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9년쯤하고 그 9년을 꽤 농밀하게 야구랑 뒹굴다보니

예전엔 안 보였고, 또 누군가에겐 보인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음.

코치들은 어떻게 빈스윙 한 번에 대략적인 견적을 뽑아내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대체적으로 레슨생들에게 시니컬들 했는지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씨발 안돼서 빡치는데 그냥 즐기라고들 했는지...

여튼 요즘 뭔가를 물어오거나 알려주고 싶을때, 인간의 언어에 대한 한계를 느낀다. 의사전달과 내 이미지의 공유가 결국 완전할 수가 없음. 추상적인 이미지 전달을 상대가 확실히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

\'노브로 친다고 생각해라\'
\'릴리스는 눈 앞에서\'
\'뜬공은 모자챙...\'

등등의 \'동작자체\'를 유인하는 조언들이 많이 돌아다닌다는거지.

내가 생각하는 야구와 인생은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단,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을 높이는 것\' 이니까, 이왕이면 알려줄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행위만 알려주기보단, 좋은 결과라는게 무엇인지도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 알려주고 공유하려고 노력하는게 좋지 않나 생각함.

근데 세상은 이렇게 자기 소신이 명확한 사람을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더라.

\'누구한테는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나한테는 안 맞아요\'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그래서 아예 소통의 부재가 생기는거겠지. 묻지 않고, 알려주지 않고.근데 그나마 넷상이다보니 내가 아는걸 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 불특정 다수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게 작은 씨앗을 하나 뿌려주는게 좋음.

뭔가 글러브질을 드럽게 하고 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제 스타일이에요 ㅎㅎ\' 이러면서 공 놓치고 있는걸 보고 오니 아쉽다. 스타일이라는데 뭘 어떻게 해.

여튼, 배우고자한다면, 야구의 작은 동작들에서조차도, 많고 깊고 넓은, 다른 선수와 나를 차별화하는 요소들과 의식의 차이가 존재한다는걸 느끼고 생각하면서 배우면 더 좋았었겠다 싶음. 내가 보는 세계와 코치가 보는 세계가 달랐구나 싶더라.  

여기까지 읽은 너는 가능성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