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환경이 열악한 미국같은 데를 보면 항생제를 개인이 임의로 구매해서 구비해두는 사람들이 많고
항생제 구비를 추천하는 의견들도 많아서 한번 써봄

1. 항생제는 세균감염에만 사용할수 있다.

항생제는 기본적으로 미생물 (세균 = 박테리아)를 죽이는 성분임
바이러스나 곰팡이류, 또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아메바 같은 미생물,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에는 소용이 하나도 없음


2. 근데 문제는 그걸 너님들이 구분할수가 없다는거임.

으사양반들이 학창시절이랑 십여년의 세월을 삽질하고 임상에서 뛰어야 겨우 원인이 무엇인지 거리낌없이 진단을 내릴수가 있음.
심지어 이것도 세균배양 검사같은걸 하는게 아니면 100퍼 맞는건 아님.

그걸 의료지식 없는 일반인이 감염의 종류, 써야할 항생제 종류, 환자병력을 감안한 처방, 복용량과 복용기간, 만약 효과가 없을경우 취해야 하는 조치까지 감안해서 항생제를 쓰는건 불가능함.
의사면허가 고스톱 쳐서 따는 게 아님....


3. 항생제의 종류

항생제의 종류에 따라 커버하는 세균의 종류가 달라짐.
A 항생제를 먹으면 1-10의 세균중 1-3만 커버한다면
B 항생제를 먹으면 1-5의 세균을 커버
C 항생제를 먹으면 4-8의 세균을 커버
같은 느낌임.

"그러면 제일 많은 세균종류를 커버하는 항생제를 먹으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많은 세균종류를 커버한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종류의 세균에 내성을 기를 기회를 더 준다는 말임. 4번 포인트를 읽자.


4. 항생제 내성

그놈의 "내성". 시이발. (욕 미안 근데 진짜 혈압오름)
사실 항생제 오남용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수있음.
알렉산더 플레밍 선생이 처음 개발했을때만해도 "기적의 약"이라고 불렸던 페니실린이 요즈음은 뉘집 강아지 이름 취급 받는것도 이것 때문임.

항생제라는게 균을 100% 사멸시키기는 불가능함. 특히 한번이나 몇번 먹은것 가지고는 그냥 불가능함.
그래서 병원에서 1일 몇번 정기적으로 정해진 일수동안 끝까지 항생제를 다 먹으라고 하는거임.

항생제를 먹다 말아버리면 살아남은 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을 쌓기 시작함. (우리몸에 약화된 병원체로 백신놓는걸 생각하면 비슷함)
세균들은 더 무서운게 세대주기(일생)도 빨라서 세대교체도 빠르고 세균끼리 내성유전자를 공유할수도 있음.

이런 일이 쌓이면 미드에 자주 나오는 MRSA나 슈퍼박테리아처럼 항생제가 듣지않는 지독한 세균이 탄생하는거임.
항생제가 없던 옛날 근대체험을 실시간 할수있게되는거임 ㅋㅋ
빠르게 번지는 세균 특성상 조금만 잘못하면 감염이 퍼져서 공동체나 사회 전체가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생김 (=더이상 그 항생제는 소용이 없음).

문제는 사람들이 "내성"의 개념을 전혀 잘못알고 있음.

뭔 제일 안전한 진통제 나부랭이 먹으면서 내성걱정하고 안먹고 아프다고 끙끙앓거나
항생제를 먹다 말아서 "내성"이 생기는건데 "계속먹으면 내성이 생길거야" 하고 으사양반 말은 안듣고 자기맘대로 약 복용을 멈춰버림.
그게 내성 기르기 속성코스인데.

이렇게 말해도
"뭐 이정도면 괜찮겠지 이번 한번으로 MRSA가 나왔으면 사람들 벌써 다 죽었게 ㅋㅋ" 하면서 또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이 꼭 있을텐데

그사람들을 위해서 말해주자면

너님이 항생제를 먹다 말아서
-지금 잠깐은 안아플지 몰라도 항생제를 끝까지 먹지 않아서 감염이 완벽하게 진압되지 않았을수 있음 = 얼마안있어서 또 아픔
-다음번에 아플때 그 항생제가 안들을 확률이 높음
-그러면 더 희귀하고 더 강한 항생제를 써야함
-그런 항생제는 더 비쌈
-그런 항생제는 다른 부작용 (설사, 두드러기)의 확률이 더 높음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면 나중에 나이들어서 크게 다쳐서 항생제를 써야할때 쓸수있는게 거의 없어질수가 있음...

이런 내성의 리스크는 너님들이 야매로 진단을 내리고 필요없는 항생제를 먹는 순간에도 쌓이고 있을거임.


5. 보관기간 & 버리기

항생제류는 의외로 생각만큼 오래 가지 않는 약들도 많음. 비축하기 골치아플수 있다는거지.
근데 그걸 또 그냥 버리게 되면
조금이라도 잔여 항생제 성분이 있을경우에 그게 자연으로 흘러들어가 (쓰레기장에 버려짐 - 빗물을 타고 땅과 하천에 스며듬) 사람들이 찔끔찔끔 먹다말때랑 같은 원리로 자연에 존재하는 세균에 내성이 생길수가 있음.

뭐 일단 한국이나 대부분의 나라들은 의사 처방 없이는 항생제 구매가 불가능하니 나름 안심이긴 한데
먹고 항생제 잔여분량이 있다면 약국에 가져가서 처리해달라고 하자.
어차피 그 적은 양을 나중에 치료목적으로 쓰기는 불가능함.

열대어 항생제같은건....진짜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태라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데 근처 수족관에서 털어와서 의사한테 체크하는거 아니면 절대 추천 안함.
사람용으로 허가 안난거는 제정신이면 먹는게 아님.....


6. 가장 좋은 방법은 위생이다.

사실 기본 습관이랑 위생만 철저해도 감염을 대다수 피할수가 있어.
비누와 손씻기가 도입되기 전의 사망률을 생각해보면 곧바로 알수있음 (여기서 잠깐 x를 눌러 제멜바이스 선생에게 경의를 표하자 ㅋㅋ)
다들 알겠지만 기본 수칙은:

-비누를 사용하여 손씻기 : 특히 나갔다 와서, 뭘 먹기전에, 얼굴이나 눈 코 입 만지기 전에, 화장실 갔다온 후
알코올 세정제 같은 경우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오염이 없을때 썼을때만 사용효과가 있음
손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야 함.
손톱은 짧게 깎는거랑 길게 기르는거랑 위생 차이가 엄청남....

-샤워, 깨끗한 옷 갈아입기, 청소

-기침이나 재채기할때 입 가리기 : 이건 고로나 이후로 많이 나아진듯해

-밥먹을때 입벌리고 씹지 않기

-음식 같은그릇으로 떠먹지 않기

-굳이 비상시가 아닌데 상태 이상한 음식 먹지 않기

등등이 있겠지...
참고로 항균세정제/항균비누니 하는건 길게보면 오히려 주변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내성을 키울수 있기때문에 일반비누를 사는 것을 추천함. 효과는 똑같음.
(사실 공포마케팅으로 팔아먹으려고 뻔히 알면서 항균세정제 파는 회사들을 족쳐야함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