 해왕류는 슬픈 눈으로 핸콕을 보더니 열려있는 수문 사이로 헤엄쳐나간다.
이미 불바다가 되어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마존 릴리의 모습을 보는 핸콕의 뺨에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


"어찌하여 이리 늦는 게야?"


핸콕을 끌고 온 경비병에게 일갈을 하는 세르반테스공.
그녀의 주변에는 다른 천룡인 여자들이 호호거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를."


핸콕을 끌고 온 경비병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몸을 납작하게 엎드린다.


"흥. 보나 마나 이 노예년이 느려터졌던 거겠지."


경비병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개처럼 엎드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핸콕의 머리를 신발 끝으로 툭툭 건드는 세르반테스공.


"그만 가 봐."

"예, 감사합니다."


경비병이 황급히 자리를 뜨고 이제 넓디넓은 홀에는 천룡인 여자들과 핸콕만이 남아 있었다.


"세르반테스공. 오늘도 저 노예를 가지고 노는 겁니까?"

"그렇사와요. 이 년이 아직도 기개란 것이 남아 있어 꽤 재미가 있답니다?"


세르반테스공이 자신의 발을 핸콕의 머리 위로 올린 다음 힘을 주어 지그시 누르자 핸콕은 목에 힘을 주어 버틴다.
그 모습을 보던 천룡인들이 저마다 웃으며 핸콕을 조롱한다.


"호호호. 멋모르고 고개에 힘을 주는 걸 보니 딴에 자존심은 있나 봅니다?"

"그렇사와요. 아주 볼 만하답니다."


자신의 자존심마저 조롱거리로 삼는 천룡인들의 대화에 핸콕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하지만... 매번 이러면 거슬리니."


세르반테스공이 손짓하자 옆에 서 있던 경호원이 채찍을 건네준다.
세르반테스공은 그 채찍을 아무런 예고 없이 무방비로 노출된 핸콕의 등에 내리친다.


"아악!"


맨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핸콕이 방심하여 목에 힘을 풀자 세르반테스공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발에 힘을 줘 핸콕의 머리를 바닥에 박아버린다.


"으윽..."


쿵 소리와 함께 핸콕의 이마가 바닥에 닿자 또다시 천룡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매번 이리 객기를 부리니... 학습능력이 없는 것인지?"

"세르반테스공. 미개한 땅의 수장이었던 년이 배운 것이 있겠사와요?"

"일리 있는 말씀이시와요. 어이, 노예년."

"...으흑?!"


핸콕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다시금 등에서 짜릿한 통증이 전해진다.


"오늘도 천룡인의 노예가 무얼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줄 테니 이번엔 제대로 외워보도록."

"ㄴ... 네..."


세르반테스공의 발에 짓눌려 바닥의 먼지에 비벼지는 핸콕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아마존 릴리를 탈출한 핸콕은 얼마 못 가 노예 상인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도망쳐 나오며 돈 한 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잘 곳을 구하기 어려웠고, 가까스로 큰 거적때기를 구해 몸에 두르고 다녔지만 애초에 그토록 큰 키의 여자는 그 마을은 물론 근방에서 보기 힘든 존재였던 것이다.
핸콕을 붙잡은 노예 상인들은 그녀를 그대로 사이버폴에 넘겼고 막대한 돈을 쥐여주자 미친 듯이 좋아하며 자리를 떠났지만, 얼마 안 가 합류한 다른 사이버폴의 손과 옷엔 온통 피가 묻어있었다.
사이버폴은 그녀에게 폭탄이 들어간 해루석 목줄을 씌우고 온몸을 해루석 사슬로 묶은 채 그대로 마리조아까지 압송해왔다.
한때 마리조아를 탈출했던 여제의 귀환은 많은 천룡인들의 흥미를 돋우는 주제였다.
특히 지상에서도 유명했던 그녀의 미모를 확인한 여자 천룡인들은 질투심에 그녀에게 엄청난 학대를 가했다.


"아... 아니된다! 제발..."


기 센 노예의 기강을 잡아보겠다고 매일같이 여러 명의 여자 천룡인들이 핸콕을 불렀다.
그리고 며칠간은 지속적으로 관장을 당했다.


"한 번 더 넣거라."

"뭐? 제발 그만... 아흑!"


매일같이 핸콕의 항문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액체들이 주입되었다.
그 액체들로 이미 알몸이 된 핸콕의 배는 빵빵하게 불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도 몸을 배배 꼬며 어떻게든 버텨보는 핸콕이었다.
그러나 표독한 천룡인들은 그런 핸콕을 전혀 배려해 주지 않았다.


"네년이 그렇게 전투를 잘 한다지? 그럼 한 번 피해보거라."


천룡인은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핸콕의 배를 공 차듯이 차버린다.


"어흑?"


식은땀을 흘리며 참아왔던 핸콕은 천룡인의 킥 한 방에 뱃속에서 떠돌던 것들을 모조리 쏟아내고 말았다.


"안돼애애애...!!!"


엎드려있던 핸콕의 항문에서 마치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온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천룡인들은 핸콕의 천박함에 저마다 코를 막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핸콕은 한참 동안이나 속의 것들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천한 노예년 주제에 장소를 모르고 싸대는구나."


비로소 핸콕의 항문에서 나오는 것이 없어지자 천룡인은 조소를 보이며 핸콕의 머리를 짓밟았다.


"흐으윽..."


그제서야 밀려오는 수치심에 핸콕은 눈물을 흘렸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뒤로 또 한참 동안은 밤에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천룡인들의 손에 맡겨저 온종일 마리조아의 땅을 알몸에 목줄만 찬 채 개처럼 기어 다녔다.
천룡인이 주는 음식 이외에는 일절 먹을 것을 주지 않았던 터라, 개처럼 기어 다니며 천룡인이 바닥에 던져주는 음식을 핸콕은 허겁지겁 먹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야만의 섬에서 여왕을 하던 년이라 그런지 식성도 천박하기 짝이 없사와요."

"그렇사와요. 바닥에 있는 거라면 아무거나 곧잘 먹는답니다?"

"어머. 그렇사옵니까? 그럼."


한 천룡인이 바닥에 걸쭉한 침을 뱉는다.


"이것도 먹어보거라."


핸콕은 눈앞에 떨어져 있는 천룡인의 침을 향해 조금씩 기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이미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침을 조금씩 핥기 시작한다.


"정말 이런 것도 먹는단 말입니까? 천박하옵니다."

"이 년은 이런 걸 좋아합니다. 다들 이 년에게 먹을 것을 주시와요."


세르반테스공이 주변 천룡인들에게 손짓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와 핸콕의 앞에 침을 뱉는다.
그러다 실수로 누군가의 침이 핸콕의 몸에 떨어지자 또 그것을 계기로 핸콕의 몸 여기저기에 침을 뱉기 시작하는 천룡인들.


"너에게는 귀한 음식일 테니 개처럼 몸을 핥아가며 다 먹거라."


천룡인들이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핸콕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온몸이 부들거린다.


———


천룡인들에 의해 어느 정도 길들여진 핸콕의 다음 행보는 노예들끼리의 전투였다.
저마다의 이유로 바다에서 잡혀온 다양한 노예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건 천룡인들 사이에서 꽤 흥미로운 여흥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거적때기라고 불러도 될만한 옷을 입고 경기장에서 끊임없는 싸움을 하는 핸콕.
악마의 열매 능력을 쓸 수 있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핸콕이었지만, 천룡인들은 그런 시시한 설정을 싫어했다.
핸콕은 늘 해루석 목줄과 수,족갑을 쓰고 경기에 들어갔다.
사실 핸콕의 전투 능력은 열매 능력이 없어도 출중했지만, 상대방에 따라 늘 이기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흑!"


거인족 노예의 주먹 한 방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기절해버린 핸콕.
야유 소리를 뒤로 한 채 눈을 감았다 떴을 땐, 어두운 감옥에서 경비병들에게 강제로 당하고 있었다.


"무... 무얼 하는 게냐! 그만... 어흑... 두거라!"


저항해 보려 팔을 휘적여보았지만 다른 경비병들이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아 수갑을 채워버린다.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며 주변을 둘러보니 그녀를 내려다보는 경비병들의 눈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만하라지 않느냐... 제발... 그만...!"


경비병은 거친 왕복운동에 쾌락보다는 고통이 더 컸지만, 상대방은 핸콕의 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으윽..."


혼자 신나서 피스톤질을 하던 경비병이 신음을 내뱉으며 핸콕의 안에 정액을 싸지른다.


"으윽! 네놈... 도대체 무얼..."

"야, 쌌으면 빨리 비켜."

"아... 안 돼... 하지 마라."


그러나 핸콕의 바람과는 달리 옆에 서 있던 다른 경비병은 무방비로 노출된 핸콕의 음경에 또다시 거대한 기둥을 박아 넣는다.


"으흑?! 아아아..."


그 후 밤새도록 핸콕의 고통은 이어졌다.
날이 밝아오며 경비병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차가운 감옥의 독방 안에는 핸콕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러나 초점 없이 위로 향한 눈동자, 온몸에 난 상처, 그리고 입이며 음부, 항문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하고 하얀 액체들이 그녀가 힘든 밤을 보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감옥 관리관의 막내 시녀 소리는 그런 핸콕을 늘 불쌍하게 여겼다.
늘 노예 여자들의 감옥청소를 하던 소리는 핸콕을 처음 본 날부터 그녀에게 빠져있었다.
해루석 목줄을 하고 있어 열매의 능력이 발현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매력은 충분히 소리에게 전달되었다.
그 후로 핸콕이 갇힌 몇 년 동안, 소리는 그녀가 모르게 감옥 안 청소도 열심히 해주었고, 늘 무엇이든 하나씩 챙겨주려 했다.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경비병들에게 윤간당해 기절해버린 핸콕의 몸을 닦아주던 소리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저기..."

"엥? 뭐냐."


모든 노예들이 잠든 깊은 밤.
소리가 쭈뼛거리며 경비병에게 다가온다.


"관리관님께서... 경비병들 전원 소집이라고 합니다."

"전원?"

"네... 관리관님 집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소리의 순수한 눈빛에 경비병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대열을 갖춰 옥사 밖으로 나간다.
어둡고 조용한 감옥에는 노예들의 작은 숨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소리는 관리관의 서랍에서 몰래 챙긴 핸콕의 감옥 열쇠를 꺼내 조심스레 감옥의 문을 연다.
천룡인들의 조교와 경비병들의 윤간으로 심신이 지쳐버린 핸콕은 소리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저기..."


핸콕을 조심스레 깨우는 소리.


"저... 뱀 여왕님..."


마음이 급해진 소리는 핸콕의 몸에 손을 대고 조금씩 흔들어본다.


"으음..."


미세한 자극에 눈을 뜨는 핸콕.


"뱀 여왕님! 저랑 같이 나가요."


핸콕에 깬 걸 확인하자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이끄는 소리.


"누... 누구냐...!"


그런 소리의 손을 뿌리치고 구석에 몸을 움츠리는 핸콕.


"뱀 여왕님... 저는 여왕님이랑 여기 탈출하고 싶어요. 그러니..."


소리는 주머니에서 또 다른 열쇠를 꺼내더니 핸콕에게 다가간다.
원인 모를 두려움에 두 눈을 질끈 감는 핸콕.
그러나 곧바로 온몸에 힘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소리의 손엔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해루석 목줄이 들려있었다.


"어서 나가요, 우리."


—————


"이것 좀 놓거라!"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시장 거리에서, 핸콕은 소리의 손을 뿌리친다.


"하지만 여왕님. 너무 방에만 있으면 안 좋다고요."

"그것은 그대가 상관할 바 아니다."

"에이, 그래도 이렇게 날이 좋은데."


한껏 들떠있는 소리와는 다르게 핸콕은 잔뜩 움츠려있었다.


"오늘은 방에만 있지 말고 저랑 같이 다녀요. 네?"

"그... 그럼 나에게 돈만 좀 주거라."

"네? 왜요?"

"옷이 불편하다. 나에게 맞는 옷을 사야겠어."

"아, 그런 거라면 저랑 같이..."

"돈, 내놓거라."


핸콕의 단호한 말투에 소리는 하는 수 없이 돈이 든 주머니를 꺼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사실 수 있을 거예요."


핸콕은 손에 돈주머니가 쥐어지자 그 묵직함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한 듯 슬쩍 웃는다.


"자, 그럼 이 몸은 이제 가보겠다."

"네... 여기 여관 돌아오는 길은 아시죠?"

"걱정 말거라."


돈주머니를 챙겨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핸콕의 뒷모습을 소리는 조금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조금은 좋아지셨네.'


소리와 핸콕은 마리조아에서 탈출하여 지금의 이 여관에서 며칠째 묵고 있다.
지금까지 모았던 급여와 관리관의 비밀 금고를 몽땅 털어왔던 소리는 돈을 열심히 써가며 최대한 마리조아에서 떨어진 곳까지 핸콕을 데리고 왔다.
도착한 나라는 세계정부의 비가맹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관심이 없던 건지 새롭게 나타난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여관의 주인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두 여인에게 쉽게 방을 내어주었다.
여관에 묵으며 몸이 조금씩 안정되자 핸콕은 자신을 구해준 소리를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미 몇 년 동안 마리조아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인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있었다.
소리가 조금만 다가가도 밀치고 때렸으며, 먹을 것을 준비해도 늘 엎어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소리는 그런 핸콕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늘 웃으며 그녀를 보살펴주었다.
항상 식사를 차려와 대접해 주었고 잠잘 때도 그날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었다.


'인간을... 조금만 덜 미워해주셨으면...'


소리는 작게 한숨을 쉬고 여관으로 다시 들어간다.


———


저녁에 먹을 것들과 핸콕에게 줄 선물을 사 온 소리는 아무도 없는 여관방의 문을 연다.
핸콕이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조금은 불안했지만, 일단은 침착하게 목욕물을 받아 데우기 시작한다.
탕의 물이 거의 다 찼을 때 즈음, 문밖에서 기척이 들려 소리는 얼른 달려나간다.


"오셨어요?"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의 눈앞으로 핸콕의 희고 커다란 가슴이 나타난다.
탈출한 뒤 지금까지 입고 있던 허름한 옷이 아닌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소리의 앞에 선 핸콕.


"배... 뱀 여왕님. 이 옷은 대체..."

"아, 이 옷 말이냐?"


당황스러워하는 소리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방 안으로 당당히 걸어들어오는 핸콕.
빨간 드레스와 하얀 망토를 걸친 그녀의 자태는 확실히 노예보다 여왕의 면모였다.


"글쎄, 시장에 나갔더니 내가 아마존 릴리에서 입었던 옷과 비슷한 것이 있더구나. 알고 보니 예전에 우리 백성들과 거래하다 선물로 받은 옷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 하더구나. 그래서 바로 샀느니라."


옷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보는 핸콕.


"어떠냐? 어울리지 않느냐?"

"네? 네... 어울리세요..."

"그래, 내가 아름다우니 당연히 그리하겠지."


옷을 한 번 내려다보던 핸콕은 예전에 자신이 입던 옷과 아마존 릴리의 생각이 나 잠시 우뚝 선다.


"내가 있는 한... 아마존 릴리는 멸망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꼭 재건하고 말 것이야."


상념에 젖은 핸콕과는 달리 소리는 핸콕의 옷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해루석 수갑에서 자유로워진 지금, 그녀의 능력 때문인지, 혹은 그녀의 천성적인 매력 때문인지 소리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금세 빨개진다.


"이... 이건 여왕님한테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요... 그럼 전 먼저 씻을게요."


작은 종이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는 소리.
핸콕이 봉투를 열어보자 과거 그녀가 애용하던 황금색 뱀모양 귀걸이가 모습을 비췄다.
그 귀걸이를 꺼내 조심스레 귀에 찬 채 거울을 보는 핸콕.
마리조아로 다시 잡혀갔던 날 이후로, 자신에게 이토록 잘해준 사람은 소리밖에 없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


빨간 드레스를 산 이후로 핸콕은 소리와 자주 밖으로 나갔다.
예쁜 얼굴과 큰 키, 환상적인 몸매가 더해져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핸콕을 한 번씩 돌아보는 실정이었다.
소리는 그런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으나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가는 핸콕의 모습을 보며 구태여 외출을 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작은 나라여서 그런지 핸콕에 대한 소문은 퍼지고 퍼져 변방의 노예 상인들에게까지 들어갔다.
희귀한 매물이라는 걸 직감한 노예 상인들은 핸콕을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운이 좋지 않았는지 항상 어긋났다.
마음이 급해진 노예 상인들은 주변을 탐문하여 소리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그날따라 혼자 장을 보러 나온 소리를 몰래 납치하는데 성공했다.


"으븝!"

"아가씨. 다치게 할 생각이 없으니 조용히 따라와."


저 멀리 핸콕이 기다리고 있을 여관을 앞두고 소리는 점점 그녀와 멀어져 갔다.


'뱀 여왕님...!'


———


자정이 넘어감을 알리는 종소리에도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소리가 없어 저녁을 먹지 못한 핸콕은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공복감에 힘없이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소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하여 오지 않는 것이야..."


그렇게 한참을 더 기다리다 결국 침대의 포근함과 이불의 따뜻함이 주는 안정에 취해 잠이 든 핸콕.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얼굴에 비치는 아침햇살에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방 안에 소리는 없었다.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얼른 옷을 입는 핸콕.


"나랑 같이 다니던 아이. 보았느냐?"


나오다가 만난 여관 주인부터 둘이서 자주 가던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소리의 행방을 찾는 핸콕.
그 시각, 소리는 노예 상인들의 아지트 구석에 누워있었다.


"그래, 밤새 진전이 좀 있었어?"


노예 상인의 대장이 기지개를 켜며 소리에게 다가온다.


"전혀요. 그년이 어디 있는지 절대 말하지 않아요."


밤새도록 소리를 고문하던 노예 상인들은 혀를 내둘렀고 소리는 독한 눈빛으로 노예 상인의 대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날 밤부터 계속된 구타로 소리의 몸 여기저기엔 멍이 들어있었고 뺨도 많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노예 상인의 대장은 소리에게 다다가 앞에 앉더니 소리의 턱을 잡고 올려본다.


"말을 하지 않겠다면, 죽여야지."


그 말에 소리의 동공이 조금은 떨렸으나 금세 아까의 기세로 대장을 노려본다.
대장은 그런 소리의 행동이 발칙한 듯 한 번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처리 깔끔하게 해서, 처리해."


대장이 탁자에 앉아 술을 잔에 따르려던 찰나.


"으아악!"


바깥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비명소리에 노예 상인들이 일제히 그곳을 바라본다.
몇 초 후, 부서지듯 방문이 열리고 위압적인 포스를 풍기는 핸콕이 천천히 들어온다.


"너... 너는!"


노예 상인들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자신들이 찾던 타깃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핸콕의 위압적인 등장에 다들 긴장하면서도 그녀의 미모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뱀 여왕님!"


입을 막고 있던 끈이 풀렸는지 소리는 애타게 핸콕을 부른다.


"여기는 위험해요! 어서... 도망가세요!"


핸콕은 소리의 목소리를 듣고 반갑게 그쪽을 보았으나, 방 한구석에 묶여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모습을 보니 분노가 먼저 일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감히 소리를...!"


이마에 핏줄이 나오며 화난 눈으로 노예 상인들을 둘러보는 핸콕.
그녀의 시선에 몇몇 사람들은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진다.


'패왕색 패기...!'


소문으로만 들었던 패기를 눈앞에서 본 노예 상인의 대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허리춤에 찬 칼자루에 손을 올린다.


"소리. 눈을 감거라."


핸콕의 말에 눈을 질끈 감는 소리.
동시에 노예 상인들이 핸콕에게 달려든다.


"아둔하구나."


노예 상인들은 수가 많았으나 애초에 핸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녀가 기술을 걸 때마다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욕망부터 서서히 굳어가 이윽고 그들의 몸 전체가 돌이 되기 시작했다.
핸콕은 돌로 변해가는 노예 상인들을 손쉽게 처리하며 그 수를 줄여나갔다.


"소리. 이제 눈을 뜨거라."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소리의 앞에 포근한 냄새가 아른거린다.
그제서야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는 소리.
그녀의 앞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가슴골을 드러내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핸콕이 있었다.


"소리. 많이 다쳤구나."

"네? 아... 전 괜찮아요. 그보다 뱀 여왕님이 저 때문에..."


소리의 눈에는 핸콕의 팔과 배에 긁힌 상처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관에 가면 약을 발라드릴게요. 어서 가요."


자신의 상처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웃어 보이는 소리의 모습을 보자 그동안 소리를 믿지 못했던 알량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핸콕이었다.
이 작고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자 마음먹은 핸콕은 소리를 묶고 있는 끈을 풀어주고는 공주님 안듯 안는다.


"그래. 어서 가자."


———


여관방 욕조의 따뜻한 물에 소리는 몸을 조심스레 담가본다.
밤새 남자들에게 맞아 생긴 상처가 쓰라렸지만 약을 바른 뒤라 영 못 견딜 만큼은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가 몸이 풀리며 나른해지는 느낌이 든다.


"소리. 나도 들어가겠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알몸의 핸콕이 당당하게 걸어들어온다.
순간 핸콕의 아름다운 나신을 본 소리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해져 고개를 쓱 돌린다.
핸콕은 그런 소리의 반응이 귀엽다는 듯 대충 물을 끼얹고는 그대로 욕조 안으로 들어온다.
핸콕이 들어오자 욕조의 물이 한 번 크게 넘쳐흐른다.


"물 온도는 괜찮으세요?"


욕조 한 귀퉁이에 쭈그리듯 내몰린 소리는 밝은 표정으로 물어본다.
핸콕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다 소리의 불편한 자세를 보고는 물 안에서 다리를 천천히 벌린다.


"비좁지 않은가? 여기로 오거라."


소리는 핸콕의 자세에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지만 이런 자세로는 목욕을 더 하기 어렵겠다 판단했는지 슬쩍 움직이며 핸콕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온다.
키 차이 때문인지 소리의 머리가 핸콕의 부드럽고 큰 가슴에 닿는다.


"그래... 소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을 그렇게 있던 핸콕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핸콕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소리는 조용히 말을 꺼낸다.


"고향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떠나온 지 너무 오래돼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말을 쉽게 마치지 못하는 소리.
핸콕은 그런 소리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해서인지 물속에 있는 소리의 손을 꼭 잡아준다.
그러자 고개를 들어 핸콕을 바라보는 소리.


"소리. 그대가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내가 소리를 도와주겠다."


핸콕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소리는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뱀 여왕님."


그리고 그런 소리의 미소에 핸콕의 심장이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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