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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금 준장님, 금 하사님 - ep 41앱에서 작성

weri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20:48:12
조회 307 추천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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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날씨 좋다. 그지?"

"이제 9월이니까요. 가을 날씨라 그런지 선선하네요."

너무 덥지 않고 좋은 날씨. 얼떨결에 끌려 나왔지만 선선한 바깥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아진다.

"배 고프지? 뭐 먹고 싶어?"

"저는 아.."

"아무거나 금지야."

나는 아무거나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금 하사님은 말을 자르고 안 된다고 하셨다.

"저 아직 말 다 안했는데.."

"너 뭐라고 할지 다 보여. 넌 내 손바닥 안이야."

씨익 웃으며 팔짱을 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저는 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걸요. 금 하사님이 추천해주시는 걸 먹을게요."

"아, 나를 현지 가이드로 부려먹겠다. 한 상병, 많이 컸네?"

"그런 거 아니에요.. 저 정말 여기 뭐 있는지 몰라요.."

"하나 알잖아."

"제가요..?"

"전에 내가 데리고 간 오마카세 일식점."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말씀하신 한 마디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당 20만원이 넘는 값비싼 오마카세. 찬 바람이 쌩쌩 불던 금 하사님의 냉소와 서늘한 목소리.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감싸고 움츠러들어 벌벌 떨었다.

"애, 앵월아? 안 괴롭힐 거야. 이번에는 정말로 밥 사줄게. 응? 그렇게 겁 먹지 말고.."

"괘, 괜찮아요.."

"너 양식 좋아하니? 파스타나, 피자나. 여기 괜찮은 집 몇 군데 있거든."

내가 갑자기 움츠러들자 금 하사님은 많이 당황하는 눈치셨다. 허둥지둥 식당 이야기를 꺼내시는 모습에 나는 긴장이 조금 풀렸다.

"양식 잘 먹어요."

"영화 좋아해?"

"좋아해요."

"소닉이 아직 상영을 할지 모르겠네. 괜찮으면 점심 먹고 나랑 소닉 볼래?"

"저는 좋아요."

소닉이 영화가 나왔구나.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한 번도 극장에서 소닉을 본 적이 없었는데.

"백화점 가자. 영화관 있으니까, 거기 식당에서 점심 먹고 영화 보자. 괜찮지?"

"네."

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앞장서는 금 하사님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먹을만 해?"

"네. 맛있어요."

앵월이는 나폴리탄을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올 줄은 몰랐는데. 애가 바짝 겁을 먹었길래 뭔가 화제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난게 하필 소닉이라니. 영화 다시 보면 좋긴 한데 얘 괜찮나 모르겠네. 나 때문에 PTSD 생긴 것 같잖아.

"다행이네."

잘 먹는 눈치라 다행이긴 하다. 가만, 얘 내가 뭘 사줘도 딱히 가리지는 않는 눈치였는데. 매번 쫄쫄 굶어서 잘 먹는 건지, 아니면 잘 먹을 수 있는데 그냥 굶던건지.

"모자라면 말하고. 더 시키면 되니까 많이 먹어. 내가 내는 거야."

"이번에는 제가 낼게요. 어제 저녁도 사주셨잖아요."

"자꾸 그럴래? 나 돈 많다니까?"

"그래도.."

"나한테 밥 사주고 싶니?"

"한 번 정도는 저도 답례를 하고 싶어요.."

하아. 자기 밥 챙겨 먹을 돈도 빠듯한 주제에 답례는.

"정 그렇게 사례 하고 싶으면 빨리 하사 달아. 하사 달고 사준다고 하면 그 때는 내가 얻어먹을게."

"정말이세요?"

"그러니까 하사나 빨리 달아."

이제 막 병장을 바라보는 병사한테 하사 진급하라는 독촉이라. 뭐, 진급은 빠를수록 좋으니까.

"나중에 무르시기 없기에요."

"절~대 그럴 일 없어."

물론 그 다음에 더 비싼 밥을 사줄거다. 월급 차이가 얼마인데 누가 누구한테 일방적으로 얻어먹어.



"와아."

영화관은 꽤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온게 올해 초였지? 군인 할인에 가끔 구하는 상품권으로 연에 두편이나 볼까 말까니까.

"누가 보면 시골에서 막 올라온 줄 알겠다. 영화관 자주 안 오니?"

"표값도 비싸니까요. 가끔 심야나 새벽 영화만 봐요."

"좋아는 해?"

"음,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게 뭐야. 좋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내 말에 하사님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살짝 웃으셨다.

"자주 안 오니까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행이네. 소닉 영화는 처음이려나?"

"네, 기대돼요."

"표가 괜찮은게 있으려나. 아, 잠깐 기다려야겠다. 4시표 괜찮니?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저는 괜찮아요."

"또 그런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둘 중 하나만 하라니까."

"그러면 좋은 걸로 할게요."

뭔가 금 하사님 옆에 있다보면 괜찮다는 말을 못 하게 된다. 의사 표현을 뚜렷하게 한다는 일이 낯설었다.

"곧 저녁 시간이니까 팝콘은 작은 걸로?"

"좋아요."

그래도 싫지는 않다.

"음료수 뭘로 할래? 콜라? 아니면 과일 주스 마실래?"

"주스도 있나요?"

"있지. 레몬 에이드랑 오렌지 에이드."

"그러면 오렌지요."

"나는 콜라로 해볼까."

"금 하사님 탄산 음료 좋아하시나봐요."

"왜?"

"댁 냉장고에도 콜라는 여러 병 있으시고, 전에 일 할 때도 밤에 일하는 것 아니면 항상 콜라 두고 하셔서요."

"좋아해. 근데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아서 적당히 조절하는 편이야."

"오늘도 운동 다녀오셨잖아요. 유산소 하고 오신 거세요?"

"유산소도 하고, 웨이트도 조금 하고."

"웨이트도 하세요?"

"적당히? 너도 하니? 아, 팝콘 나왔다. 감사합니다."

"저는 맨몸 운동만 조금 해요."

잠깐 잡담하고 있으니 금새 간식거리가 나왔다.

"슬슬 올라가서 자리 잡고 있을까?"

"네."


"이건 봐도 봐도 질리질 않네."

몇 번을 봐도 같은 감동이다.

"금 하사님 이미 이 영화 보셨어요?"

"이번에 5번째야."

"5번째요?"

"응, 나는 소닉 좋아하니까. 처음 봤던 날 2번 봤어. 그 다음에도 한 번씩 와서 봤고."

"저 때문에 죄송해요.."

"죄송하기는 뭘 죄송해. 나도 보고 싶어서 보자고 한 건데. 나는 원래 영화 여러 번 봐."

"표값도 금 하사님이 내셨잖아요."

"나 포인트 남은거 태워야 해. 돈 거의 안 썼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부담되실 텐데.."

"앵월아, 자꾸 그런 표정 짓지 마.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우리 집 올 때 음료수 한 잔 사오면 그걸로 된 거야. 매번 그렇게 미안해하면 사주는 내가 무안한 걸. 나도 네 덕분에 외출도 하고 하는 거야.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말씀이라도 감사해요."

내 말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는지, 앵월이는 표정을 풀고 살짝 웃었다. 아, 맞다.

"으아아아. 아하요.."

나는 뺨을 잡아당겼다. 어젯밤에 이거 꼭 한 번 당겨 보고 싶었는데. 진짜 말랑말랑하다.

"다람쥐네 다람쥐. 왜 이렇게 말랑말랑해."

"아하요.. 놔주세요.."

그래그래. 놔줄게, 이 햄스터야. 내가 손을 놓자 앵월이는 뺨을 문지르며 내게 도끼눈을 떴다.

"아파요."

"귀여운게 죄야. 시간 애매하니까 저기 노래방 가자."

내가 씩 웃으며 몸을 돌리자, 앵월이는 허둥지둥 나를 따라왔다.



"몇 곡 할래. 가볍게 5곡만?"

"저는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는걸요.."

가자고 하셔서 오긴 했지만, 노래방은 처음이었다.

"오늘 배우면 되겠다. 나 따라해. 알겠지?"

금 하사님은 접시처럼 생긴 커다란 리모컨을 꾹꾹 누르며 노래를 고르셨다. <끝난다는 것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모르는 노래인데.



"벌써 저녁이네요."

"그럴만 하지. 영화도 길었고, 애초에 점심도 늦게 먹었으니까."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노래를 다 부르고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하는 건지는 잘 몰랐지만 금 하사님이 내가 알만한 노래를 골라주셔서 애써 따라 불렀다. 음정만 간신히 맞추는 나와는 달리 금 하사님은 여러번 와 보신 듯 잘 맞춰 부르셨다.

"금 하사님 옛날에 음악 배우셨어요?"

"아니, 안 배웠어. 왜, 잘 불러?"

"네. 너무 잘 부르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냥 가끔 오다보니 잘 부르는 거야. 네가 못 하는 것도 있고."

"저는 처음이니까요.."

"너 개 못 하잖아."

"금 하사님."

"응?"

"너무하세요.."

"커피나 마시자. 아메리카노 괜찮지? 여기 아메리카노 두 잔요. 네, 찬 걸로 주세요."


"오늘 결국 금 하사님이 돈 다 쓰시네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커피까지 사주자, 앵월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정 그렇게 미안하면 네 커피값만 부쳐줘."

"정말이세요?"

"안 받으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미안해하니까."

내가 계좌를 찍어주자 앵월이는 해맑게 웃으며 내게 커피 두 잔 값을 부쳤다.

"네 커피값만 부치라니까."

"한 번은 제가 사드려야죠."

"하아, 정말. 근데 앵월아."

"네?"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는 귀여운 모습에 괜히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네 계좌, 알아버렸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깔았다. 말 안 듣는 애는 혼나야지. 내 말에 앵월이는 굳어버린채로 하얗게 질렸다.

"얼마를 부쳐볼까. 가볍게 3000만원만 넣어볼까?"

"그, 금 하사님.. 저 그런 돈은 못 받아요.."

"왜, 너무 적어? 그러면 1억?"

1억이라는 말에 앵월이는 아예 입을 헤 벌리고 얼어버렸다. 누가 보면 주는게 아니라 뜯어내는 줄 알겠네.

"금 하사님.. 저 정말 못 받아요.. 그렇게 많이 받으면 저 송 소령님께는 뭐라고 해요.."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 해. 말 안하면 되지. 언니가 우리 엄마도 아니고."

"말씀은 감사해요.. 그래도 제 일에 이렇게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아요.."

제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에서 큰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저렇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저보다 두세 배는 더 먹은 어른들도 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걸 알기는 할까. 어리기에 올곧은 것일까, 아니면 상황이 어렵기에 더 올곧은 것일까.

"하아."

나는 한숨을 뱉었다. 저 착실한 면을 좋아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게 뜻을 굽혀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앵월아."

"네?"

"좀 걸을래?"

"..네.
------

내가 돌아왔다.

오늘은 그저께 말한대로 평범한 나들이야. 참고로 마리가 웃으면서 팔짱 끼는 거, 본편에서 아빠 앞에서 선글라스 끼면서 하는 그거 마즘. 오늘은 오랜만에 '답답한 앵월이'를 조금 부각해봤어. 요즘 마리 정신 상태도 그렇고 좀 답답한 고구마만 투하한 것 같은데, 다음편은 앵월이가 죽고 싶을만큼 갈굼 당하면서 오마카세 대접 받은 그 식당에서 저녁 먹는 스토리가 될 예정. 거기서 마리가 소매넣기로 사이다 부어버릴 예정임.

빨리 진행하려고 했는데 내용이 좀 부실해져서, 이 부분은 내일 조금 수정하면서 보충할 예정이야. 그리고 내일도 연재 있을 예정인데 수정 끝나면 내일 후기에서 이야기할게.

앞으로의 가닥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50화 내외로 둘이 삐걱거리면서 맞추는 스토리는 끝날 예정이야. 그런 다음에는 금방금방 넘기다가 복귀하고 진급하고 작전 나가고 그런 스토리. 150화 안에 마고사 잔당이랑 얽히는 1부가 끝날 계획이야.

항상 하는 말이지만 보고 싶은 장면이나 구도 같은 것 있으면 언제든 댓글 달아줘.

내일 봐. 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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