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7층이라 프로그레시브 7~8권이랑 관련된 게 나오지만 안 봤어도 내용 이해하는 데는 문제없고

사람에 따라서 중간에 스포일러라고 느낄 만한 부분 있으니 주의

중간에 나오는 니루닐이랑 키오는 7층에서 처음 나오는 NPC

　7층, 다시 한번

　"더웟……."

　아스나는 음량을 줄인 목소리에 피곤함을 최대한 담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똑같이 작게 속삭이며 대답했다.

　"그쪽은 메인 컬러링이 흰색이라 그나마 좀 낫잖아. 이쪽은 온몸이 새까맣다구."

　"검은 옷은 네가 원해서 입은 거잖아……. 그나저나, 이 세계에서 빛의 반사나 흡수 같은 게 체감온도랑 무슨 상관이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2초 정도 더 고려한 후 대답했다.

　"있지 않을까? 예전에 이 층에서 하늘색 마셔츠랑 흰색 면바지를 입었을 때는 훨씬 시원했던 기억이 나."

　"그건 색이 아니라 모양이나 소재 때문이겠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적한 아스나의 표정이 순간 누그러졌다.

　"……그리워라.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네……."

　"그러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시 대상 건물에서 시선을 떼고 저 너머의 평원을 바라보았다.

　나와 아스나가 나란히 엎드려 있는 곳은 아인크라드 제7층 북서쪽에 있는 트리블라(トリブラ)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교회 지붕 위다. 상하(常夏) 플로어로 유명한 7층이지만, 지금은 현실 세계에서도 여름이 한창인 7월 하순이라 더위가 20% 정도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물론 둘이 함께 선탠을 하러 온 것은 아니다. 범죄 방지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권외 마을인 이 트리블라에 살인 길드 《래핑 코핀》의 멤버가 드나든다는 정보가 있어서 아스나에게 그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아스나는 이제는 최강 길드 《혈맹기사단》의 서브 리더이니 굳이 돈을 주고 나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단원이 몇 명이나 있을 텐데──라고 지적했지만, "KoB에는 키리토 군처럼 하이딩(은폐) 스킬을 잔뜩 올린 사람이 없는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KoB에도 스카우터(척후) 빌드 플레이어가 한두 명은 있을 테지만, 랩콥과 관련된 안건에는 위험이 따른다. 트리블라에서 놈들을 봤다는 정보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으니, 그렇다면 아스나의 호위겸 일을 맡아 볼까──라고 생각했지만.

　"……나타나질 않네……."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도구점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나는 그렇게 속삭였다.

　오전 8시에 감시를 시작한 지 벌써 여섯 시간이나 지났다. 랩콥 멤버라면 활동 시간이 밤일 수도 있고, 그 이전에 매일 쇼핑하러 온다는 확증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이 정보는 꽝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틀림없이 '아직 6시간밖에 안 지났잖아.'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지만.

　"이건 엉터리 정보였을지도 몰라……."

　라고 속삭인 아스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랩콥의 본거지가 진작 공략된 하층 오지에 있을 가능성은 꽤 높다고 생각해. 하지만 7층의 이 더위는 아무리 저 녀석들이라도 못 견디지 않을까."

　"……확실히, 쾌락주의자들의 모임이고 전부 나보다 더 검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더위와 옷 색깔은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앞으로 두 시간……, 아니. 세 시간 더 기다려도 안 오면 철수하자."

　"찬성."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돌아갈 때는 결정을 쓸까? 아니면 왔을 때처럼 주거구역까지 달릴래?"

　"그거 말인데……."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아스나는 말했다.

　"돌아가는 길에 월프터에 들러서 니루닐(ニルーニル) 님을 만나러 가지 않을래?"

　"……."

　나는 조금, 아니 상당히 놀랐다. 아스나는 한때 비극적인 이별을 경험한 이후, 이 세계의 주민──즉 고도로 AI화된 NPC와는 계속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다.

　심경에 어떤 변화가 온 거냐는 질문을 꾹 삼켰다. 아스나의 내면에서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면, 그 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러자. 맞다, 그……도사카였나, 그거 다시 먹고 싶네."

　"섞였잖아, 돌마랑 무사카야."

　(*돌마, 무사카: 8권에서 아르고, 키즈멜이랑 같이 점심으로 먹은 음식)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정하고, 아스나는 빙그레 웃었다.

　"어차피 도착하면 밤이 될테니 닐 님이랑 키오도 초대해서 그 가게에 가자."

* 전격문고 초감사페어 2022 리플렛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