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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미츠하의 문단속 9화모바일에서 작성

청잎사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30 19:36:43
조회 276 추천 1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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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갈거에요."

요석을 뽑으려는 이토 모모이치를 저지하기 위해 가는 여행이다. 이토 씨보다 선수쳐서 함정을 파놔야 한다. 대학 과정은 이제 방학이라서 갈 여유가 있었다.

이 말을 들은 무나카타 하츠지로 할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공의 관리자를 만나고 이야기 나눴던 꿈은 이미 이야기를 해둔 터였다.

텟시와 사야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내 옆에서 말했다.

"함정을 파는거라니 너무 막연해."

"이토라는 사람이 언제 올줄 알고?"

내가 답했다.

"그래도 안가는것보단 나아. 자칫 너희도 위험할수 있어. 따라오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

무나카타 할아버지가 텟시와 사야에게 쏘아붙이며 말했다.

"토지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재미 때문이라니. 미리 말해두는건데 문을 닫는건 재미없는 일이네. 오직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안될 일일세."

"그래도 미츠하 혼자 보내는게 걱정되거든요."

"자네들은 문 너머 저세상을 볼줄 모르지 않나."

텟시와 사야 모두 굳은 표정이었다. 토지시가 하고 싶다기에 하츠지로 할아버지가 테스트를 한적이 있었다. 도쿄에 있는 어느 문을 직접 열어보아서 텟시와 사야에게 저세상이 보이냐고 물어봤더니, 아무것도 안보이는 답에 하츠지로 할아버지는 실망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야 토지시 일을 맡길수 없었다.

토지시도 재능이 있어야 할수 있는 법이었다.

텟시와 사야도 할말을 잠시 잃었지만 지지 않으려했다.

"그래도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 있으면 우리를 불러줘! 친구니까 들어줄수 있겠지?"

"알았어. 그럴게."

내가 억지미소를 지어보였다. 옆 머리칼을 매만지면서.

"그리고 미야미즈 씨 혼자 보낼 생각은 없네. 중대한 일인 만큼 사람을 더 붙여줄걸세."

드르륵. 하츠지로 씨 뒤에 있는 맹장지문이 열리면서 무나카타 하루토 씨와 민세라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하츠지로 할아버지 옆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미야미즈 씨 보호는 저한테 맡겨주십쇼. 비록 무술을 할줄 모르고 겁이 많지만 용기를 내고 싶습니다."

민세라 씨가 말했다.

"저는 시공의 관리자가 보낸 호위입니다. 총은 대놓고 들고 다니기엔 위험한 만큼 가방에다 넣고 다닐거고요."

그러면서 MP7 기관단총과 AR-57 자동소총을 보인 후에 케이스에 담았다. 그리고 이건 X레이로 검사해도 케이스 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하츠지로 씨가 헛기침했다.

"콜록콜록. 내가 직접 가보고 싶다만 건강이 받쳐주지 못하는게 아쉽군."

"아버지 이제 그만 쉬세요. 지금까지 문단속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소타는?"

"아직 학업에 집중해야 할 나이입니다.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하츠지로 씨가 굳은 얼굴을 보였다. 하루토 씨는 조금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자네들 모두 잘 다녀오게."


*
여행용 가방을 멘 채로 무나카타 씨 댁을 함께 나와 도쿄역으로 간 후에 미리 예약해둔 신칸센을 기다렸다. 신칸센으로 규슈까지 직행할 생각이었다. 따라온 하루토 씨와 민세라 씨, 그리고 사다이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이상한 자가 미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확인했다.

신칸센 안은 조용했다. 흔들리지도 않고. 문득 뭔가 떠올라서 하루토 씨에게 물었다.

"있죠. 갑자기 이 일을 맡겠다고 한 이유가 뭐에요?"

하루토 씨는 논밭과 산이 휙휙 지나가는 창가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침묵을 지켰다. 그런 후에 말했다.

"아...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거든."

"인정이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토지시 자질이 있으면서도 좀더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는데, 소타나 아버지에게 좀 괄시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참. 여기서 담배를 피울수 없는게 아쉽군."

나는 그의 말을 계속 듣고 싶었다.

"나는 소타가 토지시 일을 안했으면 좋겠어. 자네는 왜 굳이 어려운 토지시 일을 자처하려는건지 조금은 이해가 어렵네."

"도쿄가 사라지는 것이 싫어서 토지시 일하..."

"됐어. 아버지한테 미야미즈 씨 이야기는 대강 들었어."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일을 마지막으로 토지시 일을 할거야. 소타도 관뒀으면 좋겠고."

"도쿄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셨을텐데 이제 정도 들지 않나요? 그러면 도쿄를 지키고 싶을텐데."

"응. 맞아 도쿄 토박이로서 40년은 더 넘었어. 하지만 가끔 도쿄가 회색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직장에 얽매여서 맨날 똑같은 출퇴근길, 그리고 집. 그리고 월세살이도 아직 청산 못했고 이대로 매일 똑같은 하루를 앞으로 더 몇십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도쿄가 차라리 없어지고 시골로 가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어. 지금도 이미 외딴 산으로 가서 캠핑하고 혼자서 있을 때가 있어. 그게 편하니까."

"전 도쿄 온지 몇년도 안되서 매일 새로운걸 보는 느낌인데요. 물론 슬슬 익숙해지니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지고 있으니까 무슨 심정인지는 이해가 조금 가네요."

"캠핑이나 전원생활은 정작 소타나 내 아내는 하기 싫어하던데 그쪽이 이해한다니 묘한 기분이군."

"저야말로 시골이 지긋지긋해서 여기로 도망온건데 하루토 씨는 반대니 또 의외다 싶거든요."

나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말을 더 이어나갔다.

"소타는 토지시 일하고 싶어하던 것 같던데요."

"아무도 안알아주고, 외롭고 고독한 일을 뭐하러 한다는건지 참. 소타 그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문 너머를 볼줄 알더니 토지시에 관심이 많았어. 자기 할아버지가 소타를 토지시로서의 자질이 있다면서 데려가려고 했는데 난 반대를 많이 했어. 자기 엄마아빠와 멀리 떨어져 못볼수 있다고 소타한테 경고했는데도 소타는 그래도 토지시 한다고 떼썼었지. 결국 하다 못해 소타 그 아이가 토지시 일을 관둘 생각이 들때면 바로 내게 돌려보내라고 약조를 했었지."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후에 고개를 저었고, 나는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 말을 건넸다.

"아이 인생은 자기가 결정하는거 아닐까요... 그럼 하루코 씨 인생도 하루토 씨가 결정하는거겠죠."

"맞는 말이라 할말이 없군."

"그렇게 끔찍이도 싫어하시는데 토지시 일을 왜 이번에 하시려는거죠?"

그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좀전에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루토 씨는 하츠지로 할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왜?

"난 늘 겁이 많은 인생을 살아왔어. 괜히 나서지 말고 너무 뒤떨어지지도 않는 중간을 유지하려고 했었지.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든 늘 쭉 그래왔는데, 소타가 앞장서서 문을 닫는 것을 보면 나 자신이 부끄러웠네. 아버지한테도 겁쟁이라고 힐난을 받고. 이번에는 미야미즈 아가씨도 나서서 문을 닫고 다니고. 그래서 부끄러운 나머지 이런 위험한 일을 자처한 것이지. 혹시나 묻는데 미야미즈 씨는 죽음이 두렵지도 않은가?"

죽음이라. 사실 난 이미 한번 죽어본 적 있는 사람이다. 이토모리에서 혜성이 떨어지고 거기에 휩쓸려 죽음을 맞아본 적 있다. 그나마 타키 군이 몸을 바꿔 구해줘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난 이미 고인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잊혀지겠지.

죽어본 느낌이 어떠냐면 아무런 고통도 없이 나 자신이 해체되는 느낌이다. 무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해서 아무 느낌도 안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이 두렵지는 않은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느껴볼수 없어서 내가 미쳐버리는 느낌이 들것 같다. 그것도 뭔가 느낄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성립되는 일이지만.

"무섭죠. 하지만 내가 정해버린 운명이므로 토지시 일을 할수밖에 없는것 같아요. 마치 신사를 끝까지 지키다 돌아가신 엄마처럼..."

내가 말을 흐렸다.

"아니에요."

내가 고개저었다. 그걸 들은 하루토 씨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 이해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하루토 씨는 피곤한지 금방 곯아떨어졌다. 그 다음에는 민세라 씨가 일어나서 잠든 사다이진을 쓰다듬는 동시에 창가를 멍하니 쳐다봤다. 신칸센은 지금쯤 교토를 이미 지나친 채로 규슈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있을것이다.

그녀는 어딘가 매혹적인 눈빛을 가지고 있어 여자인 나조차 반해버릴 것 같았다. 이대로 아무 말도 안하기엔 어색해서 시공의 관리자 관해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신이 된다는건 어떤 느낌인가요?"

"갑자기?"

잠시 그녀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답했다.

"신이 된다는건 행복한 느낌이지. 자기 하고 싶은거 다 할수 있으니까. 동시에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 그 책임이란게 심적인 부담이 될거야. 그래서 상상력이 풍부하고 착한 사람만이 신이 될수 있어. 상상력은 신이 원하는 만큼의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착하면 그런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수 있는 것이지. 그런면에서 현 시공의 관리자는 악신이라고 볼수 있어."

정반대일텐데 왜 시공의 관리자가 악신인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게 왜 악신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다른 신들에겐 악신이나 마찬가지거든. 다른 신들은 인간들에게 뭔가 끔찍한걸 공양을 받거나 인간에게 가혹하게 굴어서 기를 흡수하는게 흔해. 그걸 못하게 하는 존재가 시공의 관리자야. 그도 인간이었던 만큼 인간을 끔찍이 여기는 존재이기도 하지."

"예를 들면 어떤 일이 있었죠?"

"도쿄에 비를 몇년 내내 내려 폭우로 하여금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용신이 있었거든. 그 대신 날씨의 무녀들을 상대로 인신공양받는 댓가로 폭우를 멈추게 해왔는데 시공의 관리자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인신공양을 받느냐'라며 괘씸하게 여기고 용신을 죽여버린 일이 있었지. 덕분에 도쿄 사람들은 계속 일상을 보낼수 있었지."

"시공의 관리자는 두렵지도 않은가봐요."

"그 사람은 군인감이라고 봐도 무방해. 그전 출신은 의외로 그림쟁이였어. 아무리 나쁜걸 보고 받아들여도 순수함을 지키는 사람이기도 했고."

"군인감이라..."

타키 군은 어떤가 생각해봤다. 그는 그림도 그릴줄 알고 이탈리아식 요리도 할줄 알고 농구를 포함한 운동도 잘하고, 춤도 출줄 알고 등 다재다능한 타키 군이다.

비록 타키 군이 군인감이라 하기엔 좀 어렵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낼수 있는 남자애라고 생각돼 비교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문득 뭔가 떠올랐다.

"시공의 관리자 말로는 타키 군이 뭔가 대단한 운명을 안고 있다는데 그걸 제가 감당할수 있을까요?"

"감당할수 없어."

"네?"

"그는 먼미래,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될 것이야.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 그거 있지. 남자가 권력을 잡고 여러 명의 여자들을 취함으로써 하렘을 누리는게 남자들의 속마음이자 모티프야.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우리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그런게 있어서 아무리 미야미즈 씨 본인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울거야."

"타키 군이 딱히 바람을 피울것 같아보이진 않는데... 제게 타키 군밖에 없듯이, 타키 군도 저밖에 없을거라고요. 쑥맥이라서 여자 잘 꼬시는 재주도 없는 얘인데..."

"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나중엔 모르는 일이지."

남자들이란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덕분에 여자들이 고생한다. 그렇다면 내가 타키 군에게 권력을 못쥐여주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타키 군의 앞길을 가로막는건 아닐까 싶어 갈등됐다.

이런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나중에가 언젠데요?"

"2만 년 후."

"안믿어요."

사람 놀리나 싶어서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렇게 까마득히 먼 미래는 관심없다. 어차피 나나 타키 군이나 오래 살아봐야 100년이 한계일텐데 내가 죽고 난 뒤의 미래는 나랑 상관없을테니까.

민세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안믿을만하지."

"그런 거짓말로 장난치지 마시고요."

사다이진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그거 천기누설이야."

"이 정도면 충분히 선을 넘지 않았을텐데? 다 알려준 것도 아니고."

"시공의 관리자한테 좀 혼나겠군."

사다이진이나 민세라 씨나 한통속인것 같아 나는 화가 나서 몸을 홱 돌려버렸다. 민세라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볼살을 좀 불리면서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좀 잘게요."


*
라고 말은 했지만 잠이 안와서 타키 군과 라인을 했다. 민세라 씨에게 말도 안되는 소릴 들었다면서 타키 군에게 토로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타키 군] 아 뭐야. 나한테 그렇게 권세가 있을리 없잖아.
[미츠하] 응 진짜 그렇지?
[타키 군] 난 건축가가 되고 싶지 신이 될 생각은 없어.
[미츠하] 타키 군이 신이 될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으면 고를거야?
[타키 군] 글쎄. 어느쪽이던 미츠하와 함께할수 있다면 그쪽을 고를 것 같아.
[미츠하] 있지. 타키 군.
[미츠하] 미야미즈의 여자들은 죽고나면 신이 된대. 신사를 떠나도 신이 되는지까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신이 된다면 타키 군도 신이 되서 함께할수 있었으면 좋겠어.
[타키 군] 그런 선택지가 있다면 미츠하의 생각을 존중할게.
[미츠하] 고마워. >ㅅ<
[미츠하] 시험공부는 잘되고 있어?
[타키 군] 사실 미츠하가 안와줘서 집중이 잘 안돼.
[타키 군] 과외받던 때가 그리워.
[타키 군] 미츠하 생각밖에 없어서 문제가 눈에 안들어와.
[미츠하] 집중해야지 -0-
[미츠하] 딴 생각이 자주 난다고 농땡이 피우면 내가 용서 안할거야.
[타키 군] 히익...
[타키 군] 미츠하 덕분에 정신이 팍 드네.
[타키 군] 알았어. 공부할게.
[타키 군] 그럼 이만.
[미츠하] 응. 사랑해.

나는 핸드폰을 끄면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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